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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 세계를 숙고(熟考)하는 지혜로운 실천 지성인의 길

2025학년도 후기 학위수여식 총장 졸업식사2026-08-19

자신과 세계를 숙고(熟考)하는 지혜로운 실천 지성인의 길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특히 폭염을 뚫고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하신 가족과 친지, 동료와 선후배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름다운 우리 경희 캠퍼스에서의 생활을 온전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출발하는 여러분의 여정을 경희 구성원을 대표하여 깊이 지지하고 격려합니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격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2026년 제2회 미원평화상 수상 단체인 세계원자과학자협회가 발표하는 ‘지구 종말 시계’가 올해 ‘자정 85초 전’을 예고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기후 위기와 재난, 기아와 전쟁 등 전 지구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가 몰고 올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면서 미래 사회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걱정과 불안 역시 커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는 지난 4년 동안 대학 생활에서 체득한 다양한 학문적 경험과 인생의 지혜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여러분이 각종 동아리 활동을 비롯하여 교양과 전공 영역을 두루 가로지르며 경희의 안팎에서 체험한 유의미한 교과 활동과 비교과 프로그램은, 여러분이 더 나은 자신과 세계를 재발견하고 미래 삶의 변화와 방향을 주도적으로 가늠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을 것입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 대학이 추구하는 ‘문화세계의 창조’와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유념한다면, 여러분이 이 세상 어느 자리에서도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온전히 감당하면서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가치를 유지하며 지구적 실천인으로 웅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졸업은 ‘단순한 학업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임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시간 위의 존재인 인간에게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끝과 시작은 동전의 양면처럼 항상 연결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뫼비우스의 띠’나 ‘클라인씨의 병’에서 내부와 외부, 안과 밖이 서로 연결되어 있듯 우리 인생의 마디마디 역시 시작과 끝이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라는 관용적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끝의 아름다움’은 과정의 충실성 속에서 배태되는 결과물의 속성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오늘의 마무리’는 ‘두려운 설렘’으로 내디뎠던 ‘어제의 시작’이 4년 동안 숙성되면서 ‘보다 나은 내일로의 출발’을 가능하게 하는 신호탄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세계의 창조’라는 경희의 창학 정신은 인공지능 시대로 빠르게 진입하는 상황에서, 사유하는 인간의 존재론적 본질을 성찰하기 위해 필요한 화두입니다. ‘구원이냐 몰락이냐’라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 여러분에게는 앞으로 더 나은 문명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모색하고 새로운 문화세계를 창조할 엄중한 책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사회에 진출하여 우리 경희가 창학 이래로 지향해 온 ‘학문과 양심의 자유’를 실현하는 가운데 네오르네상스적 가치를 염두에 두고 2011년 출범한 ‘후마니타스칼리지’의 정신을 내면화하면서 ‘인간의 인간다움’을 질문하며 새로운 인류 문명의 본질을 탐색하길 기대합니다.

미래 선도의 꿈을 실현해 나갈 졸업생 여러분!

우리 경희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주요 성과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2024년에는 ‘4단계 BK21 미래 혁신 분야 재선정 평가’에서 총 4개의 신규 사업단이 선정되었으며, ‘2025학년도 수도권 첨단 분야 대학원 증원 승인’을 받아 총 13개 학과(전공)에서 110명을 증원하여 연구 중심 대학의 위상을 강화하는 결과를 얻었고, ‘자유전공학부(국제)의 신설과 자율전공학부(서울)의 개편’으로 ‘열린전공 교육체계’를 구축하여 새로운 교육 혁신 모델을 수립한 바 있습니다.

2025년에는 ‘2025 THE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세계 19위, 전 세계 사립대학 1위’를 달성하면서 2019년 국내 1위 이후 꾸준히 탁월한 성과를 이어 오고 있으며, ‘경희의 미래 교육을 그리다’ 행사를 개최하면서 ‘교육 혁신과 미래 비전’을 선포함으로써 대학 교육의 본질과 철학적 지향을 구성원과 함께 재정의하는 공론장을 마련하였습니다.

