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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70주년, 다시 듣는 ‘간디의 목소리’

2018-02-12 연구/산학
허우성 철학과 교수가 2004년 초판 이후 13년 만에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전 3권, 나남출판. 이하 <간디 선집>)을 다시 번역했다. 이번 선집은 간디의 글을 집대성한 <간디전집>중 가장 핵심적인 글을 선별한 것이다.

허우성 철학과 교수, ‘간디 선집’(전 3권) 재번역 출간
간디가 직접 집필한 글을 모은 국내에서 가장 방대한 책
“비폭력은 가족 윤리를 마을, 국가, 세계로 확장시키는 것”

‘인도의 국부’이자 ‘비폭력 저항의 선구자’인 간디가 세상을 떠난 지 올해로 70년, 간디의 생생한 목소리가 한국을 ‘다시’ 찾았다. 간디 사상을 집대성한 선집을 통해서다. 간디가 직접 쓴 편지와 칼럼, 연설문 등을 고스란히 옮겨 놓았다는 의미에서 생생하고, 허우성 철학과 교수가 초판을 개정했다는 의미에서 ‘새로운 다시’다.

허우성 교수는 2004년 초판 이후 13년 만에 <마하트마 간디의 도덕·정치사상>(전 3권, 나남출판. 이하 <간디 선집> )을 다시 번역했다. 법률, 직조(織造)와 관련된 전문용어는 물론 형용사, 부사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시 우리 말로 옮기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웠던 것은 “간디의 삶과 글을 똑바로 쳐다보는 일”이라고 허 교수는 말한다.

이번 선집은 간디의 글을 집대성한 <간디전집>중 가장 핵심적인 글을 선별한 것이다. 1999년 인도 정부가 완간한 <간디전집>은 총 98권 5만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이를 선별해 3권으로 엮은이는 인도 출신으로 영국과 미국 대학 강단에 선 정치학자이자 로마클럽, 국제간디학회 등의 회원을 역 임한 라가반 이예르(Raghvan Iyer, 1930~1995)이다.

각종 이슈를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적용한 ‘실용 경전’

“오늘날 세상에 참을 실현함으로써 세상을 고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간디를 읽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허우성 교수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허 교수는 <간디 선집>을 ‘실용 경전’이라 말한다. 이는 허 교수가 다시 번역에 몰두해 개정판을 출간한 가장 큰 동기이기도 하다. 허 교수는 선집에 대해 “오늘날 발생하는 각종 정치적·역사적 이슈를 종교적 가르침에 따라 적용하고 실험한 사례집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역자로서 느끼는 아쉬움도 개정판 출간의 또 다른 동기가 됐다.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형식상, 내용상 변화를 줬다. 2004년 6권으로 낸 <간디 선집>을 원서와 같이 3권으로 구성했다. 쉼표 위치를 두고 고민하며 문장의 의미와 호흡까지 신경 썼다.

허 교수는 구체적인 맥락에서 외국어 단어 하나에 가장 적합한 한국어 단어는 하나라는 생각으로 번역한다. 그러다보니 번역 도중 단어 하나를 바꾸기도 하는데 <간디 선집>은 양이 워낙 많아 전체를 다시 보고 수정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

“모든 인간이 성인(聖人)의 길 걸을 수 있다”
수 년 간의 노력이 담긴 결과물을 두고 허 교수는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며 “<바가바드 기타> 관련 글, 산상수훈을 해석한 글을 비롯해 매우 다양한 사례가 담긴 책이니 독자들이 자신이 처한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간디가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 교수가 간디를 만난 것은 대학 3학년 때인 1973년, ‘한국의 간디’라 불리는 함석헌(1901~1989) 선생을 만나면서부터다. <바가바드 기타> 시구를 함께 읽고 함 선생이 해설을 붙이는 방식으로 공부모임도 가졌다. 그때 함 선생이 준 산스크리트어 문법책을 허 교수는 아직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정치·종교적인 면에서 간디의 사상을 가장 잘 계승한 분이 함석헌 선생이라 평가하는 허 교수는 함 선생이 간디에 관해 남긴 글 중 4편을 골라 <간디 선집>의 해설로 붙이기도 했다.

허 교수는 “독자들이 자신이 처한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간디가 어떤 식으로 다뤘는지 살펴보고 스스로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허 교수에게 간디는 이상이 ‘굉장히’ 높은 사람이다. 간디는 예수가 간 길이든 부처가 간 길이든, 그 길은 극소수의 성인(聖人)에게만 주어진 길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갈 수 있는 길로 봤다.

허 교수는 “간디는 인간의 도덕성을 믿고 현실 정치에 뛰어 들었으나 그만큼 절망할 일이 많았고 절망의 크기도 컸다. 특히 인도의 힌두·이슬람 분리 독립에 가슴아파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는 끝까지 진리추구와 비폭력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의 바로 세우면서 ‘사회적 애정’도 확산해야
사랑과 자비, 용서를 의미하는 간디의 비폭력은 가족 사이의 윤리를 마을로, 국가로, 세계로, 인간과 비인간 사이까지 확장하는 것이라는 게 허 교수의 설명이다. 이를 한국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허 교수는 사회적 애정(Social Affection)을 강조하며 ‘적폐 총량 불변의 법칙’을 언급했다.

“적폐청산은 사회적 애정을 손상시키지 않고,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정의를 바로 세우면서 애정도 확산해야 한다. 그러면 적폐 총량 불변의 법칙이 깨질 것이다. 그러나 적폐를 청산하면서 애정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가게 되면 적폐 총량 불변의 법칙이 반드시 다시 작동하게 될 것이다.”

애정과 반대되는 게 분노인데, 분노도 정의로운 분노가 있을 수 있다고 허 교수는 말한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의분(義憤)인지 스스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마땅히 화낼 대상인지, 화낼 일인지, 분노의 강도와 지속 시간까지 생각하고, 반성할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반성한 후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개인에게만 적용되지 않는다. 허 교수는 “한국사회는 진영 간 다툼으로 인해 사회적 애정을 갖기란 참 어렵다”면서도 “그렇기에 더욱 우리 사회에 비폭력과 사회적 애정이 필요하다. 반성과 함께 다시는 반복되는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재번역할 때 보니 혐오, 분노, 증오 같은 개념이 눈에 띄었다”며 “간디가 감정에도 예민한 감각을 지니고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향을 받아 허 교수는 향후 감정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허 교수는 “과잉되거나 결핍된 감정을 연구해 감정과 이성이 조화를 이루는 세상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박은지(커뮤니케이션센터, sloweunz@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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