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기후위기 대응 위해 경희의 능력 모을 것”

2019-11-25 교류/실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전환 전략’ 세미나가 개최됐다. 기후위기에 대한 아젠다를 사회에 던지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다. 이날 세미나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의 특강과 참가자 토론으로 진행됐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전환 전략’ 세미나, 본관 대회의실에서 개최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 ‘기후위기로부터의 대변혁’ 특강

경희대학교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대전환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시민의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간 경희대는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과 특강 등 다양한 행사를 통해 기후위기를 대중에게 알려 왔다. 이날 세미나는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교 기후변화 특임교수의 특강과 참가자 토론으로 진행됐다.

기후위기 대응할 세계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
조천호 교수는 “경희는 기후문제를 인류문명이 직면한 최고의 과제로 보고, 자연과학적 측면이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적 측면에서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사회에 알리려고 노력해왔다”라며 “그동안 유엔(UN)을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도 체결했지만, 각국의 이해관계에 가로막혀 구체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기후문제에 관한 세계적 리더십의 부재 상태”라며 특강을 시작했다.

‘기후위기로부터 대변혁’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특강은 기후위기라는 현실적 위협에 맞설 대응법과 향후 발표될 ‘기후재앙에 대한 경희 정책 보고서’(가칭)에 관한 제언으로 구성됐다. 조천호 교수는 “기후위기는 다양한 기관과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지만, 결과가 통합되지 않고 있다”라며 “대응을 위해서는 ‘대변혁’이라는 단어에서처럼, 정치, 경제 정책과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성찰을 아우르는 인문·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미세먼지는 대다수 사람이 문제로 생각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배출 후 일주일 이내에 햇빛과 반응해 사라진다. 결과적으로 배출된 지역과 우리 세대의 문제이다. 하지만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온상승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마치 당뇨가 우리 몸에 끼치는 영향과 비슷하다. 혈당 조절 불가로 숱한 병에 걸리는 것과 같이 기온상승은 지구의 기후 조절 시스템을 무너뜨린다. 극단적 날씨,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전염병 창궐, 생물 다양성 파괴, 가뭄과 물 부족, 기근 현상이 일어난다.

심지어 온실가스는 대기에 수백 년 동안 쌓여 문제가 지속된다. 온실가스가 누적되며 더 큰 기후위기를 일으켜 미래 세대에게 문제를 넘겨주게 된다. 미래 세대는 온실가스 배출로 누린 이익 없이, 그 피해만 처리 또는 극복해야 한다. 원인유발자와 해결자가 다른 것이다. 기후변화와 미세먼지는 그 위중함에서 비교 대상이 아니다.

현생 인류, 경제 성장을 위해 지구 착취하는 구조 확대해와
현생 인류는 20만 년 전 지구에 등장했다. 이후 대부분 시간을 구석기로 지냈다. 이 시기는 빙하기였다. 그린란드에 있는 빙하에서 산출한 지구의 온도 변화를 추적해보면 지난 2만 년 전까지는 지금보다 기후의 변동 폭이 10배 이상 컸다. 단순히 보아도 지금보다 재해성 날씨가 10배 많았고, 농업이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수렵과 채집이라는 삶의 방식을 유지해야 했다.

2만 년 전부터 천문조건이 변하며 햇빛이 점차 강해졌고 온도가 올라갔다. 만 2천 년 전부터는 온도가 안정됐고 이 시기부터를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홀로세(holocene)’라 부른다. 이때 비로소 농업이 출현했다. 인류는 한 지역에 정착했고, 오늘날의 문명에 이르렀다.

1750년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전에 없는 발전을 이뤘다. 1950년에서 2010년 사이 세계 인구는 25억 명에서 78억 명으로, GDP는 15배나 증가했다. 비료 소비량, 에너지 사용량, 대형 댐의 수, 물 사용량, 교통량, 통신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구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산화탄소가 급격히 증가하고, 성층권이 파괴됐다. 지상 온도도 상승했고, 해양의 산성화가 촉진되었다.

조천호 교수는 “새우 양식장의 확대도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새우는 보통 베트남과 태국 같은 아열대 지방의 해안에서 양식하는데 이 지역의 해안에는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맹그로브 숲이 펼쳐져 있다. 이 숲을 베어 없애고 새우 양식장을 만든다. 즉, 새우 양식장의 증가는 아열대 지방의 해안 생태계 파괴를 뜻한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로운 ‘홀로세’가 시작된 이후, 인류는 전에 없는 발전을 이뤘다. 이에 따라 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도 시작됐다.

