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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엘더스(The Elders)에 미원평화상 첫 영예

2024-12-19 교류/실천

제1회 미원평화상은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을 목표로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디 엘더스(The Elders)’에 돌아갔다. 디 엘더스에는 본상 ‘평화의 지구’ 조각상과 부상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했다. 후원금은 재미 경희대 동문이 구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가능성 모색
조인원 이사장 “전환의 파고 헤쳐갈 길, 세계 시민의 새로운 시선과 의식에 있다”
반기문 디 엘더스 공동 부의장, 실존적 위협 해결 위한 포용·협력·연대 촉구


제1회 미원평화상 시상식이 지난 11월 29일(금) 평화의 전당에서 열렸다. 경희학원은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지속 가능한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 지구적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을 제정했다. 첫 수상의 영예는 세계 평화와 인권 증진을 목표로 세계 지도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디 엘더스(The Elders)’에 돌아갔다.

디 엘더스는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했다. 전직 국가 원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래 세대의 희망 위해 더 넓은 지혜, 더 큰 용기, 더 나은 인간의 문화세계 함께 열어가자”
시상식은 △미원평화상 경과보고 △수상자(기관) 소개 △기념사 △시상 △수락사 △기념 대담 순으로 이어졌다. 행사는 웹캐스트를 통해 생중계했다.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제10대 유네스코 사무총장, 경희대학교 미원석좌교수),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노상석 이사장과 임원, 미원평화상 본상 조각상인 ‘평화의 지구’를 제작한 박은선(미술대학 83학번 동문) 작가 등이 시상식에 참석했다. 디 엘더스의 반기문 공동 부의장(제8대 유엔 사무총장)은 현장에 참석했고,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의장(제7대 아일랜드 대통령)과 회원들은 웹캐스트로 시상식을 지켜봤다.

미원평화상 수상자(기관)는 국내외 학술기관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추천위원회의 후보자 추천, 세계 석학과 실천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논의 후, 경희학원 이사회의 승인을 통해 선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디 엘더스의 분쟁 해결을 위한 변함없는 헌신, 세계적인 도전과제 해결을 위한 용기,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만장일치로 미원평화상 첫 수상자(기관)를 선정했다.

조인원 이사장의 기념사에서도 디 엘더스를 수상기관으로 선정한 이유가 드러난다. 조 이사장은 ‘전환의 시대, 행성 의식의 미래’라는 제목의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는 인권과 취약 계층, 기후 변화와 공공보건, 폭력적 갈등과 핵 확산, 파괴적 과학기술의 위협 등 이 시대 지구사회 난제를 헤쳐가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계와 연결, 상호 존중을 중시하는 인간 내면의 성찰, 시련과 좌절의 순간을 맞아 용기를 잃지 않는 불굴의 실천 의지가 디 엘더스의 숭고한 노력에 살아 숨 쉰다. 디 엘더스의 숭고한 노력에 깊은 사의를 전한다. 미래 세대의 희망을 위해 더 넓은 지혜, 더 큰 용기, 더 나은 인간의 문화세계를 함께 열어갔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기념사 ‘전환의 시대, 행성 의식의 미래’ 전문 보기

디 엘더스를 대표해 ‘디 엘더스의 지구 평화 여정(The Elders’ Journey for Planetary Peace)’이라는 제목으로 수락사를 전한 반기문 부의장은 “기관으로서 처음 받는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이 미원의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기에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미원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세계를 꿈꿨다. 인간 존엄성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 지평을 모색했다. 넬슨 만델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투쟁했다. 그가 보여준 연대 의식과 인류애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었다. 평등과 정의에 대한 그의 믿음은 디 엘더스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양 기관의 설립 정신과 설립자들의 메시지가 전 세계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 수락사 ‘디 엘더스의 지구 평화 여정’ 전문 보기

