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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

2024-03-27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 
 

경희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
제17대 총장으로 임명된 김진상입니다.


우리 교가에 나오는 내용처럼 “새 빛의 창조자”인 구성원 여러분께 이렇게 직접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가곡 <목련화>에도 등장하듯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 같은 여러분의 표정이 새삼 반갑게 느껴집니다.


75년 경희의 역사는 구성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고 덕분에 1949년 설립 이후 철학적인 질문과 근원적인 사유를 통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며 선구자적 학풍을 면면히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조화로운 결합 속에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 정신을 앞세우며 더 나은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끊임없이 탐문해 온 경희의 역사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경희 가족 여러분!
저는 오늘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라는 주제로 여러분께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급속하게 변전하는 세계 속에서 ‘함께하는 공명’으로 비선형적 기적을 달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획·구성·실천함으로써 경희가 웅장하게 비상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려는 의지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물리학에서 ‘공명’이란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가해지는 힘의 진동수가 진동계 고유의 진동수와 유사해질 때 최대의 결과가 출력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에서의 공명이란 ‘타인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에 공감하면서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여 궁극적으로 서로의 진선미가 닮아 가는 실체적 현상을 의미합니다. 저는 사람 사이의 협력도 공명이고, 미래 발전이라는 담대한 희망을 위해 혁신 계획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공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희 구성원 전체가 서로의 책무를 이해하고 유기체적 전일사관을 통해 하나로 통합하여 ‘함께 맞울림’ 할 때, 경희의 창학 이념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전’이란 이렇게 서로 함께 공명하여 만들어 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선구자적 경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합니다. 저는 경희 가족 모두가 경희의 창학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인류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소임에 공명하면서 새로이 경계를 넓히고 더 큰 미래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창조 정신을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자 합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
이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경희의 전기 30년(1949-1979)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 정신으로 ‘경이로운 경희’의 토대를 다지는 시기였습니다. 2년제 초급대학에서 출발한 경희는 부산 동대신동 교사에서 1회 졸업생 45명을 배출한 이래로 종합대학 승격과 ‘경희대학교’ 교명 변경 이후 ‘경희학원’을 설립하면서 체계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대학총장회’ 창립 이후 제2회 대회를 개최하면서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경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경희의 두 번째 시기(1980-1999)는 국제캠퍼스 설립이 전환점이 되어 실용 학문의 진흥과 함께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확장기가 되었습니다. 유엔의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주도하고, 산업대학과 공과대학을 국제캠퍼스로 이전한 이래로 교육과 연구, 실천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갔습니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열린 ‘서울NGO세계대회’는 107개국 1360개의 NGO 활동가와 시민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되어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 행동하자!”라는 구호 아래 세계평화를 위한 시민 단체의 지구적 실천 방안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


