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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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간절함으로 빚은 내일
2024-08-21
끝의 시작, 간절함으로 빚은 내일 오늘 학위를 받게 된 졸업생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더불어 긴 폭염을 뚫고 이 자리에 함께하신 학부모님과 가족, 친지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오늘 이 자리에 설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신 교수님과 교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교정 곳곳의 재치 있는 플래카드로 미리 축하를 하고 현장에 함께 온 후배들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졸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하나의 매듭이 지어지고 또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출발점에 서기 때문입니다. 졸업식이 끝나면 여러분은 사회인이 되어 여러분을 필요로 하는 전 세계 각지의 공간으로 진출하게 됩니다. 그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더 나은 미래를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관계의 재발견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졸업식이라는 경계의 시간은 지난 대학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졸업생 여러분! 모두 잠시 눈을 감아 보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신입생으로 캠퍼스에 첫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그 첫 마음을 돌이켜 보십시오. 어떤 표정과 마음이셨는지요. 저마다 다른 추억이 떠오르겠지만, 아마도 새내기 시절의 설레던 표정과 졸업하는 지금의 모습은 많이 다를 것입니다. 아름다운 봄날에 품었던 기대와 졸업하는 지금의 각오가 크게 달라지셨기를 바랍니다. 달라진 만큼 여러분이 학문적으로 성장하고 인간적으로 성숙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오늘’이 있기까지 여러분 곁에서 물심양면으로 여러분을 응원하고 격려해 주신 분들을 떠올려 보십시오. 여러분의 오늘은 ‘나 홀로 골방’에서 각자도생(各自圖生)하며 혼자만의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닙니다. ‘오늘의 나’가 있기까지 실로 수많은 동료와 선후배, 교수와 직원, 지인과 무명인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자명한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교육받은 지성인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갖춘 성숙한 시민입니다. 존경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번 후기 학위수여식은 지난 2월에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만큼이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 이전 선배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폐쇄적인 캠퍼스’의 상황 속에서 제한적으로 대학 생활과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모두가 당혹스럽고 혼란스러웠던 2020년 봄, 교수님들은 갑자기 온라인 강의를 준비해야 했고, 교직원 선생님들은 교문을 닫고 방역에 힘써야 했습니다. 학생 여러분이 감수해야 했던 고충이 제일 컸을 것입니다. 입학식을 하지 못했고, 동기와 선후배를 제대로 만날 수 없었으며, 교수님은 온라인으로만 겨우 만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에게 코로나 시기는 어떤 기간이었는지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신종 감염병은 그 이전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인간관계를 최소화시켰습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의 일상화와 사회적 네트워크의 단절 속에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면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초국경 시대의 질서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에 토대를 두고 있었는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리고 개인과 사회의 건강을 지켜 내기 위해 우리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아울러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해 온 우리 문명의 탐욕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게 했습니다. 이제 코로나 이전 시대에 꿈꾸었던 미래 세계와 결별하며, 코로나 시대와는 다른 삶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사랑하는 졸업생 여러분! 졸업 이후 여러분 앞에 펼쳐질 학교 밖 세상은 지금 여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 불안과 두려움을 유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대학에서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과정을 체계적으로 이수했으며 수월한 전공 교육을 받았습니다. 후마니타스는 스스로를 발명하는 인간입니다. 탁월한 개인이자 타자와 함께하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 새로운 문명 건설에 기여하는 지구적 실천인이 바로 후마니타스인입니다. 후마니타스 정신은 경희의 담대한 창학 정신과 이어져 있습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문화세계의 창조’가 바로 우리 대학의 창학 정신입니다.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 우리 대학은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인류 문명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습니다. ‘학문과 평화’를 두 축으로 온 인류가 염원하는 지구공동사회를 추구해 왔습니다. 