메리 로빈슨 전 의장은 “미원평화상은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을 지지하고, 더 열심히 활동하라는 격려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세계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필요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변화를 요청한다. 디 엘더스는 연대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디 엘더스에는 본상 ‘평화의 지구’ 조각상과 부상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했다. 조각상은 지구 행성의 일곱 대륙을 상징하는 일곱 개 구(球)가 평화를 의미하는 월계수 잎과 함께 하나로 연결돼 평화의 지구를 표상한다. 후원금은 재미 경희대 동문이 구성한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우리가 마주한 전환의 실체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와 비교할 수 없는 풍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구사회 안위에 관한 실존적 심려가 전례 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구사회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정치·사회적 혼돈과 국제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구 행성 거의 모든 곳에서 불안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국제 사회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지구사회 취약 지역, 취약한 이들을 위한 지원과 대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지구촌 수많은 이들이 고통에 절규하고,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전환의 파고를 헤쳐갈 길은 현실을 바라보는 세계 시민의 새로운 시선과 의식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경희와 디 엘더스, 인간의 가치와 양심이 살아 숨 쉬는 더 나은 미래 염원
이날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을 넘어 경희와 디 엘더스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희망의 가능성을 모색한 자리였다. 경희와 디 엘더스가 걸어온 길은 서로 다르지만, 지향하는 방향은 같다. 인간의 가치와 양심이 살아 숨 쉬는 더 나은 미래를 염원한다.

평화의 전당에 새겨진 “인간에겐 사랑을 인류에겐 평화를”이라는 문구는 시대를 넘어 경희가 추구해야 할 인간의 영원한 가치, 그 가치의 지향을 상징한다. 이 문구의 역사적 배경은 7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희는 한국전쟁의 포화와 총성에서 이념과 국경의 경계를 넘어서는 인류 보편의 가치, 인간이 인간답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문화세계를 꿈꿨다. 이를 통해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쌓아 올리자는 것이 경희의 설립 정신이다. 지난 세월 경희는 더 나은 인간의 미래를 위한 역사의 향로를 만들어 왔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나라의 번영을 위한 농촌운동과 잘살기 운동.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는 수림 조성 운동. 국제 사회의 인류 보편 가치 구현을 도모하는 대외 활동. 국내외 시민사회와의 연계·협력을 모색한 세계 시민사회 활동. 경희의 그런 노력에는 인간과 사회, 자연과 문명의 우주적 맥락을 조망하는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있었다. ‘세상에 홀로 있는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돼 있다’, ‘상관상제(相關相制), 상관상승(相關上乘)의 전일적 우주에서 역사는 창성과 변화의 현묘한 조화를 거듭한다’는 사유의 지평이 경희의 길을 열어 왔다.

만델라는 1942년 인종차별 정책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했다. 27년간의 투옥 생활, 그리고 영면에 드는 순간까지 자유와 진실을 향한 용기와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디 엘더스를 창립한 나이도 89세였다. 만델라는 2007년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디 엘더스의 첫 번째 공식 회의에서 비전을 공표했다. “디 엘더스의 힘은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권력이 아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의 독립성과 도덕적 진실성에서 나온다. 디 엘더스는 두려움이 있는 곳에 용기를 불어넣고, 갈등이 있는 곳에 화합을 이끌어내며,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디 엘더스는 이러한 비전을 이어받아 세계 지도자, 시민사회와 협력해 실존적 위협에 대응하고 있다.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신변의 위협을 무릅쓰고 현장을 직접 찾아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 사회가 직면한 도전과제에 대한 지구적 해법 도출을 위해 필요할 때마다 현재의 권력에 진실과 지혜를 담은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으며, 소외된 지역과 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특히, 미래 세대가 더 나은 세상에 대한 희망과 노력의 여정을 계속해 나가도록 영감을 불어넣어 주고 있다.


미원평화상 본상인 조각상은 지구 행성의 일곱 대륙을 상징하는 일곱 개 구(球)가 평화를 의미하는 월계수 잎과 함께 하나로 연결돼 평화의 지구를 표상한다. 세계적인 조각가 박은선(미술대학 83학번 동문)의 작품이다.