지구 평균 온도 2도 상승하면 기후탄력성 상실해
경작지 면적도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수는 3배 넘게 증가했지만, 경작지 면적은 늘지 않았다. 녹색혁명으로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3배 이상 늘었기 때문이다. 종자 개량과 비료 사용이 만든 결과이다. 하지만 토양에 뿌린 질소비료 중 농작물이 흡수하는 비율은 20~25% 정도이다. 나머지는 토양에 쌓이고, 비가 오면 녹아 강을 통해 바다로 흐른다. 물 생태계의 질소 과잉 상태가 촉발된 이유다.

산업혁명 이후에 인류는 100만 개의 공기 분자당 130개 정도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 조천호 교수는 “작아 보이지만 이산화탄소는 열을 붙잡는 능력이 탁월하다”라며 “130개의 이산화탄소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1초에 다섯 번 터질 때 발생하는 열을 잡는다. 오늘의 상황은 하루면 40만 개의 원자폭탄이 터지는 격”이라고 이산화탄소 증가의 위험성을 설명했다.

지난 2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평균 온도의 변화를 살펴보면, 과거 마지막 빙하 최대기에서 현재 간빙기에 도달하는 약 1만 년 동안 기온이 4도 상승했다. 그런데 지난 100년간 인류는 지구 평균 온도를 1도 상승시켰다. 이것은 마치 시속 100km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차가 시속 2000km 이상으로 돌진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기후위기를 피부로 느끼는 수준은 폭염이나 가뭄 같은 상황이다. 평균 온도 1도 상승에서 나타난 변화이다. 기후학자들은 인류가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오는 2040년에는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면인류는 폭염과 가뭄을 항시적으로 겪게 된다. 만약 평균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면 지구는 기후 탄성력을 잃는다. 지금 기후와는 전혀 다른 기후 환경이 펼쳐진다.

기후위기는 안보의 문제, 전 세계적으로 영향 미쳐
북극의 빙하도 중요하다.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이 빙하에 반사돼 다시 우주로 날아간다. 하지만 평균 온도 상승으로 빙하가 녹으면 바다가 빛을 흡수한다. 다시 온도가 상승하게 되고, 더 많은 빙하가 녹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시베리아나 캐나다 같은 영구동토지역이 기후변화로 녹으면 메탄을 배출한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25배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결국에는 평균 온도 상승이 더 빨라지고, 빙하는 더 빨리 녹는다.

지난 5억 년 동안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지구에는 메탄과 같이 생명을 멸절시킬 수 있는 요소가 지뢰처럼 숨어 있다. 조천호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은 파국의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다. 한 번 당겨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며 “결국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문명을 건설한 안정한 기후의 지구를 계속 지속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는 안보의 문제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해안경비사관학교졸업 연설에서 기후위기가 안보에 중요한 문제임을 언급하며 시리아 내전을 예로 들었다. 2010년 제트기류가 약해지며 파키스탄에는 한 달간 홍수가 일어났고, 러시아에는 가뭄이 들었다. 가뭄은 러시아의 밀 생산량과 수출량 감소를 가져왔다. 밀 가격이 폭등했고, 식량문제로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등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이른바 ‘아랍의 봄’이다. 특히 2005년에 가뭄이 들었던 시리아에는 내전이 일어났고, 극렬분자인 IS가 나타났다.

내전과 폭동이 일어난 국가에서는 난민이 발생했다. 난민은 유럽으로 넘어갔고, EU는 분열했다. 그 결과 영국은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러시아 폭염이 전 세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기후위기는 이렇게 그 영향력을 확장한다.

유엔은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맺으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가지를 발표했다. 이중 13번이 기후위기 대응이다. 조천호 교수는 “이제는 지구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는 대변혁을 이뤄내는 시스템에서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상위층의 이기심으로 기후위기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그동안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를 모른 척한 것은 아니다. 1990년 유엔에 모인 기후과학자들은 기후변화를 예측했다. 그들은 경제 성장을 위해 온실가스를 마구 배출하는 상황에서는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의 변화 양상은 그들이 예측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따르고 있다. 아쉬운 것은 요란스럽게 대응책을 발표했지만, 실질적인 대응은 없었다는 점이다.

