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 중심 의료를 향한 연구와 성과 질병이 발생한 뒤 치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을 예측해 더 이른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다면 의료는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연동건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예방 중심의 의료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디지털 헬스와 의료 빅데이터, 인공지능, 글로벌 보건을 연결해 질병의 발생과 확산, 위험요인, 미래 부담을 분석해 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연 교수는 2025 경희 Fellow에 선정됐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에 대해 “그간의 연구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있다”며 “앞으로도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 교수는 이번 선정의 바탕이 된 핵심 성과로 글로벌 데이터를 활용한 대규모 질병 예측 연구와 위험 요인 분석, 미래 질병 부담을 전망하는 모델링 연구를 꼽았다. 그는 이 같은 연구를 통해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IF: 58.7) 4편과 『JAMA(미국의학협회저널)』(IF: 55.0) 등 주요 학술지에 성과를 발표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다. 글로벌 질병 부담 데이터를 활용해 질환별 위험 요인과 향후 부담을 분석한 연구, 의료 빅데이터 기반 가상 임상시험을 통해 약물의 부작용과 효능을 예측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논문 각각의 주제는 다르지만, 데이터 기반 연구가 실제 의료와 보건정책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흐름이 같다. 논문을 넘어 정책과 현장으로 연 교수는 연구의 가치를 논문 실적만으로 보지 않는다. “단순한 학문적 성과를 넘어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라는 것이 연 교수의 설명이다. 질병의 위험을 미리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고, 보건 정책을 더 촘촘하게 설계하는 데도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분석 결과를 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국가 보건 정책이나 임상 가이드라인, 예방 전략 수립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함께 제시하고 있어서다. 연구가 논문 안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과 연결된다. 이 같은 연구의 특성은 코로나19 시기에 분명하게 드러났다. 연 교수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기존의 임상 연구 방식으로는 환자를 모집하고 특성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면 위험을 더 빠르게 예측하고 대응 근거도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연구팀은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빠르게 수행했고, 그 결과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기 내 코로나19 감염 예방 수칙 가이드라인과 국내 질병관리청의 방역 정책 과정에 참고됐다. 그는 이런 연구가 공공기관의 판단과 대응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업의 힘 연 교수는 오늘날의 의학 연구, 특히 데이터 기반 연구가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본다. 데이터, 임상, 정책 등 서로 다른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해야 연구가 넓어지고, 결과도 실제 현장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서 연구를 설계할 때도 자연스럽게 다학제 협업을 염두에 둔다. 디지털헬스센터에는 연간 100명에 달하는 구성원이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대규모 연구실을 운영하는 만큼 구성원 간 관계와 협업 방식도 중요하게 여긴다. 연 교수는 “요즘의 연구는 협업이 필수”라며 “서로의 연구 방향과 강점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공동연구를 안정적으로 이어가는 바탕이 됐다. 연동건 교수가 연구실 학생들과 함께 연구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경희의 연구 환경이 만든 확장 가능성 연 교수는 연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대학의 제도적 지원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후속 세대를 키우는 데는 개인의 지도만큼이나 대학 차원의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학부생이 논문을 쓰면 장학금을 지원하는 모자이크 장학금, 우수한 학생이 대학원에 진학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장학 제도 등이 연구실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됐다는 설명이다. 연구 공간 지원도 도움이 됐다. 연 교수는 센터 운영에 필요한 공간이 확보되면서 연구실 운영이 한층 안정됐고, 연구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 여건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ast follower를 넘어 first mover로 경희 Fellow 선정 이후 연 교수가 바라보는 다음 목표도 분명하다. 지금까지 세계적 연구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며 성과를 쌓아왔다면, 앞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가는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연 교수는 “이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연구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질문과 기준을 먼저 제시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연 교수는 개인의 연구 성과를 넘어 경희가 글로벌 연구 허브로 성장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질병의 미래를 예측하고 예방 중심 의료의 길을 넓히는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의과대학 의예과 김진환 교수가 한국고등교육재단(KFAS) 신진학자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한국고등교육재단 신진학자상은 박사학위 취득 후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는 초기 단계 연구자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상이다. 김 교수의 연구 주제는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적 성격: 한국 의사-사회 관계와 보건의료 자원분배의 정치사회학’이다. 김 교수는 의사로서 보건정책을 연구하는 연구자다. 임상 현장과 정책 논의의 경계에 서 있던 그는 같은 보건의료 사안을 두고 의료계와 사회가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하는 장면에 주목했다. 의료계는 국가가 의사를 과도하게 통제한다고 말하는 반면, 사회는 의사에게 지나친 자율성이 허용됐다고 비판한다. 김 교수는 “두 진단은 모두 부분적으로 옳다”며 “같은 세상을 살면서 인식이 이토록 갈린다는 것 자체가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문제 인식의 출발점을 설명했다. 의료 갈등을 바라보는 두 시선 김 교수는 한국 보건의료 갈등을 단순한 의사 수, 의료비, 지역의료 문제만으로 보지 않는다. 그는 의사라는 전문직이 가진 ‘임상적 자율성’이 한국 의료체계 안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를 살핀다. 