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대학 유전생명공학과·그린바이오과학원 식물대사공학연구실(지도교수 하선화) 소속 최희백 학술연구교수 연구팀이 벼의 엽록체 발달 억제 유전자를 정밀 제어해 광합성 효율과 수량성을 동시에 향상시키는 차세대 C4 유사 벼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PEL 유전자 제어 통해 광합성 효율·수량성 동시 향상
C4 진화 모방 전략으로 ‘차세대 녹색혁명’ 가능성 제시
식물학에서는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처음 고정했을 때 만들어지는 화합물의 수를 기준으로 C3, C4, CAM 등으로 식물을 분류한다. 우리가 주로 먹는 벼나 밀, 콩, 감자 등은 C3 식물이다. C3 식물은 온대 기후에 적합한 광합성 방식을 갖고 있지만, 기온이 높고 건조한 환경에서는 광합성 효율이 떨어진다. 특히 고온 조건에서 ‘광호흡(Photorespiration)’이 증가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하고 탄소 고정 효율이 감소하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상승하면 C3 식물의 생산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벼를 C4 식물로 바꾸는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C4 Rice’ 프로젝트다.
유전생명공학과 최희백 학술연구교수가 기존 품종 개량으로 한계가 있었던, 광합성 효율 개선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 교수는 세포 수준에서 색소체 조절 원리의 메커니즘에 주목해 연구를 수행했다. 2023년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돼 ‘C4 광합성 진화를 모방한 벼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와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세포 단계에서부터 미분화 색소체(proplastid)를 지니고 태어난다. 이 미분화 색소체는 성장 과정에서 엽록체, 저장체 등 다양한 색소체(plastid)로 분화하며 세포의 성격은 물론 식물 전체의 특성을 결정짓는다. 고추의 색, 토마토의 빛깔, 들깨의 지방 함량, 콩의 단백질 함량, 곡물의 전분 함량 등 작물의 주요 특징 역시 색소체 발달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과학자들은 이러한 색소체 조절 원리의 메커니즘에 주목하고 있다.
벼 광합성 구조 개선으로 생산성 36% 향상… '차세대 녹색혁명' 기술 입증
식물대사공학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색소체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PEL 유전자군에 주목했다. 벼에는 엽록체 발달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3개의 PEL 유전자(OsPEL1, OsPEL2, OsPEL3)가 존재한다. 이들 유전자는 서로 보완적으로 작용해 식물의 녹색 형질과 광합성 수준을 조절한다. 연구팀은 이 3가지 유전자에 주목해 CRISPR 기반 다중 유전자 편집 기술(multiplexed-CRISPR)로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차단했다.
그 결과 엽록소 함량이 3배 증가하고, 광합성 효율이 36% 향상되는 등 항산화능과 수량성이 함께 개선되는 고기능성 형질이 확인됐다. 동시에 엽록체 생성 조절 메커니즘도 함께 규명됐다. 벼에는 엽록체 생성을 억제하는 OsPEL 유전자군과 반대로 엽록체 형성을 촉진하는 OsGLK와 OsPSA2 단백질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OsPEL1이 OsGLK와 OsPSA2에 직접 결합해 이들의 이동을 막는다는 점을 밝혀냈다. 해당 과정은 AI 기반 분석과 실제 실험을 통해 교차 검증됐다.
연구팀은 PEL 유전자를 비활성화하거나 반대로 과발현시킨 식물을 대상으로 대규모 전사체 분석도 진행했다. 식물의 녹색 형질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어떻게 균형을 이루며 조절되는지 새롭게 확인했다. 이는 엽록체 발달 조절이 식물 전체 유전자 네트워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로 향후 고기능성 작물 개발 연구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전망이다.
생명과학대학 유전생명공학과·그린바이오과학원 식물대사공학연구팀은 엽록체 형성 촉진 단백질의 이동을 막는 PEL 유전자를 정밀 제어해 벼의 광합성 구조를 개선했다. 사진은 PEL 유전자 제어를 통한 엽록체 형성 촉진 단백질(OsGLK, OsPSA2)의 활성화 메커니즘 도식도.
엽록체의 수를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접근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다. 기존 품종 개량의 한계를 넘어서는 접근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옥수수·사탕수수처럼 고효율 광합성(C4)을 가진 식물의 진화 과정에서 획득한 광합성 구조를 유전자 조절을 통해 구현한 결과로, 벼의 광합성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 non-GMO 방식으로 다중 유전자를 정밀하게 조절해 실용화의 문턱을 낮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PEL 유전자가 대부분의 육상식물에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해당 기술은 벼를 넘어 다양한 작물에 적용 가능한 범용 기술로 확장될 잠재력이 있다.
오랜 시간 다져온 국책 연구의 저력, 세계가 주목하는 혁신적 성과로 결실
이번 성과는 생명과학대학 유전생명공학과·그린바이오과학원 하선화 교수가 이끄는 식물대사공학연구실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도출된 결과다. 연구실은 BK21 사업과 글로벌식물스트레스연구센터(GPSRC), 한국연구재단 및 농촌진흥청 과제 등 주요 국책 연구를 수행하며 환경 스트레스에 강한 기능성 벼 개발에 주력해 왔다. 카로티노이드 대사 공학, 터펜 생성 단계의 모듈화, 조절인자 발굴 및 기작 규명 등 식물 대사 경로를 정밀하게 설계·제어하는 연구를 지속해 오며 작물의 색과 향, 기능성 성분을 조절하고 환경 변화에 최적화된 작물을 개발하기 위한 기초·응용 연구 기반을 구축했다.
최희백 교수는 “외래 유전자를 도입하지 않는 방식으로 다중 유전자를 정밀 조절해 실용화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연구를 수행한 최 교수는 “2023년 세종과학펠로우십에 선정될 때 ‘C4 rice’라는 글로벌 빅 토픽을 향한 도전과 아이디어를 좋게 평가받았다. 당시의 경험이 이번 성과의 밑거름이 됐다”며 “그간 축적해 온 선행 연구 자산과 다중 유전자 편집 기술은 향후 non-GMO 작물 실용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성과는 식물 분야 최상위급 저널인 『The Plant Cell(IF: 11.6)』 10월호에 게재됐다. 저널 홈페이지 메인 ‘Most Read(최근 2년간 가장 많이 읽힌 논문)’에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 최희백 학술연구교수 연구자 링크
# 하선화 교수 연구자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