우리 대학은 올해 개교 75주년을 지나고 있습니다. 1회 졸업생 45명으로 출발해 매년 5000명 이상의 미래 인재를 배출하는 국내 굴지의 명문 사학으로 성장했습니다. 잘살기운동, 세계대학총장회(IAUP) 설립, 인류사회재건운동, 세계평화의 날 제정, NGO세계대회 개최, 세계적 수준의 교양대학 후마니타스칼리지 설립, 달 탐사 인공위성 발사, 국내 최고 수준의 국제화 대학 등 경희 75년의 역사는 여러분이 자긍심을 갖기에 충분한 ‘담대한 여정’을 보여 줍니다. 앞으로 경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개교 100주년 세계적 명문’을 향해 쉬지 않고 도약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최근 제33회 2024년 파리올림픽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지난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17일 동안 개최된 올림픽에서는 전 세계 206개국의 1만 500명이 32개 종목, 329개 경기에 참가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도 대표 선수 144명이 참가하여 ‘금 13, 은 9, 동 10’ 등 총 32개의 메달을 수확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여기에는 경희 동문과 재학생의 헌신적인 노력과 결과도 보태졌습니다. 우리 동문인 전훈영(스포츠지도학과, 2013) 선수가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안정감 있는 금빛 활쏘기’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재학생인 박태준(태권도학과, 2023) 선수가 태권도 –58kg급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금빛 발차기’를 선보이며 금메달을 수상했습니다. 두 선수 모두 성실한 준비 과정을 거쳐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습니다. 이들이 보여 준 결과물은 ‘실수 없는 완벽함의 추구’나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는 승리’가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과정에서부터 결과에 이르기까지 더 나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더 높은 성취감을 찾아 가는 노력이 바로 탁월한 결과로 이어진 셈입니다. 여러분도 대학 생활 동안 충분한 노력과 분투의 과정을 거쳐 탁월한 실력을 갖춘 인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여러분이 경이로운 경희의 미래가 되어 더 멋진 ‘금빛 인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동문이 되길 바랍니다. 정든 캠퍼스를 떠나는 졸업생 여러분! 저는 올해 총장에 취임하면서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교육과 다학제·다기관·다국가 협업 연구’를 강조한 바 있습니다. 전환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 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학과 간의 장벽을 없앤 혁신적인 교육과 더불어 융복합적 관점을 가진 학내외 협력 체계의 모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취임 이래로 계열별 분과주의를 넘어서는 ‘융합 교육’을 전제로 ‘안정적인 열린 전공(무전공)의 도입과 후마니타스의 재탄생’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학부 연구생’의 발탁과 ‘대학원 AP 과목’을 통해 학부생의 대학원 수준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전환 시대의 총장인 저는 ‘학술적 탁월성’과 ‘전 지구적 실천’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세 가지 주요 도전 과제를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첫째로 ‘전문적이고 민첩하며 열정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대학과 구성원의 성장을 견인하는 창의적인 인사 혁신 모델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둘째로 ‘재정의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위해 다양한 재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하여 학습과 연구를 비롯한 행정 업무에 신속히 반영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경희 가치에 공명하는 소통’을 수행하기 위해 학생과 교수, 직원과 동문 등을 정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만나 의견을 수렴하면서 경희의 변전과 성장 모멘텀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우리가 매일 만나는 일상의 풍경은 세계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 세상은 서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리에게는 부분만이 아니라 부분과 전체 사이를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포괄적인 시각이 필요합니다. 전일적인 세계 인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변에 있는 생명체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시작일 수 있습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지구 생태계는 개별 생명체가 각자 고유한 생명 역학을 유지하면서도 복잡한 시스템으로 연결된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부분과 전체가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적인 세계 인식을 통해 지구의 자연과 생명이 지닌 유기체적 관계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나은 문명의 미래를 기획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대학의 교육은 환원론적 관점에서 전체를 세분화하여 분과별 학문 단위 전공을 기반으로 전문성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제 분과 체제를 넘어서야 합니다. 