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무한성장의 망상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문명체계를 상상하라”

2019-11-04 교육

<최후의 전환>(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 출간기념, 프리초프 카프라·우고 마테이 서면 인터뷰
자연과 공동체 되살리는 법체계에 대한 대담한 통찰 보여줘
“비자본주의적 방법으로 결집하고, 서로를 연결해줄 수 있는 영감 얻길 바란다”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지난 7월 29일 법철학서 <최후의 전환>을 출간했다. 자연과 공동체를 되살리는 법체계에 대한 대담한 통찰을 보여주는 이 책은 서양 과학의 뿌리를 뒤흔든 물리학자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와 이탈리아 커먼즈 운동을 이끈 법학자 우고 마테이(Ugo Mattei)의 공동 저작이다.

저자들은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이 자연과 환경을 파괴하고 착취하는 행동 양식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여전히 지구의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는 에너지·자원 집약적인 일회용 경제(throwaway economy)에 매달리면서 무한하고 영구적인 경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은 법학(법 이론)이 과학과 함께 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은 현재의 경제 체제와 법질서는 지속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문명의 지속을 위해 지금까지 벌인 착취와 파괴를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생태학의 기본 원리와 현대 과학의 새로운 시스템 사고를 반영해 법의 가장 내밀한 구조를 다시 사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특별히 생태적 법질서의 핵심에 커먼즈를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대안 체제를 고민하는 실천가에게 신선한 지적 자극을 준다.

기후 변화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근대적 세계관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시점에서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에서는 < 최후의 전환>의 저자 프리초프 카프라와 우고 마테이에게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질문과 번역은 공동 역자인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저자들은 한국어판 출간을 기뻐하며 자신들의 사유가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생태적 곤경을 이겨낼 해결책”

Q. <최후의 전환>에서 독자에게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
프리초프 카프라(이하 카): 법에 관한 이론이자 철학인 법학(Jurisprudence)은 과학과 함께 근대 기계론적 세계관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근대성은 전 지구적 위기의 근본 원인인 산업 시대의 물질주의적 지향성과 착취적 심성을 낳았다. 그런 점에서 과학자와 법학자는 오늘의 세계에 일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고 마테이(이하 마):책의 핵심 메시지는 간결하다. 법이 오늘날 인류가 마주한 생태적 곤경을 이겨낼 해결책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대로라면 법은 오히려 문제의 일부가 될 뿐이다.

Q. 과학영역에서 세계관(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전체론적·생태학적 세계관으로)의 변화는 벌써 이뤄졌지만, 법학에서는 여전히 기계론적 세계관(특히 데카르트적 세계관)이 지배적이다. 변화에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가? 변화를 앞당기려는 개인적·집단적 노력이 필요한 것인가?
카: 근본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은 과학의 최전선에 출현하고 있다. 세계를 기계로 바라보는 태도에서 벗어나 네트워크로 이해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또한 자연은 일련의 생태적 원리를 통해 생명을 부양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 그러나 법학이나 법에 대한 공공의 관념에서는 과학적 세계관의 놀라운 변화에 상응하는 전환이 아직 일어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전환은 긴급하게 요청되고 있다. 이 책에서 우리가 개인적·조직적 노력을 통해 새로운 생태적 질서로 이어질 법적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청한 이유이다.

마: 변화는 물질적 조건 밖에서 일어난다. 변화를 위한 조건은 허위의식과 가혹한 조직에 대한 비판에서 형성돼야 한다.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Q. 두 저자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작금의 환경 위기와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의 근본 원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체제를 넘어서야만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그렇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카: 전 지구적 문제의 배후에는 유한한 지구 행성에서 무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는 경제학자와 정치인의 환상이 깔려 있다. 지구적 경제 시스템에서 에너지-자원 집약적으로 자연 자원을 고갈시키며 경제적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영속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성장은 쓰레기와 오염을 발생하고 과도한 소비를 일으키는 일회용 경제라는 부작용을 낳는다. 게다가 에너지 집약적이고 화석 연료에 기반한 성장은 기후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의 핵심 도전 과제는 양적으로 무한한 성장 관념에 기반한 경제 시스템에서 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정당한 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는 균형 잡힌, 다측면의 ‘질적’ 성장으로, 생명의 질을 강화하는 성장을 의미한다.

