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1950년대 중반부터 ‘공공성’ 추구

2019-02-18 교류/실천

본관 박공벽 부조상에는 경희의 창학이념 ‘문화세계의 창조’가 상징적으로 표현돼 있다. 우측은 물질문명의 발달을, 좌측은 정신문화의 발달을 표현하는데,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룬 것이 바로 경희가 지향하는 문화세계다.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평화로운 지구사회, 풍요로운 미래문명을 창달하는 것이 경희의 창학정신이다.

세계 최고 권위 대학평가기관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3) 대학 공공성 추구하는 경희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 시민’ 등 공적 의제 해결 위한 교육 확대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고 시민사회 참여 촉구하는 목소리 높여

세계 최고 권위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즈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이 올해부터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 달성에 대한 대학의 기여도를 반영해 ‘THE 대학 영향력 평가(THE University Impact Rankings)’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에 대학이 기여하는바, 즉 대학이 사회적·지구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를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그간 대학평가는 연구와 교육에 집중돼 있었다. 학술기관이자 사회기관인 대학의 역할을 학술의 잣대로만 평가해온 것이다. 지역사회와 국가, 지구사회에 대한 기여도를 반영한 대학 공공성 평가가 실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HE 대학 영향력 평가’의 도입 배경 및 평가지표, 대학의 공공성을 추구해온 경희의 역사와 현재를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이번이 그 세 번째다.<편집자 주>

창학 초기부터 대학의 사회적 책임 실천
21세기 인류는 제4차 산업혁명과 기후변화 사이에서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첨단기술의 발달이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줄 것인지, 암울한 재앙이 될 것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기후변화, 환경·생태 위기, 양극화, 불평등 등 지구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국가와 기업, 시장은 문명사적 격변의 속도와 범위를 읽어내는 능력에 한계를 갖고 있다. 지나치게 근시안적이다. 세계시민사회의 결속력도 아직 미약하다. 그래서 대학이 나서야 한다. 대학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 중 하나는 ‘더 나은 미래’를 창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THE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중심으로 대학의 영향력을 평가하기로 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경희의 창학이념 ‘문화세계의 창조’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염원이 담겨있다. 경희가 추구하는 ‘문화세계’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계다. 사람의,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세상이다. ‘문화세계의 창조’는 생명과 우주, 역사와 문명의 격동 속에서 인간적인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사유하고 실천하는 행위다.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꿈꾸며 평화로운 지구사회, 풍요로운 미래문명을 창달하는 것이 경희의 창학정신이다.

경희는 1971년 경희의료원 설립 이후 의학계열 학과와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본격화해 인류 평화와 공영의 지구공동사회를 지향하는 경희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학문과 평화’: 학술적 탁월성의 궁극 목표는 지구 평화
이러한 창학정신 아래 경희는 초기부터 학술기관으로서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동시에 사회기관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왔다. 교육과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적, 국가적, 지구적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전개, 대학의 공적 책임을 실천해왔다. 교육, 연구, 실천의 창조적 결합은 경희 고유의 학풍으로 자리 잡았다.

경희는 1950년대 중반부터 전쟁의 폐허 위에서 농촌계몽운동, 문맹퇴치운동, 잘살기운동을 펼치며 조국의 근대화에 앞장섰다. 1960년대에 들어서는 시야를 한반도 너머로 확장시켜 세계대학총장회(IAUP) 창설을 주도(1965년), 전 세계 지성들과 인류의 미래를 모색했다. 1970년대에는 경희의료원을 설립(1971년)해 국민건강 증진에 힘쓰는 한편, 밝은사회운동, 인류사회재건운동 전개 등을 통해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더욱 활발하게 펼쳤다. 의료원 설립 이후에는 의학계열 학과와 함께 의료봉사 활동을 본격화해 인류 평화와 공영의 지구공동사회를 지향하는 경희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다.

경희의 실천적 가치는 1981년 UN이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면서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경희는 그해 7월 코스타리카의 산호세에서 열린 제6차 세계대학총장회 총회에서 “UN으로 하여금 세계평화의 날과 해를 제정하도록 촉구하자”고 제안했으며, 이 제안은 제36차 UN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평화를 향한 경희의 실천 의지는 평화복지대학원 개원(1984년),<세계평화대백과사전 >(영문판) 발행(1986년), 서울NGO세계대회 개최(1999년)로 이어졌다.

개교 50주년인 1999년, 경희는 21세기 세계평화의 주도 세력이 기존의 정치-경제 권력이 아닌 비정부-비영리 지구시민사회가 될 것을 예측, ‘서울NGO세계대회’를 개최하고 ‘평화의 전당’을 개관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1999년 10월 10일 올림픽공원에서 개막한 서울NGO세계대회.

