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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교수가 만난 ‘베토벤’, 학생의 손으로 완성한 ‘베토벤 강의’

2024-11-20 교육

교육혁신사업단이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만드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교육혁신사업단,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진행
조은아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와 학생들 오스트리아 파견해 명품 영상 강의 제작
6월 시작한 경희명의 프로그램 11월 5일(화) 상영회 통해 종료


교육혁신사업단이 학생들이 직접 제작하는 명품 강의 ‘경희명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강의는 ‘후마니타스 기반의 교양교육 혁신’을 목표로 삼았다.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교수가 강의를 담당했고, 7명의 학생이 강의 제작에 참여했다. 이들은 베토벤을 주제로 명품 강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영상 강의들로 해당 강의는 경희대 교육혁신사업단 유튜브 채널(바로가기)을 통해 공개됐다. 11월 5일(화)에는 중앙도서관 1층 컨퍼런스룸에서 이 강의의 상영회가 개최됐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격려사를 통해 “이번 강의는 경희대의 교육 혁신 성과를 이끄는 밑거름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파견 활동 영상으로 예술적 승화, 미래 교육에 대한 영감 줘
교육혁신사업단 이원구 단장은 “경희명의는 학생, 교원, 직원 등이 한 팀을 이뤄 영상 기획과 제작, 홍보를 모두 맡은 프로그램이다.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참여 학생을 뽑는 면접을 진행한 기억이 있다. 그 이후 오늘 상영회까지 최선을 다하며 달려온 경희명의 팀의 활동을 목도했다”라며 “해외 촬영도 있어 걱정하기도 했다. 오스트리아에서의 활동을 예술적으로 승화한 것도, 생생한 영상을 담기 위해 노력한 모든 활동에 감사한 마음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경희명의 강의가 미래 교육에 대한 깊은 영감을 주고, 미래대학의 명품 강의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도약점이 되길 기원한다”라고 인사했다.

지은림 학무부총장(서울)은 경희명의 강의를 먼저 본 감상평을 공유하며 격려사했다. 그는 “학생들이 주도해 이렇게 좋은 교육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명받았다. 이번 프로그램의 의미는 이 부분에 있다. 참여한 분들의 열정과 도전정신, 창의성 등이 더 의미 있는 결실이다”라며 설명했다. 이어 “이번 강의는 경희대의 교육 혁신 성과를 이끄는 밑거름될 것이다. 강의를 보며 베토벤의 음악성에 도전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러한 점이 경희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 경희명의를 탄생하게 한 관계자들이 앞으로도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성과 거두길 기원한다”라고 격려했다.


지난 6월 시작한 경희명의 프로그램은 이날 개최된 상영회를 통해 종료됐다. 학생들이 제작한 16회차의 강의는 교육혁신사업단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7명의 학생,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눠 강의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두 담당
이어진 결과 보고는 후마니타스칼리지 조은아 교수와 음악대학 배민준 학생이 진행했다. 베토벤을 주제로 선정한 이유도 공유했다. 베토벤은 음악사가 나아갈 길을 바꾼 음악가이자, 현재도 콘서트홀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음악가다. 그 이유는 그가 청력 상실이라는 역경을 이기고 나아간 점과 머릿속 음악실에서 새로운 작곡법을 만들어 낸 점에 있다. 많은 음악가가 예쁘고 다정한 소리로 청자를 유혹할 때, 베토벤은 상상의 청력을 통해 더 과감한 음악을 만들었다. 조은아 교수는 “청력 상실이라는 운명의 불가항력 앞에서 무릎 꿇지 않고 역경을 헤치며 별을 향해 나아간다. 어두운 단조로 시작한 음악도 승리의 환희 창조로 전환하는 고유의 작곡법을 정립했고, 후속세대에도 깊은 공명을 줬다”라고 설명했다.

