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경희대학교 입학식, 재학생·교수·직원 환대 속에 6,067명 입학
신입생 “경희 전통 계승하며 새로운 미래 함께 그려갈 것” 다짐
김진상 총장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 되길”
조인원 이사장 “개인 성취를 사회와 세계, 지구 행성을 보존하는 더 큰 성취로 승화해야”
경희대학교가 올해 6,067명의 신입생을 새 가족으로 맞이했다. 지난 2월 27일(금) 열린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은 재학생과 교수, 직원들의 따뜻한 환영과 축하 속에 레드카펫을 밟으며 입학식장인 평화의 전당으로 들어섰다. ‘학문과 평화의 전당’ 경희에서 시작되는 새로운 여정의 첫걸음이다.
경희대는 2012년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통합 운영하기 시작한 이듬해부터 공동 입학식을 개최하고 있다. 양 캠퍼스 신입생 전원이 교시탑에서 평화의 전당까지 행진하는 퍼레이드로 입학식의 막을 올린 뒤 1부 입학식과 2부 환영 행사가 차례로 펼쳐진다. ‘하나 된 경희’를 상징하는 입학식은 경희만의 새로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이날 입학식은 환대와 다짐이 어우러진 축전이었다. 신입생들은 경희의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되새기며, 평화로운 인류의 미래를 향한 여정에 함께하겠다는 뜻을 나눴다. 학생 명예선언을 통해 “우리는 도전과 변화를 선도하는 주역이자 함께 꿈꾸고 만들어 나갈 경희 역사의 주인공이다. 경희의 전통을 계승하며 새로운 시대에 맞서 새로운 미래를 함께 그려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선언은 앞으로의 대학 생활을 통해 경희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써 내려가겠다는 약속이기도 했다.
경희대학교의 입학식은 환대와 다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신입생들은 경희의 설립 정신을 되새기며, 평화로운 인류의 미래를 향한 여정에 함께할 것을 다짐했다.
성찰에 기반해 도전과 창조의 여정 이어온 경희
경희의 역사는 ‘미래’가 던지는 과제에 도전하며 도약해 온 과정이었다. 눈앞의 현실 너머 더 큰 현실을 상상하며 ‘문화세계의 창조’를 향한 ‘학문과 평화’의 여정을 이어왔다. 역사적 시련과 시대적 혼란 속에서도 경희가 길을 잃지 않았던 이유 역시 이러한 지향에서 찾을 수 있다.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한국전쟁 중에 저서 『문화세계의 창조』를 집필했다. 1951년 5월 18일 탈고한 이 책은 경희 정신의 출발점이자 철학적 토대가 됐다.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쓴 이 저작은 체제와 이념의 갈등이 만들어 낸 비극적 역사 속에서도 인간의 진실과 존엄, 양심과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묻는다.
『문화세계의 창조』에는 인간이 물리적으로는 유한한 삶을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무한한 진리의 지평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 담겨 있다. 인간 존엄과 진실의 세계를 더 깊이 성찰하며 새로운 문명을 향한 도전과 창조의 여정을 열어가자는 메시지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1951년 8월 피란지 부산 동광동 캠퍼스 시대를 열면서 발표한 경희의 교훈 ‘학원(學園)의 민주화, 사상(思想)의 민주화, 생활(生活)의 민주화’, 그리고 1954년 서울 환도를 앞두고 1953년 말 착공한 본관 석조전 중앙 현관 입구에 새겨진 ‘학문과 양심의 자유’라는 문구 역시 경희가 추구하는 지향을 잘 보여준다. 학문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색하며 의식과 양심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그 길의 미래를 밝히자는 뜻이 담겨 있다. 진리 탐구와 내면의 가치 창조를 향한 쉽지 않은 도전적 과업은 우리 모두에게 내재하는 자유, 깊은 자유를 찾아 나설 때, 첫걸음을 놓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토대 위에서 ‘학문과 평화’라는 경희의 전통이 자리 잡았다. 경희가 말하는 평화는 단순히 전쟁과 폭력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 않는다. 나와 타자, 사회와 세계, 자연과 문명, 우주와의 조화로운 공존을 지향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나를 포함한 드넓은 우주 세계의 상생과 조화, 결맞음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경희는 지난 77년 동안 이러한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입학식에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과 김진상 경희대학교 총장은 신입생들에게 경희가 추구해 온 ‘학문과 평화’, ‘인간의 문화세계’, ‘평화로운 인류사회’의 가치를 더 크게 꽃피워 달라고 당부했다.
평화의 전당에서 개최된 2026학년도 경희대학교 입학식에서 김진상 총장은
신입생들이 경희정신을 되새기며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가 되길 당부했다.
