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old)
디 엘더스(The Elders)에 미원평화상 첫 영예
2024-12-19 교류/실천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가능성 모색
조인원 이사장 “전환의 파고 헤쳐갈 길, 세계 시민의 새로운 시선과 의식에 있다”
반기문 디 엘더스 공동 부의장, 실존적 위협 해결 위한 포용·협력·연대 촉구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29일(금)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경희학원은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 지구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을 제정했다. 첫 수상의 영예는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을 목표로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디 엘더스(The Elders)’에 돌아갔다.
디 엘더스는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했다. 전직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래 세대의 희망 위해 더 넓은 지혜, 더 큰 용기, 더 나은 인간의 문화세계 함께 열어가자”
시상식은 △미원평화상 경과보고 △수상자(기관) 소개 △기념사 △시상 △수락사 △기념 대담 순으로 이어졌다. 행사는 웹캐스트를 통해 생중계했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제10대 유네스코 사무총장, 경희대학교 미원석좌교수),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노상석 이사장과 임원, 미원평화상 본상 조각상인 ‘평화의 지구’를 제작한 박은선(미술대학 83학번 동문) 작가 등이 시상식에 참석했다. 디 엘더스의 반기문 공동 부의장(제8대 유엔 사무총장)은 현장에 참석했고,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의장(제7대 아일랜드 대통령)과 회원들은 웹캐스트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미원평화상 수상자(기관)는 국내외 학술기관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세계 석학과 실천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논의 후, 경희학원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선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디 엘더스의 분쟁 해결을 위한 변함없는 헌신, 세계적인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용기,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만장일치로 미원평화상 첫 수상자(기관)를 선정했다.
조인원 이사장의 기념사에서도 디 엘더스를 수상기관으로 선정한 이유가 드러난다. 조 이사장은 ‘전환의 시대, 행성 의식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는 인권과 취약 계층, 기후 변화와 공공보건, 폭력적 갈등과 핵 확산,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 등 이 시대 지구사회 난제를 헤쳐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계와 연결, 상호 존중을 중시하는 인간 내면의 성찰, 시련과 좌절의 순간을 맞아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실천 의지가 디 엘더스의 숭고한 노력에 살아 숨 쉰다. 디 엘더스의 숭고한 노력에 깊은 사의를 전한다. 미래 세대의 희망을 위해 더 넓은 지혜, 더 큰 용기, 더 나은 인간의 문화세계를 함께 열어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기념사 ‘전환의 시대, 행성 의식의 미래’ 전문 보기
디 엘더스를 대표해 ‘디 엘더스의 지구 평화 여정(The Elders’ Journey for Planetary Peace)’이라는 제목으로 수락사를 전한 반기문 부의장은 “기관으로서 처음 받는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이 미원의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기에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미원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세계를 꿈꿨다. 인간 존엄성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 지평을 모색했다. 넬슨 만델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그가 보여준 연대 의식과 인류애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었다. 평등과 정의에 대한 그의 믿음은 디 엘더스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양 기관의 설립 정신과 설립자들의 메시지가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수락사 ‘디 엘더스의 지구 평화 여정’ 전문 보기
메리 로빈슨 전 의장은 “미원평화상은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을 지지하고,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세계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를 요청한다. 디 엘더스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디 엘더스에는 본상 ‘평화의 지구’ 조각상과 부상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했다. 조각상은 지구 행성의 일곱 대륙을 상징하는 일곱 개 구(球)가 평화를 의미하는 월계수 잎과 함께 하나로 연결돼 평화의 지구를 표상한다. 후원금은 재미 경희대 동문이 구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경희와 디 엘더스, 인간의 가치와 양심이 살아 숨 쉬는 더 나은 미래 염원
이날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을 넘어 경희와 디 엘더스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한 자리였다. 경희와 디 엘더스가 걸어온 길은 서로 다르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같다. 인간의 가치와 양심이 살아 숨 쉬는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한다.
평화의 전당에 새겨진 “인간에겐 사랑을 인류에겐 평화를”이라는 문구는 시대를 넘어 경희가 추구해야 할 인간의 영원한 가치, 그 가치의 지향을 상징한다. 이 문구의 역사적 배경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는 한국전쟁의 포화와 총성에서 이념과 국경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의 가치, 인간이 인간답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문화세계를 꿈꿨다. 이를 통해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쌓아 올리자는 것이 경희의 설립 정신이다. 지난 세월 경희는 더 나은 인간의 미래를 위한 역사의 향로를 만들어 왔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번영을 위한 농촌운동과 잘살기 운동.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는 수림 조성 운동. 국제 사회의 인류 보편 가치 구현을 도모하는 대외 활동. 국내외 시민사회와의 연계·협력을 모색한 세계 시민사회 활동. 경희의 그런 노력에는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의 우주적 맥락을 조망하는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있었다. ‘세상에 홀로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 ‘상관상제(相關相制), 상관상승(相關上乘)의 전일적 우주에서 역사는 창성과 변화의 현묘한 조화를 거듭한다’는 사유의 지평이 경희의 길을 열어 왔다.