임상적 자율성이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무엇을 어떻게 할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전문적 재량을 뜻한다. 어떤 검사를 할지, 어떤 약을 쓸지, 어떤 치료를 권할지를 외부 지시나 이해관계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적 판단에 따라 결정하는 권한이다. 김 교수는 이 자율성이 의사라는 직업의 정체성과 깊이 연결돼 있다고 설명한다. 의사는 전문지식과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판단을 내리는 재량은 전문가의 자긍심과도 맞닿아 있다. 사회적 관점으로 보면 의사가 환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서 결정한다는 ‘의료 전문가 주의(medical professionalism)의 핵심 가치를 인정하는 의미에서 그 자율성이 부여된다. 그러나 한국 의료체계에서 임상적 자율성은 경제적 수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 지점을 도덕적 비난의 대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임상적 자율성이 지닌 구조적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라고 말한다. 의사의 진료 자율성은 전문직 정체성을 지탱하는 기반이면서, 동시에 의료체계 안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조건으로도 작동한다는 것이다. 전문직 자율성과 경제적 이익 사이 이 지점에서 한국 보건의료 체계의 복합성이 드러난다. 한국 정부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통해 거의 모든 병원을 건강보험 체계 안에 두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의 가격도 국가가 정한다. 외형상 국가 통제가 강한 체계다. 하지만 국가는 주로 의료서비스의 가격과 보험 적용 범위를 통제해왔다. 진료 현장에서 의사의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수익과 연결되는지, 더 나아가 의료기관의 운영이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는지까지는 통제하지 못한다. 김 교수는 바로 여기에서 의사와 사회의 인식 차이가 생겨난다고 본다. 의료계는 국가가 정한 수가와 규제의 제약을 받으며 강하게 통제받는다고 느낀다. 반면 사회는 의사들이 여전히 넓은 자율성과 상당한 수준의 보상을 받고 있다고 인식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이유를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료계는 국가가 의료의 질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평균적 기준과 지침을 제시할 때, 이를 개별 환자에 대한 전문적 판단을 제약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환자의 상태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평균적 근거에 따른 관리는 임상적 자율성을 일정 부분 제한할 수 있다. 반면 사회는 의료계가 환자 중심적으로 자원을 배치하고 책임 있게 문제를 조정하기보다, 정부의 통제와 지원 부족만을 원인으로 돌린다고 느낀다. 여기에 비급여 진료와 과잉 진료에 대한 의심이 겹치면서 양쪽의 불신은 더욱 커진다. 김 교수는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다른 것을 보고 있기 때문에 갈등이 반복된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전문가 집단과 대중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상황도 갈등을 키운다고 봤다. 전문가가 보기에는 대중의 요구가 비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요구에는 나름의 불편과 이유가 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의 요구는 당연하게도 의료전문가들의 언어와 다르다. 하지만 그 맥락을 읽어내고 논의로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전문가의 언어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중을 논의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힘이 작동할 때 갈등은 더 깊어진다”라고 설명했다. 김진환 교수는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적 성격’을 중심으로 한국 보건의료 갈등의 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의대 증원 갈등을 읽는 두 가지 조건 김 교수의 연구는 최근 반복된 보건의료 정책 갈등을 설명하는 분석 틀도 제시한다. 그는 의사 집단의 거부권이 강하게 작동하는 조건으로 ‘환전성 침해’와 ‘위협의 균질성’을 든다. 환전성 침해란 진료를 수익으로 바꾸는 통로가 위협받는 상황을 뜻한다. 위협의 균질성은 그 위협이 특정 진료과나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의사 집단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와 ‘의대 정원 확대’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추진은 의료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비급여 진료가 수익 구조와 연결돼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비급여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진료과마다 다르다. 어떤 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만, 어떤 과에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김 교수는 이 때문에 급여 범위 확대 정책으로 인한 위협이 의사 직군 전체에 고르게 걸리지 않았고, 통합된 저항보다는 과별 협상으로 흡수됐다고 분석한다. 반면 의대 정원 확대는 특정 진료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의사 수가 늘어나는 문제는 진료과나 세대와 관계없이 직군 전체의 미래 이익과 직업적 지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은 모든 의사의 미래 이익을 함께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위협이 균질하게 받아들여지기에 직군 전체가 하나로 결집할 수 있었고, 강한 집단적 반발로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찬반 구도로만 다뤄질 때 놓치기 쉬운 질문도 있다고 봤다. 특정 정권의 정책 선택을 넘어, 왜 의대 증원이 여러 정권에 걸쳐 강한 저항과 반복된 실패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를 거치며 의료체계의 부담이 드러났고, 지방 소멸과 지역 격차 문제가 커지면서 의료가 어떤 정권이든 피하기 어려운 과제가 됐다”라고 봤다. 의대 증원 갈등은 단순히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정부에 부담이 되는 의제가 됐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보건의료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배열 김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시기 의료 대응, 보건의료 자원분배에서의 지역, 전공의 이탈이 사망률에 미친 영향 등을 연구해 왔다. 주제는 달라 보이지만, 문제의식은 하나로 이어진다. 보건의료의 문제가 정치적·사회적·제도적 배열이 만들어 낸 결과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 대응 연구에서는 시장 기제가 위기 앞에서 필요에 맞게 조정하지 못했던 모습을, 지역 연구에서는 자원 배분 과정에서 지역이 호명되고 누락되는 방식을, 전공의 이탈 연구에서는 의사 집단행동이 사망률 변화로 이어지는 과정을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그 문제의식을 의사 전문직의 자율성, 보상 구조, 사회적 책임의 관계로 확장한다. 김 교수는 “지금의 연구는 한국 의료체계가 작동하는 구조를 이해하기 위해 의사 집단의 자율성과 보상 구조를 살핀다는 점에서, 앞선 연구들의 문제의식을 모아 사회적 설명을 추구하는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통제가 아닌 새로운 사회 협약을 향해 김 교수가 궁극적으로 던지는 질문은 ‘무엇을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의사와 사회의 관계를 어떻게 더 나은 모습으로 재구성할 것인가’이다. 