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회기시장 살리는 '한 지붕 네 청년'

2019-01-04 교류/실천

회기시장 골목에 공유형 상점이 탄생했다. 한식과 한국 전통술, 비건 베이커리와 도예 공방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 김아윤(조리·서비스경영학과 14학번), 허유리(도예학과 14학번), 유혜민(조리·서비스경영학과 16학번), 김상훈(조리·서비스경영학과 13학번) 네 명의 사장님이 밝게 웃고 있다.(사진 왼쪽부터)

서울시-경희대 캠퍼스타운 조성사업 공유형 상점 2호점 탄생
회기시장 골목 밝히는 ‘독립식당·술래잡기양조장·베지앙·사가요’
“수익 일부 마을기금으로 적립, 지역 활성화에 사용할 계획”

소유보다 활용에 가치를 두는 공유경제는 부(富)의 양극화 해소와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을 우선한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등이 대표적이다. 일자리, 주거 등 청년 문제 해결에도 공유경제가 떠오르고 있다. 그중 하나가 공유형 상점이다.

공유형 상점은 한 점포를 여러 주체가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낮에는 A가 카페로, 밤에는 B가 스터디룸으로 운영해 유휴시간을 활용하거나, A, B, C 세 사람이, A와 B는 주방을, B와 C는 홀 접객시설을 공유하는 등 동일한 시간에 시설을 함께 사용하는 방식이다. 공유형 상점은 창의적인 상생모델로 손꼽힌다.

최근 회기시장 골목에도 공유형 상점이 탄생했다.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문을 연 공유형 상점은 4개의 점포가 한 공간에서 각자의 아이템을 살려낸 공간이다. 한식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독립식당’, 특색 있는 전통술을 제철요리와 함께 제공하는 ‘술래잡기양조장’, 안전한 재료로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 비건 베이커리 ‘베지앙’, 디자인에서 생산까지 함께하는 DIY 그릇 공방 ‘사가요(沙佳窯)’가 그것이다.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김상훈(13학번), 유혜민(16학번), 김아윤(14학번) 학생과 도예학과 허유리(14학번) 학생이 뜻을 모았다. 지난해 9월부터 가게 운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네 명의 사장님을 만났다.

‘술래잡기양조장’의 유혜민 학생과 ‘독립식당’의 김상훈 학생. 낮엔 유혜민 학생이 ‘독립식당’을 돕고, 밤엔 김상훈 학생이 ‘술래잡기양조장’을 돕는다.

할머니가 되고 싶은 새내기 아재가 운영하는 ‘독립식당’
독립식당은 공산품 식재료로부터의 독립을 꿈꾸며 좋은 식재료와 제철 식재료를 사용해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는 한상차림 한식당이다. 독립식당의 사장님은 김상훈 학생. 그는 유난히 ‘장(醬)’에 관심이 많다. “음식문화 운동가 고은정씨의 강의를 듣고 ‘산분해간장’으로부터의 독립, 공산품 식재료로부터의 독립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며 “강의를 들은 날이 마침 삼일절이어서 ‘독립식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독립식당의 출발을 알렸다.

독립식당은 세 가지 독립을 추구한다. 첫 번째는 공산품 식재료로부터의 독립. 생산자와 공정과정을 알 수 있는 식재료를 정당한 가격에 구입해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편견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김상훈 학생은 “한식은 반찬이 많아야 하고, 푸짐해야 하고, 싸야 한다는 편견과 ‘회기동’에 대한 편견으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회기동스럽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경제적 독립이다.