만델라는 1942년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다. 27년간의 투옥 생활, 그리고 영면에 드는 순간까지 자유와 진실을 향한 용기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디 엘더스를 창립한 나이도 89세였다. 만델라는 2007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디 엘더스의 첫 번째 공식 회의에서 비전을 공표했다. “디 엘더스의 힘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이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독립성과 도덕적 진실성에서 나온다. 디 엘더스는 두려움이 있는 곳에 용기를 불어넣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을 이끌어내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디 엘더스는 이러한 비전을 이어받아 세계 지도자, 시민사회와 협력해 실존적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을 직접 찾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한 지구적 해법 도출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현재의 권력에 진실과 지혜를 담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특히,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과 노력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전일적으로 성찰하는 지구 행성 의식이 살아 숨 쉴 때, 새 활로 열 수 있다”
그러나 경희와 디 엘더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이례적이고 절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전례 없던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는 각자도생의 생존 논리에 갇혀 스스로 단절과 고립을 택했다. 그 선택이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지정학적 충돌이 심화하면서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들려온다. 핵전쟁의 가능성이 역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삶의 방식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진단과 지구 생명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간 당연시했던 ‘모든 것’에 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상생과 공영,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인원 이사장과 반기문 부의장은 기념사와 수락사를 통해 긴박한 현실을 헤쳐가기 위한 성찰적 전환 의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이사장은 “우리가 마주한 전환의 실체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풍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구사회 안위에 관한 실존적 심려가 전례 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구사회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정치·사회적 혼돈과 국제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구 행성 거의 모든 곳에서 불안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국제 사회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지구사회 취약 지역, 취약한 이들을 위한 지원과 대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지구촌 수많은 이들이 고통에 절규하고,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전환의 파고를 헤쳐갈 길은 현실을 바라보는 세계 시민의 새로운 시선과 의식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존적 위기를 맞아 인류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 지구 의식과 실천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늘의 현대 사회는 관심과 생각, 지식의 지평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놀라운 과학기술이 존재한다. 그 지구적 추이와 성과를 진전시켜 나가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전적 과업 앞에 새로운 지성과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세계. 그 세계는 나와 이웃, 사회와 세계, 지구와 우주를 전일적으로 성찰하는 지구 행성 의식이 살아 숨 쉴 때,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부의장은 “우리 세상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모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결과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은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기 대응 조치를 반대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교착 상태를 극복하는 것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는 유엔 헌장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결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기득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평화를 위해 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수십 년에 걸쳐 힘겹게 얻은 지구사회의 약속을 저버릴 수 있다. 지구의 장기적인 미래보다 단기적인 이익에 우선하며 전범들이 현실정치라는 명목으로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 반 부의장은 그 선택이 우리에게 달렸음을 역설했다.

실존적 위기의 긴급성 이해, 관리·해결하려는 용기와 결단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 촉구
이어서 보코바 위원장의 사회로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 아래 대담을 펼쳤다. 디 엘더스의 로빈슨 전 의장과 반 부의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보코바 위원장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지금, 글로벌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유엔을 포함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글로벌 거버넌스 위기 극복을 위한 논의로 대담을 시작했다.
두 대담자는 현재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다자주의가 실존적 위기를 넘어설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다자주의의 본질은 포용·협력·연대다. 우리가 모두 지구 공동체의 일부임을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한 평화 협력의 방향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디 엘더스는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Long-view Leadership)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지난 2월에는 “실존적 위협은 급변하는 기후 문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몇조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는 팬데믹, 핵무기 사용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전쟁이 전부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새로운 위협은 얼마나 중대한지 가늠할 수 없다”는 시대 상황 진단과 함께 실존적 위기의 긴급성을 이해하고, 이를 관리·해결하려는 용기와 결단을 세계 지도자들에게 요청하는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 촉구 공개서한을 공표했다.