그는 “의료 갈등을 전문성과 공공성의 대립으로만 바라봐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전문성을 부정하면 의료의 질이 무너지고, 공공성을 포기하면 의료가 시장에 휩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교수는 의사의 자율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진료의 전문적 판단처럼 반드시 보호해야 할 자율성이 있는 반면에 그 자율성이 수익으로 전환되는 과정처럼 사회와 다시 협상해야 할 영역도 있다. 그는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자율성을 지킬 것인지 통제할 것인지로만 다투면, 정작 지켜야 할 것은 위협받고 협상해야 할 것은 방치된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김 교수는 한국 상황을 정확히 규명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임상적 자율성의 이중성이 한국 의료체계의 역사와 제도 속에서 어떻게 작동해 왔는지 사례를 통해 검증하고, 이후 국제 비교로 연구를 확장하고자 한다. 비교 대상으로는 영국과 대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 영국은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중심으로 병원 의료가 공공체계 안에서 운영돼 의사들이 제도적으로 한국과 다른 위치에 놓여 있다. 반면 대만은 한국과 유사하게 단일 건강보험 체계를 갖고 있지만, 건강보험 설계와 수가 체계의 경로가 달라 의사 집단의 반응이 한국처럼 격렬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고 봤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 집단의 반응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한국 특유의 제도가 만들어 낸 산물이라는 것을 설명해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경계에서 길어 올린 새로운 질문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을 앞으로 더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는 “제 연구는 의학과 사회과학의 경계에 걸쳐 있어 어느 쪽에서도 온전히 자리를 잡기 어려운 주제”라며, “그런 연구를 알아봐 주셨다는 점이 무엇보다 감사하고 큰 용기가 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경계를 넘나드는 연구를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의학과 사회과학 사이, 진료 현장과 정책 논의 사이에는 어떤 분과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질문들이 많다. 김 교수는 “안에서만 보이는 것과 밖에서만 보이는 것을 함께 읽어내는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후속 연구자들에게도 경계에 서는 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경계에 선다는 것은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누구도 던지지 않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며 “좋은 질문은 대개 그런 경계에서 태어난다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김인한 교수는 국내에서 '건축 건설 정보학(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이하 BIM)'이라는 학문 분야를 최초로 정립한 연구자다. 지금은 건축학과·건축공학과마다 IT 관련 전공이 하나씩 자리 잡았지만, 30년 전 그가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는 해당 분야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연필로 도면을 그리던 건축 현장 속에서 김인한 교수는 전산 도면 도입을 적극 주장하며 국토부를 설득해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건축 정보화를 현장에서 직접 이끌었다. 건축 분야 디지털 트윈 이끌어 BIM 분야 선구자로서 김인한 교수는 세계 유일의 BIM 국제 표준인 ISO 16739(IFC) 개발에 참여했다. 박사과정 시절 국제 표준의 공동 창안자·개발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1996년 관련 국제기구인 빌딩스마트국제기구 창설에도 힘을 보탰다. 1998년에는 빌딩스마트협회를 설립해 현재까지 국내 BIM 확산 및 정착에 힘쓰고 있다. 전 세계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든 BIM 지원 소프트웨어는 김 교수가 개발한 국제 표준(IFC)에 기반을 두고 있다. 김인한 교수는 “건축 분야에 디지털 트윈 기술을 구현해 표준 기술을 만들 수 있었다. 공학은 혁신과 사업화가 동반돼야 하고, 그 매개체는 교수여야 한다는 신념 아래 건설 발주에서 BIM 기반 납품을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건축업계에서 2D·3D 표준화와 BIM 도입 등 건축 정보화의 주요 전환점을 이끈 김 교수는 2013년 건축설계 분야 유례없는 600억 원 규모의 ‘건축 BIM’ 과제를 책임·기획해 2021년까지 진행했다. 이 외에도 AI 기반 설계자동화 과제를 수주하는 등 국내 건축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김인한 교수는 “최초로 연구 분야를 개척했기 때문에 논문, 특허, 사업화까지 많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 은퇴 전 대학으로부터 노고를 인정받아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구는 교육과 제자 양성으로 이어졌다. 김인한 교수가 양성한 제자들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설계사무소, 건설사에서 정보기술 분야의 핵심 인력으로 활약하고 있다. 일부는 창업해 한국 건축 정보 분야를 이끄는 대표로 성장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연구가 교육으로, 교육이 실무 전문가 양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뤘다”고 밝혔다. 공과대학 ANNEX 로봇친화형 건축 실증지로 김인한 교수는 BIM 외에도 로봇친화형 건축물, 모듈러 건축 기법의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 로봇친화형 건축물은 로봇이 건축물을 자유롭게 이동하고, 사람과 로봇이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고 공존하는 건축물을 뜻한다. 로봇을 고려하지 않던 건축설계에서 벗어나 다양한 형태의 로봇이 어려움 없이 건물을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 교수는 제자인 건축학과 황경은 교수와 함께 2025년 국토부로부터 ‘스마트+ 빌딩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수주해 진행 중이다.(관련 기사 보기) 이 과제를 통해 공과대학 ANNEX와 강동경희대병원이 실증 거점으로 로봇친화형 건축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특히 공과대학 ANNEX에는 (가칭)테크노센터가 들어서 8종의 로봇이 구성원에게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인한 교수는 그간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창업에도 도전했다. 그는 공학 기반 지식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창업에 도전해보길 권했다. 또 다른 연구 축은 모듈러 건축이다. 모듈러 건축은 최근 건축 자재비 급등과 공사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 현장의 유력한 해법이 될 수 있다. 김 교수는 “공장에서 집을 대량 생산해 현장에 설치하면 비용 리스크를 크게 줄여 건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모듈러 건축이 낙농, 축산업보다 낮은 건설 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유일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김 교수는 2025년 OSC·모듈러 산업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을 맡는 등 기술 대중화를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직접 모듈러 건축 서비스 기업인 ‘M3시스템즈’를 창업해 그간의 연구 성과를 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정년을 앞둔 김 교수는 연구 초년생에게 도전 정신을 권했다. 