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ar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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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산학
    하수처리로 못 거르는 산업폐수, 빛없이 분해하는 촉매 개발

    화학공학과 김종식 교수 연구팀이 폐수의 오염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IF=9.2)』 표지로 선정됐다. 화학공학과 김종식 교수 연구팀, 이산화타이타늄 표면 다듬어 신촉매 개발 개발된 촉매군 특허 출원, 하반기 기술이전 예정 깨끗해 보이는 하천과 호수 속을 들여다보면 일반 하수처리로는 걸러지지 않는 각종 오염물들이 녹아 있다. 항생제·진통제·제초제·환경호르몬과 같은 물질이 수생태계를 교란하고 결국 식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화학공학과 김종식 교수 연구팀이 폐수의 오염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분해할 수 있는 촉매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IF=9.2)』에 7월 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과산화수소 균일쪼개짐 기작 세계 최초로 증명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 (IF=9.2)』 표지로 선정됐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대표적인 방법인 ‘고도산화공정(AOP)’은 강력한 산화 라디칼을 생성해 유기 오염물을 태우듯 분해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는 이산화티타늄(TiO2)으로, 빛을 쬐면 라디칼을 생성한다. 하지만 기존 방식은 물의 산성도(pH)나 녹아 있는 화학 물질에 따라 라디칼 생산성이 크게 변하고, 가시광선에서 잘 작동하도록 소재 물성을 변화시키면 오히려 생성되는 라디칼의 종류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었다. 김종식 교수 연구팀은 발상을 전환해 이산화티타늄을 빛에 쬐는 대신 수소 기체로 표면을 미세하게 다듬어 표면의 브뢴스테드·루이스 산을 정밀하게 조절했다. 그러자 과산화수소(H2O2)가 빛없이도 균일하게 쪼개지며 라디칼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김종식 교수 연구팀은 이 반응을 촉진하는 핵심이 브뢴스테드 산임을 밝혀냈고, 과산화수소 균일쪼개짐 기작의 속도법(rate law)을 세계 최초로 유도·증명했다. 기존 연구에서 이산화티타늄을 단순히 전자·정공을 나르는 운반체로 보았다면, 이번 연구는 이산화티타늄을 브뢴스테드·루이스 산의 저장소로 새롭게 정의했다. 표면이 최적화된 이산화티타늄은 수중에 녹아 있는 각종 유기 오염물들을 기존 촉매 대비 최대 32배 빠르게 분해하고, 1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재생 처리 후에도 처음 성능의 70% 이상을 유지하며 실용성도 향상됐다. 김종식 교수는 “빛이 없어도, 가혹한 수중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라디칼을 유발하는 촉매를 새롭게 제시했다. 수처리 현장에서 고도산화공정의 상용성을 견인하는 기술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로 도출된 촉매군은 특허화를 마쳤으며 2026년 하반기 기업에 기술이전 될 예정이다. 이번 연구는 고부가 첨단 석유화학소재 전문인력양성 사업과 4단계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2026.09.04
  • 연구/산학 , 교류/실천
    AI디자인마케팅 2.0 사업 업무협약 체결

    앵커사업단이 5개 기관과 ‘2026학년도 AI디자인마케팅2.0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 중소기업·소상공인 디자인, 마케팅 경쟁력 제고 실제 기업의 애로사항을 학생 아이디어로 개선 앵커사업단(국제)이 국제캠퍼스 중앙도서관 3층 피스홀에서 5개 기관과 ‘2026학년도 AI디자인마케팅2.0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균형발전본부,용인특례시 민생경제과 상권활성화센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경기남부지역본부, 명지대학교 자연캠퍼스 경기RISE사업운영팀, 한양대학교 ERICA캠퍼스 RISE지산학협력단 등이 참여했다. AI디자인마케팅2.0 사업은 경기도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앵커) 사업의 일환으로 학생의 실무역량 강화와 경기도 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디자인·마케팅 경쟁력 제고를 통한 지역사회 발전이 목적이다. 경기도 내 중소기업·소상공인·상점가 총 15개소와 경희대·명지대·한양대 ERICA 재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업은 밋업데이, 매칭데이, 교육 프로그램, 경진대회 및 성과공유회로 이어지는 4단계로 진행된다. 참여 기업 담당자가 직접 브랜드 노후화·디지털 마케팅 부재 등 현안을 발표하면, 학생들이 질의와 토론을 통해 과제를 이해하고 디자인·마케팅·AI 전공의 융합팀을 매칭하는 방식이다. 각 협력 기관은 역할을 분담해 사업을 지원한다.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유망 중소기업 발굴 및 연계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소상공인 현안 수집 및 대상 업체 모집을, 용인특례시는 관내 골목형 상점가 과제 발굴을 맡는다. RISE사업단(국제) 최석원 부단장은 “AI 기반 디자인·마케팅 역량을 갖춘 인재가 지역 현장의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사업을 내실 있게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2026.09.03
  • 연구/산학
    60분 안에 7종 호흡기 바이러스를 동시 진단하다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다종 호흡기 바이러스 신속 및 고용량 진단을 위한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이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선정한 「2026년 보건의료 연구개발(R&D) 우수성과 30선」에 이름을 올렸다. 보건의료 연구개발 우수성과 30선은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 성과를 발굴하고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제도다. 올해는 기술 혁신성과 산업적 파급 효과, 국민 건강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논문 16건, 특허 6건, 기술이전 4건, 사업화 3건, 고유성과 1건을 선정했다. 서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특허 분야의 주요 사례로 소개됐다. 연구팀은 최대 15개 검체에서 코로나19를 포함한 7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동시에 검출할 수 있는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했다. 