“‘무한한 가능성의 대학 경희’에서 지구적 실천인으로 성장하길”
김진상 총장은 “‘내 안의 미래’를 꿈꾸며 웅비(雄飛)하는 경희인”을 주제로 신입생들에게 입학식사를 전했다. 김 총장은 “대학(大學)은 글자 그대로 ‘큰 배움터’다. 대학에서의 배움은 여러분이 그동안 경험한 세계를 모두 넘어서게 할 것이다. 여러분은 더 넓고 다양한 미래 가능성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낯선 세계에 대한 불안이 있을 수 있지만, ‘든든한 경희 가족’이 여러분을 물심양면으로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경희 정신을 생활화해 여러분의 미래와 경희의 미래를 일치시키고,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개척자가 되길 바란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함께하면서 더 나은 자신을 발명하고 더 나은 인간과 세계를 만들기 위해 더 나은 문명을 모색하는 탁월한 개인이자 문명 전환을 선도하는 지구적 실천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총장은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기술적 역량뿐 아니라 인간적인 공감 능력과 함께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읽어내고 미래를 내다보면서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점을 짚으며 신입생들에게 자기 이해는 물론 자연과 우주, 타인과의 관계, 현실 세계에 대한 균형 잡힌 이해 등을 바탕으로 실천하는 삶, 사회에 공헌하는 삶을 지향해달라고 당부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과 함께하면서 더 나은 자신을 발명하고 더 나은 인간과 세계를
만들기 위해 더 나은 문명을 모색하는 탁월한 개인이자 문명 전환을 선도하는 지구적
실천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김 총장은 특히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스로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를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면서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구축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둘러싼 물리적 세계의 현상과 본질을 이해하고, 미시적인 안목과 거시적인 지혜를 바탕으로 삼라만상의 자연법칙 속에서 이 세계의 질서와 원리를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타인과의 관계와 관련해선 “지적인 관찰보다 따뜻한 애정이, 그보다 손을 맞잡는 연대가 중요하고, 나아가 같은 방향으로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입장의 동일함’을 유지하는 것이 ‘관계의 최고 형태’라는 말이 있다”며 “우리가 사는 이 세계의 흑백논리를 넘어 좋은 관계를 확보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덧붙였다.
또한 그는 “인류 문명과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활용은 물론 문명 전환의 시대에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때로는 ‘의도적인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직접 체험’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능력을 길러 현실 세계를 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경희 캠퍼스 안팎에서 자신을 계발하고 더 나은 세계를 발명하는 힘을 키우면서 더 탁월하게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길 바란다. ‘무한한 가능성의 대학 경희’에서 더 멋진 경희인이자 지구적 실천인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는 말로 입학식사를 마무리했다.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가 1951년 피란지에서 집필한 『문화세계의 창조』는 경희 정신의 토대다. 이 책은 인간 존엄과 진실을 향한 무한한 탐구 의지를 담고 있다. 본관 석조전에 새겨진 ‘학문과 양심의 자유’라는 문구처럼 경희는 진리 탐구와 내면의 가치 창조를 통해 깊은 자유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런 전통은 타자와 자연, 우주와 조화롭게 공생하는 ‘학문과 평화’의 정신으로 계승됐다.
‘0시 85초 전’, 기로에 선 미래 – 상상의 나래 펼쳐 ‘더 나은 인간과 문명의 길’ 준비해야
조인원 이사장은 “전환의 시대, 전일적 지성의 활로”를 주제로 환영의 말을 전했다. 경희의 역사·전통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전환의 시대, 문명사적 위기를 넘어설 의식의 새로운 길, 전일적 지성의 활로를 역설했다.
그는 전쟁 중에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마음의 역사”가 경희의 의식을 형성한다는 말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설립 정신 ‘문화세계의 창조’,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만든 ‘의식의 지도성(指導性)’을 강조했다. “본관 석조전에 새겨진 ‘학문과 양심의 자유’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경희는 진리의 세계를 향해 질문하고 미래를 위한 용기 있는 선택을 희망의 조건으로 만들어왔다”고 전했다.
