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주메뉴 바로가기

경희대학교 로고 이미지 입니다. 경희대학교 로고 이미지 입니다.

대학생활

Focus

“현실을 딛고 변신적 변화(Metamorphosis) 이뤄내자”

2025-09-10 교류/실천

경희학원은 지난 8월 27일(수)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을 주제로 고황연찬회(대학)를 열었다. 이번 연찬회는 급변하는 문명 전환기에 주어진 대학 혁신 방향을 모색했다. 교육·연구·실천의 탁월성과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 구현을 위한 기관 경영 및 행정 기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 주제로 2025년 8월 고황연찬회(대학)
조인원 이사장, 미래지향의 Global Eminence 구현할 대학 행정의 길 제시
“변혁과 창조의 경희 전통 위에, 전환 시대 헤쳐갈 새 물결 함께 만들자”


학교법인 경희학원은 지난 8월 27일(수) 서울캠퍼스 청운관에서 ‘전환 시대의 기관 행정’을 주제로 고황연찬회(대학)를 열었다. 이번 연찬회는 급변하는 문명 전환기에 주어진 대학 혁신 방향을 모색했다. 교육·연구·실천의 탁월성과 지구적 존엄(Global Eminence) 구현을 위한 기관 경영 및 행정 기조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을 비롯해 법인 관계자, 대학 주요 보직자 및 행정 중간관리자가 참석했다.

경희학원은 경희의 설립정신과 역사·전통을 바탕으로 탁월한 현장 경영 리더십과 전문성 강화를 위해 고황연찬회를 개최하고 있다. 이번 연찬회는 경희의 가치와 철학에 관한 발표, 대학 기관 경영에 관한 발표, 인공지능 전환(AI/AX)의 전략적 방향 특강, 신임 교무위원 임명장 수여식, 이사장 인사말 순서로 진행됐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사상과 실천 지향해 온 경희
조인원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경희의 전통과 메타모포시스(Metamorphosis) -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시대는 대단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러 위기와 기회가 중층적으로 교차하는 지금 시점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메타모포시스’가 아닌가 한다. 이것은 경희가 오랜 기간 추구한 화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메타모포시스는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과 같은 탈바꿈을 뜻하며, 사회나 기관의 변신적 변화를 상징하는 말이다.

한국전쟁 중에 태동한 경희는 시대와 역사를 성찰하면서 이념과 체제의 경계를 넘어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계의 길을 모색했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1951년 5월 18일 탈고해 6월 30일 피란지 대구에서 펴낸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에 그 방향성이 담겨 있다. 이는 경희 정신의 토대가 됐다. 그해 8월 피란처 부산 동광동 캠퍼스 시대를 열면서 발표한 교훈 ‘학원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 생활의 민주화’와 1954년 서울 환도를 앞두고 1953년 말 착공한 본관 석조전 중앙 현관 입구에 새긴 ‘학문과 양심의 자유’ 역시 경희가 추구하는 지향을 잘 나타낸다.

조 이사장은 “경희는 이념적 대립에서 시작된 전쟁 중에, 그리고 휴전 직후에 ‘사상의 민주화’,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말했다. 당시 경직된 시대 상황을 고려하면 위험한 표현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길을 천명한 것은 자유롭게 학문하고 사유하는 일, 사상과 학문, 양심의 자기 조직적 이치를 이해하고, 성찰적 자유와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시대와 공유한 것이다. 인간의 인간다움을 추구하는 참된 학술기관의 길을 얼마나 갈구했는지 엿볼 수 있다. 경희가 제시한 ‘문화세계의 창조’는 인간의 인간적 사유와 사상의 길, 가치와 양심의 자기 조직적 속성을 중심에 둔 문명사적 전환의 기획이었다. 주어진 현실 너머 존재하는 변신적 변화를 기하려는 도전적 시도였고, 이념 대결을 초월한 ‘제3의 길’이었다. 지난 세기말부터 논의되기 시작한 ‘제3의 길’보다 앞서, 경희는 인간과 공동체의 자기 조직적 포용의 가치와 양심, 이에 따른 공적 책임 의식을 근간으로 문명사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다”며 경희 정신의 연원과 가치에 대한 이해(理解)를 전했다.

이어 조 이사장은 “그런 이해에 근거한다면, 이 정신은 지금도 이어진다. 경희는 공동체적 책임을 전제로 한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 공적 실천을 지향하며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간다.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전환기를 맞은 지금, 경희의 전통은 오늘의 시대가 요청하는 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도래할 미래의 요청과 미래세대의 필요에 맞게 그 정신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의 문제”라며, “경희학원의 유아교육, 초·중등교육, 고등교육 기관까지 이 문제를 다시 한번 성찰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것이 아주 큰 전환의 시대를 맞아 시대의 새로운 물결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공동의 과제가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전례 없는 위기이자 천재일우의 기회
조 이사장은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이 시대가 겪고 있는 난제들이 진퇴양난(進退兩難)이라고 말해왔다. 과학기술의 급진적 발전과 산업문명 확산은 유례없는 삶의 편익을 가져왔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구상 거의 모든 존재의 운명을 가를 실존적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우리가 직접 체감하는 현실의 변화는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라는 대단히 무겁고 버거운 선택지를 우리에게 남겨줬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초과한 첫해였다고 발표했다.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은 1.55도 상승해, 이 해를 포함한 최근 10년이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운 시기로 기록됐다. 지난해 지구 평균 온도가 기후 임계점을 넘어선 데 이어, 올여름 역대급 폭염 소식이 전 세계 곳곳에서 들려왔다. 수많은 사망자 발생, 가축 집단 폐사, 농작물 생산량 감소 등의 소식이 잇따랐다. 나날이 악화하는 기후 위기로 생명의 기반이 흔들리고, 국제정세의 대혼란으로 시대의 난맥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조 이사장은 “인간의 실존이 위협받는 세계의 현실이 교육·학술·연구기관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인공지능(AI), 퀀텀 컴퓨터와 같은 과학기술의 눈부신 발전이 시대의 난맥상을 풀어낼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AI와 머지않은 미래에 도래할지 모를 ASI(Artificial Super-Intelligence), 퀀텀 컴퓨터 시대는 식량과 물 부족, 기아와 빈곤, 기후·환경·생태 문제, 난치병 문제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나아가 우주 기원과 인류 진화, 미래 예측과 같은 난해한 문제를 해결해 가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오남용 문제를 극복한다면, 전례 없던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래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Michio Kaku) 박사는 2023년 저서 『양자 컴퓨터의 미래(Quantum Supremacy)』 발표 이후, 여러 강연을 통해 “양자 컴퓨터는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다. 에너지, 의학, 농업 등 전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자 컴퓨터가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이끌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분자 단위의 질병 모델링을 가능케 해 암·치매 등 난치병 극복의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고부가가치 물질 전환과 인공 광합성 기술 개발에 돌파구를 제시해, 기후와 식량 문제 해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이사장은 “AI와 퀀텀 컴퓨터의 미래는 아직 미지(未知, Unknown Unknowns)의 영역이다.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그 미래를 온전히 알지 못한 상황에서 그 후 시대를 가늠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미래의 혼란을 가중하는 또 다른 현실의 가능성을 소개했다. 시공간 조작 기술 개발 가능성 발언과 미확인 이상 현상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에 관한 사건이다. 2025년 4월,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인 마이클 크래시오스는 텍사스 오스틴에서 행한 연설에서 “Our technologies permit us to manipulate time and space. They leave distance annihilated···”라고 말했다. 기술의 파급력과 변혁 가능성을 시사했다. ‘우리 기술은 시간과 공간 조작을 가능하게 하며, 거리를 없애기도 한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또 다른 맥락이지만, 지난 2023년과 2024년 미국 의회에서 열린 UAP 청문회에서는 전직 펜타곤 내 UAP 조사 책임자와 공군 정보기관 인사, 퇴역 해군 장성 등이 ‘우리는 우주에 홀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증언과 함께, ‘외계 지적 존재(NHI, Non-Human Intelligence)의 것으로 추정되는 추락한 우주선 회수가 있었다.’ ’그 안에는 인간 아닌 생물체(Non-Human Biologics)도 있었다’ ‘UAP는 지상뿐 아니라 해저에서도 목격된다’는 요지의 보고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조 이사장은 “지난 몇 년 이야기를 나눠온 시대의 난제 기후, 핵, UAP를 종합적으로 살피면 지금은 전례 없는 위기다. 그러나 깊어지는 위기는 또 다른 사유와 실천의 지평을 연다는 측면에서 새로운 기회일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새롭게 떠오른 AI와 퀀텀 컴퓨터는 잘만 사용하면 새로운 기회, 천재일우의 기회(Golden Opportunity)일 수 있다. 시대의 난맥상에 얽혀 있는 복잡한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역사의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 모른다. 미래는 결국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인간의 선택이다. 어떤 현실 인식을 가질 것인가. 어떤 의식과 가치를 지향하면서 문명의 미래를 열 것인가. 미래는 그런 고민과 선택, 공적 실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학술과 교육, 실천 기관인 경희가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행보를 이어갔으면 한다. 자리를 함께한 여러분이 소속된 부서, 단과대학(원), 캠퍼스를 초월해 시대가 요청하는 당위적 과제를 풀어가야 할 책임과 소명 의식을 가져주길 바란다. 지혜를 모아 미래를 앞서 준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세계 명문의 길에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의 긍지’다. 긍지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Excellence)이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 사회가 희망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여는 일이다. 대학이 우리 모두의 보편 가치인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 노력과 성취를 이뤄내는가의 문제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경희가 오랜 세월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 Towards Global Eminence’를 지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명문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향한 공적 책무, Global Eminence 구현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의 사회로 조 이사장과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지 부총장은 “이사장님 말씀처럼 지금은 위기지만,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경희의 오랜 꿈인 ‘세계적인 명문 대학’으로 도약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 하는 골든 타임이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과 방향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관한 조언을 요청했다.