그는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 실패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공간이다. 주저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필요하다면 작게라도 창업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 대비 낮은 창업을 지적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성공의 자산이 된다고 말했다. 김인한 교수는 “연구보다 10배는 더 힘든 일이 성공적인 창업이지만, 연구를 통해 충분한 기술력이 받쳐주면 비전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공학과 김태경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과제인 청색 인광 OLED의 수명 저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진단·예측할 수 있는 통합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화학공학과 김태경 교수, 소재와 소자 연결하는 통합 분석 프레임워크 제안 소재 조합에 따른 수명 차이 확인 화학공학과 김태경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과제인 청색 인광 OLED의 수명 저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진단·예측할 수 있는 통합 분석 프레임워크를 제안했다. 연구 결과는 소재 분야 세계적 권위지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 19.9)에 온라인 게재됐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풀리지 않은 난제, 청색 OLED 스마트폰과 TV 화면을 구성하는 OLED 디스플레이는 빨강, 초록, 파랑 세 가지 색의 조합으로 완성된다. 적색과 녹색은 오래전부터 고효율·장수명 기술이 상용화됐다. 그러나 청색만큼은 달랐다. 효율은 뛰어나지만 수명이 짧아 디스플레이 산업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 있었다. 소자마다 수명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지만,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분석 방법론 자체가 부재했다. 왜 성능이 다른지, 왜 수명이 짧은지에 대한 갑론을박만 이어졌을 뿐 명확한 답은 없었다. 기존 연구는 소재의 화학적 결합력이나 기본 광학 특성만으로 수명을 예측하려 했다. 그러나 실제 소자를 구동하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반복됐다. 분명 소재 특성과 실제 소자 성능 사이에 설명되지 않는 간극이 존재했다. 김태경 교수 연구팀은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두 가지 첨단 분석 기법을 결합했다. 먼저 시간 분해 광전도(TrPL) 분석과 상미분방정식 모델을 결합해 호스트 물질 내에서 엑시톤이 소멸하지 않고 다시 빛으로 전환되는 ‘엑시톤 재활용률(ERR, Exciton Recycling Rate)’을 정량 평가했다. 엑시톤 재활용률은 다른 연구 분야에서 제안된 개념이지만, 김태경 교수 연구팀이 이를 차용해 청색 OLED 수명 해석에 처음 적용했다. 여기에 실제 전기를 흘린 소자에 자기장을 걸어 구동 중 엑시톤 거동을 관찰하는 자기-전기발광(MEL) 분석을 추가해, 전하와 엑시톤이 부딪혀 손실되는 폴라론 상호작용(TPQ) 등 분자 수준의 열화 메커니즘을 가시적으로 구분했다. 이를 통해 소재의 특성이 실제 소자 열화로 이어지는 경로를 하나의 논리적 그림으로 설명하는 통합 프레임워크를 완성했다. 김태경 교수는 “소자마다 성능 차이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왜 그런지 들여다볼 현미경이 없었다. 이 연구는 그 현미경을 만드는 작업이었다”고 설명했다. 단편적인 데이터들을 하나의 논리로 이어 붙여야 했기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처음에는 방법론 제시에 집중했고, 이후 확장해 적용해 보니 더 잘 들어맞았다”며 프레임워크의 확장 가능성을 점쳤다. 김태경 교수는 이번 연구 과정을 두고 “단편적인 데이터를 하나의 논리로 이어 붙이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성능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소재 단계에서 수명 예측, 반복적 실행착오 줄일 것 연구 결과, 호스트 소재 자체의 엑시톤 재활용 능력이 엑시플렉스(Exciplex) 상태보다 우수할 때 엑시톤이 축적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소비돼 소자 수명이 늘어난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소재 조합에 따라 수명이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더 큰 의미는 예측 가능성에 있다. 기존에는 소자를 장시간 구동해야만 수명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이번에 제안한 통합 프레임워크를 활용하면 소재 단계에서 미리 수명 특성을 진단하고 우수 소재를 사전에 선별할 가능성이 생긴다. 이 방법론은 고가 및 첨단 장비를 요구하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는 “연구개발의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줄이고 좋은 소재를 빠르게 추려낼 수 있는 방법론”이라고 강조했다. 김태경 교수 연구팀은 후속 연구로 머신러닝을 활용한 분석 고도화와 장비 업그레이드를 계획하고 있다. 그는 “전기가 들어가서 빛이 나기 직전 단계인 엑시톤 개념은 전기발광 소재 전반에 걸쳐 응용할 수 있다.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방법론을 더욱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 부품 기술 개발' 사업과 'OLED 한계돌파형 상용화 제품을 위한 기술 개발 사업'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다. 김태경 교수 연구팀은 머신러닝을 활용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 김봉이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 논문 「Targeting natural antioxidant polyphenols to protect neuroinflammation and neurodegenerative diseases: a comprehensive review」가 Web of Science 기준 상위 0.1% 최다 인용 논문으로 선정됐다. 해당 논문은 2025년 1월 국제 학술지 『Frontiers in Pharmacology』(IF: 5.8, JCR Q1)에 게재됐다.(논문 확인하기) Web of Science 상위 0.1% 최다 인용 논문은 최근 학계에서 높은 영향력을 보인 연구 성과를 보여주는 지표다. 김 교수는 그동안 상위 1% 최다 인용 논문을 5편 보유해 왔다. 이번 성과는 논문 자체가 국제 학계에서 폭넓게 인용되며 후속 연구의 주요 참고 자료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상위 0.1% 논문으로 확인한 국제적 영향력김봉이 교수는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실감이 잘 나지 않았다”라며 “전 세계 연구자들이 우리의 연구를 후속 연구의 근거로 삼고 있다는 사실은 학자로서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논문은 함께 연구해 온 한의과대학 병리학교실 대학원생과 연구교수, 그리고 미국·사우디아라비아·방글라데시 등 해외 공동 연구진이 함께 이룬 결과”라고 밝혔다. 논문은 식물과 식품에 들어 있는 천연 항산화 물질인 폴리페놀이 신경 염증과 신경 퇴행성 질환에서 어떤 가능성을 갖는지 종합적으로 정리한 연구 결과다. 폴리페놀은 포도, 녹차, 강황, 블루베리, 양파 등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질이다. 레스베라트롤, 커큐민, EGCG, 쿼세틴 등이 대표적인 폴리페놀 성분이다. 폴리페놀, 신경 염증 조절 가능성에 주목 신경 염증은 뇌 안에서 염증 반응이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뇌에는 미세아교세포라는 면역세포가 있는데, 평소에는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자극이 오래 이어지면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신경세포에 손상을 가할 수 있다. 