경희의 세 번째 시기(2000-2023)는 도약적 성장기로서 평범한 사립대학에서 경이로운 신화를 창조한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개교 60주년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대학다운 미래대학’을 고민하고 ‘지구적 존엄의 구현’을 내세우며, 경희의 미래가 대학의 미래이자 인류의 미래임을 천명하고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교양대학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면서 고등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경희지구사회봉사단(GSC)을 출범시켜 지구적 세계시민의 양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
코로나 팬데믹의 종식 이후 인류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직업을 잃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본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인 난개발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운 국지전의 잦은 발발 속에 전 지구적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극심해지면서 양극화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닥친 기후 재난으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혁신적이고 성찰적인 전환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에 전환 시대의 해법을 다차원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처음에 대한 궁극적 질문에서부터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38억 년 전 우주가 태어난 첫 시원(始原)을 복기하며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우주의 시작은 무엇인가? 생명과 물질의 가장 작은 시초는 무엇인가? 우리는 처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저는 인류의 시대적 사명이 개인과 사회, 지역과 국가, 생산과 소비,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넘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 지구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앞에 산적한 전환 시대의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려면 개별 국가와 현실 정치가 나서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이제 대학이 나서야 합니다. 대학이 상아탑에서 벗어나 학교 밖의 사회와 호흡하며 전 세계적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경희의 역사적 소임은 세계적인 대학의 기반을 구축한 개척의 시기를 넘어,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과 더불어 지구적 실천을 통해 이룩한 비약적인 토대 위에, ‘세계적인 명문 사학’으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책무를 자각하는 교수, 학생, 직원과 함께 경희만의 고유한 대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혁신적 성장을 도모하여 세계 명문 대학으로 웅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
진리의 상아탑만을 강조하던 근대적 대학은 더 이상 성공적인 모델이 아닙니다. 전환 시대의 변화 속도와 규모, 복잡도 등이 전례가 없기에, 대학 혁신의 속도도 이에 뒤처지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다시 판단하여 새롭게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전환 시대의 총장으로서 인류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소임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학술적 탁월성’과 ‘전 지구적 실천’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 임기 동안 수행하려는 주요 도전 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전문적이고 민첩하며 열정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진행하겠습니다. 지식과 기술의 반감기(半減期)가 유례없이 가속화된 전환 시대에는 대학 바깥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선례가 없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첩한 방식으로 비선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직제와 인사 혁신에서 창의적인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교육과 다학제, 다기관, 다국가 협업 연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 지구적 임무를 염두에 두고 현실 사회가 요청하는 인재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학의 학술적 실천이 공명되어야 합니다. 학생에게 대학은 현실과 미래의 창조적인 결합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여백을 설계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의 시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합니다. 전환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 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혁신적인 교육과 더불어 융복합적 관점을 가진 학내외 협력 체계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기존 학문 분야의 벽을 뛰어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연구를 지원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재정의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습니다.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의 경직성을 유연화해야 하며, 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등록금 위주의 재정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금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다양한 재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교육과 연구, 공공 협력을 통한 지식의 사업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이제 대학이 모든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교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여 학습과 연구에 접목하고, 행정 업무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번째로 ‘경희 가치에 공명하는 소통’을 수행하겠습니다. 경희 구성원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2023 경희미래리포트>를 세밀하게 점검하여, ‘소통 능력과 강한 리더십, 미래 비전과 책임감을 갖춘 혁신 경영’은 물론 다양한 세대를 존중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경희의 건학 이념에 공명하는 경희 구성원의 성장과 세계적인 명문 사학의 위상을 제고하며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 ‘대학다운 미래대학’, ‘지구적 존엄의 실현’을 위해 경희의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겠습니다.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 건설적인 협동’의 경희 정신을 토대로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인교육, 정서교육, 과학교육, 민주교육’을 지향하는 경희의 교육 방침에 공명하며 경희의 구성원인 학생, 교수, 직원 등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연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희 가족의 한마음 정신’으로 빠르고 넓고 견고하게 경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변전시키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경희 가족 여러분!
불확실성의 미래를 앞두고 있는 전환 시대에는 ‘부분에서 전체’로, ‘개체에서 관계’로, ‘우월에서 협력’으로, ‘구조에서 과정’으로 방점을 옮기면서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변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분열적이고 단자적인 ‘위계화된 구조의 개체’가 아니라 관계론적 상상력으로 상생하는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협력적인 선순환’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21세기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겠습니다. 항상적 질문이 혁신적 전환의 단초가 되도록 꾸준히 경청하고 탐색하고자 합니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gn?thi seauton)”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소크라테스의 아포리즘으로 유명한 말입니다. 자신과 타인, 세계를 향해 던진 궁극적 호기심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일 터입니다. 우리 모두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공명 속에 ‘함께 마주 울림’을 통해 ‘앎(기지, 旣知)과 모름(미지, 未知)의 경계에 서 있는 경이로운 경희인’이 되어 ‘더 나은 모름의 세계’로 비상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미 찾은 진리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경희의 창조적인 여정에 우리 경희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