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가 제10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홍 교수는 30여 년간 논문 350여 편을 발표하고,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기계설비 분야의 리더로 인정받았다.
태양광-열 복합 시스템, 제습·냉방 기술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연구
“경희대에서 개발한 기술이 세계 최고의 기술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것”
지난 9월 17일(수) 제10회 기계설비의 날 기념식에서 기계공학과 홍희기 교수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홍 교수는 태양광-열 복합(이하 PVT) 시스템과 제습·냉방 기술 등 신재생에너지 융복합 연구에 헌신했다. 대한설비공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기계설비 법 제정을 위해 노력했다. 한국 기계설비 산업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홍희기 교수를 만나 수상의 의미와 앞으로의 비전을 들었다.<편집자 주>
Q. 기계설비 분야 최고의 영예 중 하나인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기계설비 분야에 몸담은 40년, 경희대에서 재직한 30년 동안 재생 열에너지와 제로 에너지 설비와 관련된 연구를 이어왔다. 그간 함께 해온 성실하고 우수한 제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앞서 두 차례 장관상도 받았지만, 이번 표창은 교수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이라는 사실에 감회가 새로웠다.
Q. 대한설비공학회 회장까지 역임했던 만큼, 한국 기계설비 산업의 강점과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를 잘 아실 것 같다.
한국은 플랜트나 공장 건설 같은 대규모 설비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건물 내부의 냉난방, 환기와 같은 건축 설비 분야는 건축의 일부 개념으로 받아들여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일례로 연구실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PVT 기술은 기존 기술 대비 온실가스 저감 효과는 2배, 에너지생산량은 3배 이상임에도 현장 도입이 어려운 현실이다. 제도적 개선을 통해 신기술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산업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희대만의 자유로운 학풍에 힘입어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몰두할 수 있었다. 특히 공과대학 옥상에 설치된 PVT 시스템은 전국 유일의 실증 인프라다. 덕분에 학문적 성과가 실용화로 이어지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후배 교수가 인프라를 잘 활용해 더욱 좋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공학은 응용학문, 우리 사회에 보탬이 되는 연구해야
Q. 학계의 리더로서 산업계의 목소리와 정책 제안의 균형점을 어떻게 찾아 조율했는지 궁금하다.
산업계의 ‘날 것’ 그대로의 목소리는 자칫 현장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반면 학회는 연구 데이터와 논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주장하기 때문에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점을 활용해 정책을 제안했고, 학술적 접근을 통해 활발한 기고 활동을 펼치며 신뢰도 높은 목소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
Q. 열에너지 분야에서 오랜 연구 활동을 이어왔다. 대표적 연구를 소개해달라.
학문적으로 가장 기여도가 높다고 평가받는 연구는 ‘수정된 T-history법의 제안’이다. T-history법은 잠열을 이용한 열저장 물질의 성능을 측정하는 기술로 매우 중요하지만, 고가 장비가 필요하고 측정값의 오차가 컸다. 오차의 원인을 찾기 위해 기존 논문을 면밀히 살폈고 결정적 오류 지점을 찾아내 수정했다. 그 결과 저비용으로도 정밀히 측정 가능한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 이 논문을 통해 시장에서 성능을 과포장하던 제품을 가려내고 학문적 정직성을 확보했다.
Q.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학문적 지향점은 무엇인지?
공학은 응용학문이다. 논문은 연구와 실험의 부수적 산물일 뿐 궁극적인 연구 목표는 상용화다. 응용학문이라는 생각을 잊지 않고 연구를 수행했고 특허나 기술이전도 적지 않은 실적을 냈다. 이러한 생각을 제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그들이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기업이나, 연구소에서 능력 있는 실무자로 인정받길 바란다. 인류에게 이로운 연구를 하고,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것. 그것이 변치 않는 학문적 지향점이다.
홍희기 교수는 정년 후 개발한 기술의 상용화에 도전할 계획이다.
Q.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와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태양열과 태양광을 융합한 PVT 응용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발전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고 탄소중립 실현에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확신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복잡한 시스템을 쉽게 유지 관리하는 스마트화에 힘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년 후 연구한 기술을 직접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연구실에서 개발한 PVT 기술은 국내외 건설사, 설계회사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기후에 최적화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아열대 기후 시장에 필수적 기술이다. 경희대에서 개발한 PVT 기술이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적 호기심과 주도적 학습 태도 가지고 새로움을 공부하길
Q. 학계의 리더로서 후학에게 제시하고 싶은 방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학생에게 지적 호기심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로봇과 같이 화려하고 첨단 산업에 쏠리기보다, 소신껏 학습해야 한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공부하고, 주도적인 학습 태도를 가지길 바란다.
후배 교수에게는 강의를 무조건 잘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부실한 강의는 연구로 만회되지 않는다. 메타인지는 교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학생의 눈높이에서 시작해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학생들을 친자식만큼 소중히 하라’는 경희학원 설립자이신 故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이야기를 마음속에 새기길 바란다.
Q. 빠르게 변화하는 미래에 학생들이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은 무엇일까요?
인공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인 전공 지식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인공지능이 있다고 한들 활용할 수 없다. 미래 기계 설비 산업은 제로 에너지 빌딩, 스마트팜, 데이터센터 등 새로운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융복합 기술을 이해하고, IoT 기반의 시스템을 유지관리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길 바란다. 구시대 유물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격증과 어학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어학은 단순히 업무를 위한 번역을 넘어 다른 문화와 정서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열쇠다.
Q. 마지막으로 기계설비 산업 종사자 및 연구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지? 기계설비 산업의 제도적 도약을 위해 선배로서 노력할 계획이다. 선진 기계설비야말로 지구온난화의 해결사라는 긍지를 가지고 연구에 임하길 바란다. 산업계의 여러 숙원 산업을 앞장서 공론화하고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선봉에 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