조 이사장은 “우리 모두의 꿈은 설립자의 1954년 학장 취임식 연설에 잘 드러나 있다. 그때는 휴전 직후로, 온 국토가 폐허였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024년 3만 6,000여 달러의 약 5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70달러가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희는 절망의 시대에도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세계 제일의 대학’을 꿈꿨다. 미래를 향한 원대한 비전을 세웠고, 그 정신을 바탕으로 한 길을 걸어왔다.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실천을 실현하는 고유한 지성의 전통을 세워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계 명문으로 가는 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나눴다. “세계 명문의 길에 중요한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의 긍지’다. 긍지를 만들어내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Excellence)이다. 학계와 사회가 인정하고 필요로 하는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 그런 대학은 이미 우리나라에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많다. 우리도 물론 그중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 사회가 희망하고 갈망하는 미래를 여는 일이다. 그 길은 교육과 연구일 수도, 혹은 공적 실천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대학이 우리 모두의 보편 가치인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창의적 노력과 성취를 이뤄내는가의 문제다”라고 방향을 제시했다.

덧붙여 “최근 영국의 한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은 2019년부터 이런 기여도를 대학평가에 처음 반영하기 시작했다. 매우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바람직한 일이다. 경희는 세계 상위, 국내 최정상에 올랐다. 올해도 그 전통은 이어졌다. 국제사회 위상은 더 올랐다. 경희인 모두와 행정에 참여하는 여러분이 함께 이뤄낸 성취다. 이 사례는 경희의 전통과 지속 가능한 인류의 미래,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우리가 어떤 역할과 책임을 앞으로 더 해야 하는지 다시금 말해 준다. 대학이 추구해야 할 교육, 연구, 실천의 탁월성은 단순한 경쟁력이나 배타적 쟁취와는 사뭇 다르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책임감에서 비롯된다. 경희가 오랜 세월 ‘학문과 평화의 지구적 존엄, Towards Global Eminence’를 지향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할 때, 진정한 의미의 명문의 길이 열릴 것이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현실 직시하면서 시대와 미래 나아갈 길 제시하는 기관 행정
지 부총장은 “교육과 연구, 실천의 탁월성을 통해 지구적 존엄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는 소회와 함께 질문을 이어갔다. “혁신의 한 방법으로 거버넌스 개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사장님께서는 총장 재임 시절인 2009년, 단과대학(원)의 자율 운영을 도입하셨다. 당시 ‘42명의 총장이 경희를 이끌어갑니다’라는 문구가 언론에 보도된 후, 외부에서 많은 문의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혁신적인 거버넌스 개편이었다. 2018년에도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하셨다. 행정과 거버넌스 혁신 측면에서 이사장님께서 오랜 대학 경영 경험을 통해 터득하신 지혜와 통찰을 듣고 싶다”고 질문했다.

조 이사장은 “앞서 언급한 ‘자유’가 ‘책임’을 전제하듯이, ‘자율’ 또한 책임과 분리될 수 없다. 그동안 여러 자리에서 전해온 바와 같이, 기관에서 직책을 맡는다는 것은 곧 그 기관의 소임(Mission)과 핵심 가치(Core Values)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야 할 책임, 현실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야 할 책임, 미래를 선도해야 할 책임, 차기 기관 행정 리더십에 더욱 훌륭한 결과를 남겨줘야 할 책임이 보직자에게 주어진다. 이는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 동시에, 그 자유를 더 큰 공동체의 미래로 연결해야 하는 책무이기도 하다. 과거의 성취를 단순히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넘어서는 성취를 만들어내는 일. 그것이 보직자와 행정인의 소임이자 보람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밝히며, 미래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그는 “다가올 미래에 대응한다는 것은 분명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교시와 함께, 설득력 있는 미래 구상을 만들어야 한다. 경희가 추구해 온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명문’의 길은 경희의 미래이자, 국내외 대학 사회의 미래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얼마나 성공적으로 가꿔 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대학이 사회와 국제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클 것이다. 이는 과거 지성인 집단을 대표하던 대학 본연의 역할과 책무를 되찾는 일이기도 하다. 산업화 물결 속에서 성장과 발전, 실리와 실용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대학의 역할이 크게 위축됐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면서 대응하되, 그것에 파묻혀서는 안 될 것이다. 이를 넘어서야 한다. 시대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기관 행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학인인 우리 스스로가 물어야 한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고,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위해 어떤 활로를 열어갈 것인가?’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이 일상 업무를 수행해 갈 때 늘 자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노력을 기울이는 일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행정과 거버넌스에 관한 질문에 “경희의 역사와 전통 위에서 어떤 관점을 갖고 현실과 미래를 조망할 것인가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전일적 관점에서 행정을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그는 다음과 같은 조언과 당부를 전했다.

