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실천

‘큰 전환의 여정, 경희의 염원은 멈추지 않는다’

2026.01.22

2026년 경희학원 시무식·신년 교례회 개최
전쟁의 폐허에서 태동한 경희 정신의 발자취 되짚으며, 기관 운영 철학 재성찰
조인원 이사장, “역사와 현재, 미래 희망을 잇는 탁월성의 전일적 지평은 경희의 전통”

2026년 경희학원 시무식과 신년 교례회가 1월 5일(월)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거행됐다. 경희학원은 매년 법인과 대학, 사이버대학, 의료기관, 병설학교 구성원이 함께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 의지를 다진다. 각급기관 기관장과 주요 행정 참여자가 행사 현장에 함께했고, 교원과 직원은 웹캐스트를 통해 실시간으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는 경희학원의 설립 정신이 태동하던 순간으로 되돌아가, 문명사적 전환기에 서 있는 오늘의 현실을 성찰하고, 미래에서 오늘을 되돌아보는 시선으로 새로운 한 해의 책임과 염원을 공유했다.

경희 태동의 역사: 시련과 결의
첫 순서로 새로 제작한 영상 〈미래를 현실로 만든 희망의 서사-폐허에서 일군 경희의 길〉을 상영했다. 1969년 발간된 『경희 20년』 ‘고황의 태동’(제1장)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으로, 1951년 5월 18일, 경영난에 처한 재단법인(설립 1949년)을 인수한 시점부터 피란지 부산에서 이뤄낸 전시 단독 개강, 1,800만 원 사재로 건립한 동광동 교사와 전소 사연, 역경을 딛고 다시 지은 동대신동 캠퍼스 시대, 그리고 휴전 후 1954년 새롭게 고황의 미래 역사를 열기 위해 새 교지를 마련하기까지, 경희 태동의 여정을 재현하고 있다. 폐허 위에서 일어선 경희의 창조적 의지와 역경을 헤치고 나아가는 경희의 정신사를 설립 역사를 바탕으로 구현했다.

이어진 신년사에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큰 전환의 여정, 경희의 염원은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영상 속 서사와 오늘의 현실을 겹쳐 읽으며 설립 정신의 철학적 근원을 되짚었다. 이어 지금 우리가 마주한 ‘아주 큰 전환의 시대’를 맞아 경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조 이사장은 먼저 신년 영상의 두 표현, 유시유종(有始有終)과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선을 화두로 삼았다.

조 이사장은 “유시유종은 전쟁과 화재로 모든 것을 잃었던 절망적 상황에서 ‘시작된 모든 고난에는 끝이 있다’는 경희의 믿음이다.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서게 한 실존적 희망의 언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무시무종은 인간의 삶이 비록 유한할지라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진리 세계와 우주 이치는 시작도 끝도 없이 무한히 흐른다는 자각”이라고 말했다. “대자연과 우주는 사실 인간에게 무심하다. 고통과 시련을 선택적으로 거두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바로 그 무심함이, 인간에게는 무한한 진리 속에서 스스로 길을 설계할 수 있는 성찰적 자유를 부여한다”며, “경희의 창학 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는 기성의 ‘정답’을 모방하는 일이 아니다. 물리적으로 유한한 삶 속에서 무한한 진리의 지평을 향해 인간 존엄과 진실의 세계를 더 깊이 헤아리려는 성찰과 창조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부산 동광동 화재와 동대신동, 서울 고황산으로 이어지는 경희의 여정은, 유시유종의 시선으로 고통을 극복하고, 무시무종의 진리 탐구를 수행하려는 생존과 실존의 맞물림이 만들어낸 역사였다. “폐허에서 미래를 꿈꾸고, 그 미래의 희망을 현실로 불러온” 경희 정신의 살아 있는 사례다.

평화의 전당 로비에서 거행된 2026년 시무식 및 신년 교례회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 태동한 경희 정신의 발자취를 되짚으며, 기관 운영의 철학을 재성찰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역사를 다짐하는 자리였다.