마: 생산 조직으로서, 또 사회적 관계로서 자본주의는 확실히 현재 인류가 느끼는 생태적 부담의 근본 원인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것(evolving off capitalism)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는 기업을 믿는 것은 한낱 몽상일 뿐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법을 알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법의 생태학에 관한 소양(ecolegal literacy)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콰르타(Alessandra Quarta)와 함께 쓴 <민법의 전환점>에서도 우리가 따라야 할 방법으로 반(反)-헤게모니적 법해석(counter-hegemonic interpretation of law)을 지적하고 있다.

Q. 이 책은 자연과학자와 법학자 간의 공동 작품이다. 책을 같이 쓰면서 카프라 선생은 마테이 선생에게서, 또 마테이 선생은 카프라 선생에게서 어떤 통찰이나 영감을 받았는가?
카: 우리는 법학이 자연과학과 놀랍도록 상응하는 역사와 개념 구조를 지닌 학문 분야라는 사실을 배웠다. 두 학문 분야는 역사를 통해 상호작용했고, 공진화하면서 ‘자연법칙’과 인간 법이라는 개념 또한 서로 관계성을 맺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마: 카프라 선생은 자연과학자 이상이다. 그는 빼어난 지성인이며 시스템 이론가이다. 나는 그의 비전과 엄격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이 서 있는 곳부터 시작하라”
Q. 마테이 교수님에게 법과 커먼즈에 관해 좀 더 질문하고 싶다. 이 책이 한국의 사회운동가, 특히 커먼즈 운동가들에게 어떻게 읽히기를 바라는가?
마: 이 책에서 비자본주의적 방법으로 사람들을 계속 결집하고, 또 서로를 연결해줄 수 있는 영감을 얻기를 바란다.

Q. 최신 과학의 세계관, 특히 양자역학의 지혜를 법(학)이 받아들인다면 그 법(또는 법학)은 현재의 법(또는 법학)과는 어떤 다른 모습을 띠게 될까?
마: 그러한 법(법학)의 핵심을 개인보다는 커먼즈에 두게 되는 셈이니 현재의 법(법학)과는 차이가 클 것이다. 법학의 핵심은 개인이 아니라 커먼즈라는 인식은 지금 당장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Q. 이 책에서 “커먼즈 제도가 윤리적으로 바람직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실제로 증명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에 해당하는 예시를 구체적으로 들려줄 수 있을까?
마: 적정하게 기능하는 공동체 토지 신탁, 생산협동조합, 수익과 지대의 논리에서 벗어나 운영되는 공공시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Q. 대한한국에서 커먼즈 운동은 사회운동의 한 부분으로 제한된 영역에 머물러 있다. 선생님께서는 커먼즈 운동이 법(법학)을 포함해 전반적인 사회운동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보는지? 만약 그렇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마: 커먼즈의 실제를 이해하려면 커먼즈가 일반적으로 통용될 필요가 있다. 자신이 서 있는 곳부터 시작하면 된다. 교육, 조직, 새로운 정치 투쟁의 제도 구축 차원에서 말이다. 우리는 지금 이탈리아에서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을 실험하고 있다.

Q. 커먼즈가 법(법학)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간단히 말해줄 수 있을까?
마: 커먼즈는 공공 부문을 탐욕스러운 사유화에서 보호하는 방패이자 근대의 기계론적 이데올로기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법체계를 재정비하는 칼이라고 할 수 있다.