“총장 재임 시절인 2018년,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해 보고해 달라는 이사회의 주문이 있었다. 그때 미래대학 거버넌스를 준비했다. 최근에도 해외 대학 거버넌스를 다시 한번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하버드대 역대 총장 평균 재임 기간은 20년이다. 주요 사립대 보직자 평균 재임 기간은 10년 정도다. 이들 대학은 기관장이나 주요 보직자를 영입하기 위해 탁월한 연륜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자 물색과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에 짧게는 6개월에서 1년, 길게는 2년 이상 공을 들인다. 한국 대학의 경우, 보직자 재임 기간은 매우 짧은 편이다. 빠르게 순환되면서 전문성이 쌓일 틈이 없다. 외부에서 오랜 기간 훌륭한 성취를 거둔 인사를 후보자군에 올려놓고 심도 있는 검증을 거듭하는 문화도 아직은 별로 없다. 대학 발전을 위해 보직자의 전문성과 미래지향의 실천 역량을 쌓아가고 점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급변하는 전환 문명 시대에 필요한 일 중 하나가 대학뿐 아니라 시대와 문명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변화를 선도하는 창의적 전문성이다. 대학의 미래를 구성하는 중심축 중 하나가 안정성, 역동성, 미래 지향성을 견인해 내는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이터 분석과 해석, 미래 예찰, 기관 행정의 통합적·전일적 이해를 바탕으로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 탁월한 대학 행정 문화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이 필요하다.”

나형민 미술대학장은 “이제 새롭게 2학기를 시작하게 된다. 대학 구성원의 메타모포시스, 변혁과 창조를 위해 대학 행정가인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조 이사장은 “구성원이 큰 긍지와 포부를 느끼고 구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대학 현장 일선에서 경희인의 긍지와 포부의 조건을 제공하는 대학 행정을 강화해야 할 중책을 맡고 계신다. 경희의 전통은 항상 메타모포시스, 문명사적 변혁과 창조의 사명을 품어 왔다. 메타모포시스라는 말은 ‘넘어섬’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형태, 모습’을 뜻하는 모포시스(morphosis)가 결합한 말이다. 외형상 변화만이 아니다. 원형(原型)과 모체(母體)를 기반으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여는 전환을 의미한다. 생성적 현실과 미래, 온전함을 향한 변화와 창조의 도전 의지를 뜻한다. 경희의 역사와 전통은 그런 꿈을 키워왔다. 전쟁 직후 폐허 속에서 인간의 인간적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지향했던 설립 정신, 동서양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대학을 향한 도전 의식은 현실 너머 존재하는 새로운 삶과 문명의 질서, 학문과 실천의 미래를 선도적으로 구성해 보자는 의지 표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리가 지향하는 메타모포시스 또한 그런 정신에 기반한다. 시대의 흐름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다. 대학다운 대학의 미래, 새로운 문명의 미래를 창조하는 전환적 행정 역량을 함께 키워가자는 말이다. 두 가지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구성원, 특히 미래세대가 소망하는 미래를 위해 기성 관행을 넘어서고, 경희인의 바람과 소망이 더 큰 결실을 볼 수 있도록 행정 내용과 면모를 새롭게 하는 일이다. 대학 행정에 참여하는 모든 분의 그런 마음 자세와 노력이 구성원 복지와 생활 만족도는 물론, 경희인의 긍지와 포부의 조건을 마련하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점을 염두에 두면서 기관 경영의 중심축인 ‘가치’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시설·인프라’ 면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라는 마음을 전했다.


경희학원은 대학 리더십이 추구하는 비약적인 도약,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디딤돌의 하나로 행정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문명사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행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미래를 전일적으로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인은 이번 연찬회에서 AI 혁명과 활용에 관한 전문가 특강을 마련했다.

“아포리아를 넘어서는 의식의 메타모포시스가 필요하다”
첫 번째 주제 발표는 ‘경희 전통과 Metamorphosis(변신적 변이)’였다. 발표를 맡은 신진숙 미래문명원 부원장은 “우리가 직면한 현실은 기존의 해법이나 익숙한 사고로는 풀리지 않는 난제의 총체다. 단순한 적응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우리가 요청받는 것은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변신적 변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간 의식 그 자체의 변신이다. 혼돈 속에서 새로운 의식의 길을 열어야만 우리는 이 아포리아(Aporia)를 넘어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포리아는 고대 그리스어로 막다른 길, 해답 없음을 뜻한다.

경희는 이미 아포리아를 넘어선 경험이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 경희학원 설립자는 ‘문화세계의 창조’를 경희의 정신으로 선언했다. 그 선언에는 전일적 사유와 전승화(全乘和) 철학이 깔려 있었다. 전승화 철학의 핵심은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 ‘어떤 것도 고립되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유 체계다. 신 부원장은 “오늘의 인류가 던지는 질문도 바로 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하나의 생명적 사건, 그 얽힘 속에 있다. 타자에 대한 돌봄이 사라진 시대에는 희망이 존재할 수 없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분리된 시간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혀 있다. 오늘 우리가 내리는 작은 선택 하나, 작은 실천 하나가 결국 우주의 질서를 흔들고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맥락에서 전승화는 문명사적 의미를 부여받는다. 근대 문명은 인간과 자연, 주체와 객체, 동양과 서양을 분절해 왔다. 전승화는 이러한 분절적 사고를 넘어 통합적이고 전일적인 문명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이는 미래 문명을 재설계하기 위한 구체적인 사유의 토대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로 김현 사무총장이 ‘전환 시대의 기관 경영’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법인의 역할은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을 바탕으로 학원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발전시키는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에 설립 정신이 갖는 의미를 파악하고 재해석하는 한편, 이를 학원 내부의 소통은 물론 대외 교류협력을 통해 국내외 사회와 공유하는 것도 법인의 역할이다. 법인은 산하 기관인 대학,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등 10개 기관의 경영을 대표하는 법적 책무도 지닌다. 이를 위해 법인 이사회는 산하 기관의 경영에 관한 중요사항을 심의해 결정한다.

이사회는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 전통과 함께 전환 시대가 요청하는 고등교육·학술 기관의 새로운 가치 구현을 포함해 △위상 △인사 △재정 △글로벌·공공 협력 △Space21 후속 사업 △거버넌스 △구성원 소통 △경희학원 이사회 협력과 관련해 도전 과제를 권고한 바 있다. 대학은 이에 기반해 경영 목표를 수립한 후, 법인과의 소통을 통해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은 올해 THE(The Times Higher Education) 대학 영향력 평가 세계 19위·세계 사립대학 1위에 올랐다.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 성과평가에서 최고 등급(S등급)을 획득하는 성취도 거뒀다. 석학 초빙 제도인 ES·IS(Eminent Scholar·International Scholar)를 활용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노보 셀로프 교수와 세계 석학인 하버드대 김필립 교수를 영입해 출범한 양자물질연구센터는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대학기초연구소 지원 사업(G-LAMP 사업)의 천체·입자·우주과학 분야에 선정되면서 전환 시대를 선도하는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성과에 대해 법인은 “대학의 교육 및 연구 전략 방향에 부합하는 부단한 노력의 결실이었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난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더 큰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행정 시스템 혁신·전일적으로 미래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AI 활용
경희학원은 대학 리더십이 추구하는 비약적인 도약, 퀀텀 리프(Quantum Leap)를 위한 디딤돌의 하나로 행정에 AI 기술을 적극 도입할 것을 제안했다. 문명사적 전환의 흐름 속에서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행정 시스템을 혁신하고 미래를 전일적으로 예찰하면서 헤쳐 나가는 핵심 동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법인은 이번 연찬회에서 AI 혁명과 활용에 관한 전문가 특강을 마련했다. 주영섭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위원장을 초청해 ‘대전환 시대의 패러다임 혁명과 AI/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인공지능 전환) 전략적 방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주 위원장은 “우리가 마주한 환경의 문제, 사회의 문제, 문명의 문제 모두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AI를 활용해야 한다. AI 대전환을 통해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자는 것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패러다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혁신도 기술 자체가 아니라 목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관점이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미션과 업을 재정의하면서 혁신하고 있다. 한 예로 윈도우, 소프트웨어 자체에만 집중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을 기점으로 혁신했다. 새로운 CEO로 임명된 사티아 나델라(현재는 MS 이사회 의장)는 ‘가치 중심’으로 미션을 새로 수립하고, 직원들의 마인드셋 자체를 바꿔 취임 10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자 AI 분야의 선두주자로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도입과 이를 활용해 조직 전체를 혁신하는 AX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강조하면서 “AI를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대학도 AI를 활용해 역할과 기능을 대폭 향상할 수 있다. 인류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는 지금은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모든 기관이 나서서 지적·물리적 역량 등 가능한 모든 역량을 AI를 통해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때 중요한 점은 ‘AI를 쓰는 목적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라고 밝힌 주 위원장은 “이 부분은 인간과 세상, 세계를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해야 한다. 따라서 대학이 중심이 돼야 한다. AI를 써서 무엇을 달성하려고 하는지를 바탕으로 컨센서스(Consensus)를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이 나올 수 있다. 대학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AX는 이제 시작점에 있다. 모든 대학이 같은 출발선에 있다. 지금이 경희대가 새로운 지평을 열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특강을 마쳤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물속 독성물질, 차세대 촉매로 분해한다