생존과 실존: 탁월성의 전일적 지평을 찾아
조 이사장은 이어서 근본 질문, ‘생존과 실존’의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기관이든 개인이든 삶에는 언제나 생존과 실존이라는 두 가지 화두가 따라다닌다. 오늘의 기관 경영 관점에서 보면, 생존은 경쟁적 여건 속에서 재정, 인사, 대외 관계, 위상, 시설 등을 어떻게 관리해 기관 안정과 성장 추세를 이어갈 것인가의 문제다. 실존은 ‘대학이란 무엇인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라는 근본 가치의 문제다”라고 짚었다. 조 이사장에 따르면, “생존이란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 세계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실존은 다르다. 실존은 가능한 세계,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로의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 안의 진실 혹은 궁극의 과업을 경험적으로 변환해 내는 과정이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그 너머 세계, 인간과 세계, 자연과 우주의 근원적 이치를 심미적 공적 실천으로 승화하려는 마음 자세다.”

경희 설립 서사에서도 알 수 있듯, 황폐한 피란지 부산에서, 황량한 고황산 허허벌판에서, 경희는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미래의 과업, ‘실존’ 목표를 치열한 생존의 현실과 분리하지 않았다. 고난의 현실 속에서도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를 지향하는 실존 의식은 대학 건설과 재정 확보, 교수·직원·학생 공동체 형성이라는 실질적인 생존 조건을 모색하는 과정과 결합돼 있었다. 전시에 설정된 “학원(學園)의 민주화” “사상(思想)의 민주화” “생활(生活)의 민주화”란 전향적 지향 위에 신생 대학의 ‘현실적 야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에 있어서 유일한 대학, 한국에 있어서의 어떠한 특정 대학을 상대로 해서 그와 같은 대학을
만들고 싶다 하는 심정은 없습니다. 우리가 상대해야 할 것은 한국의 어느 대학보다도 동양적이요,
세계적으로 굴지 가는 그 대학과 경쟁해야 되겠다, 백 배, 천 배의 노력과 정성을 바치지 않아 가지고
서는 아니 될 줄 생각합니다.” (1954.05.20. 조영식 박사 학장 취임 연설 중)


조 이사장은 종합적인 견지에서, 경희 초창기 역사를, “당시 세계 최빈국 현실에서 특정 대학을 모방하는 경쟁을 거부하고, 우리만의 고유한 정신적 토대 위에 세계적 탁월성을 이뤄가겠다는 의지 표명”으로 해석했다. “고대 동양 철학의 정신세계에 대한 깊은 고찰. 서구 담론에 뿌리내린 물질의 본질과 물적 토대의 작동 원리에 대한 과학적 이해. 이들 사조에 대한 성찰적 창조의 노력으로 세계 유일의 명문 대학을 이루겠다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경희의 비전은 ‘경계와 환원’ ‘타성과 통념’의 한계를 넘어 열어갈 새로운 길, 이른바 ‘제3의 길’이었다.”

생존과 실존의 사유는 주리(主理)와 주의(主意) 생성의 전일적 승화라는 경희 철학의 요체를 내포한다. 경희는 문명 발전을 주리와 주의 생성이 서로 얽혀 조화 생성하는 과정으로 보았다. 모든 것이 모든 것에 연결돼 작동하는 우주의 이치. 그 이치를 자각하고 바르게 응답하려는 인간 의식과 실천 의지를 함께 품을 때, 세계는 더 온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주리생성(主理生成)이 자연과 역사, 우주 안에 이미 스며 있는, 질서와 조화의 흐름이 한없이 전개되는 과정이라면, 주의생성(主意生成)은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묻고 선택하는 인간 의식의 시선과 결단이 깊어져가는 과정이다. 둘은 분리될 수 없다.

“우주적 질서의 본질인 대자연은 그 자체로 거대한 침묵이자 무심의 영역이다.
그 무한한 공백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길’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창조적 자유를 부여한다.
‘문화세계의 창조’는 기성의 정답을 답습하는 길이 아니라,
우주적 진리를 붙잡고 인간의 존엄을 성숙시켜 나가는 끝없는 성찰의 길이다.”

