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희대, 유라시아 실크로드 연구의 허브로 도약한다

2019-11-04 연구/산학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인문·사회 분야 학술생태계 조성을 위해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경희대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는 ‘고대 한국-유라시아 네트워크와 신실크로드 정립’을 과제로 선정됐다. 사진은 현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있는 강인욱 문과대학 교수.

교육부·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2)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
고대 한국-유라시아 네트워크와 신실크로드의 정립 과제로 선정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인문·사회 분야 학술생태계 조성을 위해 나섰다. 양 기관은 지난 9월 초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하며 순수 학문연구 진흥과 인문·사회 연구의 사회적 기여 확대 유도를 위한 첫걸음이다. 지원 대상은 연구소 육성·운영계획, 연구과제 수행 및 인력양성 계획 등을 평가해 총 74개 연구소를 선정했다. 연구소당 최대 6년(3+3)간 연평균 2억 원, 총 약 12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경희대에서는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소장 조인성 문과대학 교수)’가 ‘고대 한국-유라시아 네트워크와 신실크로드의 정립’을 과제로 선정됐고, ‘공공거버넌스연구소(소장 이동수 공공대학원 교수)’가 ‘다층적 통치성(governmentality)과 넥스트 데모크라시: 폴리스, 국가 그리고 그 너머’로 선정됐다. 이에 커뮤니케이션센터에서는 연구 책임자를 만나 선정 과제와 그 의의 등을 들었다. 두 번째는 강인욱 문과대학 교수이다. 강인욱 교수는 연구년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 체류 중이라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편집자 주>

Q.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 지원사업’ 전략적지역연구형에 ‘고대 한국-유라시아 네트워크와 신실크로드의 정립’으로 선정됐다. 어떤 연구인가?
인문·사회학은 박사 연구자가 드물기도 하고, 연구 결과도 즉각적으로 도출되지 않는다. 이번 사업은 주목은 못 받지만, 국가적으로 필요한 연구와 담론 제시를 위해 정부가 나선 것이라 짐작한다.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는 그중에서도 전략적지역연구형에 선정됐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친선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유라시아(신북방)와 동남아(신남방) 지역의 정치와 문화를 연구할 연구소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중에도 우리 연구소는 유라시아 일대를 대상으로 ‘신북방정책’ 연구를 진행한다.

정부는 유라시아 지역과 맺은 역사·문화적 유대를 활용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신북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전력, 철도, 북극항로, 수산, 가스, 항만, 조선, 농업, 산업단지 등 9개 분야에 걸쳐 동시다발적인 협력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실크로드’는 근대 이전의 동서양 교역로를 말한다. 이 단어는 일반 대중도 익히 알고 있는 단어이다. 하지만 정작 실크로드가 한국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어디까지 연결돼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앙아시아 일대의 유라시아와 한국의 역사적 연관성을 밝히며 한국 고대사 연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연해주에서 터키에 이르는 지역 중 매년 한 지역을 선정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국제심포지엄과 대중 강연 등의 활동으로 그 성과를 알리는 방식이다.

현재가 아닌 고대의 두 지역 관계 연구가 지금 왜 중요한지 의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연구는 한국과 중앙아시아 관계에 초석이 된다. 중앙아시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역사와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예를 들면, 지난해 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카자흐스탄 황금인간전은 카자흐스탄 정부의 적극적 활동으로 가능했다. 이 전시회에서는 2,500년 전 카자흐스탄의 국보급유물이 공개됐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라시아 국가를 방문하며 아프라시아의 고구려벽화 같은 유물로 이야기를 풀어내며 현지 정치인의 공감을 끌어낸 바 있다.

Q. ‘유라시아’는 생소한 지역이다. 연구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
유라시아는 일반인이나 연구자 모두에게 생소하다. 어느 지역이라고 선뜻 감이 안 올 정도로 매우 광범위하다. 유라시아는 1990년까지는 막연하게 ‘소련’으로 통칭했다. 현재는 다양한 국가로 독립해, 한국과 친선, 경제협력, 문화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소는 새롭게 맺어지는 한국과 유라시아 각국의 역사 관계를 다시 확인해, 친선관계를 돈독하게 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2,500년 전 이 지역의 유목민 문화는 중국 만리장성 일대를 통해 아시아로 전해졌고, 고구려 사신은 우즈베키스탄으로 갔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시아는 중국과 일본만이 아니라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임을 우리 선조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냉전을 거치며 우리가 섬처럼 갇혀 수천 년 전의 이웃을 잊고 있었다. 연구를 시작으로 역사적 관련성을 회복해 21세기 공존공영의 길로 나가려고 한다.

