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학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 경희가 돕는다

2025.10.20

지리학과, 아시아개발은행(ADB) ‘기후변화 대응 사업’ 수주
국제 공개 입찰서 세계적 컨설팅사 제치고 최종 선정, GIS·데이터 사이언스 역량 입증
우즈베키스탄 지작(Jizzakh), 폭염·물 부족 문제 대응 전략 도출


지리학과가 아시아개발은행(ADB)이 발주한 대규모 기후변화 대응 사업의 공개 입찰에서 전 세계 유수의 환경 컨설팅 기업을 제치고 사업 수행자로 최종 선정됐다. 경희가 국제기구로부터 국제 공개 입찰(International open-bidding)을 통해 직접 과제를 수주한 최초의 사례다. 사업에는 지리학과 강전영, 박진우, 이은걸, 황철수 교수 등을 비롯해 김유진 박사, 석사·박사 과정인 임아영, 김민주, 신진 학생, 학부 연구생인 차승민 학생 등 다양한 지리학과 구성원이 참여한다. 강전영, 박진우, 이은걸 교수를 만나 사업에 대해 들었다.<편집자 주>
지리학과가 수주한 사업은 ‘도시 기후 행동 계획을 통한 기후-스마트 도시 개발 지원 사업(Supporting Climate-Smart Urban Development through City Climate Action Planning)’이다. 아시아 개발도상국 도시의 기후 위기 적응력을 높이려는 사업이다. 지리학과는 우즈베키스탄의 도시 지작(Jizzakh)을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의 ‘도시 기후 행동 계획(City-Climate Action Plan, C-CAP)’을 수립하고 이행에 이바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총 미화 25만 달러(약 3억 4천만 원) 규모다.

지리학과는 이번 사업 수주 과정에서 전 세계 19개 기후 환경 컨설팅 회사와 경쟁했다. 지리학과의 GIS·데이터 사이언스 역량이 사업 선정에 큰 역할을 했다.

경희 역량으로 인류 공동 과제인 기후 위기 해결 이바지할 기회
지리학과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덴마크 등 전 세계 19개 기후 환경 컨설팅 회사와의 경쟁 속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이 교수는 “지리학과의 역량을 인정받은 성과다. 4단계 BK21 혁신인재 양성사업 CLIMATES(Climate Literacy Informed Multidisciplinary Analytics and Transformative Education in Social Science) 사업단의 성취기도 하다. 연구와 교육, 실천을 통해 인류 공동의 과제인 기후 위기 해결에 이바지할 기회를 얻었다. 대학의 철학과도 맞닿아 더욱 뜻깊다”라고 설명했다.

사업은 아시아 개발도상국 도시를 대상으로 한다. 기후변화의 피해를 직면한 개발도상국의 효과적 대처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기반을 마련하려 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패러다임은 변화 중이다. 기존에는 ‘저감(Mitigation)’이 목표였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저감의 어려움이 커지며 이제는 ‘적응(Adaptation)’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미 기후는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현실로 변화하고 있다. 국제사회와 과학자들도 이제는 어떻게 적응할지를 논의하고 있다”라며 기후변화 대응에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지난 9월에는 우즈베키스탄과 지작의 공무원, 사업의 발주자인 아시아개발은행 담당자 등이 경희 캠퍼스를 찾아 사업의 진행 상황을 논의했다.
사진은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개최된 관련 행사의 단체 사진


6월 사업 시작하고 현지 찾아 조사 및 분석 진행
지리학과는 데이터 기반의 기후 및 시공간 분석 모델링 기술(GIS 및 데이터 사이언스)을 활용해 지작이 직면한 극한 기후 현상을 진단하고, 적응을 위한 구체적 도시 기후 행동 계획을 수립한다. 지난 6월 아시아개발은행과 협약을 체결하고 공식적 활동에 돌입했다. 사업은 오는 2026년 5월까지 진행된다. 세 교수를 비롯한 사업팀은 이번 여름 방학을 통해 지작을 방문해 조사를 진행했다.

9월 말에는 아시아개발은행 담당자와 우즈베키스탄과 지작의 공무원들이 경희를 찾았다.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관련 행사가 진행됐는데, 이 행사에서는 사업의 목표와 진행 현황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오갔다. 현장에 참석했던 김진상 총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리학과 사업팀과 방문자를 격려했다.

김 총장은 “우리는 과학 기술을 활용해 기후, 지리, 인구 정보를 통합하고 있다. 명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미래를 계획하고 기후변화와 재난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을 바탕으로 지구적 실천을 강조해 온 경희의 철학을 소개했다. 이어 “협력과 지식 공유가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여러분의 헌신과 협력이 지작과 그 너머 지역을 위한 더 강하고 현명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륙성 기후인 지작,
지구 평균보다 약 2배 빠르게 기온 상승해"
이은걸 교수

지작이 처한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는 ‘폭염’과 이로 인한 ‘물 부족’이다. 이 교수는 현지를 방문해 문제를 진단하며 해결의 단서를 찾았다.