조 이사장은 주리를 “우주와 자연, 인간 사회를 관류하는 이치의 세계”로, 주의를 “그 이치를 바탕으로 개인과 공동체의 길을 선택하는 역사의식과 실천 의지의 세계”로 설명했다. “리(理)의 세계와 의(意)의 세계를 유기적·입체적·전일적으로 통합해 살피는 것이 경희 서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치에 대한 통찰이 깊어질수록 의식은 더 멀리 내다본다. 의식이 고양될수록 이치는 더 온전한 상태로 현실 속에 구현된다. 주리와 주의는 상호 생성과 변천 운동 과정이다. 경희는 이러한 철학 속에서 단순한 쟁취와 생존을 넘어, 우주 이치와 인간 의식이 함께 열어가는 실존의 길, 새로운 문명의 길을 모색했다. 그 실천 의지와 정신이 ‘의식의 지도성(指導性)’이자, 자신과 세계의 한계와 모순을 치열하게 끌어안고 더 나은 세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포월(包越)의 행위 수행이다.

경희가 일궈온 학문과 평화의 전통은 ‘문화’와 ‘과학’의 창조적 융합을 토대로 한다. 조 이사장은 “경희는 태동기부터 평화라는 인문 가치와 과학이라는 합리적 이성이 끊임없이 어긋매김 하며 상승(相乘) 효과를 내도록 설계됐다”며, 이를 “동서 문명의 가치와 철학을 조화시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려는 영원한 변증과 통합의 여정”이라고 바라봤다. 경희가 추구하는 창조적 ‘문화세계’란 과학기술과 지식체계의 눈부신 발전(“학문의 전당”)이 인류의 정신적 고양과 평화적 가치(“평화의 전당”) 안에서 길을 찾고 꽃피우는 문명 패러다임을 의미한다. 육신과 영혼, 물질과 정신, 이성과 감성, 과학적 합리성과 정신적 가치가 대립하지 않고 서로를 수렴하고 포용하는 또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전일적 승화.’ 조 이사장은 이 과정이 경희가 감당하고 도전해 가야 할 미래이자 염원임을 재확인했다.

‘사자와 목련’-전일적 실존의 길
경희의 상징인 ‘사자’와 교화 ‘목련’ 역시 이러한 전일적 지향을 품고 있다. 본관 준공 후 1959년 9월 세워진 사자상은 통념상의 사자와 달리 그 위엄을 안으로 감춘 미소 짓는 얼굴을 하고 있다. 사자는 야생의 강인한 생존력과 현실 극복 의지를 상징한다. 거친 현실을 헤쳐 가는 생존의 기개를 품고 있다. 그러나 경희의 사자는 그것에 그치지 않는다. 강인한 힘을 미소로 승화한다. 힘을 과시하고 내세우는 대신 관용과 포용으로 세상을 헤쳐 간다. 인간 정리(情理)를 초월한 대자연의 이치와 우주 질서 속에서 인간이 품을 수 있는 관용의 의지, 더 깊은 인간 세계의 진리를 찾아 나선다.

목련은 웃는 사자 곁에서 또 다른 축을 이룬다.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는, 혹독한 시대의 추위를 뚫고 가장 먼저 피어나는 선구자의 생명력을 지녔다. “함께 피고 함께 지는 인생의 귀감” 목련은 인류와 생명 공통의 아름다움이 내재한 존재다. 목련이 겨울을 견디는 힘은 맹목적인 인내가 아니다. 더 좋은 봄날을 열어가려는 미학적인 염원에서 비롯된다. 조 이사장은 “목련은 인내와 선구, 우주의 궁극적 결맞음을 닮은 ‘조화롭고 아름다운 삶’을” 상징한다며 우리의 이상과 실천적 노력이 지니는 미학적 성정을 생각한다면, 자유롭지만 만사 만물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는 삶을 지향하자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자와 목련. 이 둘은 경희가 말하는 주리생성과 주의생성의 전일적 조화, 강인함과 관용, 생존과 실존, 질서와 자유, 나아가 성찰적 자유와 창조가 함께 살아 숨 쉬는 전일적 실존의 길을 형상화한다.