“전일적으로 성찰하는 지구 행성 의식이 살아 숨 쉴 때, 새 활로 열 수 있다”
그러나 경희와 디 엘더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지금, 이례적이고 절박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전례 없던 팬데믹 상황에서 인류는 각자도생의 생존 논리에 갇혀 스스로 단절과 고립을 택했다. 그 선택이 갈등과 분열을 키웠다. 지정학적 충돌이 심화하면서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들려온다. 핵전쟁의 가능성이 역사상 최고조에 달했다. 우리 삶의 방식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왔다는 진단과 지구 생명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그간 당연시했던 ‘모든 것’에 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지구 행성 모든 존재의 상생과 공영, 새로운 평화의 길을 찾아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인원 이사장과 반기문 부의장은 기념사와 수락사를 통해 긴박한 현실을 헤쳐가기 위한 성찰적 전환 의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이사장은 “우리가 마주한 전환의 실체는 두 얼굴을 하고 있다. 인류사회는 지금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는 풍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엔 지구사회 안위에 관한 실존적 심려가 전례 없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구사회 불균형이 심화하면서 정치·사회적 혼돈과 국제정세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지구 행성 거의 모든 곳에서 불안의 기류가 예사롭지 않다. 그간 국제 사회는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럼에도 지구사회 취약 지역, 취약한 이들을 위한 지원과 대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지구촌 수많은 이들이 고통에 절규하고, 인류의 실존적 위협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 전환의 파고를 헤쳐갈 길은 현실을 바라보는 세계 시민의 새로운 시선과 의식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실존적 위기를 맞아 인류 공동의 목표가 필요하다. 지구 의식과 실천의 길을 적극적으로 열어가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오늘의 현대 사회는 관심과 생각, 지식의 지평이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해졌다. 놀라운 과학기술이 존재한다. 그 지구적 추이와 성과를 진전시켜 나가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전적 과업 앞에 새로운 지성과 지혜가 살아 숨 쉬는 세계. 그 세계는 나와 이웃, 사회와 세계, 지구와 우주를 전일적으로 성찰하는 지구 행성 의식이 살아 숨 쉴 때, 활로를 열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 부의장은 “우리 세상은 벼랑 끝에 서 있다. 지금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하나의 지구를 공유하고 있는 우리는 모두 무대응으로 일관한 결과와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기업을 이끄는 리더들은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위기 대응 조치를 반대하기도 한다”면서 “이러한 교착 상태를 극복하는 것은 정의를 추구하는 것이 인간 본연의 모습임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생각을 전했다.

우리는 유엔 헌장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단결할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기득권에 맞서 싸울 수 있다. 평화를 위해 공정하게 분쟁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수십 년에 걸쳐 힘겹게 얻은 지구사회의 약속을 저버릴 수 있다. 지구의 장기적인 미래보다 단기적인 이익에 우선하며 전범들이 현실정치라는 명목으로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게 할 수 있다. 반 부의장은 그 선택이 우리에게 달렸음을 역설했다.


디 엘더스를 대표해 수락사를 전한 반기문 부의장은 “기관으로서 처음 받는 상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디 엘더스의 비전과 사명이 미원의 철학과 깊이 연결돼 있기에 한국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 미원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서는 세계를 꿈꿨다. 인간 존엄성과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거버넌스의 새 지평을 모색했다. 넬슨 만델라는 인류 보편 가치를 위해 헌신했다. 그가 보여준 연대 의식과 인류애는 국가의 경계를 초월한 것이었다.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양 기관의 설립 정신과 설립자의 메시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존적 위기의 긴급성 이해, 관리·해결하려는 용기와 결단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 촉구
이어서 보코바 위원장의 사회로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 아래 대담을 펼쳤다. 디 엘더스의 로빈슨 전 의장과 반 부의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보코바 위원장은 “실존적 위기에 직면한 지금, 글로벌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러나 유엔을 포함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이 흔들리고 있다”면서 글로벌 거버넌스 위기 극복을 위한 논의로 대담을 시작했다.