2026년에는 ‘앵커사업(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RISE) 연차 평가’에서 경기도 ‘매우 우수’ 등급(국제)과 서울시 ‘우수’ 등급(서울) 등 최고 등급을 획득함으로써 경희의 비전과 지역사회의 핵심 가치를 연계하면서 지역혁신 선도 대학으로서의 산학협력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경희의 탁월한 성과는 구성원들의 건설적인 협동 속에서 대외적인 공인을 받으며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경희인의 자부심을 키우는 데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사를 심사숙고(深思熟考)할 줄 아는 졸업생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세 가지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먼저 여러분이 자신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꼼꼼하게 돌아보면서 ‘개인이라는 씨줄’과 ‘공동체라는 날줄’이 만들어 낸 ‘자신만의 고유한 대학 생활’을 ‘하나의 흥망성쇠의 역사’로 인식해 보길 바랍니다. 그 내밀한 풍경에 새겨진 성공과 실패의 순간들에 대한 섬세한 복기(復棋)와 깊이 있는 성찰(省察)이 사실적인 기록의 확인을 넘어 더 나은 미래로의 혁신적인 방향을 설계하는 데에 훌륭한 밑거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기번은 『로마제국 쇠망사』에서 로마제국의 쇠락과 패망을 주목하면서 세 가지의 깨달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첫째 ‘주관적 경험의 오류’에서 벗어나 세상의 변화에 익숙해지기, 둘째 ‘타성적인 자기기만(自己欺瞞)’을 넘어 낯선 세계에 도전하기, 셋째 ‘겸손한 회의주의자(懷疑主義者)’가 되어 독단적인 견해를 수정할 용기를 확보하기 등입니다. 여러분이 대학 생활에서 확인한 성패의 경험과 유의미한 자산이 담겨 있는 ‘개인의 역사’를 더욱 깊이 심사숙고한다면, 자신과 공동체의 관계에 대한 전일적 인식과 통찰 속에서 ‘유연한 자세와 겸손한 태도, 비판적 사고와 미래지향적 자질’ 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집중력으로 내면의 힘을 확장해 나갈 졸업생 여러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화두는 ‘꿀벌의 지혜’를 내면화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학에서 체득한 수많은 지식과 정보와 기술은 ‘꽃에 담겨 있는 꿀’에 불과합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듯이 꽃이 시들면 그 안에 남아 있는 ‘꽃의 꿀’도 금세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꿀벌의 역류와 효소 활동을 통한 반복적인 노력으로 ‘꽃 속에서 길어 낸 꿀’은 수분이 점차 증발되면서 벌집 속에 오래 저장되어 깊은 맛을 우려내게 됩니다. 여러분 역시 ‘꽃의 꿀’을 ‘벌집의 꿀’로 빚어내는 지혜로운 존재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이 대학 생활에서 체화한 지식들이 그대로 사장되지 않고 여러분의 의식과 마음에 ‘오래된 미래의 지혜’로 축적되어 사회에 나가서는 ‘오래 묵힌 묵은지’처럼 발효되어 깊고 진한 풍미와 함께 제대로 된 진가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인공지능의 활용이 대중화된 ‘초연결 사회’가 역설적이게도 스마트폰 속 하나의 화면에 47초 정도밖에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의 시대’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미 2000년 전에 ‘주의력의 위기’를 경고한 로마시대의 철학자 세네카의 경구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여러분에게 “하루 한 가지의 생각에 집중하라”는 세네카의 조언처럼 “매일 하나의 가치를 붙잡으라”는 실천적인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오늘 하루 바다를 떠올리기’처럼 매일 하나의 아이디어에 집중하여 1년에 365가지 실천의 결과물을 내면에 간직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심연을 깊이 이해하고 통찰하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가 될 것입니다. 세상의 속도에 편승하지 말고 온전히 자신의 생각에 집중할 수 있는 ‘마음의 근력’을 키워야 합니다. 진정한 성공이란 속도와 정보에 휘둘리며 사는 삶이 아니라 자신만의 속도감으로 삶의 깊이를 더해 가는 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하나의 가치를 자신의 가슴에 품고 더 큰 지혜를 빚어내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응원합니다.

통찰력으로 세계를 읽어 낼 줄 아는 졸업생 여러분!

세 번째로 여러분 자신이 뛰어든 인생의 경기마다 전체 판을 독해할 줄 아는 통찰력 있는 안목의 소유자가 되길 바랍니다. ‘축구의 신’으로 불리며 39세에도 아르헨티나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는 리오넬 메시는 시합 중에 본격적으로 공격을 개시하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저 어슬렁어슬렁 느리게 운동장을 걸어 다니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그가 공을 잡게 되면 누구보다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침투하여 결정적인 골에 기여하면서 필요한 순간 적재적소에서 ‘진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단순히 11명의 출전선수 중 한 명이 아니라 전체 흐름을 읽어 내며 경기의 성패를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경기의 지배자’가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메시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면서 여러분이 주도하는 경기마다 전체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고 자신만의 판단력과 집중력, 분석력과 행동력을 활용하여 전체 경기를 지배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속도 경쟁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전속력으로 내달리다가는 전체 흐름을 놓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분야뿐만 아니라 ‘메시의 움직임’처럼 공동체 전체의 흐름을 꿰뚫어 보는 넓은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자신의 책무를 온전히 수행하면서 동료들과 더불어 오랫동안 회사 공동체와 함께 성장할 뿐만 아니라 진정 어린 공감과 소통 속에 올바른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경기를 지배하는 메시’처럼 여러분의 조직 내부에서 성실하고 탁월한 안목의 지도자로 성장하기를 기원합니다.

미국의 서정시인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두 갈래 길이 숲속으로 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중에서 인적이 드문 길을 선택하여 앞으로 나아갔고,
  그것이 내 운명의 모든 것을 바꾸었다”고.

이 시는 인생의 후반기에 이른 화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가 보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과 ‘지나온 길에 대한 회한’을 토로하며 자신의 인생 행보를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순응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더욱 성숙해진 영혼의 눈빛과 깊은 심호흡 속에서 ‘여러분이 선택한 경희’가 여러분의 운명의 방향을 더 나은 미래로 인도했다고 말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경희에서 갈고닦은 지혜로운 통찰로 자신의 심연을 들여다보고 전환 시대의 위기를 넘어 세계의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음을 자부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 ‘아름답고 경이로운 경희’에서 체득한 깨달음의 안내를 받아 운명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대로 당당하게 먼 길을 떠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미래의 주역으로 성장하여 지구적 존엄을 실천하는 세계시민이 되길 기원합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이제 항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러분은 경희의 울타리를 넘어 더 넓은 바다를 향해 나아갈 예정입니다. 우리 캠퍼스 안팎에서 자신과 세계에 대해 심사숙고하면서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내적 견고성을 함양해 온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여러분이 경희에서 품었던 비상의 꿈이 더 나은 미래 사회에서 현실화되길 기원하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2000명의 교직원과 3만 5000명의 재학생이 여러분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37만 명에 달하는 경희 동문이 여러분의 내일을 지지하고 함께합니다. 앞으로 더 멋진 지구적 실천인으로 성장하는 경희 동문이 되길 기대하겠습니다. 여러분의 졸업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