조 이사장은 기관 운영에도 목련과 사자 정신을 요청했다. 기관 경영의 ‘사전예방 원칙(Precautionary Principle)’과 관련된 행정인의 책무를 강조하는 맥락이었다. “사전예방 원칙이란 위기를 예찰하고 평시에 관리해 가는 기관 행정, 기관 경영의 틀을 선제적으로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기관의 경영자는 위기 조짐에 항상 예의 주시하고, 철저히 관리하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위기가 불거진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징후를 평시에 감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행정인의 자세”라며 “구성원이 불안과 위기를 체감하기 전에, 기관 행정가들이 이를 먼저 감지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목련이 추운 겨울을 통과해 봄을 준비하듯, 기관의 위기관리도 짧고 긴 호흡의 다각적 준비가 일상화해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준비 과정엔 구성원의 공동선 구현과 문명사적 기여를 위한 미학적 숙려와 깊은 책임 의식이 늘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현실 세계가 강조하는 기관 경영상의 지표와 성과 관리만이 아니다. 그 너머 존재하는 진정한 학문과 배움의 길, 학문과 배움의 지구적 실천의 길, 구성원 일상과 기관 의사결정이 조화로운 하나가 되는 일을 세심히 일궈가려는 책임과도 맞물린다. 조 이사장은 감흥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의 추구를 통해 생존과 실존을 승화하고, 정신과 문명 세계를 포괄하는 기관 발전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일은 “우리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지금 현 구성원과 역사를 일궈온 경희인, 미래 구성원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기관 행정에 참여하는 분들께는 지금만큼 어제와 내일, 먼 미래도 대단히 중요하다.” 조 이사장의 이 말에서도 알 수 있듯, 2026년 병오년 경희의 화두는 역사와 현재를 미래 의식 속에서 종합하고, 인간 의식과 우주 이치를 가늠하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하는 비범한 시선과 결의, 기관 운영 탁월성의 전일적 지평을 찾아 나서는 일이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아주 큰 전환의 여정, 경희의 염원은 멈추지 않는다’를 주제로 신년사를 전했다. 조 이사장은 유시유종(有始有終)과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선을 화두로 고난을 극복해 온 경희의 역사를 되짚었다. 그는 인류 문명과 인간 실존이 붕괴할 수 있는 ‘깊은 위기’를 진단하며 이를 돌파할 ‘의식의 지도성’을 강조했다. 특히 “미래를 단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는 빛의 관점에서 현재의 선택을 바꾸는 원천”이라 정의하고 기성화된 현실에 안주하기보다 우주적 맥락에서 ‘인간의 길’을 스스로 설계하는 창조적 자유를 발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전일적 연결성’ 속에서 경희학원이 학문적 탁월성을 넘어 인류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는 경희의 실존적 소명을 재확인하는 연설이었다.

새로운 전환 국면: ‘깊은 위기’ ‘깊은 대응’
오늘의 시대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낯선 국면”이다. 기후 위기, 핵 위협, ‘미확인 변칙 현상(UAP,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과 초지능을 향해 가는 인공지능·양자 컴퓨팅 등 실존과 생존 방식이 모두 바뀌는 문명 전환의 시대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시선을 개인 차원은 물론 행성 차원으로 확장할 것을 권고한다. “현재 우리가 마주한 문제들은 단기 정책이나 기술적 해법만으로 풀 수 없는 문명사적 난제”라는 것이다. 교육기관인 경희는 “미래 세대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불편하더라도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알리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할 책무가 주어져 있다.

첫 번째 난제로 조 이사장은 기후 위기를 꼽았다. 그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2022년 COP27에서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We are on a highway to hell with our foot on the accelerator)”고 경고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세계가 주목했던 기후 위기 문제가 언론과 정치 전면에서 사라지고 있음을 상기했다. 힘 있는 누군가가 ‘기후 위기는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위기가 사라지는 것인가 반문했다. 조 이사장은 개인의 의식 전환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한다. “탄소 감축에 관한 논의도 사라졌고, 언론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원하든 원치 않든 결국 기후 위기는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것이다. 개인의 시선과 실천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세상의 통념과 여론이 이끄는 대로 생각의 범주를 고정하는 일은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 아주 큰 전환의 시대, 무엇이 진실인지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의 책무는 우리 각자에게 있다.”