서 교수는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는 기쁨과 함께 그동안 고생한 연구팀원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라며 “실험실 단계의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진단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형태까지 발전시킨 점을 평가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실제 환자의 진단과 치료 결정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이번 선정은 하나의 마무리라기보다 새로운 출발점에 가깝다”라고 후속 연구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정확도와 속도, 처리량을 함께 높이다 호흡기 감염질환은 초기 증상이 비슷해 증상만으로 원인 바이러스를 구분하기 어렵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가 동시에 유행할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원인 병원체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감염병 확진에 널리 사용하는 RT-PCR 검사는 민감도와 정확도가 높지만 전문 장비와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 검체 이송과 전처리, 분석 과정에도 시간이 걸린다. 신속항원검사는 현장에서 빠르게 사용할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아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두 검사 방식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주목했다. 실험실 수준의 정확도를 유지하면서도 현장에서 신속하게 여러 검체를 처리할 수 있는 현장 진단(Point-of-Care Testing, POCT)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연구의 목표였다. 서 교수는 “이 기술은 검체 투입부터 결과 확인까지의 전 과정을 자동화해 검사 시간과 의료진의 수작업 부담을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여러 호흡기 바이러스를 현장에서 빠르게 구별하면 환자의 조기 치료와 격리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하고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는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하거나 계절성 호흡기 질환이 유행해 검사 수요가 급증할 때는 중앙검사실의 부담을 분산하고 의료기관의 진단 효율을 높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스크 한 장에 분자 진단 전 과정을 담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의 핵심은 지름 130㎜ 크기의 일회용 원심 미세유체 디스크다. 이 디스크에는 시료 주입과 핵산 추출, 세척, 용리(정제된 핵산을 용액으로 분리해 내는 과정), 반응액 분주(검사에 필요한 시약을 일정량으로 나눠 넣는 과정), 유전자 증폭, 형광 검출에 필요한 구조가 집적돼 있다. 장비가 디스크의 회전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면 내부의 시료와 시약이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한다. 기존에는 실험자가 단계별로 수행해야 했던 복잡한 작업을 하나의 장비 안에서 자동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검체를 넣은 뒤 결과를 얻기까지의 과정을 통합한 ‘검체 투입-결과 도출(Sample-in-Answer-out)’ 시스템이다. 연구팀은 지그재그 형태의 분주 구조와 패시브 밸브, 이중 여과막, 왁스 밀봉 챔버 등을 적용해 검체와 시약이 일정한 양으로 이동하도록 했다. 회전형 디스크에 적합한 비접촉 유도가열 방식과 2색 형광 검출 장치도 함께 구축했다. 또 다른 핵심은 ‘스위칭-PCR’ 기술이다. 하나의 반응 챔버 안에서 유전자 증폭의 1차와 2차 반응이 자동으로 전환되도록 설계해 적은 양의 바이러스도 검출할 수 있도록 했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유전물질이 10카피 이하인 초 저농도에서도 높은 검출 능력과 재현성을 확인했다.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 바이러스 동시 검출 기존 현장분자진단 장비는 빠른 결과를 제공하지만,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검체 수가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처리량을 늘리려면 여러 장비나 분석 모듈을 추가해야 해 공간과 비용 부담도 커졌다. 연구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하나의 회전축에서 여러 분석 유닛을 동시에 구동한다. 5개, 10개, 15개 검체를 처리할 수 있는 디스크 구조를 각각 구현해 처리량을 단계적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의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분석할 수 있다. 이 기술은 병원과 보건소뿐 아니라 공항·항만 검역소, 선별진료소 등 짧은 시간에 다수의 검체가 집중되는 현장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신종 또는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난 경우에도 디스크 안에 사용하는 프라이머와 진단 시약을 변경하는 방식으로 진단 대상을 확장할 수 있다. 특허에서 사업화, 범용 진단 플랫폼으로 이번 성과는 실험실 단계의 기술 개발에 머물지 않고 특허와 기술이전, 품목 허가로 이어졌다. 연구팀은 핵심 원천기술인 ‘적어도 하나의 미세유동구조물을 포함하는 미세유동장치 및 이에 공급된 시료의 분석 방법’에 대해 미국 특허를 등록했고, 해당 기술을 벤처기업 ㈜포리버에 이전했다. 참여기업인 ㈜하임바이오텍 등 공동연구기관과는 ‘회전형 미세유체 제어 기술과 분자진단 기술’의 상용화를 추진했다. 이를 바탕으로 고위험성 감염체 유전자 검사를 위한 체외진단용 시약 4건이 품목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서 교수는 “후속 연구에서는 적용 질환을 확대하고 검사 정확도와 신속성을 높이는 한편, 여러 질환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는 다중 검사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미국 특허 등록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은 호흡기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양한 감염성 병원체와 유전자 분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진단 시약과 프라이머를 변경하면 식품 안전, 동물 질병, 수인성 병원체 검사와 법의학적 유전자 분석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향후 자동 샘플링과 실시간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하면 감염병 감시 네트워크와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으로도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병원·기업과 연결된 융합 연구 이번 연구에는 화학공학과 대학원생을 비롯해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의료진, 진단검사 전문 기관과 기업 연구진이 함께 참여했다. 미세유체공학과 분자 진단, 의료기기 설계, 임상 검증, 제품화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결합한 융합 연구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은 임상 검체를 제공하고 기술의 성능을 시험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기업은 대학에서 확보한 원천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상용화와 품목 허가를 담당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연구팀은 논문과 실험실 수준의 결과를 기술이전과 임상 성능 검증, 제품화까지 발전시켰다. 서 교수는 “대학과 기업, 병원이 함께하는 융합 연구가 이뤄질 때 각 기관의 전문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라며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연구 결과를 실질적인 상용화와 제품화 단계까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라고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태석 교수 연구팀은 회전형 현장분자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최대 15개 검체에서 7종 호흡기 바이러스를 60분 이내에 동시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2026.08.28
