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의, 세대 간 정의: 행성 시민으로 가는 길’ 주제 PBF 2025 콜로키엄
혼돈의 본질 성찰, 행성 시민 역할 정립 토론…미래세대 질문과 기성세대 사유 교차
세계 시민을 넘어 행성 시민으로, 우주적 관점으로 인간 의식 재구성 공감

제44회 세계평화의 날 국제회의 Peace BAR Festival의 콜로키엄은 시민사회·학생 기념행사가 이어진 9월 20일(토) 오후 오비스홀에서 진행됐다. 주제는 ‘기후 정의, 세대 간 정의: 행성 시민으로 가는 길(Climate Justice and Intergenerational Justice: A Road Toward Planetary Citizenship)’이었다. 콜로키엄은 미래세대의 절박한 질문과 기성세대의 사유가 교차하는 뜨거운 대화의 장이었다. 참가자들은 미래세대가 직면한 혼돈의 본질을 파헤치고, 인류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갈 ‘행성 시민’의 역할을 정립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정원 경희대 외국어대학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미래세대를 대표해 김현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과 이윤서 UNAI ASPIRE Kyung Hee 소속 학생이 질문했다. 서재영 동국대 불교대학원 연구교수, 이우균 한국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회장, 이명헌 과학책방 갈다 대표, 신충식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부원장 등이 기성세대로 참여했다.

기후 위기, 핵 위협, 인공지능의 폭발적 발전 등 현실 문제 짚어

콜로키엄을 시작하며 박 교수는 “이제 우리는 ‘세계 시민 의식(Global Citizenship)’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에 직면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세계 시민을 넘어 ‘행성 시민(Planetary Citizen)’이란 개념이 생성된 배경을 설명하며 참가자들의 논의를 이끌었다. 세계 시민 의식은 국가 간의 협력을 통해 기후 위기, 빈곤, 난민 문제 등을 해결하려는 시도였다. 행성 시민 의식은 최근의 우주적 발견과 같은 인류의 인식 지평을 넓힌 사건들을 수렴한다. 인류의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생태적,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의식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미래세대의 질문은 무거웠다.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 끝나지 않는 전쟁과 난민 문제, 극심해지는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 인공지능으로 인한 문제라는 ‘행성적 위기’를 목격하며 느끼는 본질적 불안감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이들은 인류가 직면한 세 가지 실존적 위기로 기후 위기, 핵 위협, 인공지능의 폭발적 발전을 제시하며 기성세대에게 물었다.

미래세대는 “기후 재앙의 시계를 되돌릴 수 없는 지점에 와 있다는 절망감 속에서, 기존의 성장 논리와 자본주의 시스템이 미래를 계속해서 파괴하는 현실을 어떻게 지켜봐야 하는가” “우리가 겪을 미래의 고통은 기성세대가 만들었지만 해결의 책임은 미래세대의 몫이라는 점에 근본적 의문이 생긴다” “정치와 학문이 해결하지 못하는 거대한 혼돈 앞에서, 개인의 선의나 작은 실천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는가” 등을 물었다. 단순한 해결책에 관한 질문을 넘어 현 인류 문명의 운영 방식과 의식 구조 전반에 대한 깊은 회의의 토로였다.

전례 없는 규모와 복잡성 띤 현대 위기 풀어갈 행성 의식 필요

미래세대의 질문에 기성세대는 현재의 위기가 전례 없는 규모와 복잡성을 갖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기존의 민족·국가·개인 중심의 사고방식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함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논의를 전개했다. 콜로키엄 전반에서는 ‘행성 의식(Planetary Consciousness)’이 중요하게 다뤄졌다. 이명현 대표는 “우리는 우주에서 온 아주 작은 먼지에 불과하다. 지구가 유일한 보금자리라는 사실을 ‘지식’이 아닌 ‘실존적 의식’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가치 판단의 우선순위가 바뀐다”라고 강조했다. 자국의 이익이나 경제적 성장을 넘어 지구 전체의 지속 가능성이란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파리 기후협약이 있었지만, 협약 체결 10년이 흐른 지금도 과제 해결은 요원하다. 되레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보다 ‘적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이미 1.55도를 넘었다는 통계가 보고되고 있다. 미래세대는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개발도상국과 취약 계층의 문제를 지적하며, 기성세대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기성세대 전문가들은 미래세대의 의견에 동의하며, 작금의 문제가 개인의 선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시스템적 위기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이 회장은 “개인의 소비 습관 개선을 넘어 에너지, 교통, 산업 등 거대한 사회 시스템을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하도록 정치와 정책결정자에게 압력을 가하는 행동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학문 경계 넘는 ‘통합적 성찰’과 거버넌스 도출, 미래세대의 개혁 과제

