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피 한 방울로 치매 진단한다

2019-04-30 의과학경희

황교선 의과대학 교수가 최근 피 한 방울만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하는 키트를 개발하고 임상시험에 성공했다. 이는 부정확하고, 고가의 비용이 들었던 기존 치매 진단 방법을 크게 개선한 것으로 향후 치매를 진단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황교선 교수, 혈액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진단하는 키트 개발 및 임상시험 성공
기존 방법보다 정확도 높고, 경제성·안전성 등에서 강점··· 조기 진단의 길 열려
“치매 유발하는 단백질을 빠르고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목표”

흔히 치매를 ‘암보다 무서운 병’이라고 한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러한 공포심은 젊은층보다 노년층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노년으로 갈수록 치매 발병 가능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현대 의학기술로는 완치가 불가능하고, 본인은 물론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육체적·정신적·경제적으로 큰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최근 황교선 의과대학 교수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의 지원을 받아 연세대 김영수 교수 연구팀과 혈액을 이용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 여부를 진단해내는 키트를 개발하고 시험에 성공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4월 17일(수), ‘Comparative analyses of plasma amyloid-b levels in heterogeneous and monomerized states by interdigitated microelectrode sensor system’이란 제목으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서울캠퍼스 의과대학에서 황 교수를 만나 연구 결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편집자 주>

국민에게 보답하는 것이 사명···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치매에 관심
Q. 어떻게 이번 연구를 시작하게 됐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있을 당시 미국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Brookhaven National Laboratory)로 파견 갔는데 그곳에서 양전자 단층촬영(PET)에 사용하는 조영제를 개발한 조안나 파울러(Joanna S. Fowler) 박사를 만난 적이 있다. 학계에서 워낙 유명하고 존경받는 분이라 어린 제자의 마음으로 돌아가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데 그 분께서 마지막에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하고 있는 너는 국민에게 빚을 진 사람이다. 그러므로 좋은 연구를 통해 국민에게 보답하는 것이 너의 사명이다”라고 이야기하시더라.

그 말에 크게 감명받아 한국에 돌아와 어떤 연구를 할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 바로 치매이다. 치매는 의학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완치가 불가능하고, 아직 병의 진단과 치료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 치매를 어떻게 하면 쉽고, 빠르고, 환자 본인과 가족에게 부담을 덜 주면서 진단·치료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연구를 시작했다. 먼저 전체 치매 환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주목했다.

Q. 현재 국내외적으로 치매 현황은 어떠한가.
전 세계적으로 수명 연장과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의 수도 급증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인터내셔널(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 ADI)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치매 환자는 5,000만여 명으로 오는 2030년에는 7,600만여 명, 2050년에는 1억 3,500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중앙치매센터 자료를 보면 지난해 65세 이상 인구 739만여 명 중에서 10% 정도인 75만여 명이 치매 환자다. 이후 치매 환자의 수는 가파르게 증가해 2024년에 100만, 2039년에 200만, 2050년에는 300만 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대상 집단에서 특정 상태를 가지고 있는 개체의 수적 정도를 나타내는 측도) 또한 2018년 10.2%에서 2050년 16.1%까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환자 수만 늘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치매는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에게도 육체적, 정신적, 경제적 고통을 준다. 치매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인구는 375만여 명, 치매 환자 1인당 돌봄 비용은 약 2,054만원이며, 국가 측면에서도 환자를 돌보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소모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적, 국가적 문제이다.

혈액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유발하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응집도 확인
Q. 교수님께서 연구하신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연구에 대한 설명도 부탁드린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흔히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병한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응집되면 독성을 띠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이 뇌에 쌓여 치매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응집과 축적을 막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약물이 혈액뇌장벽(Blood Brain Barrier, BBB)을 통과하지 못해 임상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우리는 치료가 아닌 진단에 주목했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은 특정 채널을 통해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데 혈액 속의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얼마만큼 응집했는지를 확인하면 이 사람이 실제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는지, 걸렸다면 얼마나 진행됐는지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이전보다 정밀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연세대학교 김영수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약학적 혈중 바이오마커 용해 기술’을 활용해 혈액을 이용한 치매 발병 여부를 측정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두 연구자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 재직하던 시절 함께 개발하고, 그 이후에도 장기간 함께 연구하며 거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혈액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하는 과정을 나타낸 그림. 추출한 혈액을 원심분리 해 혈장과 혈구로 나눈 다음(①) 두 개의 동일한 혈장 샘플을 준비한다. 그림의 빨간 알갱이들은 혈장 속에 있는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 단백질이다(②). EPPS 약물을 첨가한 혈장 샘플(B)에서는 다양하게 뭉쳐진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낱개로 풀어지는데(③·④), 이를 IME칩에 떨어뜨린 후 항체 반응을 통해 혈장 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양을 측정하고, 이를 비교해 정상인과 치매 환자를 판별한다(⑤·⑥).

