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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의 칩이 바꾼 나노 합성의 패러다임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연구팀, 초고처리량 나노물질 스크리닝 플랫폼 개발
손작업 한계 뛰어넘는 전자동 연구 플랫폼…나노물질 합성 실험의 자동화 시대 열어

2025.12.23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연구팀은 나노입자 합성의 재현성과 속도를 높이는 초소형 실험 칩을 개발했다.

나노미터(nm) 크기의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진 ‘나노물질’은 크기와 형태에 따라 빛, 열, 전기적 특성이 달라지는 독특한 성질을 지닌다. 매우 작은 크기에서도 조절 가능한 특성 덕분에 나노물질은 의학·센싱·전자소자·에너지 분야의 핵심 재료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나노입자의 크기, 모양, 균일성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미세한 조건 차이에도 실험 결과가 달라지고 수작업 중심의 공정 탓에, 동일한 성능을 반복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이러한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수작업 중심의 공정 때문에 재현성 확보에도 한계적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화학공학과 서태석 교수 연구팀이 기존의 실험 방식에서 나타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 플루이딕(microfluidic)기술 기반의 나노물질 스크리닝 플랫폼 ‘DC-UltraScreen-90’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단 3분 만에 90개의 반응 조건을 자동으로 구현하는 초고처리량(HTP) 장치로, 손작업 중심의 실험을 대체하며 나노입자 합성 연구의 속도와 재현성을 크게 높였다. 다양한 물질 조합을 신속하게 탐색할 수 있어 새로운 연구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정교한 흐름 제어 가능한 ‘원심 미세유체 기반 마이크로 플루이딕 기술’
연구 성과의 중심에는 ‘마이크로 플루이딕’ 기술이 있다. 소량의 액체를 미세한 채널 안에서 정밀하게 조작하는 이 기술은 반응 환경을 균일하게 유지하고 시약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구팀은 여기에 ‘원심 미세유체 기반’ 구조를 결합해 별도의 펌프나 복잡한 장비 없이 회전 동작만으로 액체의 이동·혼합·분주가 이루어지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구조를 하나의 칩 안에 구현한 장치가 바로 소형 원심 미세유체 칩 ‘DC-UltraScreen-90’이다.

이 칩은 손바닥보다 작은 플라스틱 디스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에는 가는 통로와 작은 챔버가 여러 개 배치된 일종의 ‘초소형 실험실’처럼 작동한다. 실험 과정 역시 간단하다. 연구자는 필요한 시약을 칩 위에 떨어뜨리는 피펫팅(pipetting) 과정을 몇 번만 수행하면 된다. 이후 칩을 회전시키면 내부 채널을 따라 액체가 자동으로 이동·분배되며 다수의 실험이 동시에 진행된다.

서태석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모식도. 원심 미세유체 기반 구조를 통해 시약이 자동 분주·혼합되며 90개 반응이 동시에 진행된다.

정밀 분주 구조로 확보한 높은 재현성
칩 내부에서 액체가 나뉘고 흘러가는 방식 또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연구팀은 먼저 ‘역(逆) 2단계 분주(reverse two-stage aliquoting)’ 구조를 도입했다. 고속 회전 단계에서 시약의 양을 정확하게 계량한 뒤, 느린 회전 단계에서 부드럽게 분배해 입자가 뭉치지 않고 균일하게 반응하도록 돕는 구조다. 작은 조건 차이가 결과를 좌우하는 나노물질 합성에서 특히 중요한 요소다.

또 다른 핵심은 ‘사이펀 기반 분주(siphon-based aliquoting)’ 구조다. 빨대로 물을 한번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물이 흐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회전력을 이용해 시약이 540개의 미세 반응 챔버로 자동으로 균일하게 흘러들어가도록 돕는다. 연구자의 손이 일일이 분주하지 않아도 정확한 부피와 농도가 형성되는 이유다.

플랫폼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은(Ag) 기반 나노물질을 시험 재료로 사용했다. 은 나노입자(AgNP)는 둥근 형태를, 은 나노스타(AgNS)는 여러 갈래의 뾰족한 구조를 띠는 물질로 반응 조건에 따라 형태 변화가 뚜렷하다. 두 구조는 물성과 활용 가능성이 크게 달라, 센서·바이오 분석·촉매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서로 다른 장점을 보인다. 연구팀은 이러한 형태 대비가 분명한 나노소재를 비교함으로써 연구팀의 플랫폼이 나노입자 구조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검증 단계에서 핵심이 된 것이 바로 DC-UltraScreen-90의 자동 농도 조합 기능이다.

소형 원심 미세유체 칩은 이온을 금속 은으로 환원시키는 하이드록실아민(HA)과 입자 표면을 안정화하고 성장 방향을 조절하는 시트르산나트륨(NaCt)의 농도를 자동으로 조합해 총 90개의 반응 조건을 생성한다. 이 과정에서 두 물질의 상대적 비율에 따라 은 나노입자의 성장 거동이 달라지고, 그 결과 구형의 나노입자 또는 별 모양의 나노스타 구조가 선택적으로 형성된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반응 조건과 나노입자 형태 사이의 상관관계를 고처리량으로 효율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서태석 교수 연구팀은 칩에서 도출한 최적 조건을 더 큰 반응 용량으로 확장했을 때도 거의 동일한 형태의 나노입자가 재현되는 것을 확인하며 기술적 신뢰성도 입증했다. 이는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이 단순히 스크리닝을 빠르게 수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량 합성 조건을 예측하는 실질적 연구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서태석 교수는 “다양한 반응 조건을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어 나노물질 연구의 속도와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다양한 소재·반응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플랫폼
DC-UltraScreen-90은 낮은 장비 의존성과 간단한 조작, 적은 시약 사용량, 높은 재현성을 바탕으로 규모가 작은 연구실에서도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노입자 합성뿐 아니라 약물 조합 스크리닝, 바이오진단, 조합 소재 개발 등 다양한 연구 분야로 확장 가능한 범용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도 크다. 서태석 교수는 “이번 플랫폼은 나노물질 연구의 속도와 재현성을 높이는 동시에 연구자들이 더 넓은 조합 조건을 손쉽게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기반 기술”이라며 “앞으로 다양한 물질 시스템으로 확장해 나노기술 기반 신소재 개발의 효율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의 성과는 우수성을 인정받아 나노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Advanced Functional Materials(If=19.0)』에 Back Cover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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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예솔(wg1129@khu.ac.kr)
  • 정병성(pr@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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