참석자들은 학문의 경계를 넘는 ‘통합적 성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회장과 신 부원장은 학문과 예술, 정치와 과학이 융화돼야 복잡한 위기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이들이 상상하는 ‘미래 정치’는 기존의 선거나 단기 성과 중심이 아니다. 앞으로 살아갈 미래세대와 생태계의 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다. 이들은 새로운 거버넌스 도출을 미래세대가 주도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개혁 과제로 설정했다.

서 연구교수는 세대 간 정의의 부재가 결국 시간을 초월한 이기주의의 발현이라 지적했다. 그는 “진정한 ‘행성 시민 의식’은 우리가 현세대를 넘어 미래세대와 연결된 단일한 존재임을 인식하는 생태적 공존 윤리에서 시작된다”라면서 “기후 문제 해결은 종(種)의 생존을 위한 윤리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신 부원장은 이기적인 인간 중심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탈피하는 ‘의식 혁명’ 없이는 어떤 기술적 해법도 실패할 것이라 덧붙였다.

미래세대와 기성세대의 논의가 깊어지며 참석자들은 구체적인 실천을 약속했다. 책임의 분담과 새로운 행동 양식을 논의하는 과정이었다. 기성세대는 미래세대가 느끼는 불안감과 분노에 공감했다. 이들은 문명의 변곡점에서 기성세대의 역할을 설정했다. 기존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미래세대가 새로운 체계를 구축하도록 재정적, 학문적 토대를 제공하는 일이었다.

인류 공멸 부를 핵 위기, 인류 공동 생존이란 장기적 목표를 핵심 의제 삼아야

핵 문제와 관련해서는 세계원자과학자회의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가 올해 89초 전(11시 58분 31초)으로 설정된 사실을 소개하며 현황을 검토했다. 미래세대는 핵무기 보유국의 증가와 핵전략에 인공지능 도입을 논의하는 현 상황을 기반으로 인류 스스로가 자신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경고했다.

이 대표는 인류가 우주의 유일한 지적 생명체가 아닐 수 있다는 논의가 촉발되는 시점에 스스로 지구를 파괴하려는 생각은 문명적 무지이자 의식의 실패라고 비판했다. 핵 위협은 단순한 지정학적 문제를 넘어 한 행성에서 생존하는 단일 종이 공멸을 선택하는 존재론적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기성세대는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인류 공동의 생존이란 장기적 목표를 미래 정치의 핵심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가 간 협력을 강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공동의 실존적 위협에 대한 행성적 연대에 나서야 함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미래세대에게 인공지능은 활용할 도구이면서도 인류의 노동과 존재 양식에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존재였다. 인공지능의 활용 능력이 업무 역량의 척도로 여겨지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인공지능이 노동력을 대체할 것이란 위기감도 있었다. 미래세대 입장에서 기존의 직종이 사라지는 현실이 펼쳐지기도 한다. 이들은 이러한 변화를 ‘실존적 도전’으로 인식해야 함을 강조했다.

기성세대의 당부 “절망에 머물지 않는 용기 갖고, 주체적 행성 시민으로 활동” 당부

기성세대는 인공지능 활용 이전에 설정될 의식이 중요하다 봤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경제적 이익이나 단기의 정치적 목표에 활용되면 위기가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여기에 지속 가능한 미래와 인류 공동체의 번영이란 목적이 부여되면 긍정적 미래 정치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체하더라도 인간이 이를 활용해 종의 생존과 번영이란 고차원적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콜로키엄에서 기성세대는 미래세대에게 간곡히 당부했다. 미래세대가 현재의 무게에 눌려 절망에 머무르지 않는 용기를 갖고, 행성 시민으로서 주체적으로 행동하길 바라는 응원이었다. 박 교수는 “행성 시민은 한순간에 태어나지 않는다. 현재를 자각하고 주변과 연대하며 체계를 만들어가는 역할을 한다. 기성세대가 과거에 구축하고 실패한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국경과 이념을 넘어서는 연대와 실천을 통해 변혁을 이끌어야 한다”라며 콜로키엄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