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산학

기후 위협 속 국민 건강 지킬 과학적 이정표 세우다

2026.01.16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를 비롯한 기초·임상 연구팀(김진배, 최천웅, 이문형 교수)이 최근 급증하는 녹조에 함유된 ‘마이크로시스틴’이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미치는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안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실험동물과 3D 인공 비강 모델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전수생존농도’와 ‘인체무영향농도’를 제시하고, 녹조의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노출허용량’을 도출했다.
“녹조 발생과 함께 에어로졸이나 미세먼지 발생, 체내 흡입 가능성 제기됐지만 독성 수준 판단과 인체 안전 가이드 없어”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녹조에 함유된 마이크로시스틴은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유입된 후 1주일까지 간 조직에 잔류했다. 박은정 교수는 “모든 노출 경로를 포함해 1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라며 관리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지구온난화의 가속화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으로 인한 극단적 기후(폭염, 폭우, 가뭄, 산불), 해수면 상승, 빙하 감소, 해양 산성화, 식량과 물 부족, 생태계 파괴 등 광범위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여기에 더해 녹조 현상의 발생 빈도와 심각성도 높인다. 대한민국에서는 4대강을 비롯한 주요 수계에서 여름철마다 푸른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독성 녹조 현상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 주변 주민의 건강 문제가 주요 환경 이슈가 되며, 기후 온난화와 함께 녹조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공중보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의과대학 박은정 교수 연구팀이 녹조의 독성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했다. 박은정 교수에게 연구 결과에 대해 들었다. <편집자 주>
반복 노출, 사망 또는 사망 직전 모든 실험동물에서 발견된 간 울혈
Q. 녹조 문제에 의한 위험성은 논의된 바가 있다. 이번 연구는 어떤 내용인가.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오염된 식수 섭취에 관한 독성 연구였다. 이런 연구 결과로 식수에 대한 안전 기준이 마련됐다. 하지만 녹조가 발생하면 물안개, 미세 물방울 형태의 에어로졸이나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에어로졸과 미세먼지가 공기 중으로 퍼지고 코나 폐와 같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흡입될 가능성이 있는데, 흡입에 대한 독성 수준과 인체 안전 기준이 없었다. 과학적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녹조 발생 지역 주민의 건강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성을 느꼈다.

실험동물과 3D 인공 비강 모델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전수생존농도’와 ‘인체무영향농도’, 그리고 ‘노출허용량’을 제시했다. 전수생존농도는 모든 실험 대상 생물이 생존할 수 있는 최대 농도이고, 인체무영향농도는 인체 유해 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농도다. 노출허용량은 식품 첨가물이나 농약 잔류물 등 특정 화학물질에 사람이 평생 매일 노출돼도 건강에 해로운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는 1일 최대 허용 노출량이다.

Q. 연구의 특이점이 호흡기(코, 폐 등)로 독소가 유입될 때를 상정한 점이다. 연구 결과가 궁금하다.
가장 먼저 호흡기 유입 가능성을 판단하기 위해 마이크로시스틴을 함유한 에어로졸의 크기를 점검했다. 에어로졸의 대부분은 5㎛(마이크로미터) 이하였다. 호흡기를 통해 유입될 수 있는 크기다. 인체의 비강을 모사한 3D 인공 비강 상피 모델을 이용해서 흡입된 마이크로시스틴이 비강 상피를 통과하는지 봤다. 실험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은 노출 후 3시간 만에 점액 분비를 증가시켰고, 비강 상피로 침투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이 비강 상피를 통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음 단계에서는 급성독성 수치를 확인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을 수컷 마우스의 비강으로 ㎏당 30·150·300㎍ 용량으로 1회씩 투여했다. 그 결과 ㎏당 150·300㎍에 노출된 그룹에서 사망 동물이 관찰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이 호흡기를 통해 1회 노출됐을 때의 전수생존농도가 ㎏당 150㎍ 이하인 것이다.

반복해서 노출했을 때의 안전 농도를 도출하기 위해 수컷과 암컷 마우스에 ㎏당 10·50·100㎍ 용량을 비강으로 주 1회씩 총 4회 투여했다. 100㎍을 두 번째 투여하고 약 2시간 후 사망 동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암컷의 경우에는 수컷보다 마이크로시스틴에 더 민감한 경향도 있었다. 실험을 기획할 때는 폐 조직의 병변을 예측했는데, 폐 조직 내 병변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사망하거나 사망 직전인 모든 실험동물에서 간 울혈이 보였다.

연구팀은 실험동물과 3D 인공 비강 모델을 이용해 마이크로시스틴의 전수생존농도와 인체무영향농도를 제시했다. 사진은 마이크로시스틴의 1회 투여와 반복 투여 시의 실험 결과 요약도.
세포 손상, 스트레스 상황 축적되는 ‘라멜라 바디’, 마이크로시스틴이 간세포 영향 확인
Q. 간 울혈 발생의 의미와 다른 변화들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간 울혈은 간에 피가 차는 현상이다. 사망했거나 사망 직전 쥐들의 간이 망가졌다. 간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축적되며 이상 반응을 불러왔다고 봤다. 세부적으로 보면 간에서 주로 생산되는 급성 염증 마커인 ‘C-reactive Protein’ 농도가 폐 내에서도 유의하게 증가했다. 간 독성과 관련된 혈액 생화학적 지표도 뚜렷하게 늘었다. 10㎍에 노출된 쥐의 간 조직에서는 괴사성 세포 손상과 ‘라멜라 바디(Lamellar body)’ 유사 구조, 지방 방울(Lipid Droplet), 콜라겐 섬유 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라멜라 바디는 특정 상황에서 세포가 손상되거나 스트레스받을 때 비정상적으로 축적된다. 이런 구조가 간 조직에서 발견됐다는 것의 의미는 마이크로시스틴에 의해 간세포의 내부 구조, 특히 지질 대사나 세포 내 물질 수송에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Q. 간 울혈과 사망의 인과성이 중요해 보인다.
연구팀에서도 그 부분을 분석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의 흡입과 간 울혈이 실험동물의 사망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지 확인했다. 100㎍의 마이크로시스틴을 1회, 2회 투여한 후 간 조직 내 변화를 살폈다. 그 결과 마이크로시스틴을 2차 투여하고 2시간이 지났던 간 조직에서 뚜렷하게 늘었고, 1차 투여한 마이크로시스틴은 투여 후 1주일까지 간에 잔류했다.