양자역학에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은 ‘두 개 이상의 양자가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두 입자가 먼 거리에 있어도 계속 연결되어 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이 현상은 두 대상에 대해 동시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비로소 상호 연결된 하나의 전체상이 지닌 본질이 드러날 수 있음을 보여 줍니다.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라는 말이 있듯이, 부분과 부분의 다양한 연결을 통해 지엽적인 시각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특이성을 발견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학문의 세계를 벗어나 현실 사회의 변화에 적응해야 합니다. 이때 타인과 세계로부터 인생을 배우려는 성찰적 탐구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직 잘 모르면 잘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정직한 태도로 새로운 질문을 계속 던질 줄 알아야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아는 척’하면서 던지는 질문에는 이 세계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과 해석이 배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먼저(me-first)’라는 이기적인 인생관을 가진다면, 무엇이 진정으로 중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흐려져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식이 결여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먼저(we-first)’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동체적 윤리 의식 속에 이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더 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겠습니다. 대학의 사명은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응원하며 나아가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속에서 ‘상상력과 경험의 융화’가 자유롭게 개진되도록 유도하는 것에 있습니다. 창의적인 상상력이 젊은이들의 특별한 재능이라면 원숙한 경험은 지혜로운 교수자의 지식으로부터 나옵니다. 미래의 가능성을 넓히는 상상력의 활동은 단편적인 지식의 습득보다 중요합니다. 학습된 지식 사용의 범위는 다분히 제한적이지만, 자유로운 상상력은 지식의 한계를 넘어 광대무변하는 세계의 가능성을 무한히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금은 디지털 시대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 세상에서처럼 ‘타인에게 보이는 나’와 ‘자신이 꿈꾸는 진정한 나’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기대와 나의 바람을 조율하며 자기 내면과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더 나은 미래를 기획하고 실천하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미래의 나를 향한 간절한 태도입니다. 자신을 향한 간절함은 ‘오래된 기도’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선배이자 시인인 이문재 교수님이 있습니다. 국문과 78학번으로 이제 정년을 앞둔 여러분의 자랑스러운 선배 중 한 분입니다. 이문재 시인은 시 「오래된 기도」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라고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라고 덧붙입니다. 더불어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 기도하는 것”이며, 끝으로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지금 여기가 맨 앞』, 2014) 기도하는 것이라고 ‘오래된 기도’를 마무리합니다. 자신과 타인, 세계를 위해 기도할 줄 아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미래는 여러분을 위해 존재합니다. 여러분이 우리의 미래이자 경이로운 경희의 미래입니다. 3만 5000여 명의 재학생을 비롯하여 1500명의 교수진과 1000명의 교직원이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32만 경희 동문이 여러분의 든든한 배경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미래의 경희인과 함께 여러분의 더 멋진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오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첫발을 내딛는 여러분께 축하와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
2024-03-27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 경희 가족 여러분! 반갑습니다.제17대 총장으로 임명된 김진상입니다. 우리 교가에 나오는 내용처럼 “새 빛의 창조자”인 구성원 여러분께 이렇게 직접 인사를 드리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가곡 <목련화>에도 등장하듯 “추운 겨울 헤치고 온 봄 길잡이 목련화” 같은 여러분의 표정이 새삼 반갑게 느껴집니다. 75년 경희의 역사는 구성원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고 덕분에 1949년 설립 이후 철학적인 질문과 근원적인 사유를 통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하며 선구자적 학풍을 면면히 이어 오고 있습니다. 저는 자랑스러운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물질문명과 정신문화의 조화로운 결합 속에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창학 정신을 앞세우며 더 나은 인간과 세계의 미래를 끊임없이 탐문해 온 경희의 역사 앞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친애하는 경희 가족 여러분!저는 오늘 ‘공명(共鳴)과 변전(變轉), 웅비(雄飛)하는 경희(慶熙)’라는 주제로 여러분께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급속하게 변전하는 세계 속에서 ‘함께하는 공명’으로 비선형적 기적을 달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획·구성·실천함으로써 경희가 웅장하게 비상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려는 의지를 피력하고자 합니다. 