배민준 학생은 경희명의 팀의 구성과 활동을 공유했다. 총 7명의 학생이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눠 참여했다. 배민준 학생과 기악과 최유빈, 문화관광산업학과 박민경 학생이 기획팀을, 미디어학과 노현영·박서희, 스포츠의학과 임혜정, 국제학과 박주원 학생이 제작팀으로 일했다. 이들은 올해 6월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활동을 펼쳤다. 지난 7월 24일(수)부터 8월 1일(목)까지는 오스트리아로 향해 강의를 촬영했고, 이날의 상영회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학생들의 활동은 다양한 부분에서 높게 평가받고 있다. 경희명의 활동은 대학혁신지원사업 총괄협의회가 주관하는 대학혁신사례영상 경진대회의 1차 평가에도 통과해 최종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2024년 사업단 성과포럼에서도 해당 성과를 재확산하기 위한 사례 발표가 예정돼 있다. 영상 제작과 함께 학생들의 성장도 눈부시다. 학생들은 오스트리아에서 귀국한 후 카카오, JTBC, MBC, 코트라 등의 기관에 인턴으로 선발됐다.



‘경희명의’ 참여 교수와 학생에게 듣는다


경희명의 상영회에 앞서 조은아 교수와 제작팀의 노현영 학생을 만났다. 이들과 경희명의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에 관해 이야기했다. 조은아 교수는 음악가적 특성인지 운율이 느껴지는 말투로 그동안의 경험을 설명했다. 경희명의 프로그램에서 프로듀서와 연출자 역할을 맡았던 노현영 학생은 명확한 어조로 학생으로서 강의를 직접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조은아 교수 “교육혁신사업단의 설명에 이끌려 반짝반짝 빛나는 역량 지닌 학생들 만나”
Q. 교육혁신사업단이 처음 추진한 ‘경희명의’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조은아 교수(이하 조)
경희명의 프로그램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교육혁신사업단이 주관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교육혁신사업단과 만나 경희명의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경희를 대표하는 명품 강의를 만들자는 이야기를 듣고 교수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형태가 아닐까 부담스러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학생이 주인공이 돼 이끌고 구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움직였다. 교육혁신사업단을 따라나서며 반짝반짝 빛나는 역량을 지닌 7명의 학생을 만나게 됐다.

노현영 학생(이하 노) 강의를 직접 만든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또한 오스트리아를 방문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부분도 참여를 결정하는 데에 크게 영향 줬다. 개인적으로 교환 학생으로 가본 적이 없다. 졸업하기 전 대학의 울타리 안에서 해외에서 활약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함께 참여한 작곡과 배민준 학생은 음악가가 살았던 현장과 음악이 연주된 장소를 직접 방문해 동기를 얻고 싶었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베토벤 전문가 되기 위한 사전 교육과 자료 조사 등으로 강의 기획
Q. 프로그램의 진행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다.
전체를 기획팀과 제작팀으로 나눴다. 기획팀은 콘텐츠 기획, 시나리오 작성, 홍보 등의 업무를 맡았고, 제작팀에서 프로듀서의 역할과 연출, 영상 편집 등을 했다. 촬영에 필요한 장소를 섭외하는 작업이나 촬영에 필요한 장비 대여 등의 작업을 학생들이 직접 수행했다. 독일어를 잘하는 학생이 있어서 해외의 장소 섭외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의 적극성을 볼 수 있는 순간도 있었다. 관광 명소인 할슈타트는 촬영에 공식 허가가 필요하다. 학생들이 영어와 독일어로 공문을 준비해 허가받았다. 사전 허가부터 촬영 승인까지 모두 학생들이 했다.

직접적인 촬영에 앞서 공부 모임을 만들었다. 다섯 번 정도 학생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베토벤에 대해서 제가 아는 모든 지식을 전달하려 했다. 이들이 베토벤 전문가로 거듭나길 바랐다. 출국 전에도 현재 영상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모시고 시연회를 열었다. 영상에 필요한 부분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고, 해외 촬영에 대한 조언도 받았다.

가보지 않은 곳에서 촬영하는 것이 낯설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제작팀이 모두 모여서 로드뷰로 장소를 보며 준비했다. 현장에 가서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장소를 탐색했다. 교수님과 베토벤을 공부하면서 시중에 출간된 베토벤 관련 서적을 거의 모두 살폈다.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촬영이었는데, 처음에는 음악 용어를 몰라 어려움을 겪었다. 교수님과 공부하고, 촬영하면서 점차 전문가처럼 작업할 수 있었다.