두 대담자는 현재 유엔을 비롯한 다자기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다자주의가 실존적 위기를 넘어설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은 “다자주의의 본질은 포용·협력·연대다. 우리가 모두 지구 공동체의 일부임을 인식할 것을 요구한다. 국가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한 평화 협력의 방향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를 개혁해야 한다”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디 엘더스는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Long-view Leadership)을 핵심 의제로 삼았다. 지난 2월에는 “실존적 위협은 급변하는 기후 문제,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몇조 달러의 손실을 초래하는 팬데믹, 핵무기 사용이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전쟁이 전부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새로운 위협은 얼마나 중대한지 가늠할 수 없다”는 시대 상황 진단과 함께 실존적 위기의 긴급성을 이해하고, 이를 관리·해결하려는 용기와 결단을 세계 지도자들에게 요청하는 장기적 관점의 리더십 촉구 공개서한을 공표했다.

반 부의장은 “우리가 직면한 실존적 위협은 어느 한 국가가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 기후 문제에 큰 책임이 있는 선진국조차도 자국 우선주의 의제를 추구한다. 10여 년이라는 공을 들여 합의한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치 지도자들이 평화로운 지구를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단기적인 정치 주기가 아니라,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이에 동의하며 지난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 디 엘더스 대표로 참석한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COP29에서 합의된 선진국의 기후 분담금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으나, 국가 간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의제를 좀 더 진전시켜 나갈 수 있다. 다만, 너무 느리다. 기후와 자연은 우리에게 긴급하게 행동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연대를 통해 시급히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는 세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힘이 있다”
보코바 위원장은 “그런 의미에서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는 것 같다”면서 시민사회의 역할 강화 방안에 관한 질문을 이어갔다.

반 부의장은 “미래 세대가 기후 대응을 촉구하면서 거리로 나선 기후 운동이 탈화석연료 전환 움직임을 촉발한 것처럼 도전적이고 용기 있는 시민사회는 세상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힘이 있다. 혁신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결책이 전통적인 기득권 밖에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지도자, 정책가는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만델라가 우리에게 부여한 임무 중 하나가 ‘희망’이다. 디 엘더스는 지혜와 경험을 기반으로 인류 공동의 미래에 희망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배운다. 세대 간 대화를 통해 지식을 공유하고, 공동의 이해를 도모할 방법을 모색한다. 그 과정에 미래 세대가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 그들이 오늘 내려진 결정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겸손’ 역시 만델라의 유산이다. 세계 지도자들에게도 겸손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을 전하면서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미래 세대와 연대해 발표한 공동 선언문 내용을 소개했다.

이 선언문에는 “우리는 단기 목표를 넘어 생각하고, 모두에게 이로운 미래를 위해 행동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고립과 차별을 없애기 위한 사회적 유대를 강화하는 의제를 지지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미원평화상 시상 후, ‘글로벌 위기와 새로운 정치’라는 주제 아래 대담을 펼쳤다. 디 엘더스의 메리 로빈슨 전 의장과 반기문 공동 부의장이 대담자로 나섰다. 두 대담자는 다자주의가 실존적 위기를 넘어설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지구상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 이해를 돕는 교육 시스템 개발해야”
대담은 미래 세대와 새로운 정치에 대한 논의로 끝을 맺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래 세대의 역량을 강화하고, 평화·인권·포용·정의와 같은 보편적 가치와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위한 이해와 공감을 키우는 세계 시민교육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우리의 윤리적 의무”라는 생각을 밝히면서 “글로벌 정치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 교육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할까”라고 질문했다.

반 부의장은 보코바 위원장의 생각에 공감하면서 “교육은 인류 발전을 위한 중요한 무기다. 교육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핵심이며 성별·인종·종교를 이유로 차별받거나 소외된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말을 덧붙인 후, “지구상 모든 존재의 상호 연결성 이해를 돕는 교육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답변했다.