UAP와 관련한 최근의 논의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 조 이사장은 “광활한 우주에 인간만이 유일한 지성체라는 생각은 상식 밖의 일일 수 있다. 우주 내 무수한 행성과 생명의 조건, 혹은 진화 여정이 반드시 인간의 그것과 동일한 방식이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우주적 관점에서 생명과 지적 생명체의 가능성을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특히 그는 최근 미 의회가 추진 중인 ‘UAP 공개법(UAP Disclosure Act)’과 최근 몇 년간 네 차례나 개최된 상·하원 청문회, 그리고 전직 CIA 국장, 국가정보국 국장, 펜타곤 내 UAP 태스크 포스 책임자, 군 장성과 정보 장교 등 34명의 고위 인사들의 증언이 담긴 다큐멘터리를 언급하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UAP와 비인간 지성체(NHI, Non-Human Intelligence)를 증언하는 다큐 영화 《The Age of Disclosure》(댄 파라(Dan Farah) 감독, 2025)가 그것이다. 영화를 비판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하지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기존 인간 중심의 근대적 세계관을 탈피해야 한다는 문명사적 요청, 우주 내 인류의 위치와 문명의 향배를 다시 묻게 하는 근본적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주 큰 전환의 시대, 무엇이 진실인지 냉철하게 들여다보는 시선의 책무는 우리 각자에게 있다.
단순히 사회와 언론이 이끄는 통념에 머물지 않고,
우주적 맥락에서 인간 사회를 재해석하며 미래 세대를 위한 배움의 터전을 가꾸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 교육기관의 엄중한 과제다.”

조 이사장은 우주적 맥락에서 인간 사회를 재해석하는 책임 있는 접근을 제안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주의 진화 여정이 인간의 진화와 동일해야 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수효(數爻)의 행성에서 인류와 다른 진화의 여정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아직은 확답할 수 없는 문제다. 하지만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것이 인류에게 주는 의미를 깊이 사유해야 한다. 문명사적 차원에서 우리가 어떤 시대 의식을 갖고, 미래를 향한 화두를 던질 것인가 하는 점은 인류 역사상 우리가 맞닥뜨린 가장 크고 엄중한 과제 중 하나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과 양자 컴퓨팅이 만들어갈 미래의 도전도 강조했다. “우리는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을 넘어 범용 인공지능(AGI), 나아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는 초지능(Super Intelligence)의 등장을 둘러싼 변혁기에 서 있고,” 특히 아원자 단위의 복잡한 관계와 작용을 연산할 수 있는 양자 컴퓨터와 결합할 경우, “기존의 노동과 경제사회 구조는 물론, 문명 패러다임 그 자체를 다시 써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 미래 예찰과 경희의 생존과 실존이 직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 이사장은 인류가 마주한 문명사적 난제들을 ‘깊은 위기’라고 진단한다. 그는 위기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각자 개인의 몫이라고 해석의 지평을 열어놓으면서도, 우리가 또 다른 생존과 실존의 절박한 과제 앞에 서 있다는 것, 부인할 수 없는 보편적 실존 위기 상황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 문명과 인간 실존 그 자체가 붕괴할 수 있는 미지의 심연으로 향해 가고 있음을 뜻한다. 그런 점에서 이에 대한 해법 역시 물리적, 기술적 차원의 대책을 넘어선 ‘깊은’ 대응이 필요하다. 문제의 표면을 수습하고 관리하는 차원이 아니라, 위기를 초래한 인간 의식, 실존 양식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 현실의 드센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문명의 향배, 인간 내면의 길을 다시 사유하고 통찰할 수 있는 의식의 지도성이 중요하다. 지구 행성 사회의 전일적 이해, 희망과 숙명의 지평을 동시에 끌어안을 용기, 포월의 행위 수행이 절실해 보인다”고 전했다.

신년사 이후 진행된 축하공연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맡아 총 두 곡을 연주했다. 첫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의 제2악장으로 고난 속에서도 숭고한 인류애를 표현한 선율로 학문과 평화와 문화세계의 창조를 추구해 온 경희의 창학 정신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미래의 시선-‘경희의 염원은 멈추지 않는다’
신년사는 ‘미래의 시선’에 관한 사유로 마무리됐다. 조 이사장은 “먼 훗날 우리가 꿈꾸던 미래에 서서 오늘을 회상할 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미래는 단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오늘을 비추는 빛의 관점에서 보면, 희망은 단순한 낙관도 아니다. 현재의 선택을 바꾸는 원천이다.” 그는 이러한 인식 속에서 경희가 언제나 추구해 온 현실과 미래를 결합한 미학적 실천과 책임 의식을 강조했다. “과거와 현재, 미래는 단절된 것이 아니다. 하나의 합일된 전체로 상통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전일적 연결성’을 갖는다.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단순히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 의식이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결단하는가에 따라 매 순간 새롭게 생성된다. 이는 기관 경영, 행정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중요한 의식 구도다. 구성원이 마음껏 배우고, 연구하고, 생활하고, 더 멋진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터전을 항상 잘 가꿔가는 것이 기관 행정의 근본이다. 이를 위한 입시와 사회진출, 인사와 재정, 위상 관리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다만, 그 현실이라는 땅 위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으면서도 ‘이것만이 현실이다’라는 고정관념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 세상이 주문하는 기성관념의 틀. 그 너머 존재하는 더 깊은 현실을 성찰하고, 오늘의 현실을 부단히 재조명해 가는 것. 그것이 기관 행정의 일상적 책무다.”