21세기 들어 문명은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국가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역사를 이해하고 그 역사에 동의하고 감동할 적에 우호관계가 맺어지고 유지되는 법이다. 6년 동안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을 한 지역씩 다룰 생각이다. 한국과의 문명교류 역사를 살펴보고 미래를 조망하는 방식이다. 하단의 지도처럼 1차에 연해주, 2차에 만주, 3차에 몽골과 시베리아로 확대한다. 그리고 다음 단계에는 중앙아시아로 넘어가 궁극적으로 유라시아 문화교류 벨트를 완성하는 식이다.

혹자는 과거 문명교류 역사가 왜 신북방정책과 연관되는지 질문할 수 있다. 유라시아의 각 나라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문명과 역사 속에서 현대 사회의 정당성을 찾는다. 카자흐스탄은 1991년도에 독립하면서 국가의 상징인 국장으로 2,500년 유목인의 고분에서 발굴된 황금유물을 선정했다. 이런 양상을 보건대, 신북방정책의 출발이 역사와 문화에서 시작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유라시아 각 나라의 정서로 살펴볼 때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다.

강인욱 문과대학 교수는 이번 과제에서 만주와 몽골에서 터키에 이르는 실크로드에 속한 유라시아 지역 국가의 역사와 문화를 탐구할 예정이다. 이번 연구에 따른 유라시아 역사에 관한 새로운 인식은 ‘신북방정책’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Q. 이번 연구가 선정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갈수록 인문학 과제에 대한 지원이 적어지고 있다. 기회가 적어지니 연구사업 경쟁률이 아주 치열해졌다. 우리 연구소보다 역사가 길고 규모가 큰 연구소도 많았다. 연구 선정을 위해 조인성 소장님(문과대학 교수)을 비롯해 연구소 구성원이 노력했다. 한국고대사·고고학연구소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상고사 관련 프로젝트를 했다. 그 연구에서 당시 큰 논란이었던 한국 상고사를 둘러싼 여러 문제에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학계와 사회의 큰 관심과 좋은 평가를 받은 기억이 있다.

이번에는 전공인 고고학을 살려 한국 고대사와 유라시아 실크로드를 잇는 새로운 주제를 구성한 것이 주효했다. 비록 연구소 규모는 작지만 다른 연구소가 쉽게 할 수 없는, 중요한 주제에 문제를 제기하고 그들을 엮어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읽고자 한 점이 높게 평가받았다.

Q. 이번 연구 이후에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한 고고학을 전공했다. 세부 전공은 그중에도 더 희소한 북방 유라시아 지역이다. 유라시아 일부인 한국은 사실 분단과 언어의 장벽 등으로 유라시아와 직접 연관되지 못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 고대사와 유라시아의 관계 연구를 하려 한다. 다양한 전문가와 후배들과 함께 갈 길이다.

연구를 통해 세계 각국 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진정한 고대 유라시아와 한국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다. 연구 첫해인 올해 국제학술대회 개최도 결정했다. 내년 6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펜실베이니아대, 러시아과학원과 공동으로 주최한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발해를 비롯해 한국의 고대사와 관련이 많고, 독립운동사에서도 중요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동서양학자가 모여 한국의 신실크로드를 향한 대장정의 첫발을 내딛고자 한다.

이후 2, 3차 년에는 몽골과 중국 등으로 학문적 파트너를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2014년에서 2017년에는 우리 연구소가 한국에서 고대사와 고고학 연구의 허브 역할을 해왔다. 이번 연구를 통해 국제적으로 유라시아 고대 네트워크를 밝히는 연구의 허브로 도약해 국제적 담론을 이끄는 것이 목표이다.

길면 6년이 될 이 사업이 끝나면 대형연구사업에도 도전해 한국사를 유라시아의 축에서 해석하며, 세계 문명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인류문명이라는 큰 역사 속에서 한국 고대문화의 가치를 밝히고 또 새로운 그 역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Q. 연구자로서 어떤 마음으로 연구에 임하는가?
연구자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고 한다. 주목도가 높아 경쟁자가 많은 첨단 분야에서 경쟁하며 인정받는 길이 하나이고, 나머지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혼자 가면서 새로운 주제를 개발하며 개척하는 길이다. 내 길은 후자에 속한다. 만주와 유라시아는 고고학 전공 중에서도 희소한 분야다. 박사과정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힘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지부 고고학민속학연구소에서 했다.

박사과정을 했던 1990년대 중반에는 러시아 현지인도 시베리아에 살기 어려웠다. 시베리아 추운 땅에서 수많은 유물과 유적을 공부하며 학자의 길을 찾았다. 그때 접한 유라시아의 고대문화를 지금까지도 공부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조금씩 늘어지거나 마음이 풀어질 때마다 추운 시베리아를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Q. 구성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 경희대는 다른 어떤 대학보다 인문학의 가치를 높이고 인류문명에 이바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인류문명의 가치를 위해 우리의 고대와 문명 연구가 활기를 띠어야 한다. 그래서 한국과 유라시아 문명의 가치를 논하는 세계적 연구소로 나가는 것을 목표로 열심히 달리겠다.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지는 인문학적 가치에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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