김상훈 학생은 한식을 기반으로 ‘전통에 정통한 요리사’가 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전통에 정통한 요리사’는 새내기 때 멘토로 만난 최상진 국어국문학과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라며 “원료의 생산부터 가공, 접시에 담아내는 과정까지 모두 함께해온 한국의 할머니들처럼, 할머니의 마음을 가진 요리사가 되겠다는 새내기 아재의 마음으로 독립식당을 지켜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도 그릇 위에 올라간 요리 그 자체가 자신이었으면 좋겠다는 어느 요리사의 말처럼 주어진 공간 안에서 부끄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술래잡기양조장, “한국 전통술도 ‘힙(Hip)’하게 즐길 수 있어요”
막 요리를 시작하던 중학생 때, 책을 보며 한국 전통술에 관심을 가졌다는 유혜민 학생은 술래잡기양조장의 사장님이 됐다. 술래잡기양조장은 다양한 연령대가 한국 전통술과 그에 걸맞은 제철음식을 즐기는 공간이다. 작은 양조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유혜민 학생은 중학생 때 전통술 담그기 무형문화재 송명섭 장인의 글을 읽으며 장인의 세계를 엿보게 됐다. 맥주, 와인에 비해 작게 느껴지는 한국 전통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고, 고등학생 때 전통술을 직접 만들며 애정을 갖게 됐다. 그는 “술이라는 게 살아있는 거더라. 쌀이었던 게 다음날이 되면 향이 생기고 소리가 생기고, 일주일이 지나면 끓는 소리가 나면서 거를 수 있게 되고… 살아있는 걸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때부터 정말 좋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다양한 한국 전통술을 접하며, 술과 어울리는 요리와 전통술 소개 방법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유혜민 학생은 “전통술하면 ‘고리타분하다, 어르신이 드신다’라는 편견이 싫었다. 예쁜 라벨을 가진 좋은 술이 많은데, 전통술은 왜 이렇게 재미가 없나 싶었다”며 “여긴 대학가니까 한국 술도 ‘힙’한 술이 될 수 있도록 재밌게 풀고 싶어, 잔 하나하나에도 술래잡기양조장 로고를 넣었고, 요리도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이나 도토리묵 같은 안주 말고 명란육회, 흑돼지 껍질을 튀겨 만든 흑돼지바와 같은 요리를 보여주게 됐다”고 밝혔다.

유혜민 학생은 아직 하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들이 많다. 그는 “술래잡기양조장을 운영하며 배움에 대한 생각이 더 커졌다”며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준비가 되면 또 다른 방향, 또 다른 방식으로 한국 전통술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지앙’의 김아윤 학생은 “베이킹을 하며 계란 두세 판을 10분 안에 깨뜨리고, 버터를 한 번에 5kg씩 쓰면서 내가 하는 음식이 지구를 아프게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됐다”며 비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베지앙, 소비자·생산자·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굽는 빵집
지속가능한 소비와 생산을 꿈꾸는 비건 베이커리 ‘베지앙’은 소비자의 건강을 생각한 다양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사용한다. ‘NO 버터, NO 달걀, NO 유제품, NO 정제탄수화물, NO 유전자조작식품’을 내세운다. 베지앙 사장님, 김아윤 학생의 철학이 담긴 원칙이다.

‘베이킹’과 ‘환경’에 관심을 둔 김아윤 학생은 자신이 하는 음식이 환경에 해가 되지 않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음식이길 바란다. 베지앙은 우대식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의 제안으로 하게 됐다. 김아윤 학생은 “윤리적이거나 환경에 이로운 식단으로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비건 베이커리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조리를 하는 사람들이 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재료를 선택하는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슬로푸드와 연계해 활동하기도 하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했다”고 말했다. 식생활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식품영양학과를 복수전공하기도 했다.

베지앙 명함에는 ‘Baking the sustainability’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지속가능성을 굽는 빵집’이란 의미이다. 김아윤 학생은 지속가능성을 세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첫 번째는 소비자의 지속가능한 건강이다. 그는 “동물성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동시에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두부, 전두유를 사용하는 등 영양을 생각하며 재료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생산자의 지속가능한 생산이다.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는 최대한 국내에서 구한다.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고, 국내 생산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들이 돌아갈 수 있게 유통 단계를 최대한 적게 거치는 방식이다. 김아윤 학생이 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시트러스 계열은 무조건 제주산을 사용하는 것. 여름에는 하귤, 겨울에는 청귤, 좀 더 추워지면 무농약 레몬을 사용한다. 앉은뱅이 우리밀도 계속 공급받는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의 보전이다. 환경에 이로운 음식을 만들겠다는 마음이 담긴 빵이 구워진다.