사업의 대상지인 우즈베키스탄의 지작은 인구 약 15만 명의 도시다. 내륙 도시로 혹독한 대륙성 기후를 보인다. 해안가에서 멀리 떨어진 대륙 내부서 나타나는 대륙성 기후는 육지의 빠른 가열과 냉각으로 일교차와 연교차가 크고 건조한 기후가 나타난다.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기후 관련 위험에 매우 취약하기도 하다. 이 교수는 “지작은 전 지구 평균보다 약 2배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온도도 우즈베키스탄의 다른 도시보다 1도 더 높다”라고 설명했다. 지작이 처한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는 ‘폭염’과 이로 인한 ‘물 부족’이다.

사업팀은 현지에 방문해 사전 평가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물 부족과 토양 염류화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확인했다. 토양 염류화는 가뭄이 심한 지역에서 토양의 염류농도가 높아지는 현상인데, 농산물 생산이 어렵다. 사업팀은 현황을 살피며 수자원, 토지 이용, 공중 보건과 같은 핵심 분야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다양한 분야의 구체적 행동 계획 세워 정책결정권자에 제공할 것"박진우 교수

사업팀은 데이터를 분석해 대응 방식을 도출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기후 관련 데이터와 지리 데이터를 융합해 정책결정권자가 문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녹지, 물 사용, 건물, 이산화탄소(CO₂) 등에 대한 구체적 행동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며 녹지 확대를 중요한 전략으로 소개했다. 녹지를 늘리면 나무의 냉각 효과로 상승하는 온도를 줄일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감소 효과도 있다. 사업팀은 녹지 확대를 포함한 계획과 모니터링 지수를 우즈베키스탄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사업팀은 지작 방문에서 ‘기후 문해력(Climate Literacy)’의 중요성을 느꼈다. 우즈베키스탄 북부의 아랄해는 가뭄으로 사막화되고 있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였던 아랄해는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토착 어종이 멸종하고 어민의 생계가 상실됐다. 여름과 겨울의 기온 차이가 늘었고 사막화된 아랄해의 소금과 먼지가 주변 농지와 주민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조치의 주요 요소 ‘기후 문해력’,
과학자의 설명 노력 필요해"
강전영 교수

‘기후 문해력’은 사업팀이 생각하는 문제 해결에 시급한 주제다. 강 교수는 “물 부족 상황에서도 스프링클러를 가동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기후 문해력의 중요성을 되새겼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아랄해 사례를 바탕으로 지작의 물 부족이 심각할 것으로 예측했다. 현지인의 생활 속에서도 복원 노력이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작에서 목격한 현지인들은 물 부족에서도 물 사용을 줄이지 않더라. 가뭄이 이어지는 상황에도 잔디밭에 스프링클러를 가동 중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서부에서는 가뭄 상황의 스프링클러 사용에 벌금을 부과한다. 기후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다.

기후 문해력은 조치의 적극성에도 영향을 준다. 박 교수는 “기후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모르는 상황이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이해시키고, 대응책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과제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과학자로서의 반성과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과학계는 기후 위기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논문으로만 남기고 일반 대중의 이해를 돕진 못했다.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일반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위험을 쉽게 설명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지리학 교육 방식과 닮은 사업 과정, 구성원 성장과 진로 탐색 효과 기대
사업팀은 지리학과가 보유한 GIS 역량을 활용한다. 이 교수는 “기존의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사이언스와 기후변화 분야의 연구가 활성화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계획 수립을 위해 수집한 통계 데이터와 기후 데이터를 융합해 GIS 분석을 수행한다. 이후에는 취약성을 시각화한다. 지도를 통해 기후에 가장 취약한 지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진행 과정은 지리학의 교육 방식과 닮았다. 박 교수는 “지리학은 사회가 갖는 문제가 무엇인지 직시하고 진단한다. 이후 해결 방안은 데이터로 분석하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교육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학문의 성격은 ‘현실 세계의 문제(Real World Problem)’을 해결한다는 아시아개발은행의 사업 목표와도 부합한다.

교수진을 비롯해 대학원생, 학부생 등 다양한 구성원 참여하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지리학과가 갖는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박 교수는 “새로운 분야다. 새로운 공부 자체가 즐겁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강 교수는 “학과 내 협력을 통해 기후 문해력을 적용할 국제적 예시를 만든다는 점이 의미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제기구와의 협력 과정에서 학생의 성장과 새로운 분야로의 진로 탐색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지리학과 사업팀은 사업의 중요 요소로 ‘기후 문해력(Climate Literacy)’를 꼽았다.

  • SDG 3 - 건강 보장과 모든 연령대 인구의 복지증진
  • SDG 4 - 양질의 포괄적인 교육제공과 평생학습기회 제공
  • SDG 6 - 물과 위생의 보장 및 지속가능한 관리
  • SDG 11 - 안전하고 복원력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인간거주
  • SDG 13 - 기후변화에 대한 영향방지와 긴급조치
  • 정민재(ddubi17@khu.ac.kr)
  • 이춘한(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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