      2025-07-16

      More
    • 생체막 없이 세포 기능하는 인공 세포 구조 개발

      2025-08-06

      More
  • 멀티미디어

    • “세상의 빛이 되길”

      2025-08-22

      More
    • 2025년의 여름

      2025-08-22

      More
  • 신간 안내

    • 인간의 가치 탐색

      2025-09-01

      More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인간의 가치 탐색 “인간은 무엇인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 인간과 세계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인간의 가치 탐색’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지음 188×254 | 600쪽 | 무선 30,000원 | 2025년 9월 1일 ISBN 978-89-8222-804-9 (03300)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인류가 수천 년 전부터 던져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 답을 찾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가 펴낸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한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 사회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스스로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은 바로 그 힘,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해답을 발견하고, 발명해가는 인간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출판사 리뷰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대와 문명을 초월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던져온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그러나 그 답을 찾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았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가 펴낸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이 오래된 질문에 대한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한다. 문명을 만들고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인간 역사의 오류를 수정하며 세계를 변화시켜가는 인간 ‘후마니타스(HUMANITAS)’ 이 책은 인간을 단순히 태어나고 죽는 생명체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인간은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탐구자, 끊임없이 자신과 삶을 만들어가는 발명자라는 점에 초점을 맞춘다. 문제 앞에서 단순히 해답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해답을 발명하고, 때로는 과감히 혁신하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인간 이해를 위한 ‘세 가지 열쇠’를 제시한다. 첫째, ‘인간은 자기 자신을 발명하는 존재’다. 인간은 성장과 변모를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인간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탐구자이자 자기 발명자다. 둘째, ‘인간은 해답을 발명하는 존재’다. 인간은 문제 앞에서 기존의 답을 외우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해법을 창안한다. 공자, 예수, 칸트가 남긴 말 역시 “타인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공통 문제에 대한 서로 다른 시대의 해답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언어를 단순히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질문과 문제에 대한 응답이었는지를 파악하고, “그 해답이 지금도 유효한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 셋째, ‘인간은 자기 삶을 만들고 발명하는 존재’다. 모든 생명체가 태어나 살다가 죽지만, 인간은 삶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자기 삶에 책임을 지는 점에서 특별하다. 볼테르의 묘비명, 이오덕의 소박한 무덤, 사마천의 “태산보다 무겁고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은 모두 “어떻게 살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이었다. 이렇듯 인간은 삶에 의미와 목적을 부여하며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다. 요컨대 『인간의 가치 탐색』은 인간을 “자기 삶과 해답의 발명자”로 바라보며, 인간이 문명을 전개해오는 과정에서 추구하고 탐색해온 가치들을 추적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인간형 ‘후마니타스(humanitas)’는 문명을 만들고 문명에 참여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인간, 문명을 성찰하고 문명의 잘못된 궤도를 수정함으로써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보려는 인간을 말한다. 그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응답할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온 자다. 문명의 아침이 열린 이후 지금까지 인간이 전개해온 그 모색의 긴 과정이 ‘가치 추구와 탐색의 여정’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을 통해 독자는 오랜 서사의 중요한 순간과 장면들을 만나고, 인간의 사랑과 욕망과 행동의 동기들을, 그의 꿈과 희망의 목표 지점을 이해할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총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판단과 선택, 사랑과 우정, 욕망과 행복, 개인과 공동체, 나와 타자, 공감과 관용 등 인간 삶의 본질적 주제를 다룬다. 각 장에는 동서양의 고전에서 발췌한 텍스트가 실려 있으며, 이는 단순한 과거의 문헌이 아니라 오늘을 향한 생생한 메시지로 제시된다. 저자는 고전 읽기를 “대화”로 규정하며, 고전이 독자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상상력을 자극해 삶을 다시 발명하도록 이끈다고 강조한다. 공자나 예수, 칸트의 말이 오늘날에도 힘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시대를 넘어 오늘 우리의 질문에 응답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위기, 사회 불평등, 민주주의의 위기, 공동체의 붕괴와 같은 근본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정보가 아니라,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스스로 해답을 만들어내는 힘이다. 『인간의 가치 탐색』은 바로 그 힘,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새로운 해답을 발견하고, 발명해가는 인간의 능력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나는 이 지상에 왜 없지 않고 있는가? 나는 왜 사는가?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은 무엇이며 누가 주는 것인가? 나는 왜 이것은 좋아하고 저것은 싫어하는가? 나는 왜 친구들을 사랑하고 또 증오하는가? 나를 좌절시키는 것은 무엇이며 그 좌절을 이겨낼 힘을 어디서 얻을 수 있는가? 나는 도대체 누구이며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나’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서 어떻게 형성되는가?” (<책머리에> 중에서) 『인간의 가치 탐색』은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이런 근본적 물음에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돕는다. 인간은 질문하는 순간 탐구자가 되고, 성찰하는 순간 자기 삶의 발명자가 된다. 인간을 이해하는 과정은 곧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찰하며 자기 삶을 빚어가는 과정과 같다. 이 책은 그 길을 비추는 성실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차례 책머리에 … 4 CHAPTER 1 호모 에로티쿠스―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1. 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 버트런드 러셀 … 20 2. 에로스의 기원과 성질 • 플라톤 … 22 3. 필리아(philia): 우애에 대하여 • 아리스토텔레스 … 34 4. 인(仁)이란 무엇인가 • 배병삼 … 40 5. 공감하는 유전자 • 요아힘 바우어 … 52 6. 에로스와 문명 • 지그문트 프로이트 … 58 7. 사랑의 기술 • 에리히 프롬 … 66 8. 남녀의 짝짓기 전략 • 전중환 … 76 9. 세 가지 사랑 이야기 • 오비디우스 … 84 10. 지독한 우정 • 공선옥 … 102 한 조선 여인의 편지 … 50 그때 • 허수경 … 83 CHAPTER 2 소유와 행복의 역설―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1.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 • 헤로도토스 … 116 2.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 로버트 스키델스키/에드워드 스키델스키 … 124 3. 부르주아 사회에서 화폐의 힘 • 카를 마르크스 … 136 4. 현대 문화에서의 돈 • 게오르크 짐멜 … 140 5.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 행복이란 무엇인가 • 아리스토텔레스 … 150 6.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 파스칼 브뤼크네르 … 164 7. 이기적 인간을 위한 변명 • 양주 … 170 8. 행복한 자아를 팝니다 • 에바 일루즈/에드가르 카바나스 … 180 9. 우리는 소비를 통해 무엇을 얻는가 • 장 보드리야르 … 194 10. 