Q. 경희명의 프로그램의 주제는 ‘베토벤’이고, 촬영 장소 중에는 오스트리아 현지도 있었다. 베토벤에게 보다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프로그램을 수행하며 느낀 베토벤에 대한 인상을 듣고 싶다.
음악사의 중요한 인물이자, 역경을 극복한 위인으로 베토벤에 대해 깊이 이해하면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베토벤을 선택한 것에는 개인적인 이유도 있다. 학생들과 함께 제작할 강의의 인물을 고르면서 저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제 사춘기 시절은 베토벤에 점령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연구하고 이해하기 위해 일생을 바쳤다고 볼 수도 있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개인적으로 베토벤의 음악을 잘 안다고 과신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베토벤을 피상적으로 만났구나’ 싶다.

베토벤은 음악사에서 신화적 인물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 현지에서 그가 쓰던 안경이나 보청기를 보고, 유서나 편지 등을 통해 글씨를 직접 보면서 의미를 전달하려 노력하다 보니 베토벤이 굉장히 현실적인, 내 곁의 인물로 다가왔다.

촬영 외의 시간에도 베토벤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를 들을 기회도 있었다. 현지에 가니 현장마다 장소에 관한 에피소드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카메라 뒤에 있었지만, 방송 프로그램의 시청자처럼 느끼는 순간도 있었다.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이 있어서 그런 부분을 영상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출국부터 귀국까지의 여정 함께할 영상, 실시간 스트리밍 강의까지 제작
Q. 오스트리아에서의 촬영 과정에 대해서 궁금하다. 어떻게 촬영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출국 전부터 귀국하는 모든 순간을 영상으로 표현하려 했다. 찰나의 순간들이지만 그 순간을 표현할 수 있는 지점을 포착해서 담고자 노력했다. 짧은 영상과 긴 영상을 모두 만들었는데, 전체 과정을 짧은 영상으로 만들고 실시간으로 SNS 채널에 올렸다. 이를 통해 해당 채널을 보는 시청자들이 여정을 따라올 수 있게 만들려 했다. 촬영 장비를 빌려서 학생들과 나눠 들고 촬영지를 다녔다. 촬영 장소마다 구도나 조도 조절 등에 주의했다. 낮에 촬영하고 저녁에 편집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전에는 장소, 공간, 콘텐츠의 소비자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산자 입장이라 조금 달랐다. 방문하는 공간마다 강연하는 역할이었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제 입장은 그렇지만 학생들이 더 힘들었을 거다.

장비를 들고 한 지역 내에서도 여러 장소를 돌았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외부 촬영이 대부분이었고, 한국에서는 스튜디오 촬영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현장감을 담기 위해 풀샷을 자주 넣었고, 스튜디오에서는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클로즈업을 주로 했다.

Q. 경희명의 프로그램의 특징은 학생이 강의의 기획과 제작, 후반 작업을 모두 담당하는 점이다. 학생이 만드는 강의는 기존 강의보다 수용자 중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존의 강의와 다른 부분은 무엇인지 듣고 싶다.
그 차이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강의가 오스트리아 빈 국립 음악대학에서 진행한 실시간 스트리밍 강의다.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었다. 또한 학생들은 빈 국립 음악대학 부총장님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했고, 잘츠부르크에서 빈 필하모닉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인터뷰했다. 강의실에서 갇힌 교수자의 일방적인 전달 강의가 아니라 음악의 역사적 현장에서 부딪히고 경험하며 발로 뛰는 강의 현장을 담을 수 있었다.

보통 강의실에서 이뤄지는 강의에서 강의 자료를 통한 단면적 이미지만 보다가 직접 현장을 담고 실물로 보니 더 와 닿고 생생한 강의로 느꼈다. 음악대학 친구들은 더 가슴 벅차하는 모습이었다. 제작팀은 카메라로 현장을 보면서 예쁘게 담으려 노력했다. 인서트 찍을 부분이 많아서 좋았다(미소). 강의를 편집한 경험은 없었는데, 강의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진로가 더 넓어졌다고 느꼈다. 방송 쪽으로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데, 교양 방송에도 참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강의는 총 16회로 제작했다. 이 캠퍼스(e-Campus)에 강의로 탑재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다른 채널로 공유할 계획이다. 강의 자료와 연주를 넘어서 직접 현장을 담은 강의들이라 음악 교양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성과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교수자로서 7명의 소수 정예 학생과 함께 했다. 한 학기에 보통 200여 명을 만나는데, 소수의 학생이라 거의 과외하듯 몰두해서 협업할 수 있었다.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고, 이국의 땅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것도 좋은 경험이 됐다.