물리학에서 ‘공명’이란 외부에서 주기적으로 가해지는 힘의 진동수가 진동계 고유의 진동수와 유사해질 때 최대의 결과가 출력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인문학에서의 공명이란 ‘타인의 사상이나 감정, 행동’에 공감하면서 본질적 가치를 공유하여 궁극적으로 서로의 진선미가 닮아 가는 실체적 현상을 의미합니다. 저는 사람 사이의 협력도 공명이고, 미래 발전이라는 담대한 희망을 위해 혁신 계획에 적극 동참하는 것도 공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경희 구성원 전체가 서로의 책무를 이해하고 유기체적 전일사관을 통해 하나로 통합하여 ‘함께 맞울림’ 할 때, 경희의 창학 이념이 전 지구적으로 확산될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전’이란 이렇게 서로 함께 공명하여 만들어 낸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한계를 뛰어넘어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가는 선구자적 경희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말합니다. 저는 경희 가족 모두가 경희의 창학 정신을 마음에 새기고 인류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소임에 공명하면서 새로이 경계를 넓히고 더 큰 미래로 영역을 확장해 가는 창조 정신을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데에 온 힘을 쏟고자 합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이미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 경희의 전기 30년(1949-1979)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 정신으로 ‘경이로운 경희’의 토대를 다지는 시기였습니다. 2년제 초급대학에서 출발한 경희는 부산 동대신동 교사에서 1회 졸업생 45명을 배출한 이래로 종합대학 승격과 ‘경희대학교’ 교명 변경 이후 ‘경희학원’을 설립하면서 체계적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세계대학총장회’ 창립 이후 제2회 대회를 개최하면서 국제 행사를 통해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경희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습니다. 경희의 두 번째 시기(1980-1999)는 국제캠퍼스 설립이 전환점이 되어 실용 학문의 진흥과 함께 세계적 대학으로 도약하는 확장기가 되었습니다. 유엔의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주도하고, 산업대학과 공과대학을 국제캠퍼스로 이전한 이래로 교육과 연구, 실천 역량을 세계적 수준으로 높여 갔습니다. 개교 50주년을 맞아 열린 ‘서울NGO세계대회’는 107개국 1360개의 NGO 활동가와 시민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되어 “뜻을 세우고, 힘을 모아, 행동하자!”라는 구호 아래 세계평화를 위한 시민 단체의 지구적 실천 방안을 모색한 바 있습니다. 경희의 세 번째 시기(2000-2023)는 도약적 성장기로서 평범한 사립대학에서 경이로운 신화를 창조한 명문 사학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개교 60주년을 새로운 전환점으로 삼아 ‘대학다운 미래대학’을 고민하고 ‘지구적 존엄의 구현’을 내세우며, 경희의 미래가 대학의 미래이자 인류의 미래임을 천명하고 세계적 명문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적 수준의 교양대학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설립하면서 고등교육의 본질을 추구하고, 경희지구사회봉사단(GSC)을 출범시켜 지구적 세계시민의 양성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코로나 팬데믹의 종식 이후 인류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대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전례 없는 속도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능력이 인간을 초월하는 특이점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직업을 잃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자본의 논리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인 난개발로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자국 이기주의를 내세운 국지전의 잦은 발발 속에 전 지구적 평화가 위협받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갈등과 경제적 불평등,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극심해지면서 양극화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류에게 닥친 기후 재난으로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기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입니다. 이제 우리가 달라져야 합니다.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혁신적이고 성찰적인 전환이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기에 전환 시대의 해법을 다차원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모든 처음에 대한 궁극적 질문에서부터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38억 년 전 우주가 태어난 첫 시원(始原)을 복기하며 아직 인류가 풀지 못한 기원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습니다. 이 거대한 우주의 시작은 무엇인가? 생명과 물질의 가장 작은 시초는 무엇인가? 우리는 처음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 저는 인류의 시대적 사명이 개인과 사회, 지역과 국가, 생산과 소비, 종교와 인종의 차이를 넘어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 지구적인 난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앞에 산적한 전환 시대의 수많은 난관을 돌파하려면 개별 국가와 현실 정치가 나서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기에 이제 대학이 나서야 합니다. 