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교육원이 연합뉴스와 공동 주최하는 ‘제27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10월 16일(목) 크라운관에서 개최됐다. 올해 주제는 ‘한국과 통한 순간’, ‘내 고향, ‘이것’도 있어요!’였다.
올해 대회에는 31개국 986명이 지원했다. 19개국 52명이 예선을 치러 13개국 16명이 본선에 진출했다. 본선 참가자는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등 다양했다. 본선에서는 대상 1명(150만 원), 최우수상 2명(각 100만 원), 특별상 3명(각 80만 원), 우수상 3명(각 50만 원), 장려상 3명(각 20만 원)에게 상장과 상금을 수여했다.
제27회 세계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에는 31개국 986명이 지원했다. 예선을 거쳐 이날 개최된 본선에는 13개국 16명이 올랐다. 사진은 수상자와 심사 위원 단체 사진
대표적 한국어 말하기 대회, 다양한 배경의 13개국 16명 한국어 솜씨 뽐내
올해로 27번째인 이 대회는 1998년 세종대왕 탄신 600주년을 기념하며 한국어로 세계가 소통하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된 대회다. 해를 거듭하며 세계적 규모의 대회로 성장했다. 현재까지 누적 참가자 수가 70개국 약 89만 명에 달한다. 한국어 학습자들이 도전하는 대표적 대회로 꼽힌다.
대회사에서 김종복 대외부총장은 “경희대 국제교육원은 1993년 한국어 프로그램을 개설한 이후 지난 30년간 한국어 교육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이에 더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 등 세계인과 소통하는 자리로 이 대회를 만들어 개최해 왔다”라면서 대회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 모두 갈고 닦은 한국어 실력을 뽐내고, 소중한 추억과 값진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라고 응원했다.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은 한승호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본부장이 대독한 격려사를 통해 한류의 열풍이 케이팝을 넘어 드라마, 영화 등의 문화로 확산하는 현황을 밝히며 “본선 무대에서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러분 한 분 한 분이 한류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문화 배경을 지닌 여러분이 경험을 서로 나누고 공감하는 것 자체가 이 대회의 가장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그동안 연습한 한국어 솜씨를 선보이는 동료 참가자들을 응원하며 밝은 분위기를 조성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볼타에바 자미라 조무로드 키지의 발표 중에는 무대 위의 엄마를 보고 어린 딸이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돌발 상황이었지만, 행사장의 참가자들은 웃음과 박수로 이들을 응원했다.
대회는 서로를 응원하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됐고, 수단 출신의 와드가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다.(사진 좌측)
수단 출신 고등학교 2학년 와드, “한, 흥, 정 이해하며 한국어가 내 안에 완전히 자리 잡아”
이번 대회의 심사는 강현화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전 세종학당재단 이사장), 이명귀 경희대 국제교육원 한국어교육부장 등 한국어 전문가를 비롯한 한승호 본부장, 이민영 한복디자인연구소 대표, 정새미 제17회 최우수상 수상자이자 방송인, 이민후 베트남 원더후 어학원 원장이자 유튜버 등이 맡았다. 이들은 △한국어의 유창함과 정확한 정보로 생각을 표현하는지 △주제를 잘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지 △객석의 호응 등을 평가했다.
대상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은 ‘한 번, 흥 나게, 정 깊게 한국어와 통하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수단의 와드에게 돌아갔다. 인천보건고등학교 간호학과 2학년인 와드는 다양한 경험 속에서 성장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한’, ‘흥’, ‘정’ 같은 번역이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며 한국 사회를 이해한 경험을 공유했다. 주제와 내용의 참신성과 적절성, 발음의 정확성과 유창성, 자신감과 청중의 호응 유도 등 모든 평가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7살에 한국에 온 와드는 중학교 2학년 정도에 한국어를 대부분 이해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작은 부족함을 느꼈는데, 그것이 한국어에 담긴 고유한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는 점이었다. 와드는 흑인이라는 이유로 받은 차가운 시선에서 ‘한’을 느끼고, 이웃사촌과 월드컵을 보며 ‘흥’을, 비 오는 날 모르는 할머니가 길가에서 씌워 준 우산에서 ‘정’을 느꼈다. 그는 “생활 속 경험을 통해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 한국 사람의 삶과 감정, 그리고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늘 부족하다고 느낀 1%가 채워졌고, 한국어가 내 안에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실감했다. 한국어와 ‘통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참가자들의 발표와 함께 한국 문화를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한국에 대해 높아진 관심만큼 참가자 한국어 수준 크게 늘어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난 에잇 캄 홈(미얀마)과 바트수지만도카이(몽골)은 각각 경희대 총장상과 연합뉴스 사장상을 받았다. 특별상인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상과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상, 경희대 국제교육원 원장상은 각각 단다로바 지나이다(러시아), 이박웅(대만), 라지자(우즈베키스탄)에게 돌아갔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지며 한국어를 공부하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세종학당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학습자가 2022년 11만 7천여 명에서 2023년에는 21만 6천여 명으로 늘었다. 이후에 늘어난 인기를 고려하면 더 많은 한국어 학습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러한 열기를 반영한 것처럼 대회 참가자들의 한국어 구사력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었다. 심사 위원장이었던 강현화 교수는 “참가자들의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모두의 말하기 실력이 정말 훌륭했다”라며 참가자들의 실력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 증대와 맞물려 대회 참가자의 한국어 실력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