2009년 개교 60주년 기점으로 지구적 실천 확대
경희의 실천 활동은 2009년 개교 60주년 이후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지구적 존엄 구현(Towards Global Eminence)’을 새 비전으로 선포하고, 인간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학술적 성취가 사회와 세계에 기여하는 지구적 실천을 확대했다.

2009년 세계시민포럼(World Civic Forum, WCF)과 세계시민청년포럼(World Civic Youth Forum, WCYF)을 창립한 데 이어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 2012년 지구사회봉사단(Global Service Corps, GSC)을 설립했다. 경희는 후마니타스칼리지와 지구사회봉사단을 통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세계시민의식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지구적 난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2012년에는 한국국제협력단(KOICA) 국제개발협력사업에 선정돼 캄보디아 농촌개발모델사업을 추진했다. 2년간의 사업 종료 후에도 매년 봉사단을 파견,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지구적 실천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UN 산하 기구인 UNAI(UN Academic Impact)와 세계평화의 날 30주년 기념 국제회의를 공동 주최(2011년)하고, Peace BAR Festival, 미원렉처, 석학초청특강, 문명전환 강좌 등 국제학술대회와 특강 시리즈를 연중 개최하며 UN을 비롯한 국제기구 및 세계시민사회와 함께 전 지구적 이슈 및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 중이다.

2011년 뉴욕 UN본부(사진 상단 및 하단 왼쪽)와 경희대 평화의 전당(사진 하단 오른쪽)에서 동시 진행된 UN 세계평화의 날 30주년 기념 UNAI-경희 국제회의. 이 행사에서 경희는 고등교육기관의 ‘세계시민교육’과 ‘지구봉사’를 지원하기 위한 세계기금 창설에 대한 논의를 제안했다.

지속가능한 문명의 학문적 토대 강화, 지구적 난제 해결 추구
최근에는 그동안 이뤄온 성취와 학술 역량을 결집한 5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관산학 협력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문명의 학문적 토대를 강화하고, 나아가 지구적 의제를 해결하려는 것.

관산학 연계협력사업 ‘Blue Planet 21’은 서울캠퍼스 홍릉 바이오의료 단지, 국제캠퍼스 첨단 R&D 밸리, 미래환경연구원, 금산 에코파크 등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가운데 국내외 대학, 기업, 정부가 협력 관계를 이루면서 문명 전환을 선도해 나간다. 첨단 R&D 밸리는 이공계열 및 미래과학·바이오헬스 클러스터의 핵심기능이 융합된 단지로, 기후변화, 미세먼지, 물, 친환경 도시를 연구하는 미래환경연구원 등이 들어선다.

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과정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특성화대학원을 설립하고, 스마트팜공학 융합전공을 개설한 데 이어 올해는 후마니타스칼리지에 대학 및 지역사회의 당면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 생태·환경 문제, 전쟁, 불평등 등 지구적 의제를 포괄하는 ‘세계와 시민’ 과목을 개설했다.

경희는 지구적 문제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일깨우고 시민사회의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2017년에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기획광고를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고, 시민단체, 지자체, 기업과 손을 잡고 ‘맑은 공기, 푸른 하늘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평화음악제’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기후변화 연구 권위자 피터 와담스 교수의 저서를 번역해 <빙하여 잘 있거라>(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를 펴냈다.

왼쪽부터 파리기후변화협약, Blue Planet 21 기획광고. 경희는 기획광고를 통해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지켜져야 한다, 지구적 난제를 풀어내는 데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간과 지구의 더 나은 미래’, ‘미래세대의 더 큰 미래’
‘학술적 가치 추구’는 대학의 본령이다. 예나 지금이나, 또 먼 미래에도 대학은 그 가치를 가장 중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진리와 진실의 본질을 탐구하고, 그런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대학은 개인의 앞날을 위한 기관으로, 사회의 일원으로, 세계의 일원으로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을 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럴 때 학문의 세계도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지속가능한 미래, 미래세대의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을 이어갈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공동사회 건설과 연결해 더 나은 문화세계의 지평을 열어온 경희는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을 계승·발전시켜나가고 있다. 그동안 이뤄온 학술 성취와 연계협력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글로벌 관산학협력을 활성화해 시대가 요청하는 지속가능한 문명의 학문적 토대를 강화하고, 지구의 공적 의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인간과 지구의 더 나은 미래’, ‘미래세대의 더 큰 미래’, 경희가 펼쳐나가는 미래다.

THE의 ‘대학 영향력 평가’가 전 세계 대학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을 획기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는 기대가 모아지는 가운데, 대학의 공공성 구현에 선구적 노력을 기울여온 경희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 관련 기사 보기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1) ‘세계 대학평가, 대학의 공공성 측정한다
THE 대학 영향력 평가 시행(2) ‘지속가능발전목표’가 대학교육에 반영된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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