대학이 상아탑에서 벗어나 학교 밖의 사회와 호흡하며 전 세계적 갈등과 모순을 극복하는 데에 앞장서야 할 때입니다. 경희의 역사적 소임은 세계적인 대학의 기반을 구축한 개척의 시기를 넘어, 교육과 연구의 탁월성과 더불어 지구적 실천을 통해 이룩한 비약적인 토대 위에, ‘세계적인 명문 사학’으로 한 번 더 도약하기 위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책무를 자각하는 교수, 학생, 직원과 함께 경희만의 고유한 대학 시스템을 안착시키고 혁신적 성장을 도모하여 세계 명문 대학으로 웅비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고자 합니다. 경희 가족 여러분!진리의 상아탑만을 강조하던 근대적 대학은 더 이상 성공적인 모델이 아닙니다. 전환 시대의 변화 속도와 규모, 복잡도 등이 전례가 없기에, 대학 혁신의 속도도 이에 뒤처지지 않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다시 판단하여 새롭게 설계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저는 전환 시대의 총장으로서 인류의 시대적 사명과 경희의 역사적 소임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 ‘학술적 탁월성’과 ‘전 지구적 실천’의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 제 임기 동안 수행하려는 주요 도전 과제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전문적이고 민첩하며 열정적인 거버넌스 구축’을 진행하겠습니다. 지식과 기술의 반감기(半減期)가 유례없이 가속화된 전환 시대에는 대학 바깥의 기술과 능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선례가 없는 혁신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첩한 방식으로 비선형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전문적인 기획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대학의 직제와 인사 혁신에서 창의적인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교육과 다학제, 다기관, 다국가 협업 연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전 지구적 임무를 염두에 두고 현실 사회가 요청하는 인재 역량을 강화하면서 대학의 학술적 실천이 공명되어야 합니다. 학생에게 대학은 현실과 미래의 창조적인 결합을 통해 현재와 미래의 여백을 설계할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의 시공간’으로 자리매김되어야 합니다. 전환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문 간의 균형적인 발전을 기반으로 학과 간의 장벽이 없는 혁신적인 교육과 더불어 융복합적 관점을 가진 학내외 협력 체계의 모색이 필요합니다. 기존 학문 분야의 벽을 뛰어넘어 세계와 소통하는 연구를 지원하겠습니다. 세 번째로 ‘재정의 다변화와 디지털 전환’을 이루겠습니다.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조직의 경직성을 유연화해야 하며, 전환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 혁신을 위해서는 등록금 위주의 재정 한계를 극복해야 합니다. 사회적 책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금 모델을 구축하겠습니다. 다양한 재정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교육과 연구, 공공 협력을 통한 지식의 사업화를 추진하겠습니다. 이제 대학이 모든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교실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을 신속히 도입하여 학습과 연구에 접목하고, 행정 업무에 정확히 반영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네 번째로 ‘경희 가치에 공명하는 소통’을 수행하겠습니다. 경희 구성원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2023 경희미래리포트>를 세밀하게 점검하여, ‘소통 능력과 강한 리더십, 미래 비전과 책임감을 갖춘 혁신 경영’은 물론 다양한 세대를 존중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소통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경희의 건학 이념에 공명하는 경희 구성원의 성장과 세계적인 명문 사학의 위상을 제고하며 ‘대학의 미래 인류의 미래’, ‘대학다운 미래대학’, ‘지구적 존엄의 실현’을 위해 경희의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겠습니다. ‘창의적인 노력, 진취적인 기상, 건설적인 협동’의 경희 정신을 토대로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인교육, 정서교육, 과학교육, 민주교육’을 지향하는 경희의 교육 방침에 공명하며 경희의 구성원인 학생, 교수, 직원 등 모두가 하나의 거대한 ‘유기적 연결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여 ‘경희 가족의 한마음 정신’으로 빠르고 넓고 견고하게 경희가 성장할 수 있도록 변전시키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경희 가족 여러분!불확실성의 미래를 앞두고 있는 전환 시대에는 ‘부분에서 전체’로, ‘개체에서 관계’로, ‘우월에서 협력’으로, ‘구조에서 과정’으로 방점을 옮기면서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변환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분열적이고 단자적인 ‘위계화된 구조의 개체’가 아니라 관계론적 상상력으로 상생하는 과정을 통해 전체적인 시야를 확보하는 ‘협력적인 선순환’이 중요합니다. 저는 ‘대학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야 하는가’, ‘21세기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항상 던지겠습니다. 항상적 질문이 혁신적 전환의 단초가 되도록 꾸준히 경청하고 탐색하고자 합니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에는 “너 자신을 알라(gn?thi seauton)”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는 소크라테스의 아포리즘으로 유명한 말입니다. 자신과 타인, 세계를 향해 던진 궁극적 호기심이 인류 문명의 발전을 이끌어 온 원동력일 터입니다. 우리 모두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공명 속에 ‘함께 마주 울림’을 통해 ‘앎(기지, 旣知)과 모름(미지, 未知)의 경계에 서 있는 경이로운 경희인’이 되어 ‘더 나은 모름의 세계’로 비상하기를 희망합니다. 이미 찾은 진리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경희의 창조적인 여정에 우리 경희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공명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
