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세계문화엑스포 총괄기획하며 깨달은 ‘흙의 철학’

2019-06-27 교육

지난 5월말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2019 CULTURE 서울세계문화엑스포’가 열렸다. 김동민(언론정보학과 12학번) 학생이 대학생 해외봉사단 컬쳐조직위원회 총괄기획팀장을 맡아 엑스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김동민 언론정보학과 학생, ‘2019 CULTURE 서울세계문화엑스포’ 총괄기획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인간, 삶, 가치에 대해 고민한 것이 활동의 뒷받침 돼

전 세계 95개국에서 1년간 봉사활동을 한 250여 명의 국제청소년연합(IYF) 대학생 봉사단이 기획한 ‘2019 CULTURE 세계문화엑스포(이하 엑스포)’가 지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상암동 MBC앞 DMS거리에서 개최됐다. 이번 엑스포는 대륙별·국가별로 마련된 84개의 부스에서 각국 의상체험, 음식 맛보기, 전통 공예품 전시 및 만들기, 여행 미리 가보기 등 공연·전시·체험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이 엑스포는 UN이 정한 세계 문화 다양성 주간을 기념해 문화를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공유할 기회를 마련하고자 개최됐다. UN은 2002년에 각국의 문화를 존중하고 문화 차이에 따른 민족 갈등을 극복하고 문화 다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매년 5월 21일을 ‘발전과 대화를 위한 세계 문화 다양성의 날’로 정했다.

이번 엑스포의 대학생 해외봉사단 컬쳐조직위원회 총괄기획팀장을 맡은 김동민(언론정보학과 12학번) 학생을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주한 외국대사관에서 전시 물품 등 후원받아 엑스포 개최
Q. 엑스포 관람객의 반응이 좋더라. 어떤 행사인지, 준비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전 세계에서 1년간 해외봉사를 하고 돌아온 대학생들이 현지 경험을 나누고 각국의 문화를 시민에게 알리는 행사다. 나는 2017년 해외봉사에 다녀온 후 지난해 엑스포에 참여했는데,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올해도 같은 행사를 기획하게 됐는데, 이미 경험해본 바가 있어 대학생 해외봉사단 컬쳐조직위원회 총괄기획팀장을 맡았다.

엑스포를 준비하며 주한 외국대사관에 방문해 엑스포 취지와 내용을 설명하고 지원 요청을 했다. 이번에 전시한 물품, 전통 옷이나 현지 식자재 등을 모두 후원받았다. 예를 들어 아프리카에서는 대야만 한 그릇에 옥수수를 찧어서 손으로 먹는데, 이 식기는 한국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대사관에서 식기를 후원받아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설명을 덧붙였다. 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구청·주민센터·학교를 돌며 공연도 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아프리카 야생동물의 실물 크기만 한 인형을 후원받고 싶었는데, 그게 한 마리에 500만 원 정도 하더라. 대사관에서 처음에는 후원이 어렵다고 했고, 팀원들이 작은 인형을 나무에 매달자는 의견도 냈는데, 그래도 실물 크기의 인형으로 사파리를 꾸미고 싶어 대사관에 계속 찾아갔다. 결국 대사님이 ‘너희 진짜 끈질기다. 알겠으니까 다 후원해주겠다’고 하셔서 인형 10마리 정도를 지원받았고, 한 부스를 사파리로 꾸밀 수 있었다. 관람객의 호응이 좋았다. 사파리로 해외봉사를 다녀온 팀원의 죽을 뻔한 이야기까지 곁들여 흥미를 더했다.

‘2019 CULTURE 서울세계문화엑스포’의 세계 문화 공연 모습. 대학생 해외봉사단원들이 자신들이 다녀온 나라의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Q. 해외봉사 얘기가 궁금하다.
대학 다니면서 방황할 때였다. 친구들은 교환학생, 어학연수, 여행, 워킹홀리데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는데, 나는 대학생활에서 벗어나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깝게 부딪히고 싶고, 다양한 영역을 접하고 싶어 해외봉사를 택했다. 그래서 2017년 한 해 동안 국제청소년연합의 굿뉴스코해외봉사단으로 해외봉사를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3~400명의 대학생이 전 세계 90여 개국에 해외봉사를 간다.

독일 등 유럽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선진국에서 봉사활동을 했다고 하니 의아할 수도 있겠다. 그곳은 선진국이지만 개인주의가 만연해 있었다. 정이 없다고 할까. 사람들의 마음이 얼어 붙어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기 위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창작 뮤지컬을 준비했다. 유럽지역 봉사단원들과 24개 나라를 돌며 창작 뮤지컬 공연을 했다.

