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확인한 한의학의 가치를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다”
기부자들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미래 방향을 제시했다. 30년 넘게 임상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도연 원장은 “한의학은 매우 우수하고 체계적인 학문”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며 “이제는 현대인의 삶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의학과의 융합으로 성과를 냈다. 이제는 융합 분야를 더 확장해야 한다. 공학, 인공지능(AI), 미술, 디자인 같은 기술과 감성을 자극하는 분야의 교수진과의 협업으로 한의학을 다듬고 본질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K-컬처 속에서 한의학의 위상 강화 노력의 중요성도 덧붙였다. “K-컬처를 논할 때 한의학을 빼놓을 수 없다. 경희대의 장점은 한의과대학과 의과대학이 같이 있다는 것이다. 의학의 융합을 통해 한의학의 위상을 높이는 데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이 경희대가 갖고 있는
공학, AI, 미술, 디자인 등 기술과
감성을 자극하는 학문과 융합해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는
모습으로 변신해야 한다.”- 김도연 원장
김 총장은 이에 공감하며 “최근 의료 분야에서 반도체 공정 기술을 융합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면서도 품질이 우수한 의료 제품을 구현한 사례가 있다. 이처럼 융합을 통해 혁신이 가능하다. 지금 한의학뿐만 아니라 대학에 주어진 도전 과제들은 여러 학문 분야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풀어나갈 수 없다. 그것을 해내야 하는 것이 대학에 주어진 역할이고, 경희대는 융합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를 구체화시키고 실행 가능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대학원에 진학해
학문적 역량을 키우는 것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의 고민을 해소할
전환점을 얻었다.”- 서재화 원장
서재화 원장과 방민우 원장은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나누면서 교육의 가치를 되새겼다. 서 원장은 “한의사로 일하면서 개인적으로 공부가 부족하다고 느껴 한의과대학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단순히 학문적 역량을 키우는 것을 넘어 임상 현장에서 한의학이 대중에게 과소평가되는 현실을 보면서 가졌던 고민을 해소할 전환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학원에서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외부의 시선이 아니라 스스로 한의학의 가치를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후배들도 임상 현장에서 흔들릴 때, 학문적 기반을 통해 다시 설 수 있는 힘을 얻길 바란다”고 밝혔다.
방 원장은 “임상 현장에서 더 나은 한의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꼈다”며, “고성규 한의과대학장님 지도 아래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의학과 경희대 발전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상 현장에서 느낀 부족함을
대학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채울 수 있었다.”- 방민우 원장
“연구·교육·국제화 삼박자 갖춘 한의대로 키워나갈 것”
김종복 부총장은 기부자들의 뜻을 높이 평가하며 “외국 대학을 방문할 때마다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것이 한의학이다. 한의학은 가장 한국적이고, 가장 경희다운 학문이 아닌가 한다. 비록 현재 한의학이 처한 환경이 쉽지 않지만,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세계 최고 수준의 성과가 한의학에서 나올 것을 믿는다”라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이어 “이러한 도약의 출발점에 오늘의 뜻깊은 기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의과대학 학장님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가 연구와 교육, 국제화의 세 축을 강화하기 위해 절실히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성규 학장은 한의과대학의 연구와 국제화 역량을 소개하며 동문들의 기부가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한의과대학은 국내 기관 중 세계 상위 2% 한의계 연구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다. 2023년에는 14명, 2024년에는 15명의 교원이 세계 상위 2% 연구자로 선정됐다. 또한 국제화 부문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제주에서 열린 제37회 국제침술협의회 국제학술대회(ICMART)에 참석한 유럽, 미국, 중남미 등 전 세계 한의학 관계자들이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방문했다. 한의과대학은 이들 대학 중 10여 곳과 MOU를 추진해 글로벌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 학장은 “한의과대학이 탁월한 연구와 국제화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우수한 인프라다. 동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덕에 우리 학생들과 교수진이 신축 건물에서 학술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은 교육 역량을 한 단계 더 강화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기부금은 연구 지원과 교육 환경 개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특히 한의사 과학자로서 경쟁력 있는 미래를 지향하는 인재들을 위해 사용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부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한의학의 학문성과 실용성을 연결하는 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의과대학은 “임상 현장의 목소리가 교육과 연구 현장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다시 실천적 한의학의 미래를 구체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것”이라며, “기부자들의 뜻을 충실히 반영해 한의학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성규 한의과대학장은 “한의과대학이 탁월한 연구와 국제화 성취를 이룰 수 있었던 배경 중 하나가 동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라면서 동문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