또 다른 경계, 세계시민적 자아실현
2024-02-29
또 다른 경계, 세계시민적 자아실현 학문과 평화의 전당, 경희대학교에 입성한 신입생 여러분! 진심으로 입학을 축하합니다. 앞으로 여러분에게 무한한 가능성이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우리의 삶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겨울과 봄, 졸업과 입학!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경계의 시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 서라고 권유합니다. 입학식이라는 경계의 시간은 지난 고등학교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대학생활을 내다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대학에 입학한 여러분은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처음에는 두려움과 함께 설렘이 동반됩니다. 첫인사, 첫만남, 첫강의... 경희는 여러분에게 첫마음이 되어, 두려움보다 설렘이 더 큰 배움을 제공하겠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데미안』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하고, 알은 하나의 세계이며, 새로이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대학에 입학한 여러분은 이제 ‘알의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창조의 세계’로 비상(飛翔)을 준비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신입생 여러분!올해로 설립 75주년을 맞는 우리 대학은 창학정신인 ‘문화세계의 창조’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우리 경희는 2011년 이래로 ‘후마니타스 정신’을 강조하며 새로운 문명 건설에 나서는 ‘지구적 실천인’의 이상을 품고 ‘타자와 함께하는 성숙한 세계시민’ 교육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경희는 ‘교육에서 학습으로, 학습에서 실천으로’라는 모토 아래 학술과 실천을 창조적으로 결합하며 ‘학문과 평화’의 미래를 개척해 왔습니다. 그리고 ‘더 나은 인간, 더 나은 세계’를 위해 ‘대학다운 미래대학’의 전형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 지구적 존엄을 추구하는 길에 경희는 늘 함께하고 있습니다. 21세기 문명 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는 담대한 도전의식, 창의적인 사고와 함께 상호 협력하는 역량이 필수적입니다. 경희학원의 설립자인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는 구성원 모두가 배려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세 가지의 경희정신’을 강조했습니다. 그 첫머리에 자유로운 발상과 끊임없는 노력을 강조하는 ‘창의적인 노력’이 있습니다. 둘째로 고난과 역경에 맞서 불굴의 의지로 감투(敢鬪)하는 ‘진취적인 기상’이 자리합니다. 셋째로 ‘세계 평화와 문화복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서로 단결하고 협심하는 ‘건설적인 협동’이 있습니다. 우리 경희는 일찍이 몇 세대를 앞서 내다본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35만 동문 선배를 배출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그 선배들의 궤적을 밟아가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해야 합니다. 신입생 여러분!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목표에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기존의 틀을 그대로 추수(追隨)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경희정신과 경희교육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탐색한다면 더 나은 성장과 성공의 문이 열린다고 확신합니다. 3만 5,000명의 재학생, 1,500명의 탁월한 교수님과 1,000명의 직원 선생님들이 여러분의 미래를 지원하겠습니다. 사실 오늘 이 자리는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2주 전인 2024년 2월 14일에 제가 17대 경희대학교 총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같이 앞으로 4년 동안 경희의 역사를 함께 써내려가야 합니다. 저는 여러분의 지적 성장과 탁월한 성취를 지원하는 데에 제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고자 합니다.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 경희에서 여러분은 ‘스스로를 발명하는 후마니타스 교양교육’과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적인 전공교육’을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타인과 더불어 전환 시대의 전지구적 난제를 극복하는 세계시민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자랑스런 신입생 여러분!오늘은 과학과 인류의 관계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 종이 지구를 지배하게 만든 것은 과학입니다. 과학에는 양면성이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류는 생산성을 향상시켰으며 깊은 사고를 바탕으로 문명 사회를 구축해 왔습니다. 17세기에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고 지동설을 주장했던 갈릴레이는 과학적 인식의 불을 밝히는 등대 역할을 감당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사과는 왜 떨어질까?”