보석 • 기 드 모파상 … 208 유용(有用)과 무용(無用)의 사이에서 • 장자 … 158 수바 비구니와 난봉꾼 • 『쿳다까 니까야』의 「테리가타」 … 204 기다리는 사람 • 최지인 … 163 이력서 쓰기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 203 CHAPTER 3 자유를 향한 몸짓―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는가 1.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 • 넬슨 만델라 … 216 2. 개인의 탄생 • 로베르 르그로 … 226 3. 자연적 자유에서 정치적 자유로 • 존 로크/장자크 루소/토머스 홉스 … 232 4. 자유론 • 존 스튜어트 밀 … 240 5. 소요유(逍遙遊) • 장자 … 246 6. 군중심리 • 귀스타브 르 봉 … 252 7. 두 가지 자유 • 이사야 벌린 … 264 8. 자본주의와 자유 • 밀턴 프리드먼 … 272 9. 신자유주의와 자유의 위기 • 한병철 … 282 10. 지속 불가능한 자유주의 • 패트릭 드닌 … 290 11. 나는 편의점에 간다 • 김애란 … 300 문화 산업을 통한 대중의 획일화 •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 … 258 슬픔이 없는 십오 초 • 심보선 … 299 CHAPTER 4 불환빈 환불균 (不患貧 患不均)―고르지 못한 세상, 어떻게 대응할까 1. 천도(天道)는 있는가 • 사마천 … 314 2. 정언명령 • 이마누엘 칸트 … 322 3. 공리의 원칙에 대하여 • 제러미 벤담 … 330 4. 도덕은 동감에서 나온다: 도덕감정론 • 애덤 스미스 … 334 5. 인간이 인간인 이유: 맹자의 정의론 • 배병삼 … 344 6. 차별 없는 사랑, 겸애 • 묵적 … 358 7. 악의 평범성: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 366 8. 도덕적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 • 로랑 베그 … 372 9. 수치 • 프리모 레비 … 380 10. 전태일 평전: 바보회의 사상 • 조영래 … 390 11. 안티고네 • 소포클레스 … 400 12. 불평등의 대가: 분열된 사회는 위험하다 • 조지프 스티글리츠 … 422 13. 변명 • 이병주 … 432 기게스의 반지 • 플라톤 … 318 나는 걷는다 • 이문재 … 329 어떤 관료 • 김남주 … 343 CHAPTER 5 환대의 식탁―타인은 내게 누구인가 1. 누가 이웃인가 • 루가의 복음서 … 450 2.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기 어려운가 • 지그문트 프로이트 … 452 3. 만물은 서로 돕는다: 상호부조론 • 표트르 크로포트킨 … 464 4. 재난 속에 피어난 공동체 • 레베카 솔닛 … 470 5. 협력의 진화 • 리처드 도킨스 … 480 6. 공동체를 지탱하는 사회자본 • 로버트 퍼트넘 … 490 7. 대동서(大同書) • 캉유웨이 … 498 8. 대도시와 정신적 삶 • 게오르크 짐멜 … 510 9. 우정의 조건 • 김현경 … 520 10. 에밀리에게 바치는 한 송이 장이 • 윌리엄 포크너 … 534 얼굴 • 에마뉘엘 레비나스 … 460 공동체에 대한 헌신 • 페리클레스 … 486 영원한 평화를 위한 세 번째 확정 조항 • 이마누엘 칸트 … 530 있다 • 진은영 … 459 방문객 • 정현종 … 529 업힌 • 안희연 … 533 CHAPTER 6 호모 프로스펙투스―더 나은 삶을 향한 꿈 1. 인공 지능의 타자로서의 인간 •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 … 546 2. 상호의존의 정치학: 돌봄민주국가 • 김희강 … 554 3. 모두를 위한 평등 • 김지혜 … 560 4. 지구의 파괴를 더 이상 성장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 마야 괴펠 … 570 5. 인기 있는 디지털 자아 • 라우라 비스뵈크 … 580 6.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 588 지은이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경희대학교에서는 교양교육을 혁신을 위해 2011년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했다. 후마니타스칼리지는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10대 교양 대학으로 뽑혀 국내외에서 교양교육의 새로운 모델로 인정받고 있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은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 양성이라는 목표를 지향하며, 이를 위해 중핵교과를 신설하고 시민교육과 사회봉사를 강화했고, 교양교육 내용을 전면 쇄신했다.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은 탐구 활동에 필요한 비판적 사고력, 합리적 설명의 능력인 과학적 사고, 공감의 공동체 가치를 인지하는 봉사정신, 지구사회의 공통문제를 풀 수 있는 세계시민적 역량과 사회적 소통을 촉진할 수 있는 문화적 능력의 함양을 지향하고 있다 · 고봉준(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_문명 전개의 지구적 문맥 편찬위원회 위원장)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 부산외국어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미적근대성 연구: 이상과 김수영 문학을 중심으로」로 박사학위를 받음. 200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문학평론 부문에 당선되어 등단. 고석규비평문학상, 젊은평론가상 수상. 저서로 『반대자의 윤리』, 『다른 목소리들』, 『모더니티의 이면』, 『유령들』 등이 있다. 책 속으로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삶을 사는 것인가? 이웃은 내게 누구이며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세상의 타자들과 내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어떻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내 식탁에 어떤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은가?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 정의와 연대할 수 있는가? 고르지 못한 세상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어찌할 것인가? 정의가 실종하고 정의롭지 못한 일들이 내 인생을 덮칠 때 나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명령과 복종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때 어찌할 것인가? 미칠 것인가, 도망칠 것인가, 저항할 것인가? 불의한 것에 굴복할 것인가? 국가는 내게 무엇이며 애국심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들은 사랑과 배반, 성공과 실패, 영광과 수치의 모든 순간에,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판단을 행사해야 하는 모든 순간에 우리가 만나게 될, 그리고 만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이다. 그것은 궁극적으로 삶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질문이며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본질적 질문이다. 이 책은 그 본질적 질문들을 만나고 그 질문의 도전에 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책머리에) -10쪽 “열네 살 때 나는 자살을 생각했다. 인생이 너무 따분하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그 따분한 인생을 앞으로 수십 년은 더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버트런드 러셀이 『자서전』 (1967~1969)에 써넣은 한 대목이다. 자살을 생각했던 아이는 자라서 한 시대를 대표하는 철학자, 옥스퍼드대학교 교수,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이끈 인권 운동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고 98세까지 살았다. 그가 말년에 돌아본 그의 일생은 열네 살 때 그를 따분하게 했던 그런 인생이 아니었다. 그의 삶을 이끈 뜨거운 열정과 그가 평생을 바쳐 추구한 가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의 글은 그가 자서전에 쓴 프롤로그다. (<내 인생의 세 가지 열정>) -20쪽 사랑이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사람들은 그것 때문에 기뻐하고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는가? 우리를 환희와 비탄,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가게 하는 것이 ‘사랑(에로스)’이라면 이는 도대체 사랑의 어떤 성질 때문인가? 에로스에 대해 최초의 철학적 탐구를 시도한 사람은 플라톤이다. 그의 대화록 『향연 (Symposium)』은 사랑/욕망이라는 문제를 다룬 강력한 텍스트이며 대학이 계승하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사랑과 욕망에 관한 후대의 저작들 가운데 『향연』의 통찰에 빚지지 않은 경우는 없다고 말해도 될 정도로 이 저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향연』은 어느 날 여섯 명의 아테네 지식인들이 모여 ‘에로스’에 관해 발언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두 편의 발제문이 수록되었다. 하나는 극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에로스론이고 다른 하나는 소크라테스의 에로스론이다. (<에로스의 기원과 성질>) -22쪽 근대 자본주의가 등장한 이후, 경제학이 인간의 삶을 ‘경제’의 이름으로 설명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좋은 삶’이라는 문제는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다. 좋은 삶 대신 ‘효율적인 삶’ 이 사람들의 관심사가 되고 ‘가치(values)’는 ‘효율(efficiency)’로 대체된다. 무엇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은 어느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 하는 질문으로 바뀌고 좋은 삶 대신 효율적인 삶이 추구되기 시작한다. 효율적인 삶에서는 “내 욕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것인가?”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질문이 되고 욕구 충족이 ‘삶의 목적’이 된다. 무엇이 문제인가? 