인상적인 경험이 많다. 루마니아에서는 공연이 끝나고 16살 학생이 찾아왔다. 자신은 가출해서 살고 있는데, 뮤지컬을 보고 아버지께 전화해보려 한다고 하더라. 또 어떤 노부부는 아들 부부와 연락 끊고 산 지 오래됐는데, 연락해보려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얼어붙은 관계를 조금이나마 녹인 것 같아 뜻깊었다. 편견에서 벗어나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갈등이 해결된다는 것을 배웠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이번 엑스포 활동을 통해 얻은 점이 있다면?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같이 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 한 달 동안 준비를 했는데, 330명의 팀원이 전부 대학생인 데다가 전국으로 흩어져 있어 시간이 부족했고 이견 조율이 어려웠다. 많이 부딪히고 싸우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만 내세우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준비할 게 매우 많았고, 하나부터 열까지 후원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안 되더라도 한 번 더 해보고, 서너 번 더 해보니까 되더라. 함께하니 이겨낼 수 있었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리더로서 사람들을 이끄는 게 쉽지 않았다. 꿈에서도 엑스포를 준비했고, 매일 10명 이상의 팀원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기업, 정부, 지자체의 리더가 어떤 생각과 지혜로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지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10만큼 준비해야 하는데, 팀원이 6밖에 준비를 안 하고 있으면 왜 그것밖에 못 하느냐고 다그칠 게 아니라 10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리더의 능력이다.

김동민 학생은 지난해 열린 ‘리더스컨퍼런스’에서 가봉 정부에서 대표로 파견한 대학생들과 프로젝트를 기획하기도 했다. 올해는 리더스컨퍼런스의 총진행을 맡고, 스리랑카 대기업과 협약을 맺어 프로젝트를 수행할 계획이다.

Q. 또 다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들었다.
7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월드문화캠프에서 ‘리더스컨퍼런스’의 총진행을 맡았다. 리더스컨퍼런스는 전 세계 대학생이 모여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해 현장에 가서 실행한다. 이 자리에 전 세계 청소년부 장관과 각국 대학 총장이 참석한다. 그들에게 문제해결 방안을 제안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듣거나 지원을 받아 프로젝트를 실행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공 빈민가에서 클리닉캠페인을 펼쳤다. 리더스컨퍼런스에서 쓰레기 더미 때문에 아이들이 자랄 환경이 갖춰져 있지 않은 남아공 빈민가 문제를 다뤘고, 남아공에서 온 청소년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올해도 우리가 만든 프로젝트를 해외에서 수행한다. 리더스컨퍼런스의 캐치프라이즈가 “My small ideas change the world”이다.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된 프로젝트가 그 나라를 바꿔나갈 것이라 믿는다.

불안하고 바쁜 대학생들,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 필요
Q. 무엇이 이같은 진취적인 활동을 가능케 했는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육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중핵교과를 좋아했다. 보통 대학생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성인이 된다.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그저 ‘공부’만 하다 보니, 나이는 성인이지만 내면은 아이인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랬다. 대학에 들어와 후마 수업을 들으며 생각이 커졌다.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내가 추구할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인간이 되고자 하는가’ ‘우리는 어떤 사회를 원하는가’를 고민할 수 있었다. 고민 자체가 중요하다.

초·중·고등교육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후마 수업이 나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아야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탐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절실하게 느꼈다. 그래서 경희대가 인문교육을 계속 확대해 나갔으면 좋겠다.

김동민 학생은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월드문화캠프에서 ‘리더스컨퍼런스’의 총진행을 맡았다.

Q.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학생은 하루하루 불안하게 산다. 유럽의 대학생도 똑같이 진로, 꿈에 대해 고민하지만, 그 고민을 유쾌하게, 긍정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생은 자격증, 토익 등 스펙을 쌓기 위해 바삐 움직이면서도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바꿔주고 싶어 대학교수라는 꿈이 생겼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다. 또 하나의 꿈은 PD다.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덧붙인다면 우리가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직업을 빨리 안 가져도 된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면 사회가 가만히 놔두지 않지만. 빨리 스펙 쌓고 취업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게 해외봉사였다. 해외봉사를 하며 불안하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고 나니 오히려 그 전보다 추진력이 생겼다. 좋은 꿈을 향해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됐다. 해외봉사가 아니더라도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있으면 좋겠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은 아름답고, 멋있지만 꽃을 피울 수는 없다. 흙은 흔하고, 사람들이 밟기도 하고, 쓰레기를 묻기도 하지만, 씨를 심으면 꽃을 피울 수 있다. 엑스포 리더를 하며 흙의 자세를 배웠다. 사람들이 무언가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리더의 자리였다. 내가 세워지고, 내가 인정을 받는 것보다 다른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좋더라. 향후 대학교수가 될 수도, PD가 될 수도, 아니면 또 다른 위치에 있을 수 있겠지만 무엇을 하든 사람들이 꿈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 다이아몬드와 같은 보석이 되기보다, 꽃이 피어나는 바탕인 흙과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말이다.

글 박은지 sloweunz@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오픈랩...

      상상을 현실로 바꾸는 오픈랩 기획단 '쿠메이커...

      2019-07-11

      More
    •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

      직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 창업을 향한 도전...

      2019-07-12

      More
  • 멀티미디어

    • 2019 경희의 봄

      2019 경희의 봄

      2019-04-18

      More
    • 2019학년도 입학식

      2019학년도 입학식

      2019-03-19

      More
  • 신간

    • 스마트 관광 도시 - 포용적...

      스마트 관광 도시 - 포용적 혁신의 플랫폼

      2019-06-28

      More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관광, ‘스마트 관광 도시’를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1...

    •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키워드로 읽는 아프리카 소설 2

      2019-04-26

      More

      서구중심주의 담론이 왜곡해온비서구적 가치를 재조명하다 153×224 | 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