라는 질문을 던진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19세기 초에는 빛과 전기 및 자기 분야의 연구로 그동안 미분류되던 숱한 현상들의 이해가 가능해졌습니다. 이후 1905년 아인슈타인이 제안한 ‘상대성이론’과 1926년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불확정성 원리’에서 출발한 양자역학 이론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지축을 뒤흔들었던 획기적 사건입니다. 뉴턴식의 ‘인과성의 원리’가 인간 세계를 이해하는 선험적인 사고의 원리를 가르쳐줬지만, 양자이론은 원인과 결과가 외양에 지나지 않으며 실재의 깊숙한 곳에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이와 같은 과학 혁명은 인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오며 우리의 일상생활과 사고방식을 또 다른 경계로 나아가게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생명공학, 인공지능 기술의 혁명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8,3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진다고도 합니다. 과학은 전례 없는 속도로 인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유례없는 가속으로 지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제2의 과학혁명 이후 온실가스 배출이 2배 증가했습니다. 해수면의 상승으로 기후 위기 난민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푸르고 아름다웠던 지구를 우리의 후손들에게 어떻게 물려줘야 하는지를. 신입생 여러분!미래학자들은 ‘진정한 미래는 위기의 한복판에서 태어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맞이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우리는 각종 기아와 질병, 전쟁 등 여전히 다양한 전지구적 난제들 앞에 서 있습니다. 『총, 균, 쇠』의 저자인 인류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지적한 네 가지 난제인 ‘기후변화, 자원 고갈, 인구폭증, 불평등’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인류의 미래 앞에 닥친 위기의 파고 속에서 신입생 여러분이 ‘평범을 뛰어넘는 비범’으로 문명 전환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단순한 제조 산업 중심의 국가에서 탈피해 세계를 선도하는 최고 수준의 문화와 기술력을 보유한 선진국으로 진입했습니다. 앞으로도 익숙한 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창조’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될 것입니다. 창조의 중심에는 여러분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저는 세계적인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양교육을 바탕으로 세계를 품고 우주까지도 품을 수 있는 경희만의 혁신적인 교육모델을 구축해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대학’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만들고자 합니다. 저는 경희 구성원 각자의 아름다움이 대학의 아름다운 가치와 창학이념으로 수렴될 수 있도록 우리 대학을 문화창조의 허브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사랑하는 신입생 여러분!꿈은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습니다. 꿈은 꾸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 가는 희망의 태도입니다. 여러분의 꿈과 도전을 지지하며, ‘학문과 평화의 새로운 도정’에 신입생 여러분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분의 대학 생활이 ‘경희의 미래, 인류의 미래’라는 경희의 염원처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되길 기원합니다. 시인 비스와바 쉼보르스카는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미 해결된 문제 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의문과 궁금증이 생겨나게 되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영감이 싹트게 되는 거지요. 영감! 그게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나는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가운데 새로운 영감이 솟아난다는 사실입니다.” 신입생 여러분!경계에 머물지 말고 경계를 뛰어넘어야 합니다. 경희에서 학문적 자아실현을 통해서 개인의 성장을 넘어 세계시민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새로운 경희의 역사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영상 메시지] 불확실성이 클수록 미래도 커집니다
2024-02-21
학위를 받아든 졸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함께 오신 학부모님과 가족 친지분들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학생들이 오늘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이끌고 돌봐주신 교수님과 교직원 선생님들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존경하는 선배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꽃을 들고 온 후배들도 계시겠지요. 아름다운 모습입니다. 우리의 삶에는 경계가 있습니다. 이전과 이후를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경계의 시간은 우리에게 잠시 멈춰서라고 권유합니다. 아침과 저녁, 주말과 주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 연말연시뿐 아니라 생일과 기일, 각종 기념일에도 우리는 잠시 멈춰서서 ‘지금-여기-나’를 돌아봐야 합니다. 졸업식이라는 경계의 시간은 지난 대학 생활을 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는 매우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총장 졸업식사 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