학생과 교수 모두 성장한 경희명의 프로그램
Q. 촬영 중 기억 남는 일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실시간 스트리밍이 출국 이튿날이었다. 강연 장소를 예쁘게 담고 싶었다. 사전에 충실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논의할 부분이 많았다. 고민이 많았는데 화면이 예쁘게 담겨 함께 준비한 친구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홍보를 담당한 학생들이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이미지를 융합해 부채를 만들었다. 우리가 만난 인터뷰 대상에 드렸다. 잘츠부르크에서는 베토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게릴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거리에서 만난 분들과 짧지만,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

오스트리아 촬영 마지막 날에 손을 다쳤다. 8바늘을 꿰맬 정도의 상처라 아직도 손가락을 다 구부리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 분야의 전문가로서 베토벤의 정신이 몸에 체화되는 경험을 했다. 중년의 인생 중에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 영광이다.

Q. 구성원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베토벤은 청력 상실을 극복한 사람이다. 귀가 들리지 않기에 듣기 좋은 멜로디로 승부한 사람이 아니라 외로움과 고립 속에서 머릿속 음향실험실에서 더 과감한 음악 기법을 구현했다. 많은 음악가가 청중의 취향과 영합할 때 베토벤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다. 베토벤 이전에는 왕정에 소속돼 고용인의 마음에 들기 위한 작곡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고용인이 아니라 독립적인 자유 음악가로 활동한 최초의 음악가다. 개인적 고통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오히려 이를 발판으로 능력을 더 발화한 사람이다. 사회적으로도 제도권에 아부하지 않은 음악가의 사례를 보며 용기나 도전 의식을 가졌으면 한다.