사가요(沙佳窯), 가마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도자기
사가요는 ‘사가세요’가 아닌, 모래 사(沙), 아름다울 가(佳), 가마 요(窯), 즉 가마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도자기라는 뜻이다. 도예학과 허유리 학생이 운영하고 있다. 디자인부터 생산까지 함께하는 DIY 그릇 공방으로, 수업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다.

허유리 학생은 ‘사가요’ 글자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았다. 그릇의 기본이 되는 흙을 엄선해 고품질 원료를 사용하고, 그릇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그릇에 담긴 음식의 아름다움도 담아내고, 독특한 방법으로 정성을 담아 온기가 담긴 따뜻한 제품을 구워낸다는 의미이다.

도예를 전공한 허유리 학생이 조리·서비스 경영학과를 복수전공 했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는 “그릇에 관심이 많아서 핸드메이드 생활 식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런데 도예만 하다보면 그릇과 음식을 어떻게 연결시켜야 잘 어울리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요리를 배웠다”고 말했다. 요리 재료 하나하나의 특성을 알아야 식기에 반영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도자기를 더 잘 알기 위해 음식을 배운 셈이다.

허유리 학생은 “판매에 주력을 못하고 있는데, 판매를 통해 사가요라는 브랜드 자체를 키워내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사가요’의 허유리 학생은 공유형 상점에 대해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모든 것, 그릇, 요리, 디저트, 술이 한 공간에 있다. 이와 관련된 생산적인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라고 설명했다. 사진은 사가요 정기·원데이 클래스 수강생의 그릇들.

“함께해서 더 좋다”
한 지붕 아래 네 개의 점포가 운영되면 불편하지는 않을까. 이들은 입을 모아 함께해서 더 좋다고 말한다. 허유리 학생은 “손님들이 하나를 즐기러 와서 세 가지를 더 볼 수 있다는 점이 이 공간이 가진 장점이다. 음식을 먹으러 와서 도자기에 흥미를 가질 수도 있고, 도자기를 배우러 와서 이곳 음식을 맛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혜민 학생은 “술래잡기양조장만 했다면, 주점의 특성, 양조장의 특성에 대해서만 알게 되었을 것 같다. 같이 운영을 하니 제과제빵에는 이런 특성이 있고, ‘장’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그릇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고, 비건이나 지구 환경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 좋다. 식당의 특성, 베이커리의 특성, 주점의 특성, 공방의 특성 등 더 다양하게 많은 것들을 알아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역시장을 거점으로 활동하면서 이익창출만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상생하는 협력프로젝트도 구상 중에 있다. 또한 수익의 일정부분을 마을기금으로 적립하여 지역 활성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창업아이디어 실현 비용, 리모델링비, 임대료 등 지원
경희대학교는 2016년 서울시 도시재생 모델 중 하나인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의 단위형 1단계 사업대상자로 선정됐다.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은 대학과 청년, 지역사회의 상생발전을 유도해 일자리·주거와 같은 청년문제와 지역 활력 침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대학이 사업 아이디어를 계획하고 서울시로부터 최대 3년간 6억~30억 안팎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캠퍼스타운 조성사업을 통해 오랫동안 회기동을 지켜온 대표적인 노포였지만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전통찻집 <녹원>을 공유형 상점으로 되살려내기도 했다. 회기시장 골목에 위치한 공유형 상점 2호점은 초기 창업아이디어 실현비용 최대 500만원과 임대료 일부, 상점 리모델링비를 지원했으며, 창업 컨설팅, 청년상인 네트워크 활동도 지원했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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