  • 연구/산학 , 교육
    현장실습에서 국제학술지 제1저자까지

    산업경영공학과 노원우 학생이 현장실습에서 수행한 연구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산업경영공학과 노원우 학생, AI 기반 고해상도 인쇄물 미세 결함 감지 알고리즘 개발 “현장실습으로 실제 현장의 변수와 제약 체감해, 학부 이론이 실무의 길잡이 될 것” 산업경영공학과 노원우 학생이 지난해 2학기 현장실습으로 진행한 연구의 결과가 전기·전자·컴퓨터공학 분야 세계 최대 학술단체인 IEEE가 발행하는 학술지 『IEEE Access』에 게재됐다. 노원우 학생은 산업경영공학과에서 품질관리 직무를 꿈꾸며 진로를 고민하던 중, 제조 품질관리 경쟁력의 핵심이 AI 기술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친구의 소개로 현장실습 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졸업 전 관심 있던 분야에서 AI가 실제 현장에서 불량과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상용 알고리즘 모델 개선, 오탐지 21% 줄여 노원우 학생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뿌리기술연구소’에서 현장실습을 진행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생산기술 분야의 산업 원천기술 개발 및 실용화를 돕는 기관으로 제조 AI센터를 운영하며 중소·중견기업이 필요한 공통 수요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술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노원우 학생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포토카드와 같은 고해상도 인쇄물의 미세 결함을 검출하는 AI 모델 연구를 수행했다. K-POP 아이돌 포토카드와 같은 프리미엄 인쇄물은 소량다품종으로 생산돼 불량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기 전에 생산이 끝나지만, 소비자는 결점 없이 완벽한 품질을 요구한다. 기존 AI 검사 모델은 이미지를 낮은 해상도로 축소해 판단하는 방식이라 5~20픽셀 수준의 미세 결함을 알아차리기 어려웠고, 인쇄 과정에서 생기는 색상·명암 차이와 실제 결함을 구분하지 못해 오탐지가 잦았다. 노원우 학생은 원본 디지털 설계 파일(Digital Truth)과 실제로 촬영된 인쇄물(Vision Truth)을 직접 비교하는 2단계 프레임워크로 문제의 해결법을 모색했다. 1단계에서는 학습 가능한 주파수(FFT) 필터로 조명·색상 차이처럼 결함이 아닌 신호는 걸러내고, 결함 신호만 보존하도록 이미지를 정렬했다. 2단계에서 두 갈래로 나뉜 예측 구조를 통해 미세 결함을 정확한 위치에서 솎아냈다. 노원우 학생은 “상용 모델을 토대로 알고리즘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완성된 모델은 새로운 디자인에서도 기존 방식 대비 21.5% 향상된 성능을 보였다. 학부 수업은 실무의 길잡이, 졸업 전 현장실습 경험하길 연구 과정에서 가장 까다로웠던 부분은 실제 산업 현장 적용이었다. 노원우 학생은 “저사양 엣지 디바이스에서 1초 이내에, 오류 없이 결함을 검출해야 했다. 기존 모델은 무거워서 그대로는 불가능했고, 모델을 거듭 개선해 0.5초까지 속도를 끌어 올렸다”고 설명했다. 도출된 연구 결과는 현장실습 기관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논문화가 결정됐다. 노원우 학생은 “논문을 써본 적이 없어 막막했지만, 지도 박사님과 함께 방어 논리를 세우고 추가 실험으로 데이터를 보강했다. 디지털 설계 파일과 실제 제조 현장 데이터 간 불일치를 지적하는 평가 의견에 대응하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지만, 최종 승인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기뻤다”는 소감을 전했다. 좋은 결과를 거둔 현장실습이었지만 처음 실습을 시작했을 때 낯선 최신 연구와 마주치며 막막함도 느꼈다. 그럼에도 학과 수업에서 쌓은 기초가 든든한 발판이 됐다. 그는 “정재윤 교수님의 수업에서 배운 확률론적 접근법 등 AI 기초지식이 실습에 큰 도움이 됐다. 기초 이론을 탄탄히 다져둔 덕분에 논문을 집중적으로 읽으며 최신 연구 흐름을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학과 수업과 현장의 가장 큰 차이는 다루는 데이터의 성격이었다. 노원우 학생은 “정제된 데이터를 다루는 수업과 달리 실제 제조 현장 데이터는 디지털 환경과 크게 달랐다.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다양한 전처리 기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밝혔다. 그는 품질관리 분야로 진로를 이어갈 계획이다. 현장실습은 앞으로 채워야 할 역량을 알려준 계기가 됐다. 학과에서 배우는 품질관리는 통계 기반 접근이 중심이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도메인 지식에 대한 이해가 훨씬 폭넓게 필요하다는 사실을 체감했기 때문이다. 이어 현장실습 제도를 고민하는 후배에게 “현장에서는 학과 수업에 없던 변수와 제약에 부딪히며 실무를 배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부 이론이 실무의 길잡이가 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짧은 기간이라도 주어지는 프로젝트에 도전한 경험은 반드시 자산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6.08.27
  • 연구/산학
    채혈 없이 땀 한 방울로, 임신 필수 영양소 진단한다