기획에 음악대학의 전공 학생들이 참여했고, 편집에는 관련 분야 전공이 아닌 학생들이 참여했다. 오히려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이해해야 편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베토벤 영상보다 쉽게 이해하게 자막도 자세히 달았고, 우리가 촬영한 영상도 미처 촬영하지 않은 부분에서도 발랄한 코드를 추가했다. 영상의 오프닝 시퀀스에 나오는 음악은 작곡과 학생이 직접 편집한 음악이다. 경희명의 영상을 통해 베토벤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정민재 ddubi17@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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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 집-궁전 르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152×225 312쪽 | 무선 | 24,000원 2026년 7월 14일 | ISBN 978-89-8222-839-1 (03540) ▣ 책 소개 근대건축을 선도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1928년에 발표한 선언적 저서 《집-궁전: 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Une Maison―Un Palais: À la recherche d'une unité architecturale)》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번역을 맡은 이관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저서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등으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세 차례 선정되는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건축학회 특별상을 수상한, 국내 르코르뷔지에 연구의 대표적 학자다. 르코르뷔지에가 이 책을 쓴 배경에는 1927년 제네바 국제연맹 청사 국제공모전이 있다. 건축 예술의 쇄신을 보여준 르코르뷔지에의 계획안은 377개 응모작 중 1등으로 추천되지만,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보수 아카데미의 조직적 음모에 밀려 공동 당선작으로 격하된다. 르코르뷔지에는 강연 형식을 빌린 이 책을 통해 국제적 논쟁이 된 야합의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자신의 작업에 담긴 건축적 의미와 가치를 당당히 증명한다. 흑백 사진과 건축 도면, 스케치와 드로잉, 신문 기사와 청원서 등을 함께 수록한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사유와 실천이 담긴 중요한 자료집이기도 하다. ▣ 출판사 리뷰 근대건축을 선도한 르코르뷔지에의 감춰진 명저, 국내 최초 완역 보수 아카데미의 음모에 맞선 르코르뷔지에의 가장 뜨거운 변론 ◼ 건축 기득권의 허영을 깨부순 선언, “집은 궁전이고, 궁전은 집이다” 이 책의 제목 ‘집-궁전’을 처음 접하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평범한 개인이 몸을 누이는 소박한 공간과 절대 권력이 누리는 화려한 공간을 나란히 연결한 저자의 의도가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발적인 제목이야말로 르코르뷔지에의 핵심 건축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 Une Maison-Un Palais를 직역하면 ‘한 채의 집-하나의 궁전’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이를 더 자연스럽게 풀어 보면, ‘집이자 궁전’, ‘집 그러나 궁전 같은 곳’ 정도가 된다. 르코르뷔지에에게 집은 궁전과 다른 게 아니었다. 집과 궁전 모두 정신과 마음이 빚어낸 하나의 종합적 산물이며, 역사를 흉내 내거나 유행을 좇지 않고 직관과 이성이 함께 작동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 것이다. 최대의 경제성과 최대의 강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집은 곧 궁전이 될 수 있었다. 르코르뷔지에가 말하는 ‘기념비성’ 역시 규모나 재료의 비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형태들이 조화로운 법칙 속에 배열되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전통적·관습적 건축만을 고수하는 보수 아카데미가 만들어낸 건축을 천박한 허영의 산물로 간주하며, 그것은 기계 문명의 시대에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일갈한다. 책의 부제 ‘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어 ‘palais’는 궁전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청사를 뜻하기도 한다. 르코르뷔지에는 국제연맹 청사를 소수 권력자를 위한 권위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집’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진정한 고귀함을 상징하는 궁전의 정신을 세계인을 위한 집에 담아내겠다는 르코르뷔지에의 의도가 집과 궁전이란 두 단어를 같은 무게로 나란히 세운 제목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은 하나의 궁전이다. … 궁전은 하나의 집이다. 나에게 남은 과제는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 우리는 집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통일성의 원리라는 절박함 속에서, 궁전은 집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 새로운 건축을 향한 도전, “건축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이 책에서 공모전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과 시대에 뒤떨어진 절충주의 건축을 우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새로운 국제 질서를 상징하는 건물이라면 마땅히 현대의 기술과 합리성, 기능성과 위생, 표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의 전통 양식이 아닌 보편적·국제적 건축, 그것이 르코르뷔지에가 국제연맹 청사에 요구한 시대정신이었다. 