Q. 마지막으로 커먼즈와 법(법학)에 관해 꼭 읽어야 할 책을 추천해달라.
마: 도서 두 권을 추천한다.

Mattei & Quarta, <The turning point in private law>, Edward Elgar 2018.
Ugo Mattei, <Beni comuni. Un Manifesto>, Laterza 2011 (available also in Spanish and forthcoming in French)

 
<저자 프로필>
프리초프 카프라(Fritjof Capra)
물리학 박사이자 시스템 이론가로, 초중등교육에서 생태학과 시스템 사고의 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생태소양센터 설립이사다. 영국에 있는 생태적 학문연구를 위한 국제센터인 슈마허컬리지의 선임연구원(fellow)이기도 한 그는 국제지구헌장위원회(Council of Earth Charter International)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카프라는 1966년, 비엔나대학에서 이론물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파리대학(1966~1968), 산타크루즈의 캘리포니아주립대학(1968~1970), 스탠퍼드 선형가속기센터(1970), 런던대학 임페리얼컬리지(1971~1974) 및 캘리포니아주립대학 로렌스버클리연구소(1975~1988)에서 입자물리학을 연구했다.
물리학과 시스템 이론 연구 이외에 지난 40년간 현대 과학의 철학적·사회적 함의에 대해 체계적으로 검토해왔다. 이 주제에 관한 저서는 국제적으로 찬사받았고, 카프라는 유럽과 아시아, 남북 아메리카에서 일반 청중과 전문가를 상대로 폭넓게 강연했다. <현대물리학과 동양사상>(1975) <새로운 과학과 문명의 전환>(1982) <생명그물>(1996) <히든 커넥션>(2002) <다빈치처럼 과학하라>(2007) <레오나르도로부터 배우기<(2013) 등을 펴낸 국제적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루이지(Pier Luigi Luisi)와 함께 다학제적 교과서인 <시스템적 생명관<(2014)을 썼다.
유럽과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일본 등지에서 60개 이상의 TV 인터뷰, 다큐멘터리 및 토크쇼에 초대되었고, 주요 신문과 국제적 잡지에서 특집으로 다루어졌다. BBC 다큐멘터리 시리즈인 <Beautiful Minds>(2002)의 첫 출연자였다.
카프라는 플리모스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시스템학회 대상, 미디어생태협회 네일포스트맨상, 이탈리아공화국 대통령상, 애리조나대학교 첨단기술대학 레오나르도다빈치상, Bioneers Award, New Dimensions Broadcaster Award, American Book Award, Gold IndieFab Award를 포함해 수많은 상을 받았다.

우고 마테이(Ugo Mattei)

샌프란시스코 헤이스팅스법과대학과 이탈리아 툴린(Tulin)대학의 석좌 교수이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남지중해의 가장 큰 항구도시 나폴리에 식수를 제공하며 사내 참여적 커먼즈 규정에 따라 규율되는 이탈리아 최초의 회사 Aqueduct of Naples 회장을 역임했다. 또한, 이탈리아 피에몬테(Piedmont) 북부 지역인 인구 37,000여 명의 중세 마을 치에리(Chieri)에서 부시장을 역임했다.
재산법에 관한 표준 교과서와 이탈리아 학생을 위한 영미법을 포함해 다수의 책을 썼다. 2011년에 발간되어 제9판에 이르는 이탈리아 커먼즈 운동의 표준 참고서인<Beni Comuni: Un manifesto>는 그의 베스트셀러이다. 인류학자 네이더(Laura Nader)와의 공저로 2008년에 발간된 <약탈자>는 6개 국어로 번역됐다.
2008년, 글로벌 자본주의 제도에 관한 자유 학제 간 교육을 목표로 하는 국제대학원 툴린컬리지를 설립했다. 2011년, 물의 사유화에 반대하는 국민투표 운동을 주도해 2,700만 표 이상의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 냈다. 마테이는 이탈리아대법원 법정변호사협회 회원이고, 유럽법연구소 선임연구원이며 국제비교법아카데미 회원이기도 하다.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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