반 부의장은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은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기후 문제에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조차도 자국 우선주의 의제를 추구한다. 10여 년이라는 공을 들여 합의한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로운 지구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치 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이에 동의하며 지난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디 엘더스 대표로 참석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COP29에서 합의된 선진국의 기후 분담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제를 좀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 다만, 너무 느리다. 기후와 자연은 우리에게 긴급하게 행동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연대를 통해 시급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세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힘이 있다”
보코바 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것 같다”면서 시민사회의 역할 강화 방안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반 부의장은 “미래 세대가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나선 기후 운동이 탈화석연료 전환 움직임을 촉발한 것처럼 도전적이고 용기 있는 시민사회는 세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힘이 있다. 혁신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전통적인 기득권 밖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 정책가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만델라가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 중 하나가 ‘희망’이다. 디 엘더스는 지혜와 경험을 기반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에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운다. 세대 간 대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이해를 도모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 미래 세대가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이 오늘 내려진 결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겸손’ 역시 만델라의 유산이다.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겸손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전하면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미래 세대와 연대해 발표한 공동 선언문 내용을 소개했다.
이 선언문에는 “우리는 단기 목표를 넘어 생각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고립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의제를 지지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지구상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 이해를 돕는 교육 시스템 개발해야”
대담은 미래 세대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로 끝을 맺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래 세대의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인권·포용·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위한 이해와 공감을 키우는 세계 시민교육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윤리적 의무”라는 생각을 밝히면서 “글로벌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교육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반 부의장은 보코바 위원장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교육은 인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무기다. 교육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이며 성별·인종·종교를 이유로 차별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말을 덧붙인 후, “지구상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 이해를 돕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최근 몇 년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여성 혐오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것은 국제 사회가 지난 수십 년간 힘들게 얻은 성과를 후퇴시키기도 한다”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교육의 보편성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탈레반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녀들이 다시 교육받지 못하게 됐다. 가자, 레바논, 우크라이나, 예멘 그리고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학교가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됐다. 교육은 보편적 권리다.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시급한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원평화상 시상식은 미원이 노랫말을 쓴 가곡 ‘목련화’를 함께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곡은 고난을 헤치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적 삶으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일궈가자는 열정과 염원을 담고 있다. 참석자들은 노랫말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정병성 communication@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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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뒷것들에 관한 이야기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김은성 지음 | 152*225 | 452쪽 | 무선 28,000원 | 2026년 9월 18일 ISBN 978-89-8222-840-7 (93300) ▣ 책 소개 사회-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순수한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통해 정치・권력・노동・환경을 다시 보다 이제 우리는 채용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기다리고, 복지 대상자를 데이터로 선별하며, 치안과 감염병 대응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판단을 인공지능에 위임하지만, 정작 인공지능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 김은성의 신간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란 인공지능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공지능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알고리즘 뒤에 있는 사람과 사회, 권력과 노동, 에너지와 환경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 뒤에는 데이터와 노동이 있다. 