만성적인 신경 염증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치매, 다발성경화증 등 여러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생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연구팀은 폴리페놀이 항산화, 항염증, 항아밀로이드 작용 등을 통해 신경세포 보호에 기여할 가능성을 검토했다. 특히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줄이고, 신경세포 생존과 관련된 여러 신호전달 경로를 조절할 수 있다는 기존 연구를 폭넓게 정리했다. 폴리페놀이 실제 치료제로 확립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팀은 폴리페놀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체내 흡수율과 혈뇌장벽투과, 장기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한 후속 연구와 임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신경 염증과 신경퇴행성 질환의 형성 과정. 미세아교세포는 평소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염증 자극이 지속되면 신경세포 손상과 질환 진행에 관여할 수 있다. 한의학의 다성분·다표적 접근과 연결김 교수는 “폴리페놀 연구가 한의학의 다성분·다표적 접근과도 맞닿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가지 성분이 하나의 표적만 조절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성분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다양한 생체 경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의학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천연물 연구와 현대 분자병리학, 신경과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는 “복잡한 퇴행성 뇌질환은 하나의 원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라며 “산화 스트레스, 만성 염증, 비정상 단백질 응집, 미토콘드리아 기능 이상 등이 함께 관여하는 만큼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통 한의학의 천연물 연구가 현대 바이오메디컬 연구와 연결되며 새로운 해석 가능성을 얻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고령화 시대 연구 수요, 실용화 연구로 확장이번 논문이 짧은 기간 안에 높은 인용 성과를 거둔 배경에는 주제의 시의성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부담이 커졌다. 동시에 천연물, 기능성 식품, 예방 중심 건강관리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논문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폴리페놀과 신경 염증 연구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며 후속 연구자들에게 참고할 수 있는 지도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교수는 앞으로 폴리페놀 복합체의 시너지 효과, 나노 캡슐화 기반 전달 시스템, 장-뇌 축을 통한 신경 조절 메커니즘 등을 중심으로 후속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교원 창업 기업인 ㈜닥터비랩을 통해 기능성 식품, 화장품, 신약 소재 개발 등 실용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연구가 논문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회에 실질적 가치로 돌아갈 수 있도록 기초 연구와 실용화 연구를 함께 이어가겠다”라며 “후속 연구자들이 한의학의 전통적 지혜를 현대 과학의 언어로 새롭게 해석하며 세계 연구자들과 당당히 소통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봉이 교수는 한의학 기반 천연물 연구를 현대 분자병리학과 신경과학의 관점에서 확장하고 있다.
물리학과 손석균 교수가 ‘퀀텀 코리아 2026’에서 ‘2026 양자과학기술발전 유공’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2026 양자과학기술발전 유공’, 양자물질 연구와 국제 공동연구 성과 인정 국내 양자과학기술 발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 기여 물리학과 손석균 교수가 ‘2026 양자과학기술발전 유공’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7월 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퀀텀 코리아 2026(Quantum Korea 2026)’가 열렸고, 이 행사의 개막식에서 표창 수여가 진행됐다. 이번 표창은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의 발전과 양자산업 생태계 조성에 이바지한 연구자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를 통해 손 교수는 연구 성과와 학문적 기여를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퀀텀 코리아 2026’은 국내 최대 규모의 양자기술 분야 행사다. 올해는 ‘양자가 현실이 되다, 혁신을 위한 담대한 도전(Quantum in Action, Grand Challenges for Innovation)’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행사에는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양자컴퓨팅, 양자통신, 양자센싱 등 양자기술 전반의 최신 연구 성과와 산업 동향을 공유하며 글로벌 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양자기술이 미래의 가능성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 산업과 국가 경쟁력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양자물질, 차세대 전자소자 분야 중심 연구 진행 손 교수는 양자물질과 차세대 전자소자 분야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며 양자과학기술의 기반을 넓히는 데 힘써 왔다.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양자기술 구현 가능성을 확장하는 연구를 진행했고, 이는 국내 양자 분야의 학문적 저변 확대와 연구 경쟁력 제고를 이끌었다. 손 교수의 연구는 기초과학의 정교한 탐구에 뿌리를 두면서도, 향후 기술 응용과 산업적 확장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수상은 단지 개인의 연구 업적에 대한 평가를 넘어, 경희대가 지속적으로 축적해 온 첨단 기초과학 연구 역량을 대외적으로 입증한 성과기도 하다.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양자기술을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와 함께 미래 국가전략기술의 핵심 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양자컴퓨팅은 기존 컴퓨터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잡한 문제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는 기술로 주목받고 있고, 양자통신은 보안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미래 통신 인프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양자센싱은 정밀 계측과 의료, 국방, 환경 분야 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양자기술은 학문적 가치와 산업적 파급력이 동시에 큰 분야이며, 관련 연구자들의 역할 역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 현장 전문성, 국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 기반으로 양자과학기술 발전 견인 그 가운데 손 교수는 연구 현장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국내외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실질적인 양자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했다. 기초과학 연구를 토대로 미래 기술의 기반을 닦고, 협력과 확장을 통해 국가 연구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도 넓혔다. 대학도 이런 연구 성과가 대학의 연구 경쟁력 강화와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손 교수는 “이번 수상은 함께 연구해 온 연구실 구성원과 국내외 공동연구자들의 헌신과 협력 덕분에 받을 수 있었기에 뜻깊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기초과학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양자기술 연구를 지속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산학협력을 더욱 확대해 대한민국 양자과학기술 발전과 양자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라고 말했다.