    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연구팀이 혈액 채취 없이 땀만으로 임신 전후 필수 영양소인 엽산 농도를 정밀 분석하는 차세대 현장진단(Point-of-Care, POCT) 플랫폼을 개발했다. 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CD 플레이어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로 차세대 진단 플랫폼 개발 땀으로 혈액 대체, 바이오마커 신뢰성 제시 화학공학과 조숭원 교수 연구팀이 혈액 채취 없이 땀만으로 임신 전후 필수 영양소인 엽산 농도를 정밀 분석하는 차세대 현장진단(Point-of-Care, POCT)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ature Biomedical Engineering』(IF: 26.3)에 최근 게재됐다. 극미량의 땀 속 엽산 농도도 정확히 측정 임신 전후 엽산 농도 관리는 산모와 태아 건강에 직결되지만, 기존 측정법은 반복적인 혈액 채취와 전문 검사 시설이 필요해 일상적 관리에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혈액을 대체할 체액으로 소변, 눈물, 침, 간질액 등을 두루 검토했다. 조숭원 교수는 “혈액은 침습적 채취 방식이라 의료 인력이 부족한 오지나 개발도상국에서는 채취 자체가 어렵다. 침이나 간질액 역시 침습적이거나 오염 가능성이 있어, 비침습적이면서도 오염 없이 채취할 수 있는 땀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땀을 활용한 기존 웨어러블 센서는 땀 분비량이나 체온 변화에 따라 측정 정확도가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채취되는 땀의 양 자체가 극미량인 데다 개인별 편차가 커, 정량 분석을 정확히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연구팀은 문제의 해법을 ‘CD플레이어(CD-ROM)’에서 찾았다. 조숭원 교수는 “CD 플레이어처럼 회전하는 플랫폼 위에서는 원심력으로 유체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다. 땀은 채취되는 양 자체가 10 마이크로리터(μL) 남짓으로 매우 작아 정확한 농도 측정이 어려웠다. 회전 플랫폼 기술과 면역분석 기술을 결합하면 정밀한 정량화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착안했다”며 연구 의도를 설명했다. CD플레이어에서 착안한 아이디어 극미량의 땀 속 엽산 농도를 정량화하는 랩온어디스크(Lab-on-a-Disc) 플랫폼으로 구현됐다. 연구팀은 여기에 LP 레코드 플레이어의 톤암(Tone Arm) 구조에서 착안한 전기화학 검출 인터페이스를 결합했다. 그 결과 회전하는 디스크 위에서도 전극이 안정적으로 접촉하며 높은 신호 재현성을 확보했다. 채취 과정과 분석 과정을 완전히 분리한 이 시스템을 통해 기존 웨어러블 센서의 한계였던 땀 분비량·체온 변화에 따른 오차 문제도 해결했다. 조숭원 교수가 개발한 진단 플랫폼. 상용화된 CD플레이어를 활용해 극소량의 땀 속 영양 성분을 정확히 측정했다. 상용화된 제품 활용, 낮은 비용으로 정밀한 실험 가능 하지만 아이디어를 플랫폼으로 구현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조숭원 교수는 “하나의 디바이스 내에 땀을 모아 측정 시스템과 결합하고, 나아가 땀 속의 생체 반응을 유의미한 신호로 찾아내기까지 모든 과정이 하나의 실험으로 완결되도록 설계해야 했다. 땀을 모으는 디자인 요소부터 측정 시스템을 결합하는 부분까지 하나하나가 난제였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구를 반복하며 해결책을 찾아 나갔다”며 개발 과정을 전했다. 기존 고가·대형 분석장비 대신 상용 CD플레이어 부품을 활용한 덕분에 비용 절감 효과도 상당했다. 조숭원 교수는 “실험실 수준의 정밀도를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다. 일반 CD-ROM을 활용한다면 낮은 비용으로도 정밀한 수준의 실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플랫폼으로 혈액 기반 검사 수준의 높은 정확도와 재현성을 확보했고, 초고감도 검출 성능까지 달성했다. 인체 적용 실험에서는 엽산 보충제 섭취량에 따라 땀 속 엽산 농도가 증가하는 용량-반응 관계가 확인됐다. 8일간의 연속 모니터링을 통해 보충제 복용 여부에 따른 농도 변화를 실시간으로 추적했다. 조숭원 교수는 2026학년도 1학기 임용을 통해 교원으로서 새로운 출발을 시작했다. 임용 전부터 웨어러블 바이오케미컬 센서 분야를 꾸준히 연구해 온 그는 “새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생체 신호를 읽어내는 생화학적 연구를 주로 진행했다. 향후 엽산 측정 외에도 운동 능력을 생화학적으로 측정하는 방법,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스트레스 레벨을 확인하는 방법 등 다양한 연구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다양한 바이오센서를 개발하되, 특히 초고감도로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바이오센서라도 민감도가 좋아지면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센싱 기술과 치료 시스템을 결합한 클로즈드 루프(closed-loop)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조숭원 교수는 엽산 외 다양한 생체 지표를 검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2026.08.24
  • 연구/산학
    생체의공학과, 로봇축구 세계대회 첫 출전

    생체의공학과 휴머노이드 로봇축구팀 ‘KHUBER’가 세계 최고 권위의 로봇축구대회 ‘RoboCup 2026 Humanoid Soccer League(Kid Size)’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인터뷰 영상 보기 생체의공학과 휴머노이드 로봇축구팀 ‘KHUBER’, 세계 최고 권위 ‘RoboCup 2026’ 참가 자체 제작한 로봇, 알고리즘으로 세계 무대 누벼 생체의공학과 휴머노이드 로봇축구팀 ‘KHUBER(Kyung Hee University Biomedical Engineering Robotics)’가 세계 최고 권위의 로봇축구대회 ‘RoboCup 2026 Humanoid Soccer League(Kid Size)’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강화학습 기반 기술 적용, 자체 개발 로봇으로 상용 로봇과 겨뤄 올해 대회에는 세계 각국의 대학과 연구기관이 참가해 휴머노이드 로봇의 자율보행, 인공지능, 비전, 제어 기술의 우열을 가렸다. 대부분의 참가팀이 성능이 검증된 상용 휴머노이드 플랫폼을 사용한 것과 달리, KHUBER는 생체의공학과 연구원과 학부생이 1년간 직접 설계·제작한 로봇으로 대회에 나섰다.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임베디드 시스템, 보행 제어, 비전 시스템, 인공지능 알고리즘까지 핵심 기술을 모두 자체 개발했다. KHUBER는 참가팀 가운데 유일하게 강화학습 기반 기술을 실제 경기에 적용했다. 로봇이 반복된 경험을 통해 행동을 학습하고, 스스로 움직임을 개선하는 기술이다. 팀을 지도한 생체의공학과 이진석 교수는 “AI 기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KHUBER는 상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다른 기관과 달리 직접 로봇을 제작해 대회에 출전했다. 매 경기 로봇에 손상이 있었지만, 수리를 이어가며 대회를 무사히 마감했다. 처음 출전한 경기는 녹록지 않았다. 로봇 간 충돌로 팔과 다리가 파손되고 센서와 프레임이 손상됐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작업대로 돌아가 로봇을 분해하고 원인을 분석한 뒤 다음 경기 전까지 수리를 이어가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이진석 교수는 “세계적인 팀과 경쟁하며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확인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응원의 말을 남겼다. 이어 “최근 AI 기술은 생성형 AI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직접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축구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컴퓨터 비전, 강화학습, 제어기술이 융합된 대표적인 피지컬 AI 연구 분야인 만큼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발전된 로봇으로 다시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대회에 참가한 생체의공학과 이후석 연구원은 “매 경기가 끝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로봇을 수리했다. 