대학은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곳이 아니라, 더 높은 의식과 더 깊은 희망을 설계하는 공간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 이사장은 오늘의 세계를 “아주 큰 문명사적 전환의 시대”로 규정했다. 신입생들이 살아갈 “생의 새로운 국면”에 관해 논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와 핵 위기, 인공지능과 양자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전, 우주 지성체를 둘러싼 상상력까지, 오늘의 인류사회엔 거대한 위기와 기회가 어지럽게 공존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지식인, 지성인들이 문명사적 난제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시대의 위기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지구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를 꼽았다. 올해 설정된 시간대는 역사상 인류 종말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0시 85초 전’이다. 원자폭탄 투하 이후,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를 비롯한 과학자들이 인류가 만든 과학기술이 인류사회 자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자성과 함께 창안한 이 시계는, 인류 문명의 파국까지 남은 시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핵무기 경쟁, 기후 재난, 통제되지 않는 과학기술의 발전 등 인간 실존의 위기를 포괄적으로 가늠해 미국 원자과학자회(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가 매년 발표한다. 조 이사장은 “인류가 역사상 가장 깊고, 위험한 실존적 위기의 경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와 핵 위기, 인공지능과 양자 과학기술의 급속한 진전…오늘의 인류사회엔 거대한
위기와 기회가 어지럽게 공존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지식인, 지성인들이 문명사적 난제에 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책임 있게 응답해야 한다.”
기후 위기는 인류가 체감하는 실존 위기다. 빈도와 강도가 급속히 커지는 폭염과 한파, 가뭄과 집중호우, 대형 산불, 지구 빙권 붕괴, 생태계와 인간 거주 환경 파괴 등 지구 행성의 변화와 인류사회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혼돈 국면이 만들어지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우리가 지구를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 위에서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We are on a highway to hell with our foot on the accelerator)”고 경고한 바 있다. 조 이사장은 이 말을 상기하면서 “지구 행성의 문제가 곧 나의 미래에 관한 문제다.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기후와 생태 환경이 무너지면 우리 삶 역시 대 혼란을 피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기후와 생태계 변화가 몰고 온 인류 문명 붕괴 가능성은 더 이상 추상적 세계의 문제가 아니다. 개개인 삶의 기반을 크게 흔드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다. 인류 문명의 ‘진화 혹은 멸절’과 ‘평화 혹은 붕괴’라는 화두는 현대적 삶 속에 이미 깊숙이 들어와 있다. 어느 사회, 개별 국가만의 문제도 아니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생존과 실존이 걸린 삶의 위태로운 현실이 되었다.” 이렇게 전제하면서 조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류의 미래는 이제 우리 선택에 달렸다. 우리가 어떤 내면 의식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타자와 유대와 연대의 망을 넓혀가느냐에 따라 사회와 국가, 국제사회도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런 노력이 없다면, 현실은 긴박하게 치달을 수밖에 없다. 기회 요인은 물론 위기 요인까지도 우리가 소망하는 미래로 승화시킬 역사의 동력으로 삼아야 할 때다.”
이와 같은 통찰은 “개개인의 깊은 의식과 실천 역량을 총동원해 오늘 내가 이룬 성취가 사회와 세계, 지구 행성을 보존하는 더 큰 성취로 승화하는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당부로 이어졌다. 호메로스(Homer)의 『일리아드(The Iliad)』의 한 구절처럼 “생의 어떤 순간이든 마지막이 될 수 있다(Any moment might be our last).” “깊은 위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깊은 대응이 절실하다.” 조 이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전하면서 전일적 지성의 뜻을 되새겼다.
조인원 이사장은 물질적 풍요 속 의식의 위기를 지적하며, 개별 존재가 우주의 연결성 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전일적 지성’을 강조했다. 양자 역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개인·인류·우주 의식의 조화를 역설하며 인류를 ‘희망하는 인간’으로 정의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높고 깊게 사유하고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깊은 위기, 깊은 대응 - 전일적 지성의 역사적 중요성
오늘의 문명은 물질과 기술, 정보 차원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눈부시게 풍요와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의식 차원에서 인류는 위기의 심연을 건너고 있다. 불안과 심려의 정조(情調)는 한 사람의 심리를 넘어 인류사회 전체의 의식 붕괴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에 조 이사장은 위기를 타개할 출발점으로 ‘의식의 지도성’, ‘실존 혁명의 역사적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평화로운 세계,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현실의 드센 파고에 휩쓸리지 않고 문명의 향배, 인간 내면의 길을 다시 사유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의식적 역량이 중요하다. 부분과 전체, 전체와 부분의 상호 연결성을 새삼 인식하고 이해하면서 우리가 지구 행성에 존재하는 생명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삶과 문명에 관한 ‘전일적 시선’ 의제를 제시했다. “우리는 전일 의식과 시선의 문제를 일상에 들여와야 한다. 바쁜 일상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를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미래 붕괴라는 실존 위기가 또 다른 현실이 되어가는 지금, 당연시했던 일상의 틀을 넘어서는 일은 시급하고 절박하다. 오늘의 세계는 언제든 무너져 내릴 수 있다. 나의 관심과 노력, 성공을 향한 열정 역시 우리가 사는 세계가 사라지면 사상누각이 된다. 지금 인류의 실존적 도전 과제를 함께 풀어내는 일은 결코 누군가의 일이 아니다. 미래의 지축이 더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런 역사의식과 함께 만들 미래, 지속 가능한 평화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활로를 찾아 나서야 한다.”