경희대 진성훈 교수와 성균관대, 국립금오공대,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동 연구팀이 빛으로 제어되고 몸속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생체 삽입형 무선 전기자극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진성훈 교수 공동 연구팀 근적외선 기반 무선 전기자극 플랫폼, 국제 학술지 『Nature Electronics』(IF: 40.9) 게재 미래정보디스플레이학부 진성훈 교수 연구팀이 성균관대, 국립금오공과대학교,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팀과 함께 빛으로 작동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몸속에서 자연히 사라지는 새로운 형태의 생체 삽입형 전자약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에는 성균관대 김종욱 교수, 국립금오공대 서승기 교수가 공동 제1 저자를, 진성훈 교수와 성균관대 유재영 교수,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John A. Rogers) 교수가 교신저자로 연구를 총괄했다. 연구 성과는 전자공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인 『Nature Electronics』(IF: 40.9)의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전자약의 핵심은 ‘빛에 반응하는 생분해성 실리콘 소자(광트랜지스터)’이다. 이 소자는 피부를 지난 몸속 깊은 곳까지 전달되는 근적외선(NIR) 빛을 받으면 전기 신호의 크기와 형태가 바뀐다. 피부 위에 부착한 간단한 외부 장치가 빛과 전력을 동시에 보내면, 체내에 삽입된 자극기가 그 빛의 패턴을 읽어 다양한 전기자극을 만든다. 연구진 사진 왼쪽부터 경희대 진성훈 교수, 금오공대 서승기 교수, 성균관대 김종욱·유재영 교수 기존 생체 삽입형 전자약의 한계 극복, 동물 실험 통해 활용 가능성 확인 기존의 생체 삽입형 전자약은 제한된 형태의 단순 전기 신호만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복잡한 전기자극을 만들려면 여러 개의 수신 장치(코일)가 필요해 소자가 커지고 설계가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수신 장치 하나로 단순 신호부터 복잡한 신호까지 모두 구현했다. 여러 부위를 순서대로 자극하는 기능도 가능해 활용 범위가 넓다. 연구팀은 동물 실험을 통해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 대동물(개) 실험에서는 심장의 박동을 조율하는 자극 기능을 구현해 심장 전도 지연 환자 치료에 쓰일 수 있는 잠재력을 살폈다. 소동물(쥐) 실험에서는 호흡을 돕기 위한 횡격막 신경 자극과 신경 신호를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함께 검증했다. 진성훈 교수는 “이 결과가 심장·호흡·신경 등 다양한 전기자극 기반 치료 연구에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술은 몰리브데늄, 실리콘, 텅스텐 등 인체 내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소재만으로 구현됐다. 일정 기간 치료가 끝나면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져 추가적인 제거 수술이 필요 없다. 일시적 심박 조율이나 신경 재활처럼 일정 기간만 사용되는 치료 분야에서 특히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의 핵심 기술인 생분해성 실리콘 소자는 진성훈 교수가 존 로저스 교수 연구팀과 진행한 협력 연구에서 시작됐다. 지난 2021년 미국 노스웨스턴대를 방문한 진성훈 교수는 체내에 삽입 후 녹일 수 있는 실리콘 광트랜지스터 소자를 완성했다. 이후 진성훈 교수의 제자인 서승기 교수가 김종욱, 유재영 교수 등과 함께 소자와 무선 시스템을 통합하고 대·소동물 검증을 수행해 연구를 완성했다. 진성훈 교수는 “그동안의 생체 삽입 전기자극은 대부분 가장 단순한 단상 펄스에 머물러 있었다. 임상에서 실제로 필요한 복잡 파형을 단일 전원으로 구동되는 간소한 회로만으로, 그것도 무선이면서 임무를 마치면 몸속에서 스스로 분해되는 플랫폼 위에 구현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라면서 “기술적 한계 해결의 열쇠는 실리콘 광트랜지스터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광 감도가 더 높은 NPN형 소자, 수신 코일이 필요 없는 무선 전력 전송, 파장 선택형 자극, 센서와 결합한 폐쇄루프(Closed-loop) 제어로 발전시키면 일시적인 심박 조율과 신경 재생, 호흡 재활 등 한시적 치료가 필요한 임상 난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세종과학펠로우십(국외연수트랙), 글로벌 기초연구실 지원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아시아 34개국의 기대수명 변화를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 추적해 분석한 결과인데, 고려대, 연세대,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 게이츠재단, 하버드 의과대학 등 900여 명이 함께한 대규모 국제 공동 연구였다. 사진 왼쪽부터 연동건 교수와 제1저자인 김현진 연구원. 아시아 34개국 기대수명 세계 최초 추적 연구 수행 아시아 기대수명 30년 만에 일제히 상승…코로나19·만성질환이 발목 잡아 의과대학 연동건 교수 연구팀의 연구 성과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IF: 56.1)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아시아 34개국의 기대수명 변화를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장기 추적해 분석한 결과다. 아시아 지역의 기대수명 변화와 그에 미친 영향을 주요 질환과 위험 요인 등을 반영해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연구의 제1저자는 디지털헬스센터의 김현진 연구원이 맡았고, 고려대 강지승 교수와 연세대 신재일 교수 연구팀과 워싱턴대 보건계량평가연구소, 게이츠재단, 하버드 의과대학 등 900여 명의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로 수행됐다. 논문의 제목은 ‘Mapping drivers of life expectancy change in Asia from 1990 to 2023’이다.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아시아 34개국의 출생 시 기대수명 변화 도표. 각 국가의 값은 해당 기간에 기대수명이 매년 평균치로 얼마나 증감했는지 나타내는 연평균 변화율(APC)로 제시됐다. 값이 클수록 기대수명이 빠르게 개선됐음을 보여준다. 남아시아 가장 큰 폭으로 상승, 한·일 포함된 아·태 지역 84.1세로 가장 높아 연구팀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의 기대수명은 지난 30여 년간 전반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남아시아는 1990년의 58.6세에서 2023년 1.2세로 12.6세 늘어나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한국과 일본이 포함된 고소득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같은 기간에 77.5세에서 84.1세로 증가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기대수명을 유지했다. 성별을 기준으로 보면 아시아 전 지역에서 여성의 기대수명이 남성보다 일관되게 높았다. 2023년을 기준으로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의 기대수명은 87.1세, 남성은 81.0세로 집계됐다. 