그런데도 로봇이 다시 걸어가 공을 향해 뛰는 모습을 보면 그간의 피로가 잊혔다”고 회상했다. 박현재 학생은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생각했지만, 로봇을 직접 만들고 고치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의선 학생은 “이번 대회에서 ‘다시 고치자’는 말을 제일 많이 했다. 이제 내년을 앞두고 ‘다시 만들어 보자’고 마음을 다잡아서 내년에는 더 강한 로봇과 똑똑한 인공지능으로 다시 세계 무대에 서겠다”고 말했다. .videos img{ width:100%; height: 100%; } a.video{ float: left; position:relative; } a.video span{ width:100%; height: 100%; position: absolute; background:url("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72B024E567617E839") no-repeat; background-position: 50% 50%; background-size: 10%; opacity: 0.5; } a.video span:hover{ opacity: 1; filter: alpha(opacity=70); } .text { height: auto; display: flex; padding: 20px; text-align: justify; line-height: 1.5; font-size: 14px; font-weight: 500; background-color: #eee; border: 1px solid rgb(232, 232, 232); color: #333; } @media screen and(max-width:630px){ a.video span{background-size: 20%;} }

    2026.08.21
  • 연구/산학
    단백질의 언어와 함께한 20년, 그 속에서 길을 찾다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가 2025학년도 경희Fellow(연구)로 선정됐다. 김 교수는 엑소좀과 질량분석기 기반 다중오믹스 분석법 연구로 세계적인 성과를 거뒀다.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 경희Fellow 선정 질량분석 기반 다중오믹스 연구로 세계를 대상으로 활약 경희는 매년 교육과 연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여준 교수들을 '경희Fellow(연구·교육)'로 선정한다. 2025학년도 경희Fellow(연구)로 선정된 교수들은 각기 다른 분야에서 혁신적 연구 성과를 이루어낸 교수들이다.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는 질량분석 기반 다중오믹스 연구를 선도적으로 이끌며 경희 Fellow(연구)로 선정됐다. 응용화학과 김광표 교수를 만나 그간의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김광표 교수는 Fellow(연구) 선정 소식을 접했을 때 다른 누구보다 함께 힘써준 연구실 구성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학생들과 가르치고 배우며 함께 쌓아온 과정을 인정받아 기쁘면서도 사회에서 각자의 자리를 잡은 학생들이 떠올라 뭉클한 마음이었다. 개인의 성과보다 연구실 구성원 모두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선정 소감을 전했다. 생체분자 직접 영상화하는 질량분석 원천 기술 개발 김광표 교수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 시스템인 ‘세포 밖 소포체(엑소좀)’의 단백체와 지질체 연구와 환자나 동물 조직시료에서 단백질, 리피드, 약물대사체 등 흥미로운 생체분자에 대한 질량분석기를 이용한 다중오믹스 분석법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0년 전 학계에서조차 엑소좀이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부터 연구를 이어왔다. 김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엑소좀 내 다양한 단백질의 존재를 규명하고, 엑소좀이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임을 밝혀냈다. 나아가 동물 세포뿐 아니라 식물, 미생물 등 모든 생물에 걸쳐 나타나는 공통 현상임을 입증하며 엑소좀 연구 분야의 성장에 기여했다. 김광표 교수가 연구한 ‘질량영상분석법’은 생체분자의 분포를 화학적·생물학적 표지분자에 의한 간접적인 영상이 아닌 분자 자체의 이온화를 직접 영상으로 제시하는 독보적인 기술이다. 김광표 교수는 질량영상분석법의 핵심 기술인 매트릭스 조성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70개 내외였던 리피드 영상화 범위를 200개 이상으로 확장했다. 2011년 발표된 이 연구는 현재까지 109회 인용되며 관련 분야에서 가장 성공적인 분석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김광표 교수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연구자다. 해외 연구자와 교류를 이어오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를 상대로 연구력을 뽐내고 있다. 축적된 연구 성과, 세계 무대로 이어져 축적된 연구 역량은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김광표 교수는 논문 발표와 국제 학회 참여를 통해 꾸준히 해외 연구자들과 교류를 이어온 결과, 다수의 국제 공동연구에 핵심 연구자로 참여하게 됐다. 질량분석 분야 피인용 수는 세계 70위권에 드는 수준으로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세포 밖 소포체 분야 권위 학술지인 『Journal of Extracellular Vesicles(IF 16.0)』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을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역임했으며, 분광학 분야 최고 저널인 『Mass Spectrometry Reviews(IF 10.9)』에도 초청 논문 3편을 게재했다. 김광표 교수는 “국제 학회에서 만난 연구자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경희의 연구 수준은 해외에서 배워오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타인의 본이 될 수준이다. 본부 차원에서도 국제 공동연구 활성화를 위한 많은 지원이 있어 국제 연구 네트워크 구축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에는 미국 국립암센터(NCI) 주도의 ‘임상 암유전단백체 컨소시엄(CPTAC)’과 ‘국제 암유전단백체 컨소시엄(ICPC)’에 참여했다. 김광표 교수 연구팀은 컨소시엄을 통해 폐암·유방암 관련 종양 단백체 연구를 진행했고, 폐암 치료의 새길을 열 맞춤형 치료법의 실마리를 찾았다. (관련 기사보기) 최근에는 유방암 관련 논문도 작성 중이다. 김광표 교수는 “다양한 암 유전체 연구를 종합적으로 수행해 통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4년에는 유럽연합의 최대 연구·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참여해 유럽 3개국, 이집트, 멕시코 연구팀과 함께 식물 엑소좀의 특성과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관련 기사보기)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교내 연구교수와 박사과정 학생들이 유럽 현지 기관에서 실험을 수행하고, 유럽 연구자들이 경희를 방문하는 등 활발한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연구는 길을 보여주는 일, 그 길에 주인의식을 갖길” 활발한 국제 공동연구 속에서도 김광표 교수는 연구의 본질을 늘 고민한다. 