인공지능이 지식과 정보를 더 잘 다루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는 파편화된 현상을 좇는 시선이 아니라 부분과 전체의 연결성을 파악하는 사유가 필요하다. 그것은 융합적 사고 틀을 넘어선다. 지성의 전일성이란 개인의식, 인류의식, 우주의식을 함께 가꾸어가려는 사유와 실천의 지평이다. 개인의식은 모든 현상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토대다. 지구적 위기 역시 그것이 나와 무관한 추상적 사건이 아니라, 내 삶의 조건을 위협할 수 있는 문제로 느낄 때 비로소 실존의 물음이 된다. 그런 맥락에서만 생존도 삶의 의미를 갖게 된다. 조 이사장은 이런 “사회 인식과 참여(engagement)를 통해 개인의식과 인류 보편 의식, 객관 의식의 지평이 조화를 이루는 의식의 경로를 차아 나서야 한다”라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각 의식 차원이 서로 분리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개인의 내면 의식이 깊어질수록 타자와 사회, 인류, 우주로 이어지는 의식도 깊어질 수 있다.”
“지성의 전일성이란 개인·인류·우주 의식을 함께 가꾸어가려는 사유와 실천의 지평이다.
개인의 내면 의식이 깊어질수록 타자와 사회, 인류, 우주로 이어지는 의식도 깊어질 수 있다.
더 높고 깊게 사유하고 행하자(Aim Higher, Act Deeper). 주어진 현실의 비좁은 문을 열고
더 큰 인간의 길, 삶과 문명의 드넓은 실천의 지평을 함께 찾아 나서자.”
우주는 언제나 인간적 삶에 더 큰 가능성의 세계를 열어주었다. 외계 지성체, 비인간 지능(NHI, Non-human Intelligence), 미확인 이상 현상(UAP, 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에 관한 논의들이 말해주듯이, 문명 위기를 넘어설 진정한 의식의 지평은 인간 중심 사유의 벽을 허물고, 책임과 공존 범위를 지구에서 우주로 넓혀가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현재와 미래, 과거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일적 지성이란 현재 안에서 과거의 성취와 미래의 또 다른 가능성을 결합하는 포월(包越)의 실존 의식이다. 모든 것이 얽혀 작동하는 우주 현실 속에서 인간의 마음 작용과 의식의 지향을 깊이 헤아리고, 더 나은 방향을 선택하는 전일의 지혜다.
이와 같은 논의의 바탕에는 양자 과학과 양자 인식론이 놓여 있다. 양자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계가 분리된 개체들의 집합이 아니라 모든 존재와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현실로 보는 시야를 열어준다. 중첩과 얽힘, 불확실성, 궁극적 결맞음에 관한 양자 인식론의 근본 명제는 모든 존재가 서로 긴밀한 관계와 연결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조 이사장은 이것이 고대로부터 수천 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져 온 전일성 철학의 관점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전한다. 경희학원의 철학 역시 이러한 전일의 세계관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 그는 주리(主理)·주의(主意) 생성의 원리와 함께 창성(創成)과 변전(變轉)을 거듭하는 세계에 주목하면서 ‘우주의 이치가 생성하는 물질세계, 이와 동시에 존재하는 의식 세계의 근원적 구성 원리를 이해하고 새롭게 해석하면서 현실을 만들어 가는 인간 세계의 사건의 지평과 그 문명사적 중요성’을 역설했다.
조 이사장은 ‘함께 만들어 갈 미래’라는 화두와 함께 환영사를 마무리했다. 그는 우리가 여전히 ‘희망하는 인간(Homo Esperans)이 아닌가’ 반문하면서, ‘희망이란 막연한 낙관이 아닌 더 나은 미래를 향한 구체적 삶의 조건을 만들어 가는 실천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더 높고 깊게 사유하고 행하자(
Aim Higher, Act Deeper).” “주어진 현실의 비좁은 문을 열고 더 큰 인간의 길, 삶과 문명의 드넓은 실천의 지평을 함께 찾아 나서자”라는 당부를 전했다. “희망이란 불가능해 보이는 것에서 가능한 세계를 끊임없이 모색하는 일”이다.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불가능의 예술’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100년 뒤, 인류의 역사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로 기록될 것인가? 이 광대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무엇을 원하는가?
입학식 1부 행사는 경희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송출됐다. 이를 통해 신입생의 가족과 친지, 구성원이 함께 축하의 마음을 나누는 입학식이 진행됐다. 음악대학 구성원이 준비한 축하연주와 재학생의 축하공연 등이 이어졌다.
입학식에서는 음악대학 구성원과 재학생이 준비한 축하공연이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