인류는 왜 이런 행동을 보일까? <총균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문명의 붕괴>에서 개별 문명의 붕괴 과정을 설명했다. 문명이 붕괴할 때는 식량 체계가 무너지고 사회적으로 불평등이 확대됐다.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해야 할 상류층이 불평등 구조 속에서 이익을 얻고, 심각성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도 멸망하는 순간까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더라는 것이다. 지금도 전 세계 상위 10%가 온실가스 50%를 배출하고 하위 50%는 10%만을 배출한다.

우리에게는 주어진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부터 우리가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도로 막기 위해서는 매년 배출량을 18%씩 감소시켜야 한다. 이 정도 수준의 배출량 감소는 우리나라가 1998년 IMF 사태를 겪을 때의 수준이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전 세계가 우리나라 외환위기 시절의 경제적 충격을 감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 세계가 전시체제에 버금가는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 이 체제를 10년 정도 견뎌낸다면, 우리는 1.5도 상승을 막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상황을 보건대 1.5도 상승을 거의 막지 못할 성싶다.

기후위기의 직접적 피해자 미래 세대의 분노, 대응 전략 찾아야
미래 세대의 분노는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9월 전 세계적으로 일주일간 기후 파업 주간이 선포됐다. 전 세계에서 140만 명 정도가 거리에 나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라는 목소리를 냈다. 그중 청소년이 100만 명이었다. 스웨덴의 어린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중심으로 청소년의 분노가 눈에 띄었다. 지금 태어나는 어린 세대는 이미 배출할 온실가스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세대가 성장을 위해 무분별하게 배출한 온실가스가 미래 세대의 미래를 빼앗고 있다. 미래 세대는 이에 기성세대의 책임을 요구한다.

기후위기를 막을 대응책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조천호 교수는 “기후위기는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스톡홀름복원력센터(the Stockholm Resilience Centre)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지구위험한계’ 9가지를 발표했다. 기후변화, 화학오염, 성층권오존층파괴, 미세먼지, 해양산성화, 질소와 인의 과잉 공급, 민물이용, 토지 이용변화, 생물 다양성 감소 등으로 구성됐다. 이 9가지는 독립된 변수가 아니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연관된 요소들이다. 지구위험한계를 넘어서면 처음에는 불확실영역에 들어서고, 다음 단계로는 고위험영역에 이른다. 고위험 영역에서는 작은 충격으로도 전체 균형이 무너지고 원상태로 회복되지 않는 파국적 현상이 일어난다.

유엔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과 함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발표했다. 지속가능발전목표는 17가지로 경제, 사회, 환경적 요소가 지속가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 중 13번째 목표가 기후위기 대응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경제 성장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고, 이에 걸맞은 사회 시스템을 만들고 지구를 착취했다. 지금과 같은 삶의 방식은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지 못한다. 조천호 교수는 “이제는 지구 안전을 최우선으로 놓는 대변혁을 이뤄내는 시스템에서만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조천호 교수는 5가지의 ‘대변혁 정책’을 소개했다. 향후 발표될 보고서의 초안으로 볼 수 있다. △ 2020년부터 10년마다 세계 총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생 에너지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 2050년에 예상되는 인구 약 100억 명에게 식량을 공급하려면 기존 식량 생산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하며 식량 생산성을 매년 1%씩 높여야 한다 △ 가난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처럼 매우 빠르게 발전한 개발도상국이 기아와 빈곤에서 벗어났을 당시와 같은 경제 성장 모델을 따라야 한다 △ 전 세계 가장 부유한 10%의 사람들이 전체 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해서 불평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 과도한 부의 재분배와 지역적인 공정성(equity)을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 △ 세계 인구를 안정시키기 위해 교육, 양성평등, 의료와 가족계획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 가 바로 그것.

조 교수는 “이런 5가지 정책을 잘 수행하면 지구가 지속가능하고, 우리 사회도 더 나아질 수 있다”라며 “기후위기를 불안의 요소가 아니라 더 나은 사회로 갈 계기로 삼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희가 만들 기후 아젠다는 오늘 발표한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될 것이며 구성원의 능력을 모아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향후 발표될 ‘기후재앙에 대한 경희 정책 보고서’(가칭)의 초안이 될 내용이 발표되기도 했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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