그는 연구를 '완성'이 아닌 '개척'으로 바라본다. “훌륭한 연구자가 단번에 위대한 발견을 이뤄낸다는 것은 흔한 오해다.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지식이 쌓여야 비로소 새로운 발견이 가능하다. 현업의 연구자가 길을 보여주면 뒤에 오는 학문 후속세대가 그 길을 넓혀가는 것이 연구의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김 교수는 연구실 구성원에게도 “함께 진행하는 공동의 연구이지만, 내 연구, 내 이름이 남는다는 주도성을 가져야 한다”며 주인의식을 갖길 강조한다. 연구자로서 인공지능 시대에 갖춰야 할 자세도 조언했다. 그는 “연구에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다만 AI를 잘 쓰기 위해서는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를 스스로 정확히 정의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AI시대 연구자에게 요구되는 본질적인 능력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김광표 교수는 앞으로도 데이터에 기반해 약물을 선정하고, 이를 통해 신약과 새로운 암 진단법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암 단백체 연구를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다.

    2026.08.19
  • 연구/산학 , 교류/실천
    천하에서 국민국가로, 중국의 탄생

    사학과 정지호 교수가 집필하고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발간한 『중국의 탄생-량치차오의 국민국가 건설 분투기』가 ‘202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인문학 분야에 선정됐다. 이번 기사는 경희대학교 출판문화원이 발간한『중국의 탄생』을 중심으로 책의 주요 내용과 연구 의미를 살펴본다. 이와 함께 정치외교학과 서정건 교수와 체육대학원 하피터 교수의 저서도 각각 사회과학과 인문학 분야에 포함됐다.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사업은 기초학문 분야의 연구와 저술 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 분야에서 총 2,193종이 접수됐으며, 학술원 회원과 외부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인문학 114종, 사회과학 104종, 자연과학 70종 등 총 288종이 선정됐다. 량치차오가 그린 근대 중국 『중국의 탄생』은 근대 중국의 형성 과정을 대표적 계몽사상가이자 정치가인 량치차오(梁啓超, 1873~1929)의 사상을 통해 살펴본 책이다. 책은 정 교수가 오랫동안 중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며 품어온 ‘중국이라는 이름은 언제부터, 어떤 의미에서 국가의 이름이 됐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전근대 시기의 ‘중국’은 명확한 국경을 가진 영토국가라기보다 화이(華夷) 질서와 천하(天下)의 관념을 바탕으로 한 문명의 중심에 가까웠다. 그러나 아편전쟁과 청일전쟁을 비롯한 대외 충돌을 겪으며 중국은 국제 질서 속 하나의 국가로 자신을 새롭게 규정해야 했다. 정 교수는 이러한 전환기에 량치차오가 국민과 국가, 역사와 영토, 민족과 문명을 어떻게 정의하고 근대 중국의 국가상을 구상했는지 추적했다. 량치차오는 청말‧민초(淸末‧民初)의 격동기 속에서 정치와 법률, 경제, 역사, 철학, 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남겼다. 정 교수는 그를 단순한 개혁론자나 계몽사상가가 아니라, ‘중국’을 근대 국민국가로 사유하고 재구성하려 했던 전환기의 지식인으로 바라봤다. 국민과 국가를 다시 정의하다 책은 량치차오의 근대적 역사서술을 비롯해 경제·재정 인식, 제국(帝國)론, 연방제론, 국성(國性)론 등을 국민국가 형성이라는 하나의 문제의식 아래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후반부에서는 청말 국적법과 개적화인(改籍華人) 문제, 민국 시기 중국 동북지역 조선인의 법적 지위 등을 통해 누가 국민이며, 국민의 경계는 어떻게 법과 제도로 규정되는지도 살폈다. 정 교수는 책의 주요 학술적 성과로 중국의 근대화를 정치제도의 변화나 혁명의 과정에 한정하지 않고, 새로운 국민과 국가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과정으로 해석한 점을 꼽았다. 그는 “오늘날 중국의 국가관과 역사 인식이 형성된 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라며 “이 책이 현재의 동아시아 국제 질서와 중국을 바라보는 데에도 역사적 관점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번 선정이 개인의 연구뿐 아니라 출판문화원의 기획과 편집, 제작 과정과 대학의 연구 지원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오랜 기간 중국 근현대사를 연구하며 품어온 문제의식을 정리한 책이 좋은 평가를 받아 뜻깊다”라며 “동아시아의 역사와 국제 질서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연구를 이어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탐구의 출발점으로 출간 이후 독자들이 보내온 서평과 감상문도 연구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됐다. 특히 사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한 고등학생은 “량치차오가 구상한 ‘신중국’과 중화 정체성을 오늘날 중국의 민족정책과 연결해 분석하고, 쑨원(孫文)의 국가 구상까지 탐구해 보고 싶다”라는 감상문을 보내왔다. 정 교수는 “한 권의 책이 또 다른 질문과 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책을 통해 독자들이 중국의 근대를 과거의 역사로만 바라보지 않고, 오늘날 중국과 동아시아를 이해하는 출발점으로 삼기를 바랐다. 현재 정 교수는 중국 근현대사 연구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국제 질서의 형성과 전쟁 기억, 역사 인식 문제를 연구하는 한편, 청말의 세계 지리서인 『해국도지』 역주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우수학술도서에는 서정건 교수와 하피터 교수의 저서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박영사에서 출간한 서정건 교수의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견제하는가?: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정당 역사 연구』는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대통령과 의회·정당, 선거와 외교 역사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으로 사회과학 분야에 선정됐다. 또한 앙스트블뤼테에서 출간한 하피터 교수의 『실존의 서: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심층 강독Ⅰ』은 40여 년에 걸친 하이데거 연구를 바탕으로 현대 철학의 흐름에 큰 전환을 가져온 미완성 저작 『존재와 시간』을 심층적으로 해설한 저서로, 인문학 분야에 선정됐다. 2026년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선정된 정지호 교수의 『중국의 탄생-량치차오의 국민국가 건설 분투기』와 하피터 교수의 『실존의 서: 마르틴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심층 강독Ⅰ』(인문학 분야), 서정건 교수의 『미국은 어떻게 중국을 견제하는가?: 미국의 대통령과 의회-정당 역사 연구』(사회과학 분야).