로빈슨 전 의장은 “최근 몇 년간, 소셜 미디어 플랫폼과 알고리즘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려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 여성 혐오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것은 국제 사회가 지난 수십 년간 힘들게 얻은 성과를 후퇴시키기도 한다”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교육의 보편성에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탈레반에 의해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녀들이 다시 교육받지 못하게 됐다. 가자, 레바논, 우크라이나, 예멘 그리고 전 세계 많은 분쟁 지역에서 학교가 군사 공격의 대상이 됐다. 교육은 보편적 권리다. 모든 국가의 지도자들이 시급한 우선 과제로 다뤄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원평화상 시상식은 미원이 노랫말을 쓴 가곡 ‘목련화’를 함께 감상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이 곡은 고난을 헤치고 새 시대를 열어가는 선구적 삶으로 더 나은 미래를 함께 일궈가자는 열정과 염원을 담고 있다. 참석자들은 노랫말의 의미를 함께 되새겼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정병성 communication@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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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국적에서 벗어나 세계가 공진화하는 K-콘텐츠로” 안숭범 외 | 134*215 | 256쪽 | 무선 16,000원 | 2025년 12월 23일 ISBN 978-89-8222-821-6 (04600)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킨 한류의 나비효과! 이제 정체성을 넘어서 공진화로… 영화, 드라마, K-팝, 예능, 게임, 웹툰으로 살피는 K-콘텐츠의 안과 밖 2025년에 발표된 『한류실태조사보고서』와 『한류백서』에서 ‘여전한’ 한류의 세계적 인기와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인이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소환되는 이미지는 8년 연속으로 ‘K-팝’이었다. 그 뒤를 한식과 드라마가 이었다. 따라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K-팝과 K-팝 공연 문화, 팬덤 문화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함께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혐한・반한 정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K-콘텐츠의 소비 수준과 추천 의향이 높은 지역일수록 피로감이 클 수 있다. 올해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는 국내외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한류의 흐름을 살폈다. 2025년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영화, 드라마, 음악, 예능, 게임, 웹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영화), 〈오징어 게임〉(드라마), 헌트릭스의 ‘골든(Golden)’(K-팝), 〈흑백요리사〉(예능), 〈인조이(inZOI)〉(게임), 〈전지적 독자 시점〉(웹툰) 이렇게 여섯 작품을 대표작품으로 선정해 분석했다. 비평적 균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외 최고 수준 필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섯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국내외 연구자, 평론가들이 모였다. 국내 필진은 이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와 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장 평론가들이기도 하다. 백태현(영화), 이지혜(드라마), 김세익(음악), 조한기(예능), 이현재(게임), 한유희(만화・웹툰)가 참여했다. 해외 필진도 새롭게 꾸렸다. 영화는 앨프레드 로(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드라마는 라탄 쿠마 로이(인도, 남아시아대학교), 음악은 주수영(프랑스, 액스-마르세유대학교), 예능은 정임숙(이탈리아,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게임은 겐기스 후사메딘(XboxEra 게임 평론가), 웹툰은 야마나카 치에(일본, 교토산업대학교)가 맡았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K-콘텐츠’의 경계, 그 빛과 그림자 누구나, 어디에서든 K-컬처를 호출해 모두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K’는 콘텐츠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라벨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적을 지칭하는 ‘정체성-명사’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호혜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누리는 ‘공진화성-동사’가 되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넷플릭스 TV 쇼 부문의 역사를 새로 쓴 것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렇게 ‘K’는 또다시 갱신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과 유통 전 과정에서 사실상 한국, 한국인, 한국 자본이 소외되었다는 점을 ‘비극’이라 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류가 한반도 남단의 작은 언어권에 한정된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먼 곳의 열기보다 가까운 곳의 냉기를 더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과도한 작업량에 비해 보상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이 여전하다. K-콘텐츠 각 분야의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창작자와 현장 스태프, 번역자 등의 노동시간과 보상 구조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현재 K-콘텐츠의 빛과 그림자, ‘K’가 세계 곳곳에서 ‘움직이는 기표’로 자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국내외 평론가들이 톺아보는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1.