플랫폼과 자본, 국가와 제도가 있고, 다시 그 뒤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 자원을 소비하는 물질적 인프라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새로운 권력과 정치의 장을 재배치하는지, 플랫폼 자본과 감시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을 만드는지 살핀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사회적 관계, 탈식민주의와 문화, 복지 불평등, 예측 치안과 안전, 팬데믹 대응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사회 곳곳에서 일으키는 변화와 긴장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마주하는 인공지능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편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관계와 조건, 즉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추적한다. 빛에 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 시대의 그림자들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정치경제의 관계를 살핀다. 국가 권력과 플랫폼 자본에서부터 알고리즘 통치성과 인플루언서의 관심 권력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권력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호혜와 신뢰에 기반한 도덕경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포착하는 신유물론적 관점까지 교차시키며 플랫폼 경제의 복잡한 지형을 보여준다. 또한 인공지능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과 ‘그림자 노동’을 만드는지, 인간만이 가진 암묵지가 자동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짚어본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문화,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다. 버추얼 아이돌과 인공지능 애착, 문화 제국주의, 디지털 식민주의, 데이터 기반 복지 행정의 ‘자동화된 불평등’ 등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안전을 주제로, 인간이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 인공지능 에이전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인-대리인 문제’와 복수의 인공지능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의 위험을 분석하고, 팬데믹 시기 한국의 디지털 역학과 예측 치안의 형성 과정을 통해 기술과 국가, 제도가 결합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살펴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인공지능을 작동시키는 가장 거대한 ‘뒷것’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와 환경에 주목한다. 인공지능은 저절로 작동하는 비물질적인 기술이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망, 물과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물리적 시스템이다. 대형언어모델의 확장과 함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데이터 과학이 환경 감시와 정책 결정에 가져오는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며 인공지능과 환경의 관계를 다시 묻고 있다.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기술 자체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특정 사회이론 하나로 인공지능을 규정하기보다 과학기술학,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조직사회학, 후기구조주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교차시키며 인공지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한쪽의 답을 선택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기술과 제도,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 결과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하는 책이 된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찬반의 익숙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인공지능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PART 1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 ∎ 〈인공지능 정치의 변검술〉 정치경제학 및 민주주의 이론에서부터 후기구조주의, 나아가 신유물론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학적 렌즈를 투영하여 인공지능 정치의 다면성을 조망한다. ∎ 〈인공지능 권력의 스펙트럼〉 인공지능을 매개로 작동하는 국가 및 플랫폼 자본의 도구주의적 권력을 조명하고, 인플루언서의 관심 권력을 분석한다. ∎〈플랫폼의 정치경제, 도덕경제, 그리고 신유물론 관점〉 플랫폼 경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세 가지 이론적 축으로서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그리고 신유물론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멀티모달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다양한 감각 양식으로의 전환을 ‘감각 번역’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감각 번역은 감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기제로, 이 장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멀티모달 인공지능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공지능 자동화, 암묵지, 플랫폼 노동〉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노동 환경의 변화를 암묵지와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PART 2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 ∎ 〈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인공지능 애착에 대한 지배적 담론과 달리, 버추얼 아이돌 사례를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인공지능과 탈식민주의〉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영어권 중심 문화 제국주의를 강화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비영어권 문화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양면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 〈데이터 과학과 복지 불평등〉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도입이 초래한 복지 체제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살펴본다. PART 3 인공지능과 안전 ∎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주인-대리인 문제들과 정상 사고의 가능성〉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주인-대리인 이론’을 통해 다각도로 해부한다. ∎ 〈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2014년 조류독감 위기 대응 시기부터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디지털 역학을 만든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 〈예측 치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예측 치안에 내재한 권력과 정치를 추적하는 비판적・역사적 접근, 인식 문화 연구, 예측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 연구를 두루 짚어본다. PART 4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 〈인공지능의 ‘뒷것’ 에너지〉 인공지능은 에너지 등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장은 인공지능 산업이 자원을 흡수하는 ‘추출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동원한다. ∎ 〈데이터 과학과 환경 정치의 미래〉 데이터 과학으로 인해 환경 정치는 재편되고 있다. 