    2026.08.18
  • 연구/산학 , 의과학
    질병의 미래를 예측해 예방의학의 길을 넓히다

    예방 중심 의료를 향한 연구와 성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예측해 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의료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연동건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의료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디지털 헬스와 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을 연결해 질병의 발생과 확산, 위험요인, 미래 부담을 분석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 교수는 2025 경희 Fellow에 선정됐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의 바탕이 된 핵심 성과로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질병 예측 연구와 위험 요인 분석, 미래 질병 부담을 전망하는 모델링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IF: 58.7) 4편과 『JAMA(미국의학협회저널)』(IF: 55.0) 등 주요 학술지에 성과를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글로벌 질병 부담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위험 요인과 향후 부담을 분석한 연구, 의료 빅데이터 기반 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을 예측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논문 각각의 주제는 다르지만, 데이터 기반 연구가 실제 의료와 보건정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흐름이 같다. 논문을 넘어 정책과 현장으로 연 교수는 연구의 가치를 논문 실적만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 연 교수의 설명이다. 질병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보건 정책을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데도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 보건 정책이나 임상 가이드라인,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다. 연구가 논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과 연결된다. 이 같은 연구의 특성은 코로나19 시기에 분명하게 드러났다. 연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임상 연구 방식으로는 환자를 모집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위험을 더 빠르게 예측하고 대응 근거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빠르게 수행했고, 그 결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가이드라인과 국내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 과정에 참고됐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공공기관의 판단과 대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의 힘 연 교수는 오늘날의 의학 연구, 특히 데이터 기반 연구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데이터, 임상, 정책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해야 연구가 넓어지고, 결과도 실제 현장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연구를 설계할 때도 자연스럽게 다학제 협업을 염두에 둔다. 디지털헬스센터에는 연간 1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는 만큼 구성원 간 관계와 협업 방식도 중요하게 여긴다. 연 교수는 “요즘의 연구는 협업이 필수”라며 “서로의 연구 방향과 강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공동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연동건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희의 연구 환경이 만든 확장 가능성 연 교수는 연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대학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후속 세대를 키우는 데는 개인의 지도만큼이나 대학 차원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부생이 논문을 쓰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모자이크 장학금, 우수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학 제도 등이 연구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간 지원도 도움이 됐다. 연 교수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면서 연구실 운영이 한층 안정됐고, 연구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여건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ast follower를 넘어 first mover로 경희 Fellow 선정 이후 연 교수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며 성과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질문과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연 교수는 개인의 연구 성과를 넘어 경희가 글로벌 연구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질병의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 중심 의료의 길을 넓히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2026.08.12
  • 연구/산학
    의사와 사회의 관계를 다시 묻다

    의과대학 의예과 김진환 교수가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신진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신진학자상은 박사학위 취득 후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김 교수의 연구 주제는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적 성격: 한국 의사-사회 관계와 보건의료 자원분배의 정치사회학’이다. 김 교수는 의사로서 보건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임상 현장과 정책 논의의 경계에 서 있던 그는 같은 보건의료 사안을 두고 의료계와 사회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의료계는 국가가 의사를 과도하게 통제한다고 말하는 반면, 사회는 의사에게 지나친 자율성이 허용됐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두 진단은 모두 부분적으로 옳다”며 “같은 세상을 살면서 인식이 이토록 갈린다는 것 자체가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문제 인식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의료 갈등을 바라보는 두 시선 김 교수는 한국 보건의료 갈등을 단순한 의사 수, 의료비, 지역의료 문제만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의사라는 전문직이 가진 ‘임상적 자율성’이 한국 의료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살핀다. 임상적 자율성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문적 재량을 뜻한다. 어떤 검사를 할지, 어떤 약을 쓸지, 어떤 치료를 권할지를 외부 지시나 이해관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권한이다. 김 교수는 이 자율성이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의사는 전문지식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판단을 내리는 재량은 전문가의 자긍심과도 맞닿아 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의사가 환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결정한다는 ‘의료 전문가 주의(medical professionalism)의 핵심 가치를 인정하는 의미에서 그 자율성이 부여된다. 그러나 한국 의료체계에서 임상적 자율성은 경제적 수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 지점을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임상적 자율성이 지닌 구조적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의사의 진료 자율성은 전문직 정체성을 지탱하는 기반이면서, 동시에 의료체계 안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조건으로도 작동한다는 것이다. 전문직 자율성과 경제적 이익 사이 이 지점에서 한국 보건의료 체계의 복합성이 드러난다. 한국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거의 모든 병원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 두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의 가격도 국가가 정한다. 외형상 국가 통제가 강한 체계다. 하지만 국가는 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보험 적용 범위를 통제해왔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과 연결되는지, 더 나아가 의료기관의 운영이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지까지는 통제하지 못한다. 