기대수명의 증가를 이끈 요인은 지역별로 달랐다. 중앙·동아시아와 고소득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뇌졸증, 허혈성심장질환과 같은 심혈관질환 치료 기술의 발전과 의료 접근성 향상이 수명 연장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예방접종 확대와 식수·위생 환경 개선에 따라 설사성 질환, 호흡기 감염, 결핵으로 인한 사망이 감소해 기대수명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다만 2019년부터 2023년 사이의 코로나19 팬데믹은 아시아의 기대수명 증가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연구 결과 동남아시아에서는 약 0.327년이 동아시아는 약 0.275년의 기대수명 감소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아시아인의 기대수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 위험 요인으로 고혈압,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 대기오염 등을 제시했다. 고혈압과 높은 공복혈당과 같은 만성질환 관련 위험 요인은 중앙아시아, 동아시아, 남아시아 등에서 지난 30년간 지속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보건정책의 중점 관리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를 총괄한 연동건 교수는 “지난 30년간 아시아의 보건 수준은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됐다. 하지만 지역과 국가 간 경제적 격차에 따른 기대수명 불평등은 여전히 심각하다”라며 “보건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저소득 국가에는 필수 의약품 보급과 위생·백신 프로그램 확충이 필요하고, 한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와 만성질환 증가 지역에서는 고혈압 관리, 금연, 대기질 개선 등 예방 중심의 맞춤형 보건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현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인구의 약 60%가 거주하는 아시아 지역의 기대수명 변화를 포괄적으로 분석한 연구”라고 소개하며 “기대수명 변화에 영향을 미친 질환과 위험 요인을 지역별·국가별로 정밀하게 살폈다는 점에서 향후 아시아 각국 보건당국의 정책 수립에 중요한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문 전문 보기
의학과 박종배 교수 연구팀이 소아 악성 뇌종양인 수모세포종의 단백유전체 통합분석을 통해 환자별 예후 예측과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에는 서울대학교, 한국뇌연구원, 고려대학교, 국민대학교, 울산대학교 연구진이 참여했다. 수모세포종은 소아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악성 뇌종양이다. 수술 후 방사선치료와 항암치료가 병행되고 있지만, 성장기 아이들에게 장기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재발한 경우에는 치료 예후도 좋지 않다. 같은 수모세포종이라도 환자마다 종양의 생물학적 특성과 치료 반응, 예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보다 정밀한 분류와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박종배 교수는 “기존에는 WNT, SHH, Group 3, Group 4라는 분자 분류가 널리 사용됐지만, 실제 환자의 예후나 재발, 치료 반응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라며 “유전체나 RNA 수준을 넘어 실제 세포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과 인산화 신호까지 함께 분석하면 임상적으로 더 의미 있는 분류와 치료 표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단백유전체 분석으로 수모세포종 7개 아형 재분류 연구팀은 액체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 기반 단백질 분석을 포함한 5개 플랫폼의 오믹스 데이터(몸속 분자 정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모세포종은 기존 4개 그룹보다 정밀한 총 7개 아형으로 재분류했다. 기존 SHH 그룹은 SHHα와 SHHβ로, Group 4는 G4α, G4β, G4γ로 세분화했다. 박 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에 대해 “단순히 이름을 더 세분화한 것이 아니라, 각 아형이 서로 다른 생물학적 성격, 예후, 치료 취약성을 가진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같은 수모세포종이라도 환자에 따라 종양의 특성이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부 환자는 더 분화된 신경세포 성격을 보여 예후가 좋았고, 일부 환자는 세포주기, 듯, kinase 신호가 활성화돼 더 공격적인 특징을 보였다. 특히 SHHβ와 G4γ 아형은 상대적으로 신경세포로 더 분화된 특성을 보였고, 임상적으로도 더 좋은 예후와 관련이 있었다. 이 결과는 향후 환자별 위험도 평가와 치료 강도 조절에 활용될 수 있다. 예후가 좋은 아형의 환자에게는 과도한 치료를 줄여 장기 부작용을 낮추고, 생물학적으로 고위험 특징을 가진 환자에게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 전략이나 표적치료 접근 등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모세포종 단백유전체 통합분석 개요. 연구팀은 5개 오믹스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수모세포종을 7개 아형으로 재분류하고, 아형별 임상 예후와 치료 취약성을 확인했다. 소아뇌종양 정밀 의료로 확장 기대소아뇌종양 치료에서 중요한 목표는 생존율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치료 이후 아이들의 삶의 질을 지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환자의 예후와 재발 위험, 표적치료 적합성을 더 정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했다. 박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저위험 환자에게는 과도한 치료를 줄이고, 고위험 환자에게는 더 정확한 표적치료를 적용하는 정밀 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향후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7개 아형과 단백질·인산화 단백질 바이오마커를 더 큰 환자군에서 검증할 계획이다. 또한 실제 임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단 패널을 개발하고, SHHα와 G4α 등 고위험 아형을 대상으로 표적치료제나 약물 재창출 전략을 전임상 및 임상 연구로 확장할 예정이다. 재발 종양에서 EMT나 세포주기 신호가 강화되는 기전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재발을 조기에 예측하고 억제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것도 주요 후속 과제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연구사업단이 추진해 온 암 단백유전체 기반 정밀 의료 연구의 주요 결과이며,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 17.5) 6월호에 게재됐다.