환경 센서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밀 모니터링’에는 사회적 불평등 및 민주주의와 빅데이터 감시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 〈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데이터 과학이 지니는 한계와 가능성을 규명한다. 인과적 설명 부족으로 데이터과학은 의사결정의 합리적 근거로는 한계를 지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정책 자원 배분 등의 영역에서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추천의 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플랫폼 사회가 온다: 디지털 플랫폼의 도전과 사회질서의 재편』 저자) 위험은 평등하게 온다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위험은 개인적이고도 치명적인 파편이 되어 우리를 덮친다. 김은성의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바로 이 뼈아픈 역설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기술적이고 순수해 보이는 알고리즘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주권이 걸린 데이터와 땀이 밴 노동, 격돌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 막대한 에너지와 훼손되는 환경이 뒤엉킨 ‘잡스러운’ 사회기술적 배치로 읽어낸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이론적 자원을 잘 버무려서 입체적인 프레임워크로 빚어냈다. 감시자본주의와 데이터 식민주의부터 인공지능이 낳을 구조적 ‘정상 사고’,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삼켜버리는 물과 전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다루는 넓이는 단연 독보적이다. 글로벌한 기술변화와 갈등에서부터 송파 세 모녀, 배달 라이더, 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등 가장 약한 이들의 삶과 첨단 기술이 부딪히는 마찰까지를 포착해 내는 미시-거시 연계의 폭도 인상적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까지 파고들어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 전환의 시대에,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신뢰의 가치를 묻는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인공지능 파놉티콘』 저자)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기술이나 알고리즘으로 환원하지 않고, 그것이 데이터와 노동, 플랫폼과 국가, 자본과 윤리,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 만들어 내는 사회-기술적 실천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기술결정론적 낙관주의와 디스토피아적 비관주의라는 익숙한 대립을 넘어, 인공지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권력, 물질성, 역사성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현장에 근거한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행위자들의 관계 속에서 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이해하는 과학기술학(STS)의 핵심 문제의식을 충실히 구현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미래를 예언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는 이미 결정된 운명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기술을 만들고 어떤 제도를 설계하며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상상력은 그저 현실을 벗어난 공상이 아닌, 현실을 변화시키는 실천의 출발점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을 상상하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며, 그 상상은 연구실과 기업, 정책과 시민사회,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 실천 속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는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려움이나 환상 속에서 소비하는 대신, 그것을 함께 만들고 책임지는 공동의 과제로 전환시키는 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바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여이다. 지금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한 인공지능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는 물론, 기술과 사회가 서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한다. 정지범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은 기계화되는가? 이러한 저자의 통찰처럼 ‘인간은 로봇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신의 언어와 행동을 기계의 논리에 맞게 단순화하고 정형화’하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인간, 인공지능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되묻는다 ▣ 차례 서문 PART 1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 인공지능 정치의 변검술 인공지능 권력의 스펙트럼 플랫폼의 정치경제, 도덕경제, 그리고 신유물론 관점 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인공지능 자동화, 암묵지, 플랫폼 노동 PART 2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 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인공지능과 탈식민주의 데이터 과학과 복지 불평등 PART 3 인공지능과 안전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주인-대리인 문제들과 정상 사고의 가능성 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예측 치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PART 4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인공지능의 ‘뒷것’ 에너지 데이터 과학과 환경 정치의 미래 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맺음말 미주 ▣ 저자 김은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한 연구원이었으나, 인문사회과학을 더 좋아해 과학기술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화학 회사와 두 곳의 정부 정책 연구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그의 연구는 매우 다양하고 실험적이며 이론적 불가지론을 추구한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다르게 갈 수 있는지 그의 지적 근육을 항상 시험한다. 2017년부터 인공지능과 사회의 관계를 공부해 왔으며, 현재 플랫폼 경제의 감각적 · 도덕적 아키텍처, 인공지능과 에너지의 공진화, 그리고 알고리즘 거버넌스의 주인-대리인 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감각과 사물: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정책과 사회』 등이 있다. ▣ 책 내용 서문_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이 말은 인공지능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물질적 환경과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공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회적・물질적 흔적이 거세된 인공지능은 존재한 적도 없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은 가상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언어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육중한 사회-물질적 네트워크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법에 걸려 돼지가 된 채 음식을 허겁지겁 집어삼키던 치히로의 부모를 연상시킨다. 