간 조직 내에서 변화된 유전자를 ‘마이크로 어레이 기법(Microarray)’으로 분석했는데, 세포가 스트레스나 손상에 반응할 때 활성화되는 핵심 조절 유전자인 ‘Activating Transcription Factor 3’와 ‘Neclear Receptor Subfamily 4’의 발현은 2차 노출 후 2시간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반면에 간세포의 정상 기능 유지에 도움을 주는 microRNA 122의 발현은 급격히 줄었다. 간세포가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의미다.

1차 노출 후 1주일에서 회수한 간 조직에서는 Deiodinase 1, Cytochrome P450, Solute Carrier 등 간과 신장에서 독성 물질을 처리하고 대사를 조절하는 데 필수적인 효소와 운반체의 발현이 증가했다. 이러한 변화는 간이 스스로 해독 능력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인데, 간에 축적된 마이크로시스틴이 지속적으로 체내에 있는 해독 작용 시스템을 자극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출된 모든 결과를 바탕으로 마이크로시스틴의 인체 노출 총허용량을 설정했는데, 모든 노출 경로를 포함해 10㎍ 미만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박은정 교수는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같은 예상치 못한 국민의 고통을 재현하지 않으려면, 지구온난화에 의해 증가할 수 있는 환경 중 유해 인자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새롭게 나타나는 위험에 관한 연구와 대응 필요
Q. 동물 실험으로 인체 유해성을 입증했다. 이 결과를 직접적으로 인간에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들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는 동물 실험 결과가 법적 판단에서 인정되지 않은 기억도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듣고 싶다.
정말 많은 사람이 물어보는 질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대상으로는 실험할 수 없다. 유해성에 대한 검증 없이 추정만 할 수도 없다’라는 단순한 답변 외에는 할 수 없다. 개인적인 고민은 있다. 연구 분야에서도 동물 복지를 강조하는 국제적 흐름 속에 세포나 인공 장기, AI 등을 이용하자는 추세가 있다. 하지만 지금의 모든 규제가 동물 실험을 기준으로 삼는다. 동물 실험 결과도 인정하지 않는 현시점에서 동물 대체 시험법으로 예측한 값을 우리의 안전을 보증하기 위한 규제에 적용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Q. 최근 독성학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저널 중 하나인 『Toxicology and Applied Pharmacology』의 부편집장(Associate Editor)이 됐다. 한국인으로서는 두 번째인데, 그 과정과 소감을 밝혀 달라.
순수 국내파이고, 연구도 늦게 시작한 연구자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6년 전 이 저널의 편집위원으로 추천됐을 때도 내가 생각한 이상의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논문 심사를 의뢰받을 때마다 일정을 조정하며 마감 기한 안에 성실하게 심사했다. 이 기간에 쌓은 연구 성과와 학문적 동료들의 신뢰가 이번 선임에 결정적이라고 들었다. 특히 나노·독성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애나 쉐브도바(Anna Shvedova) 박사가 부편집장에 강하게 추천했다.

미국 국립산업안전보건연구원(NIOSH)에서 방문연구원으로 지냈던 시기에 나노·독성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쉐브도바 박사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방문 기간인 6개월은 논문이란 과학적 성과를 도출하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고, 기관의 규정상 방문 연구자는 하루에 12시간만 연구소에 출입할 수 있었다. 실험을 위해 24시간이 필요해 시간 해제를 요청했고, 쉐브도바 박사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인연으로 연락하며 응원하는 사이가 됐다. 이번 부편집장이란 성과는 그동안 실험실에서 보낸 지난 시간에 대한 동료 연구자들의 격려로 느껴졌다.

Q.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분무소독의 위험성을 가장 먼저 알렸고, 호흡기를 통해 노출될 수 있는 생활 화학제품의 안전한 사용에 관해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연구의 의미가 궁금하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국민이 건강해야 나라가 건강할 수 있고, 국민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유해 물질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연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대세다. 많은 연구자가 이러한 분야로 나아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

제가 하는 독성학 분야는 대표적인 ‘언던사이언스(Undone Science, 연구되지 않고 외면당한 과학)’ 분야다. 이런 분야의 연구자가 연구 생활을 이어가기 너무 어려운 세상이다. 앞으로 닥칠 현실적 한계가 어느 정도일지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퇴직까지 남은 시간을 지금까지 해온 것과 같이 언던사이언스 분야가 외면받지 않고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관련 정보 보기
- 박은정 교수 연구자 정보
https://professor.khu.ac.kr/sProfessor/BA5B

- 논문 보기
https://www.sciencedirect.com/science/article/pii/S0147651325017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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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민재(ddubi17@khu.ac.kr)
  • 이춘한(choons@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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