반도체 설계가 AI 시대 산업 경쟁력 좌우 반도체는 크게 소자, 공정, 설계 등 여러 분야로 나뉘며, 설계 영역 안에서도 고속 인터페이스, 메모리, 아날로그 회로, 디지털 회로 등 세부적으로 구분된다. 이 중 ‘반도체 IP 설계’란 반도체 칩을 구성하는 핵심 회로 블록을 만드는 과정이다. 지난 10여 년간 반도체 산업의 핵심은 무선통신이었다. 4G에서 LTE, 5G로 이동하는 동안 스마트폰에 얼마나 최적화된 칩을 탑재하느냐가 경쟁의 기준이었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의 ‘엑시노스’처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칩이 대표적인 전장이었다. 통신 품질을 높이고, 전력 소비는 줄이고, 처리 속도는 빠르게 만드는 설계 역량이 핵심 경쟁력이었다. 그러나 최근 AI의 급부상으로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AP 칩 중심에서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데이터센터용 CPU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 AI 모델이 커질수록 더 많은 연산이 필요하고, 이를 저전력으로 가능케하는 반도체 회로 설계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임영현 교수는 “과거엔 무선통신 성능을 높이는 칩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AI 연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처리하느냐가 반도체 설계의 새로운 과제”라고 설명했다. 설계의 중요성은 수치로도 드러난다. 임 교수는 “설계 단계에서 면적과 전력을 10%만 절감해도, 전체 데이터센터가 축구장 크기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면적과 전력을 어마어마하게 절감할 수 있다. 설계 도면의 차이가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기업과 인력 간의 인력 불균형 해소할 것 반도체 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현장에서 요구되는 고급 설계 인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나 실제 산업에서 복잡한 회로 설계를 이끌 수 있는 석·박사급 전문 인력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공급이 크게 부족하다. 더 큰 문제는 인력의 편중이다. 설계 인재가 대기업으로만 향하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적합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임 교수는 “스타트업은 사람을 못 구해 힘들고, 학생들은 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이 미스매치를 해소하는 것이 이번 사업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공백을 채우기 위해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할 계획이다. 첫째는 특화 교육을 통한 실전형 인재 양성이다. 단순히 이론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에서 바로 투입 가능한 설계 역량을 키운다. 둘째는 강소기업과의 취업 연계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경기도 내 반도체 기업으로의 취업을 유도해 인력 공급 불균형 해소에 나선다. 임영현 교수는 굴지의 IT 기업인 퀄컴에서 모바일 AP 칩 설계를 담당했다. 최근 경희는 퀄컴, 인텔 등 글로벌 IT 기업 출신의 교원을 다수 임용하며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원생은 아날로그, 전력 관리 회로에 특화된 교육을 듣게 된다. 아날로그는 흔히 오래된 옛날 기술로 여겨지지만, 시각·촉각·음성·통신 주파수 등 실제 세계에서 정보가 되는 모든 신호가 아날로그다. 임 교수는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아날로그이고, 이를 반도체가 처리할 수 있는 디지털 신호로 바꾸는 변환 회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변환을 담당하는 회로가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ADC)다. ADC의 정밀도와 속도가 센서, 통신, AI 시스템 전체의 성능을 좌우한다. 아날로그 회로의 역할은 신호 변환에 그치지 않는다. 칩 전체가 하나의 박자에 맞춰 동작하도록 정밀한 클락을 생성하는 위상 고정 루프(PLL)와 칩 내부 각 블록에 안정적인 전압을 공급하는 전력관리반도체(PMIC)가 대표적이다. PLL이 만드는 클락과 PMIC가 공급하는 전압의 정밀도는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한다. GPU와 HBM 사이의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하는 환경에서는 클락이나 공급전압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만으로도 전송 오류가 발생하고, 이는 곧 전송 속도와 연산 성능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아날로그 회로 설계가 반도체 생태계에서 여전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다. 또한 AI 반도체가 고성능화될수록 전력 관리 회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고성능 연산이 늘어날수록 발열과 전력 소비가 급격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전력 관리 회로는 이를 효율적으로 제어해 AI 반도체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도록 뒷받침한다. 이처럼 임영현 교수는 산업 수요는 크지만, 전문가는 부족한 아날로그·전력 관리 회로 설계 분야에 교육의 초점을 맞춰 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낼 계획이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주제 고민하고, 완성해 나가는 경험 해보길” 교육 프로그램은 산업 현장과 긴밀히 연계된다. 임영현 교수는 경기도 내 반도체 기업 10여 곳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단순한 현장 견학에 그치지 않고,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커리큘럼에 직접 반영했다. 학문에만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실제 수요를 반영해 과목을 재설계하고, 산학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실제 개발 과정에 참여하도록 운영된다. 회로 설계 전문 도구인 케이던스(Cadence)를 활용한 실습 환경도 체계적으로 구축된다. 임영현 교수는 “학부 과정에서는 설계 도구를 충분히 다뤄볼 기회가 많지 않다. 이번 사업을 통해 대학원 단계에서 전문적인 설계 도구를 자유롭게 다루는 역량을 키울 기회”라고 강조했다. 임영현 교수는 이번 사업이 학부생들에게도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연구실에서 아날로그·전력관리 회로 분야를 특화해서 배우고, 논문을 쓰고, 취업까지 연결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대학원에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주제를 직접 고민하고, 회로로 구현하고, 측정을 거쳐 논문으로 완성하는 그 과정이 어떤 경험보다도 값지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설계 역량 강화, 글로벌 진출 도전하는 인재 요람 될 것 임영현 교수는 미국의 굴지 IT 기업인 퀄컴에서 모바일 AP 칩 설계 실무를 경험한 뒤 경희에 부임했다. 현재는 기존의 모바일 회로 연구를 넘어 원자력공학과와 협력해 우주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하는 내방사선 회로 연구 등 우주반도체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반도체 핵심 IP 설계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 참여한 대학원생은 산업적 수요는 크지만, 전문가가 부족한 아날로그, 전력 관리 회로에 특화된 교육을 받는다. 또한 임영현 교수는 GPU와 HBM 사이의 고속 데이터 전송 문제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유선 연결은 선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발열이 심해지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를 무선 RF 방식으로 대체해 AI 반도체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번 사업 수주는 전자공학과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다. 최근 인텔·퀄컴·IMEC 등 글로벌 IT 기업 출신 교원이 다수 부임하면서 설계 역량이 빠르게 강화됐고, 그 성과가 이번 선정으로 이어졌다. 임 교수는 “이번 선정을 계기로 경희의 반도체 설계 분야의 역량과 위상을 꾸준히 높여나갈 것”이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이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기르고, 나아가 창업이나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는 인재들을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