당시 르코르뷔지에는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센호프 시범주택단지에 주택을 지으면서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수평 띠창, 옥상정원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건축의 다섯 가지 요점’을 발표하며 건축가로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원칙들은 국제연맹 청사 계획안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그는 아카데미의 형식 대신 동선·음향·시야·조명·냉난방 등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해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르코르뷔지에는 “분류된 기둥, 필라스터, 박공, 처마 장식” 같은 아카데미의 형식들을 거짓된 것, 나아가 “위험한 시체”라 단언하며 이를 전면 거부했다. 그가 내세우는 미학, 즉 “선의 서정성, 구성의 시적 질서, 자연에 대한 헌신, 정직하고 대담한 건설, 빛의 충만한 확산, 기생적 요소의 차단, 배정된 예산을 정확히 지키는 근본적 성실성”은 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며, 한 개인의 정신적 태도의 발현이었다. 이로써 르코르뷔지에는 ‘궁전’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위선과 타락으로부터 건축을 책임과 정직함의 문제로 되돌려 놓았다. 결과적으로 르코르뷔지에는 국제연맹 청사에 이어 국제연합 본부, 유네스코 본부까지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건축 공모전에서 연이어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건축적 신념, 즉 기능과 미학, 구조와 기술, 장소성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 르코르뷔지에의 사유와 실천을 담은 생생한 기록 이 책은 1928년 출간 이후 프랑스어와 일본어로만 소개되었을 뿐, 영역본조차 나오지 않은 채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보수적 건축 집단과 공모전 집행부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내용 때문이었다. 이는 르코르뷔지에의 다른 저서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가 프랑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한 장 때문에 영역본 출간이 9년이나 미뤄지고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던 사정과도 겹친다. 화려한 성취 이면에 가려진, 시대와 불화했던 르코르뷔지에의 또 다른 얼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글로 설명된 원칙과 이미지로 증명된 실증이 나란히 놓이면서, 독자는 르코르뷔지에가 국제연맹 청사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건축적 통일성을 문장과 도면 양쪽에서 동시에 체감하게 된다. 글과 사진, 도면, 스케치 등이 어우러진 이 구성 자체가 ‘집-궁전’이라는 제목이 말하는 조화의 정신을 책의 물성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부록에 실린 기사 내용과 르코르뷔지에와 경쟁했던 이들의 계획안, 청원서, 성명서 등은 당시 분위기와 상황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관석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건축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과제”라고 강조하며, “깊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가 약화되고, 본질보다 자극적인 형식과 스타일에 집중하며, 경험의 균질화로 다양성이 줄어드는 시각 위주”의 세태 속에서 건축의 고전(古典)인 이 책이 깊이 사유하는 훈련의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건축의 본질과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새로운 건축의 탄생을 선언한 르코르뷔지에의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그의 건축 철학을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안내서이다. ▣ 차례 1부 명제 7 2부 설명 96 3부(부록) 아카데미의 목소리 190 저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210 국제연맹의 길 215 옮긴이의 말 290 미주 300 ▣ 지은이 _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본명은 샤를에두아르 잔느레이다. 1887년 스위스의 작은 도시 라쇼드퐁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미술학교를 다녔다. 1917년에 파리에 정착해 1965년에 7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크고 작은 건축·도시작품을 계획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 작품이 실현되었다. 2016년에 사부아 저택, 마르세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라투레트 수도원을 포함한 그의 건축 작품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건축을 향하여》, 《도시계획》, 《오늘날의 장식예술》, 《프레시지옹》, 《빛나는 도시》, 《모듈러》, 8권의 《작품전집》 등을 비롯해 5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회화와 조각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타임》에서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 가운데 유일한 건축가다. ▣ 옮긴이 _ 이관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벨빌건축학교에서 투철한 근대건축 정신으로 무장한 앙리 시리아니가 리더인 교수들의 모임 그룹 우노(Groupe UNO)의 스튜디오에서 건축설계를 수학했고, 파리1-판테온소르본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근현대 건축사와 현대 뮤지엄 건축을 연구했다.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가이자 예술사학 박사로서 현재는 학생들과 건축을 교감하고 있다. 