그 기괴한 식욕처럼, 인공지능은 지구의 물과 에너지,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고갈시키고 있다._[4-5쪽]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_미각, 후각, 촉각보다 시각과 청각을 우선시하는 근대적 감각 위계가 플랫폼 사회 내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에너지 비용은 감각 양식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민주주의와 감각을 결합하여 기존의 지식정치를 넘어 새로운 감각 정치를 만든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관한 사회과학 연구의 ‘감각적 전환’이 요구된다. 감각과 정동 같은 신유물론적 개념들을 감시 자본주의 담론과 결합함으로써 플랫폼의 정치경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_[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122쪽]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_아이돌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위로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존재였으며,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은 이러한 기능이 기술을 매개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추얼 아이돌은 팬들에게 강한 몰입이나 책임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지속적인 정서적 동반자로 기능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인간관계가 점점 더 높은 감정 노동과 위험을 수반하게 된 상황과 맞물려, 저위험, 저부담의 관계 형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_[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176쪽] 인공지능과 안전_전수 조사와 다수 데이터베이스 연계가 넘어야 할 데이터 프라이버시 쟁점 역시 제도적・문화적 기제를 통해 우회되었다. 제도적으로는 2015년 메르스 사태의 학습 효과로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6년에 이미 역학적 목적을 위한 비동의성 개인정보 수집권을 명시하고 있었기에,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소모적인 신규 입법 논쟁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문화적으로는 공동체의 보건 안보를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희생을 용인한 대중적 수용성이 방파제가 되었다._[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289쪽]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_환경 거버넌스에 데이터 과학이 접목되면서 데이터 기반 환경 거버넌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데이터 과학이 전례 없는 수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환경 규제 영역에서 정치적 갈등을 모두 소거하고, 오직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술 관료적 의사결정이라는 이상을 실현해 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 과학과 전통 환경 과학이 서로 손을 잡는 협력적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_[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396-397쪽] 맺음말_지금 세계에 불어닥친 인공지능의 광풍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인류의 배에 돛을 달게 할 것인가? 새로운 재앙으로 나타날 것인가? …그 불안의 근원을 규명하고자 이 책은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을 교차시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보건, 치안, 환경, 에너지 등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다양한 맥락을 추적했다. 플랫폼의 정치와 경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미 널리 알려진 정치경제학과 후기구조주의뿐만 아니라 도덕경제학, 신유물론, 감각사회학을 동원했다._[400-4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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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경계를 넘는 상상력 오태호 지음 | 140×204mm 280쪽 | 무선 | 20,000원 2026년 8월 15일 발행 | ISBN 978-89-8222-828-5 (03810) ▣ 출판사 리뷰 남북한 문학을 동시에 조망한 최초의 한반도 문학 비평집 문학이라는 거울로, 분단을 넘어 사랑과 평화를 상상하다 김훈, 김연수, 장강명부터 북한의 백남룡, 『파친코』의 이민진까지 문학으로 남북의 현실과 욕망, 미래를 다원적으로 읽어내다 분단 이후 80여 년 동안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두 사회의 문학 역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문학은 서로 다른 현실을 비추는 동시에, 그 차이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 삶을 발견하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의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함께 다루는 한반도 문학 비평집이다. 저자는 등단 이후 남한 소설에 대한 현장비평을 지속하는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조선문학』을 중심으로 북한 문학을 연구해 왔다. 남북한 문학을 각각 다루던 기존 연구와 달리 이 책에서는 두 문학을 동일한 비평의 장에 두고 체제에 따른 상상력의 차이와 공통점을 조망한다. 또한 남한 문학에서는 분단의 모순과 북한을 둘러싼 상상력을, 북한 문학에서는 사회주의 현실과 인민의 구체적 삶을 다룬 작품들을 조명함으로써 분단이라는 경계가 문학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준다. ◼ 분단의 과거에서 통일 이후의 미래까지, 문학으로 읽는 한반도 1부는 남한 소설을 통해 분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색한다. 김훈의 「명태와 고래」는 분단 시대의 그늘 속에서 살아간 월남민의 삶을 그리고,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1930년대 간도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과 죽음을, 노희준의 『킬러리스트』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항일무장투쟁을 호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분단 이전의 역사를 다시 불러오는 이 작품들은 오늘의 한반도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어떻게 소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이현석의 「부태복」,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이승민의 「연분희 애정사」 등은 탈북민의 체험, 남한 소설에 등장하는 북한 도시와 연애담을 통해 북한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양상을 포착한다. 