경제학자들은 인간이 어떻게 욕구를 충족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만 말할 뿐 욕구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애써 침묵한다. ‘욕구’는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타인과의 비교에서 생겨나는 상대적인 것이므로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충족의 선을 그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충분한 정도’란 없기 때문이다. ‘충분’을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충분’을 추구함으로써 현대인의 삶은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워졌다. 이런 삶의 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인간의 삶다운 의미와 목적을 회복할 수 있을까? 스키델스키 부자가 저서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에서 모색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런 문제에 대한 해답이다. 경제학, 철학, 정치학을 두루 공부한 그들은 어떤 해답을 내놓고 있는가?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 -124쪽 현대사회에서 ‘행복’은 ‘의무’의 일종으로 간주된다. 행복이 각자의 의무로 간주되면서 행복을 획득하지 못한 사람은 무능하고 불행한 인간이 되고 만다. 그는 행복해야 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할 책임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불행감에 사로잡힌다. 자기가 무능한 인간이라 인식하는 순간 사람들은 그 무능력이 드러날까 두려워 행복한 척 연기하기도 한다. ‘건강’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현대인들은 먹는 즐거움을 잃어버리고 대신 건강을 위해 음식의 재료와 성분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현대사회는 사람들에게 건강을 ‘의무’로 부가하고 있다. 현대인은 행복 때문에 오히려 불행해져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브뤼크네르는 말한다. 행복을 좇는 일이 일종의 형벌이 되고 “나는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의 의무가 되어버렸다는 브뤼크네르의 진단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브뤼크네르가 현대인의 행복 추구 방식에서 진정으로 문제 삼고 싶어 하는 것은 무엇일까? 행복이 의무로 여겨질 때 발생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행복이라는 이름의 형벌>) -164쪽 신자유주의 이후에 우리는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더 자유로워졌을까?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불러온 변화를 이미 경험했고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정부들이 시장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실업과 비정규직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노동시장이 불안정해졌다. 친기업적 행보와 복지재정 축소는 불평등을 확대하고 서민들의 경제적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자유주의가 야기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시장가치 또는 시장원리가 우리 삶의 모든 영역으로 스며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무엇이든 돈이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에 살게 되었고,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이라는 시장적 가치가 개인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자본주의와 자유>) -272쪽 무엇이 정의인가? 『국가론』에서 트라시마쿠스는 “권력이 정의다”라고 나서고 소크라테스는 “변덕은 정의가 아니다”라며 정의의 불변 토대를 제시한다. 아리스토텔레스도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정의의 문제에 매달린다. 도스토옙스키 소설 『죄와 벌』에서는 세상의 불의 때문에 실성해버린 한 여자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라며 시장 바닥을 헤맨다. 그 미친 여자의 후예들은 지금도 소설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장을 열기 위해 선택된 글은 뜻밖에도 2천 년 전 역사가 사마천이 『사기』를 쓰면서 제기한 질문 — “하늘의 도리[天道]라는 것이 과연 있는가?”라는 물음이다. 오랜 기간 중국인의 세계관과 윤리, 인식론과 존재론의 토대가 되고 세상을 바르게 할 도덕적 질서와 정의의 기초이자 통치 권력의 근거로 여겨진 것이 천도다. 그 ‘천도’를 향해 사마천은 “이것이 천도란 말인가?”라고 묻고 있다. 『사기』 전편을 통틀어 이처럼 신랄하고 절절한 질문이 따로 없다. 그것은 고르지 못한 세상을 향한 사마천의 항의다. (<천도(天道)는 있는가>) -314~315쪽 여러분은 어떤 행동을 할 때 무엇을 가장 먼저 따지는가? 혹 그 행동이 선한지 악한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손해가 되는지를 먼저 따지지 않는가? 더 단순히 말하면 인간은 일단 괴롭고 힘든 일은 무조건 피하고 즐겁고 기쁜 일을 좇는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은가? 그것이 인간이 행복을 추구하는 본능적 방식 아닌가? 그렇다면 이 같은 행복 추구 본능에 따라서 선과 악을 판단할 수는 없는가? 어떤 행동의 ‘결과’가 나의 행복을 증진하고 더 나아가 다수의 행복을 증진한다면 그 행동은 옳은 것이 아닌가? 이처럼 현실적인 판단 기준을 두고 왜 우리는 그 이상의 도덕적 행동 기준을 생각해야 한단 말인가? (<공리의 원칙에 대하여> 해설 중에서) - 330쪽 「루가의 복음서」의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유대인의 이웃이 아닌 자가 유대인을 구출한 이야기다. (…) 이 이야기에 나오는 율법 교사(그는 말할 것도 없이 유대인이다)가 나사렛 예수에게 던지는 질문(“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은 일종의 도전이다. (…) “당신에게는 누가 이웃인가? 유대인 아닌 자가 당신의 이웃인가?”라고 도전적으로 묻고 있는 셈이다. 또 그 율법 교사에게 예수가 들려준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텍스트 배후에 이런 반격을 담고 있다. “유대인은 유대인을 돕지 않았다. 그를 도운 것은 사마리아인이다. 그렇다면 누가 유대인의 이웃이냐?” 종족, 지체, 신분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를 초대해서 한자리에 앉고자 했던 것이 나사렛 예수가 차려 보인 ‘환대의 식탁’이다. (<누가 이웃인가>) -450쪽 우리는 이웃을 사랑할 수 있는가?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은 나사렛 예수가 인류에게 준 가르침이지만 그 명령은 불가능하고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주문은 아닌가? 오히려 “네 이웃이 너를 사랑하는 만큼만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 않겠는가? (…) “네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라”는 명령에는 많은 이웃 가운데 ‘우리’의 범주 안에 들어오는 이웃만 이웃이라고 보는 시각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의 범주에 끼지 못하는 이민족, 이교도에 대해서는 적개심과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이 인간 역사의 적나라한 모습이 아닐까? 프로이트는 우리가 문명의 이름으로 숨기고 있는 폭력성, 공격성, 파괴성을 드러냄으로써 사랑의 허구성을 과감히 폭로하고 있다. 프로이트의 이런 비관적 시각은 폭력으로 점철된 인류 역사에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라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나는 나와 다른 이웃을 과연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할 수 있다면 그 가능성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이웃을 사랑하기 어려운가>) -452쪽 절대적 환대는 우정이나 사랑 같은 단어가 의미를 갖기 위한 조건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절대적 환대가 그녀의 말대로 가능할까? 아니면 가부장제를 보완하는 국가 시스템으로 그녀가 제기한 문제가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둘 다 아니라면 다른 어떤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까? (<우정의 조건>) -520쪽 우리는 인공 지능의 시대를 살고 있다. 한때 우리는 과학의 눈부신 발달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결코 기계가 넘볼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2016년 구글이 개발한 인공 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오늘날 상당수의 사람들은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적 영역이 존재한다고 믿기보다는 인간의 능력을 훌쩍 뛰어넘는 인공 지능이 등장해 우리의 자리를 위협할 것을 염려하고 있다. 과거에 인간은 이성적 능력을 내세워 자연을 인간보다 낮은 것으로 인식했으나, 오늘날 인간은 이성이 아닌 감성적 능력에서 인공 지능이나 기계가 모방할 수 없는 인간다움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된 상황은 우리로 하여금 기계에 무엇을 허용하고 무엇을 허용하지 말아야 할지 숙고하게 만든다. (<인공 지능의 타자로서의 인간>) -546쪽 오늘날 사람들은 GDP를 높이는 것이 곧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자원의 남획, 산림 벌채, 화석연료 연소가 발생할 때 GDP가 상승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부의 증가로 간주하는 저 사고방식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 (<지구의 파괴를 더 이상 성장이라 불러서는 안 된다>) -570쪽