저서로 《빛을 따라 건축적 산책을 떠나다》, 《한국현대건축편력》, 《르코르뷔지에, 근대건축의 거장》,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정의》,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현대 뮤지엄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수업》, 《뮤지엄, 공간의 탐구》,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장식과 근대 건축》 등이 있으며, 역서로 《건축을 향하여》, 《프레시지옹》, 《오늘날의 장식예술》, 《느림의 건축을 위하여》, 《작은 집》,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이 건축의 순간은 더 이상 기계 이전 시대를 맹목적으로 답습하는 보수적 아카데미의 썩어가는, 시체 냄새 풍기는 생산물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건축은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8쪽 집이 하나의 유형이라는 단언은 지금 이 혼란의 시대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연속적이고 수많으며 빠르고 때로는 번개 같은 발견들이 사회의 기초를 뒤흔들고, 우리의 이성과 감수성을 교란시켰다. 그 결과,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 굳어진 공식과 가장 대담한 전망들이 뒤엉킨 불협화음의 결산이 우리 앞에 놓였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이 우리에게 왔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각과 과거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됐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인간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46쪽 기계주의의 돌풍 아래,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모든 수단이 무너져 내리자, 더 이상 과거의 궁전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간 아카데미들이 산출해 낸 궁전은, 궁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끔찍하게 더럽혔다. 궁전은 더 이상 고귀함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천박한 허영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다. 궁전은 어떤 건전한 정신, 어떤 순결한 영혼에게도 합당하지 않았다. 궁전은 이미 부패해 구더기들이 들끓는 썩은 스튜와 같았다. 기계주의 시대의 우리 인간의 위장은, 그렇게 부패 직전의 음식을 더는 소화할 수 없다. ―64쪽 예산은 낭비되고, 과시를 위해 돈은 창밖으로 던져졌다. 건축이라는 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유행, 형식적인 정신놀음, 한때 생명을 불어넣었던 정당한 활력과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없는 서정적인 형상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여기 인간 정신의 가장 비열한 상태인 거짓, 허영, 과장이 드러난다. ―65쪽 우리는 과거로부터 힘을 얻었다. 왜냐하면 과거는 우리에게, 지속적인 명료함과 균형의 조건 속에서 집은 하나의 유형임을, 그 유형이 순수할 때 진정한 건축의 저장인 건축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궁전의 존엄에까지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78쪽 집은 하나의 궁전이다. (…) 궁전은 하나의 집이다. 나에게 남은 과제는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내가 여러분께 말씀드릴 제네바의 궁전은 나라들의 집, 곧 국제 사회의 행정의 집이다. 그것은 하나의 유기체이며, 특정한 목적을 향한 기계다. 그것은 거주를 위한 기계다. ―88쪽 집은 궁전이다. 이것이 지금 진행 중인 논의다. 우리는 집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통일성의 원리라는 절박함 속에서, 궁전은 집이 될 것이다. 국제연맹 청사 건립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전은 거대한 실험의 기회였다. ―90쪽 오늘날 우리 시대는 무엇보다도 빛을 필요로 한다. 이제 정주하는 존재가 된 우리는 빛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과업의 문턱에서 우리는 우리 안에서나 주위에서나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현대적인 행동 프로그램이며, 특히 국제연맹 프로그램 그자체다. ―112쪽 우리는 어떤 아카데미 공식도 쓰지 않았다. 분류된 기둥, 필라스터, 박공, 처마 장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요소들은 모두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 거짓을, 국제연맹 고등사무국과 이 건축 문제에 관여한 대사들은 건축의 살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시체, 위험한 살이라 부른다. ―188쪽 선들의 서정성, 구성의 시적 질서, 자연에 대한 헌신적 행위, 건축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품위 있는 자세로 맞서는 것, 정직하고 대담하게 건설하는 행위, 빛을 구석구석까지 퍼뜨리는 행위, 모든 기생적 요소의 길을 차단하는 행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정직한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성실성, 즉 배정된 예산에 정확히 맞는 비용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세 배, 네 배가 아니라! 오, 조약과 법을 수호하는 국제연맹이여!)—이러한 미학은 아카데미즘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윤리의 표현이다. 그것은 한 개인의 정신적 상태의 표현이며, 개인적 태도의 발현이다. ―188쪽 이 공모전 사건의 초기부터 관여한 한 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이 공모전은 처음부터 짜여 있었다. 아카데미가 실행자로 내정되어 있었으며, 공모전은 단지 허울이었다. 게다가 국가적 야망이 거칠게 표출되자, 정치적 이해를 충족시키려 네 건축가를 타협안으로 정한 것이다. 선택된 것은 공모안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아카데미 건축가들이었다. (공모전이라는 희극은 337명의 참가자에게 2,000만 프랑 이상을 허비하게 했다!)” 세계 언론은 이 술책을 가리켜 “청사 스캔들”이라고 불렀다. ―219~220쪽