나아가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통해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고, 조해일의 「통일절 소묘」와 「통일절 소묘 2」를 통해 통일을 상상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비교하며, 김태용의 「옥미의 여름」과 박초이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을 통해 기억·정체성·주거 문제 등 통일 이후 한반도를 상상한다. ◼ 북한 문학에 나타난 사회주의 현실과 인민의 삶 2부는 북한 문학을 대상으로 북한 사회의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을 살펴본다. 백남룡의 『벗』을 통해 이혼 위기의 가정을 매개로 한 사회주의 일상을 조명하고, 렴예성의 「사랑하노라」, 리명선의 「보답」, 리철의 「더 높이 더 빨리」, 곽금철의 「선보는 날」 등을 통해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욕망, 사랑과 연정, 과학기술과 결혼 등 북한 주민들의 구체적인 일상 감정을 담아낸다. 또한 김하늘의 「들꽃의 서정」, 서청송의 「기폭에 빛나는 별」, 주설웅의 「소나무」, 김동호의 「밝은 빛」, 송혜경의 「인재」 등을 분석하며 북한의 ‘주체사실주의’와 ‘수령형상문학’이 변모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지도자의 인민 사랑, 세계적 기술과 상품에 대한 욕망,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 작품들을, 저자는 단순한 체제 선전물로 치부하지 않고 그것이 생산·소비되는 사회적 현실과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 욕망까지 깊이 있게 읽어낸다. ◼ 한반도 문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선 3부는 남북한 문학을 직접 비교하거나 한반도 문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작품들을 다룬다. 남북한 소설에 나타난 사랑과 가족의 풍경을 비교하고, ‘뿌리’ 개념(최종하 「깊은 뿌리」와 김숨 「뿌리 이야기」), 부자 관계와 혈연(홍남수 「세대의 임무」와 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을 대조하며 체제에 따른 욕망과 감정의 차이를 분석한다. 그런가 하면 반디의 『고발』을 통해 북한 사회의 억압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요나스 요나손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과 이민진의 『파친코』 등 외부의 시선으로 한반도 문제를 조망할 때 새롭게 드러나는 풍경을 탐색한다. ◼ 다원적 상상력과 한반도의 평화 남북한 문학을 함께 읽는 것은 서로 다른 현실을 인정하면서 차이 너머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정치적 통일이라는 최종 목표에 앞서, 평화가 지속될 수 있는 조건과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 형성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타진한다. 이는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라는 상상에서부터 ‘두 개의 민족, 여러 개의 지역’이라는 상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원적 사유를 향한다. 문학은 눈에 보이는 현실 재현을 넘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삶과 관계를 그리게 해준다. 서로 다른 체제 속 인물들이 나누는 사랑, 욕망, 두려움을 읽는 일은 서로를 추상적인 ‘남’과 ‘북’이 아닌 구체적인 ‘인간’으로 마주하게 한다. 남북 관계가 다시 단절과 대립으로 치닫는 지금, 서로의 문학을 읽는 행위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에 대한 응답이 될 것이다.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상상력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분단 극복과 민족 통일을 지향하며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모색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일방적인 체제와 이념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남북의 이상과 욕망이 상충되더라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머리말 중에서 ▣ 차례 머리말 • 5 1부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하는 응시 - 남한 작품론 10편 1. 과거의 응시 - 분단 시대의 그늘, ‘월남민 어부’의 생멸 - 김훈의 「명태와 고래」(2022)론 • 25 - 청춘의 사랑과 죽음으로 그려낸 1930년대 간도 항일운동의 음화 -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2008)론 • 33 - 전생 판타지의 기억으로 소환된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 - 노희준의 『킬러리스트』(2006)론 • 45 2. 과거와 현재의 대화 - 코로나 시대의 징후적 상상력, 탈북 의사의 체험적 육감 – 이현석의 「부태복」(2018)론 • 57 - 평양과 개성이 남한 소설에 소환되는 방식 -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2019)론 • 65 - 반전 서사로 상상하는 북한 연애담의 양면적 진실 – 이승민의 「연분희 애정사」(2018)론 • 72 3. 미래의 예찰 - ‘북한 체제의 붕괴’ 이후 한반도의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다 -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2009)과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2016)론 • 83 - ‘통일절’을 상상하는 두 가지 방식 - 조해일의 「통일절 소묘」(1971)와 「통일절 소묘2」(2017)론 • 94 - ‘사진 한 장’으로 확인하는 과거 이미지와 현재적 실존 사이의 자기동일성 탐색 - 김태용의 「옥미의 여름」(2018)론 • 103 - 주거 문제를 둘러싼 디스토피아적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 - 박초이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2019)론 • 112 2부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생동감과 ‘수령형상화’의 현재성 사이 – 북한 작품론 10편 1.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생동감 - 이혼 위기 가정을 매개로 형상화한 사회주의 사회의 진솔한 내면 풍경 - 백남룡의 『벗』(1988)론 • 125 - 세계 일류 지향과 연정의 감각화 – 렴예성의 「사랑하노라」(2018)론 • 135 - 세계 일등주의의 표방과 북한문학의 생동감 - 리명선의 단막희곡 「보답」(2018)론 • 144 - 지구 밖 우주비행선에서의 음식물 제조 실험 성공담 - 리철의 과학환상단편소설 「더 높이 더 빨리」(2020)론 • 152 - ‘신상 구두와 신랑감의 첫선’을 보이는 ‘선보는 날’의 중의성 – 곽금철의 「선보는 날」(2020)론 • 161 2. ‘수령형상화’의 현재성 - ‘탈북민 서사’를 활용한 지도자의 광폭정치와 인민 사랑 - 김하늘의 「들꽃의 서정」(2014)론 • 173 - 체육인 식료품 제조에서 드러나는 세계화의 욕망 – 서청송의 「기폭에 빛나는 별」(2019)론 • 182 - 국내산 가방 증산을 통한 북한식 미래관과 후대관 강조 - 주설웅의 「소나무」(2019)론 • 192 - 세계적 기술의 국내 도입을 통한 인민 사랑의 실현 - 김동호의 「밝은 빛」(2019)론 • 201 - 청년 과학자의 연구 신념에 대한 지도자의 배려와 믿음 – 송혜경의 「인재」(2020)론 • 209 3부 한반도 문제의 외연 확장 - 남북한 문학 비교 및 탈한반도 작품론 6편 1. ‘사랑, 뿌리, 혈연’ 소재의 한반도식 이중주 - 한반도 문학에 드러난 사랑의 이중주 - ‘헌신성의 강조와 일탈의 욕망’ 사이 • 223 - 한반도에서의 서로 다른 뿌리 이야기 - 최종하의 「깊은 뿌리」(2012)와 김숨의 「뿌리 이야기」(2014)론 • 234 - ‘부자 관계’의 동일성과 차이 - 홍남수의 「세대의 임무」(2015)와 정용준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2015)론 • 242 2. ‘북한 문제’를 활용한 ‘탈북 문학’의 외연 - 북한 사회의 억압적 체제와 통제된 현실에 대한 비판 - 반디의 『고발』(2017)론 • 255 - ‘북핵’을 풍자의 소재로 삼은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소설 - 요나스 요나손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2019)론 • 264 - 역사의 뒤안길에서 확인하는 개인과 가족의 생명력 – 이민진의 『파친코』(2017)론 • 271 ▣ 지은이 오태호 1970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불연속적 서사, 중첩의 울림”)으로 등단했다. 2004년 “황석영 소설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신여대 전임연구원과 계간 『시인시각』, 웹진 『문화다』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한국문학평론가협회)’과 2024년 ‘우수논문상(한국문예창작학회)’을 수상했으며, 평론집으로 『오래된 서사』, 『여백의 시학』, 『환상통을 앓다』, 『허공의 지도』, 『공명하는 마음들』, 『풍경의 그림자들』 등을 출간했다. 편저로 『동백꽃』, 『황석영』, 『이선희 소설 선집』, 『개마고원』, 『오영수 작품집』, 『조용만 작품집』, 『구상 시선』, 『정공채 시선』, 『계용묵 수필선집』, 『김기진 평론선집』, 『한효 평론선집』, 『북녘 마을의 사람 사는 풍경』, 『폐허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으며, 연구서로 『문학으로 읽는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문학을 상상하다』, 『인공지능과 문예 창작』을 상재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본문 중에서 『밤은 노래한다』는 일제 강점기의 청년들이 낭만적인 사랑과 꿈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적 현실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엄혹한 고난 앞에서 펼쳐진 치열한 고투를 ‘밤의 노래’로 상징화하여 형상화한다. 1930년대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전쟁으로 인해 현실적 고난이 이어지는 한 ‘김연수식 밤의 노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4쪽 ‘부루마불적 상상력’이란 모든 땅을 투자 개념으로 환원하여 자본의 논리로 영토를 확장하는 재산 증식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북한에도 자본주의적 ‘장마당’이 열리는 현실에 입각해 본다면 북한의 주택 역시 투자의 대상으로 호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이렇듯 북한을 매력적인 투자 공간으로 사유하는 남한의 2010년대식 욕망을 보여준다. ―71쪽 북한 텍스트에도 청춘 남녀의 연애담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한 텍스트에 익숙하게 드러나듯 ‘금기와 위반의 충동’이 아니라, 북한식 연애담은 개인의 사적 욕망에 앞서는 사회의 공적 담론의 성취가 핵심이다. 남대현의 『청춘송가』(1987)나 백남룡의 『벗』(1988) 등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청춘 남녀들은 다양한 내적 갈등을 내비치지만, 결과적으로 사적 욕망을 극복하여 성실하고 헌신적인 공산주의적 인간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79쪽 누군가에게는 문학 작품 속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절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허구적 텍스트 속에서의 가상 통일이 늘 낭만적 미래를 현재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일에 대한 상상의 물적 토대가 근거 없는 사상누각이 아니라 남북한의 구체적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면 문제는 자못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2009)과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2016)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직시하면서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83쪽 백남룡은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김정은의 ‘불멸의 여정’을 다룬 장편소설 『부흥』(2020)에 이르기까지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북한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서 그 명망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 이래로 ‘수령형상문학’ 중심의 장편소설을 창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남룡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주체문학’의 전범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백남룡 문학의 세계성’은 김일성 가계의 위대성을 찬양하는 ‘불멸의 역사’와 ‘불멸의 향도’, ‘불멸의 여정’ 등의 장편소설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에서 주목했던 세대론적 갈등을 통해 제기되는 노동자 문제, 교육 문제, 가정과 사회의 불화 가능성 등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134쪽 리철의 단편소설 「더 높이 더 빨리」(『조선문학』, 2020. 5)는 북한 사회의 미래 지향을 보여주는 북한의 과학환상단편소설이다. 북한에서 ‘과학환상문학’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되고 현재에는 실현될 수 없는 최첨단 기술수단들이 련이어 개발될 미래의 생활을 묘사하는 특수한 문학”(황정상)으로 정의되면서 ‘미래의 생활’을 선제적으로 상상하는 텍스트를 말한다. 따라서 리철의 텍스트는 우회적으로나마 코로나 시기 봉쇄 정책으로 일관했던 북한 사회의 일단을 ‘과학환상’의 이름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152쪽 최근 북한 문학에서 강조되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세계화 시대의 욕망을 보여주는 ‘세계 일등의 지향’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국내 1등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세계 1등을 거머쥐는 노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서청송의 단편소설 「기폭에 빛나는 별」(『조선문학』, 2019. 1)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경기 우승자인 정성옥 선수의 이야기와 2015년 동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대회 우승 이야기가 나오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로 체육인들에게 영양 식료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던 안타까운 북한 사회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182쪽 남한 문학은 질문하고 탐색한다. 반면에 북한 문학은 답변하고 가르친다. 남한 문학은 뿌리 뽑힌 현대인의 ‘존재의 뿌리’를 응시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반면에 북한 문학은 모든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등식 속에 ‘김일성 수령의 가계’라는 체제의 뿌리로 환원한다. 그러므로 남한 문학은 존재의 뿌리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산하고, 북한 문학은 체제의 뿌리로 문학적 상상력을 경직되게 수렴한다. ‘심근성 뿌리 같은 남한 소설’과 ‘천근성 뿌리 같은 북한 소설’은 존재태가 서로 다른 문학적 뿌리의 두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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