김 교수는 바로 여기에서 의사와 사회의 인식 차이가 생겨난다고 본다. 의료계는 국가가 정한 수가와 규제의 제약을 받으며 강하게 통제받는다고 느낀다. 반면 사회는 의사들이 여전히 넓은 자율성과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고 인식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를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국가가 의료의 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평균적 기준과 지침을 제시할 때, 이를 개별 환자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제약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환자의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 근거에 따른 관리는 임상적 자율성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사회는 의료계가 환자 중심적으로 자원을 배치하고 책임 있게 문제를 조정하기보다, 정부의 통제와 지원 부족만을 원인으로 돌린다고 느낀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와 과잉 진료에 대한 의심이 겹치면서 양쪽의 불신은 더욱 커진다. 김 교수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 집단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도 갈등을 키운다고 봤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대중의 요구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요구에는 나름의 불편과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의 요구는 당연하게도 의료전문가들의 언어와 다르다. 하지만 그 맥락을 읽어내고 논의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문가의 언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중을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힘이 작동할 때 갈등은 더 깊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진환 교수는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적 성격’을 중심으로 한국 보건의료 갈등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을 읽는 두 가지 조건 김 교수의 연구는 최근 반복된 보건의료 정책 갈등을 설명하는 분석 틀도 제시한다. 그는 의사 집단의 거부권이 강하게 작동하는 조건으로 ‘환전성 침해’와 ‘위협의 균질성’을 든다. 환전성 침해란 진료를 수익으로 바꾸는 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을 뜻한다. 위협의 균질성은 그 위협이 특정 진료과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의사 집단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의대 정원 확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은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비급여 진료가 수익 구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급여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진료과마다 다르다. 어떤 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과에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급여 범위 확대 정책으로 인한 위협이 의사 직군 전체에 고르게 걸리지 않았고, 통합된 저항보다는 과별 협상으로 흡수됐다고 분석한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 문제는 진료과나 세대와 관계없이 직군 전체의 미래 이익과 직업적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은 모든 의사의 미래 이익을 함께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위협이 균질하게 받아들여지기에 직군 전체가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고, 강한 집단적 반발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찬반 구도로만 다뤄질 때 놓치기 쉬운 질문도 있다고 봤다. 특정 정권의 정책 선택을 넘어, 왜 의대 증원이 여러 정권에 걸쳐 강한 저항과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의료체계의 부담이 드러났고, 지방 소멸과 지역 격차 문제가 커지면서 의료가 어떤 정권이든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라고 봤다. 의대 증원 갈등은 단순히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의제가 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배열 김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시기 의료 대응, 보건의료 자원분배에서의 지역, 전공의 이탈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 등을 연구해 왔다. 주제는 달라 보이지만, 문제의식은 하나로 이어진다. 보건의료의 문제가 정치적·사회적·제도적 배열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대응 연구에서는 시장 기제가 위기 앞에서 필요에 맞게 조정하지 못했던 모습을, 지역 연구에서는 자원 배분 과정에서 지역이 호명되고 누락되는 방식을, 전공의 이탈 연구에서는 의사 집단행동이 사망률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그 문제의식을 의사 전문직의 자율성, 보상 구조, 사회적 책임의 관계로 확장한다. 김 교수는 “지금의 연구는 한국 의료체계가 작동하는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의사 집단의 자율성과 보상 구조를 살핀다는 점에서, 앞선 연구들의 문제의식을 모아 사회적 설명을 추구하는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통제가 아닌 새로운 사회 협약을 향해 김 교수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무엇을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의사와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더 나은 모습으로 재구성할 것인가’이다. 그는 “의료 갈등을 전문성과 공공성의 대립으로만 바라봐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부정하면 의료의 질이 무너지고, 공공성을 포기하면 의료가 시장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의사의 자율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료의 전문적 판단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할 자율성이 있는 반면에 그 자율성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과정처럼 사회와 다시 협상해야 할 영역도 있다. 그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자율성을 지킬 것인지 통제할 것인지로만 다투면,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위협받고 협상해야 할 것은 방치된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김 교수는 한국 상황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성이 한국 의료체계의 역사와 제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 사례를 통해 검증하고, 이후 국제 비교로 연구를 확장하고자 한다. 비교 대상으로는 영국과 대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중심으로 병원 의료가 공공체계 안에서 운영돼 의사들이 제도적으로 한국과 다른 위치에 놓여 있다. 반면 대만은 한국과 유사하게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지만, 건강보험 설계와 수가 체계의 경로가 달라 의사 집단의 반응이 한국처럼 격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 집단의 반응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한국 특유의 제도가 만들어 낸 산물이라는 것을 설명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경계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질문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을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는 “제 연구는 의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 걸쳐 있어 어느 쪽에서도 온전히 자리를 잡기 어려운 주제”라며, “그런 연구를 알아봐 주셨다는 점이 무엇보다 감사하고 큰 용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의학과 사회과학 사이, 진료 현장과 정책 논의 사이에는 어떤 분과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질문들이 많다. 김 교수는 “안에서만 보이는 것과 밖에서만 보이는 것을 함께 읽어내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후속 연구자들에게도 경계에 서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경계에 선다는 것은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던지지 않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좋은 질문은 대개 그런 경계에서 태어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