    • 문장 수업

      2026-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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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전 명작이 주는 감동과 울림의 문장 수업 이병수 지음 | 140*200 240쪽 | 무선 | 18,000원 | 2026년 7월 10일 ISBN 978-89-8222-830-8 (03800) ▣ 책 소개 오셀로, 안티고네, 마담 보바리, 죄와 벌, 동물농장, 신곡,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의심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삶을 채우는 고전 읽기 두 번째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가는 영미 유럽 명작 고전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동사 수업』으로 독자들에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전한 이병수 교수가 이번에는 『문장 수업』으로 돌아왔다. 『문장 수업』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단테의 『신곡』,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남은 18편의 고전 명작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탐색하는 책이다. ‘선택하다’, ‘신뢰하다’ ‘고백하다’ ‘복수하다’ ‘질투하다’ ‘실성하다’ ‘창조하다’와 같은 동사를 키워드로 삼아 고전 속 문장을 새롭게 읽어낸다. 전작 『동사 수업』이 인간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조명했다면, 『문장 수업』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욕망, 질투와 후회, 죄의식과 구원 등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저자 이병수 교수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문학 철학 언어를 넘나드는 강의를 진행해 왔으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신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장미의 이름』 등 50여 편의 고전 명작을 해설한 강의로 수년간 독자와 수강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왔다. 이 책을 쓴 주된 이유도 수업을 듣고 그 감동을 책으로 읽고자 하는 여러 수강생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읽는다는 것은 우주를 해석하는 일이다”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문학의 주된 질문은 ‘인간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에 어떻게 사유하는 인간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런 질문에 “전공이나 취업 등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지 말고 백 권 정도의 고전 명작을 읽으세요”라고 답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사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전 명작 속 문장들을 통해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선택하고 사랑하며 견뎌야 하는지를 묻는다. 또한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삶, 핵심 문장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독자들이 고전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읽는다는 것은 우주를 해석하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우주는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고, 읽기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문장 수업』은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더 품위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장 지적이고 아름다운 고전 읽기의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 차례 들어가는 말 Ⅰ 선택 기다리다, -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거부하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선택하다,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복수하다, -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Ⅱ 신뢰 의심하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질투하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욕망하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믿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Ⅲ 고백 고백하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정화하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연옥 편) 숭배하다,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Ⅳ 고난 굶주리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실성하다, -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죽다, -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구원받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 편) Ⅴ 창조 읽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경탄하다,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창조하다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 번역/인용문 출처 표기 ▣ 지은이 : 이병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수로 재직하며, 필수 교과목 가운데 하나인 ‘인간의 가치 탐색’을 중심으로 문학, 철학, 언어를 아우르는 강의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프랑스 Montpellier III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서양의 문예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썼다. 주로 고전과 유럽 문명 강의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 외에도 시니어 인문대학 특강은 삶의 지평을 높이는 인문학 강의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선경도서관 등에서 50편이 넘는 고전 명작에 대한 강의를 수년간 인기리에 진행했다. 저서로 『동사 수업』, 역서와 공저로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드라큘라』, 『청춘은 책의 날개 위에 꽃핀다』 등이 있다. 『동사 수업』과 『문장 수업』은 ‘고전’에 대한 사색의 글이다. ▣ 책 내용 들어가는 말_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아 호기롭게 말한다. “전공이나 취업 등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지 말고 백 권 정도의 고전 명작을 읽으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렇다. 고전 명작을 읽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것도 현재의 나보다 월등히 품위 있고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_이병수(저자) 선택_선택은 가치판단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여기 두 여인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 앞으로 서로를 눈물로 위로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들은 기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난 자매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언니 안티고네는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동생 이스메네는 목숨을 구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언니는 왜 죽음을 불사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 걸까?_[선택하다, 40쪽] 신뢰_플로베르는 불륜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축으로 삼아 순수하면서도 정열적인 엠마를 내세워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또한 과대망상, 자기 환상을 뜻하는 보바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만든 이 소설은 육체와 정신이 빚어내는 욕망의 본질에 대해 해부하고 있다. …욕망은 현실을 왜곡한다. 결혼한 후 엠마가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_[욕망하다, 91-92쪽] 고백_아름다움은 그의 일생에서 최고의 가치다. 그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두 가지를 숭배했다. 젊음과 예술이었다. …도리언은 훤칠하고 백옥같이 고운 피부와 붉은 입술, 날카로운 콧날을 가진 젊은이로 누구나 흠모하는 외모를 가졌다. 이십 대의 청년임에도 십 대처럼 순수해 보이는 도리언은 여인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찬탄의 대상이었다. _[숭배하다, 140-141쪽] 고난_아버지와 아들은 술에 취해 있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엄마 메리는 솜씨 서툰 여학생이 연주하는 것처럼 쇼팽의 왈츠 곡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가족들이 있는 거실의 문간으로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며 큰아들 제이미가 외친다. ‘오필리어 등장!’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사랑 때문에 미친 사람이 되고, 결국 물에 빠져 익사하는 비극적인 인물 오필리어에 자기 어머니를 비유한 것이다._[실성하다, 170쪽] 창조_바이올린이나 기타, 피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은 속이 다 비어 있다. 울림의 현상인 공명(共鳴)은 특정한 진동수에서 커다란 진폭으로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그 울림의 소리는 빈 공간에서만 발생한다. 나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이 많으면 사고의 속도가 느리고 질서를 잃게 된다. 머릿속이 복잡하여 번뇌에 시달리게 되면 몸의 감각도 무뎌진다. 그러므로 의식이 혼돈을 겪고 있을 때는 마음의 울림을 느끼기 어렵다. 감탄의 탄성은 몸과 마음이 비워져 가벼워질 때 발생하는 울림의 현상이다._[경탄하다, 218-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