    • 외국어 교육의 미래

      2025-07-02

      More

      [호모 커뮤니쿠스] AI 세상과 만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 “미래에도 계속 외국어를 배워야 할까?”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에 이은 류태호 교수의 급변하는 기술 속에서 꿈꾸는 새로운 외국어 교육 류태호 152×225 | 440쪽 | 무선 24,000원 | 2025년 7월 15일 ISBN 978-89-8222-797-4 (93370) 인공지능 시대, 외국어 교육의 미래를 말하다 교사, 학부모, 학생을 위한 미래 영어 교육 로드맵 우리나라 사람들은 과거부터 영어 교육에 진심이었다. 하지만 십 년 가까운 시간을 영어 학습에 투자해도 독해와 작문에만 익숙해질 뿐 외국인들 앞에서는 얼어붙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이제는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영어에 이러저러한 콤플렉스를 지닌 한국인들이 많다. 연예인의 멋진 외국어 발음과 유창한 대화를 전시하는 유튜브 영상에는 감탄하는 댓글들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은 틈이 생기면 노력과 시간을 들여 외국어 학습을 시도하고, 야나두, 스피킹맥스, 스픽 등 영어 학습 프로그램 및 학습 앱 광고도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 번역, 파파고 등으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번역기와 음성 인식 번역까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형편이다 보니 한편에서는 외국어 학습이 무용해져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존재한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실시간 통번역이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는데, 우리는 외국어를 배워야 할까? 외국어를 배우는 노력을 다른 데 쏟는 것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인공지능 기술은 점차 완벽한 실시간 번역에 다가서고 있다. 영어와 중국어뿐 아니라 아제르바이잔어와 필리핀 세부아노어까지 100개 이상의 언어를 인식하고 번역할 수 있다. ‘로블록스’에서는 사용자들을 위해 16개국 언어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자동 채팅 번역 기능을 추가했다. 갤럭시S24에서는 통화 시 서로 언어가 다르면 채팅창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대의 말을 텍스트로 풀어 번역한다. 온라인 화상 회의에 활용할 수 있는 다국어 실시간 통역 기술도 개발되었다. 끝없이 발전하는 번역 기술을 지켜보는 이들은 과연 인간이 현재처럼 외국어 학습에 열을 올려야만 할지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급변하는 시대 외국어 학습의 필요성과 학습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저자인 류태호 교수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에서 그동안의 기술 발달에 따른 외국어 교육의 변화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인공지능 시대의 외국어 교육 길잡이 교육공학 전문가이자 미래교육학자인 저자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에서 언어학습의 패러다임은 이미 완전히 전환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단지 외국어 교육의 변화만을 말하고 있지 않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언어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인간의 정체성과 교육의 의미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는다. 언어의 기원에서 시작해서 외국어 공교육의 현주소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앞으로 교육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자세하게 제안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메타버스의 융합 등이 외국어 교육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기술 중심적 논의를 넘어 개인화・자율성・감성지능 기반 학습의 가능성까지 조망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실시간 통번역을 하고 AI 튜터가 문법과 발음을 척척 교정해 주는 시대에,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더 이상 ‘암기력’이나 ‘노력’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기술의 발전을 지나치게 낙관하거나 두려워하는 데 머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을 발판으로 삼아 ‘언어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인간은 단지 의미를 주고받는 존재가 아니라, 의미를 창조하고 공유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는 소통하는 존재(Homo Cummunicus)이기 때문이다. 《외국어 교육의 미래》는 외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에게는 도전장을, 외국어를 배우는 학생에게는 나침반을, 교육 정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Part 1. 상상이 현실이 되다 외국어 학습은 더 이상 ‘교실에서의 지루한 연습’이 아니라, 흥미로운 모험이자 무한히 확장되는 소통의 장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여기서는 이러한 변화를 이끄는 핵심 요소와 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흐름을 살펴본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 번역 서비스와 대화형 챗봇의 급부상은 그 자체로도 놀라운 혁신이지만 이것이 우리 삶 전반에 어떻게 녹아드는지, 또 어떤 장점을 제공하고 어떤 문제를 내포하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외국어를 배운다’는 개념을 넘어 ‘언어의 미래를 만들어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Part 2. 언어란 무엇일까? 언어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고 서로를 연결하는 데 가장 근본적인 매개체이자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핵심 도구다. 여기서는 이러한 언어의 본질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고 어디서 비롯되었으며 어떻게 형성·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와 문화, 사회를 이끌어왔는지를 폭넓게 살펴본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인류 문명 전반을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힘이다. Part 3.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외국어 교육의 변화 오늘날에는 개인화된 학습 경로, 실시간 피드백, 몰입형 시나리오 등이 부상하면서 언어를 배우는 목적과 과정 자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특히 문법과 어휘만을 익히는 데서 나아가 실제 대화 상황에서의 발화 능력, 문화적 맥락 이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 등 종합적 역량을 강조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적응형 알고리즘과 대화형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이 있다. 하지만 이 기술들이 인간 교사나 전통 교실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Part 4. 외국어 교육의 미래 학습자는 더 이상 교실에서 수동적으로 지식을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적응형 알고리즘과 실시간 피드백 시스템을 통해 개인별 취약점을 세밀하게 보완하고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같은 몰입형 기술로 현장감을 느끼며 언어를 체득할 수 있게 됐다. 교사는 지식 전달자의 위치를 넘어 인공지능이 생성한 피드백과 학습 데이터를 해석하고 보완하며 문화적 감수성과 비판적 사고를 고취하는 멘토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미래 언어교육의 핵심 이슈와 변화 양상을 살펴본다. 차례 추천의 글 “미래에도 계속 외국어를 배워야 할까?” 한석수 프롤로그 호모 커뮤니쿠스, 인공지능을 만나다 Part 1. 상상이 현실이 되다 실시간 통번역 시대가 열리다 기계가 사람 말을 한다? 기계어(Machine Language) vs. 자연어(Natural Language) 외국어 학습? 이젠 개인 맞춤형으로 번역 뚝딱, 작문 뚝딱, 외국어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해외여행의 필수품, 생성형 인공지능 통번역 도구 펜팔(Pen Pal)에서 챗팔(Chat Pal)로 동시통역 스마트폰에서 웨어러블 디바이스까지 ◎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새로운 언어 지평으로 도약하다 Part 2. 언어란 무엇일까? 언어의 기원: 최초의 언어와 소통의 시작 언어의 속성: 체계성, 규칙성, 상징성 언어의 사회적 기능: 의사소통, 문화 전달, 정체성 형성 글로벌 소통을 위한 다중언어 사회에서의 외국어 언어교육의 역사 공교육에서의 외국어 교육 수년간 배워도 말 한마디 잘 못하는, 외국어 교육의 현주소 ◎ 언어의 의미를 다시 묻다 Part 3.