그런 점에서 책임의 영역 역시 오늘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기관 경영의 책임자에게는 ‘역사와 전통에 대한 책임, 현재를 과거보다 더 성공리에 관리해야 할 책임, 미래를 향해 도전적·선구적 발길을 찾아 나서야 할 책임’이 요청된다. 과거의 유산을 성찰하고, 현재의 엄중함을 관리하며, 동시에 미래의 가능성을 지금 여기에 불러오는 입체적인 책임이 요구된다. 조 이사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여전히 생존과 실존이란 화두는 중요하다. 현실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현실을 어떻게든 헤쳐 가야 한다. 각 기관의 현실은 저마다 다르다. 현실이라는 땅에 굳건히 발을 딛고 성공적으로 관리하되, 그것만이 현실이 아니라는 역설적 진리를 항상 생각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 너머 또 다른 현실, 내일 전개될 현실, 모레 전개될 현실이 무엇인지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조 이사장은, “경희의 염원은 멈추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경희의 염원이 “미래에서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며 오늘의 현실을 새롭게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임을 강조하며 신년사를 마무리했다. “시련에는 시작도 있고 끝도 있다(유시유종). 그럼에도 이치의 세계, 진리의 길은 무한히 열려 있다(무시무종). 그 속에 인간의 길이 있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우주적 진리의 심연은 헤아릴 수 없는 존재의 원천이다. 하지만 유한한 생을 인식하지 않았다면 무한의 의미를 알려 하지 않을 것이다. 끊임없이 길을 열어주는 우주 내 가능성의 세계, ‘불가능의 예술’을 찾아 나서는 것이 인간이 짊어진 실존의 의미일 것이다. 생존을 넘어 실존으로, 단편적 성과 너머 존재하는 전일적 탁월성의 길, 어렵지만 아주 큰 전환의 여정 한가운데 선 오늘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결단이다. 근래에 들어 ‘진화 혹은 절멸’ ‘평화 혹은 붕괴’라는 말이 국제사회에 회자하고 있다. 이 극단적 분기(分岐)의 시대를 통과할 수 있는 길은 현실에 발 딛고 현실을 넘어서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여정에 동참하는 일이다.” 경희가 지난 77년 간직해 온 “학문과 양심의 자유” “학문과 평화”의 결의다.

신년사 이후에는 축하공연과 신년 교례가 이어졌다. 축하공연은 경희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두 곡을 연주했다. 첫 번째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8번 ‘비창’ 제2악장(L.v.Beethoven-sonata No. 8 in C minor OP. 13 ‘Pathetique’ 2nd Movement)이었다. 베토벤이 고난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내면의 평화와 숭고한 인류애를 아름다운 선율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환문명 시대에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의 평화를 끊임없이 추구해 온 경희의 창학 정신과 맞닿은 음악이다. 두 번째 곡은 가곡 ‘목련화’로 보다 나은 미래를 이뤄가자는 염원을 담았다. 행사 후에는 참석자들이 청운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해맞이 떡국을 함께 나누며 2026년 시무식을 마무리했다.

이번 행사는 경희학원의 역사와 문명 전환기 교육기관의 책무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사진은 행사의 마지막에 진행된 경희대학교 음악대학 교수들의 가곡 목련화 공연 모습.

  • SDG 13 -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방지와 긴급조치
  • SDG 16 - 평화적, 포괄적 사회증진, 모두가 접근가능 한 사법제도 제도와 포괄적 행정제도 확립
  • SDG 4 - 양질의 포괄적인 교육제공과 평생학습기회 제공
  • SDG 17 - partnerships for the goals
  • SDG 9 - 사회기반시설 구축, 지속가능한 산업화 증진
  • 정민재(ddubi17@khu.ac.kr)
  • 이춘한(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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