기존 치매 진단 방법보다 우수, 융합연구 통해 한계 극복··· 조기 진단 가능할 것
Q. 이전에도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혈액을 이용한 치매 진단 방법은 기존과 비교해 훨씬 우수하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간이정신상태검사(Mini Mental State Examination, MMSE), 즉 의사가 문진을 통해 인지기능을 판단하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될 경우 PET 검사로 진단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법은 부정확할 뿐만 아니라 고가의 비용이 들며, 환자가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부담이 있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국내외 여러 과학자가 혈액을 이용한 치매 진단을 시도했음에도 개인마다 혈중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양이 다르고, 기존에 개발된 키트는 서로 다른 크기로 응집돼 있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하나로만 측정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는 민감도 높은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혈액 내에 응집돼 있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EPPS’라는 약물을 사용해 낱개로 풀어냄으로써 기존의 한계를 극복했다. EPPS를 적용하지 않은 샘플과 EPPS를 적용한 샘플의 비교 분석을 통해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발병 여부와 경과를 확인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법을 실제 임상에 적용했을 때 환자를 제대로 분별해내는 ‘민감도’와 정상인을 정상으로 분별해내는 ‘특이도’ 모두 90%를 상회했다. 이는 기존 PET 검사의 민감도와 특이도 70~75%를 훨씬 웃도는 결과이다. 더 많은 분석을 거친 후 상용화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진단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검사 방법이 간단하기에 조기에 치매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조기에 치매를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는.
현재까지 확실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초기에 치매 발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몇 년 전, 영국의 한 연구진이 치매 초기 단계에 있는 환자 270명을 5년간 추적한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치매를 인지했을 때부터 운동과 약물치료, 식이요법 등 꾸준히 관리한 사람의 90%는 5년 후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반면 치료를 포기한 사람의 60%는 병세가 악화돼 요양 시설에 들어갔을 정도다. 조기진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이다.

뇌는 한 번 망가지면 절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치매의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꾸준한 관리와 치료로 병의 경과를 늦추고 증상을 억제한다면 오래도록 정상인에 가깝게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확하면서도 간단하게 치매를 진단할 수 있게 한 이번 연구 결과는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치매 유발 단백질 측정 및 정확한 치매 경과 확인이 목표
Q.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
아밀로이드베타처럼 치매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은 여러 가지가 있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함께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Tau Protein)’과 파킨슨병의 원인이 되는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이 대표적이다. 우리는 다음 과제로 타우 단백질을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치매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를 겪는다.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의 응집과 축적이 일어나는 때가 바로 이 시기이다. 이후 타우 단백질이 인산화(어떠한 물질에 인산이 붙는 반응) 및 축적되는 때부터 치매 증상이 급격하게 나빠지는데 이를 통해 타우 단백질의 인산화 및 축적 정도를 알게 되면 더 정확하게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경과를 알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연구를 위해 현재 경희의료원 신경과와 협업해 다양한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그 외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응원해주신다.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아밀로이트베타 단백질뿐만 아니라 타우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까지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이다.

 
<황교선 교수 프로필>

경희대 의과대학 의예과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2008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지냈다. 고감도 바이오센서 개발 및 임상적용, 암과 퇴행성 질환 등의 질병 진단 시스템 개발이 주요 연구 분야이다. 대표적인 연구 논문으로는 <Comparative analyses of plasma amyloid-β levels in heterogeneous and monomerized states by interdigitated microelectrode sensor system>, <Dielectrophoresis-based filtration effect and detection of amyloid beta in plasma for Alzheimer’s diasease diagnosis> 등이 있다.

글 한승훈 aidenhan213@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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