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외국어 교육의 변화 문법 교정, 발음교정, 대화형 외국어 튜터 실시간 언어분석 및 피드백 시스템: 학습 속도와 정확도 향상 가상현실(VR)과 생성형 인공지능의 융합: 상황극 기반 언어학습 감정 및 비언어적 표현 인식까지 가능한 상호작용 인공지능 외국어 교육의 개인화: 맞춤형 커리큘럼과 진도 관리 외국어 교육을 위한 인공지능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언어장벽의 소멸과 외국어 교육의 불평등 해소 잘 묻고 잘 듣고, 외국어 교육 방식의 전환 ◎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만드는 외국어 교육의 미래 Part 4. 외국어 교육의 미래 전통적 외국어 교육의 종말: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 외국어 학습의 자율성과 학습 동기의 중요성 배워야 할 때가 아니라 배우고 싶을 때 배우는 외국어 인공지능을 이겨라! 외국어 전문 인력의 고급화 평생 학습에서의 외국어 교육의 부상 초글로벌 인재의 필수 아이템: 국제 공용어의 지위 향상 정보불균형: 생성형 인공지능 번역 기능 사용의 위험성 미묘한 뉘앙스: 일촉즉발 상황 ◎ 외국어 학습의 종말인가, 새로운 시작인가 에필로그 소통하는 인간, 호모 커뮤니쿠스의 진화 참고문헌 호모 커뮤니쿠스, 인공지능을 만나다 저자 류태호(Nathaniel Taeho Yu) 현재 미국 제임스 매디슨 대학교에서 교육공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핵심역량 연구팀(MyCoreCompetency)을 이끌며 핵심역량 측정시스템 개발, 학생중심 교육 교육과정 설계, 빅데이터 기반 차세대 학습분석 시스템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역량중심교육연구원 원장직을 수행했으며 (사)한국교육정보미디어학회 국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페이스북에서 ‘류태호 교수의 교육정보미디어 트렌드’를 운영하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대비한 다양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 교육이 희망이다》(2017), 《성적 없는 성적표》(2018), 《챗GPT 활용 AI 교육 대전환》(2023), 공저로는 《미래의 귀환》(2020), Online Learning: Common Misconceptions, Benefits and Challenges(2017) 등이 있다. 추천의 글 언어의 뿌리부터 시작하여 교사-학생-인공지능의 삼각 구도로 언어교육이 진행되어야 할 미래 교육과정까지 언어의 속성과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면서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책이다. 교육공학자답게 인공지능 시대에 부각해야 할 인간적인 요소와 기술적 요소의 날줄과 씨줄을 엮어, ‘언어적 인간’이 갖춰야 할 자세, 기술 발전의 빛과 그림자, 구체적인 교육 방법을 입체적으로 구성했다. _맹성현(태재대학교 부총장, 카이스트 명예교수,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 저자) AI 개발과 한국어 교육 현장을 모두 경험하며, AI가 외국어 교육에 가져올 혁신을 늘 고민해 왔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의적절하고 깊이 있는 통찰을 선사한다. 단순한 미래 전망을 넘어, AI를 활용한 맞춤형 학습, 정교한 교정, 대화형 튜터의 가능성 등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실용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다. _최현정(구글 제미나이 개발팀장) 우리가 ‘언어를 통해 인간이 된 존재’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생성형 인공지능이 그 언어를 대신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인간의 정체성과 교육의 의미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다. 공교육 외국어 교육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앞으로 교육에서 무엇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메타버스의 융합 등이 외국어 교육에 가져올 변화는 기술 중심적 논의를 넘어 개인화・자율성・감성 지능 기반 학습의 가능성까지 조망하게 한다. _한석수(세종공동캠퍼스운영법인 이사장/ 전 KERIS 원장) 책 내용 프롤로그_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은 더욱 급속도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이 새로운 시대에 개발자, 교육자, 학습자 상관없이 모두 우리 앞에 펼쳐질 미지의 영역을 헤쳐나가야 한다. 언어교육에 있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도전은 기술 변화의 물결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활용하여 언어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하고 서로 간의 연결을 심화시키는 데 있다. 인간 소통의 영원한 가치를 인식하고 기술과 전통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받아들임으로써 혁신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교육의 미래를 구축할 수 있다._[12-13쪽] [PART 1] 상상이 현실이 되다_챗봇 시스템이 언어학습 도구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교육과정과 결합하려는 시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혼합형(Blended) 학습 모델을 활용하면 생성형 인공지능의 강점과 인간 교사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조화시킬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을 보충 연습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챗봇과 일정 시간 대화를 나누도록 숙제를 내주고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대화에서 겪었던 어려운 표현이나 문법적 오류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며 토론할 수 있다._[75쪽] [PART 2] 언어란 무엇일까?_실전 대화에서는 실수하더라도 의사소통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지만 교실에서는 문법적 정확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은 문법적으로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다 보니 대화 속에서 망설이거나 말을 중단하는 일이 잦아진다. …이러한 교실 학습과 현실 사용 간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보다 실용적인 교수법이 필요하다. 우선 실제적인 대화 상황을 반영한 학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대화하는 연습을 강화하면 학습자가 실제 의사소통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_[195쪽] [PART 3] 생성형 인공지능이 가져올 외국어 교육의 변화_인공지능 기반 언어교육 시스템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제스처 인식 기술이다. 컴퓨터 비전과 모션 트래킹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습자의 손동작과 신체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를 특정 문화권에서 사용되는 제스처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사용자가 가상현실(VR) 환경에서 특정 제스처를 수행하면 인공지능이 이를 감지해 해당 제스처가 올바르게 사용되었는지 즉각적인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학습자의 움직임이 정확하지 않거나 부적절한 동작을 포함하고 있을 경우 이를 수정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다._[257쪽] [PART 4] 외국어 교육의 미래_우선 교사는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자료를 적절히 조정하고 보완하는 콘텐츠 큐레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생성한 언어학습 자료는 일반적인 패턴을 기반으로 만들어지지만, 문화적 맥락이나 실생활에서의 실제 활용까지 완벽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현실적인 자료나 체험 활동을 추가하여 학습자들이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실제 맥락에서 언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특정 표현이 공식적 대화에서 사용되는지, 비격식적 대화에서 더 적절한 대체 표현이 있는지를 설명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완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워줄 수 있다._[336쪽] 에필로그_언어교육 역시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 적응해야 한다. 단순히 문법과 어휘를 암기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소통 능력과 문화적 이해를 함께 키울 수 있는 학습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한 맞춤형 학습 시스템은 학습자의 개별 수준과 목표에 맞춰 최적의 학습 경로를 제공할 수 있으며, 몰입형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실습도 언어 습득을 더욱 효과적으로 만들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학습자는 단순히 언어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맥락과 함께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득할 수 있다._[4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