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 (백태현)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한류가 글로벌 플랫폼 체제에 종속되는 구조적 역설이 자리한다. 이 영화의 성공은 세계 자본이 한류를 통해 자신의 체계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2. 한국과 따로, 또 같이 만들어지다 (앨프레드 로)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생명력을 입증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성과 한국을 트랜스랭귀징과 트랜스컬처링의 실천을 통해 재구성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 세계로 건너간 놀이 (이지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이야기는 작가의 손이 아닌 팬들의 손에 있다. 팬들은 챌린지와 밈을 통해 서사를 다시 쓰며, 플랫폼은 그 흔적을 수집해 또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되돌려준다. 2.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 (라탄 쿠마 로이)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도달 범위는 문화 세계화가 지닌 상상력의 가능성과 비판이 또 다른 형태의 오락으로 흡수되는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K-팝] 골든(Golden) 1. K의 로컬리티와 K-팝의 특성을 넘은 온전한 ‘메시지’ (김세익) K-팝의 라벨을 단 ‘골든’은 한국인들에게 이제 ‘K-콘텐츠’의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는 사실상 K-컬처 개념 확장을 의미한다. 2.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 (주수영) ‘골든’은 우리 시대의 무가이다. ‘골든’의 무대는 개인의 슬픔을 춤과 오락으로 달래주는 현대의 굿판이 되고, 치유와 회복이 수행된다. [예능] 흑백요리사 1.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조한기) 〈흑백요리사〉의 연출은 ‘먹을 수 없는 요리의 체험’을 시청각의 밀도와 정보의 윤리로 보완한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각적 문법은 단순한 연출 기법이 아니라, 공정성 서사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이다. 2. 맛과 권력의 드라마 (정임숙) 〈흑백요리사〉는 음식을 넘어선 극화를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부엌을 불평등이 수행되고 혼종성이 ‘맛보이며’, 외교가 실현되는 문화적 실험실로 재구성한다. [게임] 인조이(inZOI) 1. 한국에서 가장 멀리 (이현재) 〈인조이〉는 한국 게임산업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초기 판매량 백만 장에도 아직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2. 한국 게임이 산업에 미친 영향과 흥행작 〈인조이〉가 게임 문화에서 차지하는 입지 (겐기스 후사메딘) 심즈와 유사하면서도 차별성이 있는 게임인 〈인조이〉의 의의는 기술적 기반과 구현 규모 면에서 새로운 시도이자 새로운 방향성 제시이다.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1. 이야기의 이야기 (한유희)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계에서도 〈전지적 독자 시점〉은 기존 영웅 서사를 뒤집고 한국의 위인 이야기부터 전 세계의 신화와 설화를 뒤얽어 복잡하고 무너지지 않는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2.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 (야마나카 치에)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만화책은 물론 모바일 등 여러 매체에 적용되는 섬세한 재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여러 개별 장면의 예시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 목차 서언/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말하는 한류의 현재/ 안숭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PART 1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 -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한류의 역설/ 백태현 PART 2 한국과 따로, 또 같이 만들어지다 - 초경계적(trans) 관점을 통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국성’의 재해석/ 앨프레드 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 PART 1 세계로 건너간 놀이 – 한국적 서사는 어떻게 세계인의 공감대를 만드는가>?/ 이지혜 PART 2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 – 문화 비판적 독해/ 라탄 쿠마 로이 [K-팝] 골든(Golden) PART 1 K의 로컬리티와 K-팝의 특성을 넘은 온전한 ‘메시지’ / 김세익 PART 2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 – 다시 만들어진 현대의 무가 / 주수영 • ‘골든(Golden)’의 세계적 흥행 기록 [예능] 흑백요리사 PART 1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아이러니/ 조한기 PART 2 맛과 권력의 드라마 – 불평등을 요리하는 〈흑백요리사〉/ 정임숙 [게임] 인조이(inZOI) PART 1 한국에서 가장 멀리 - 〈인조이〉라는 도전이 갖는 의미와 그 한계/ 이현재 PART 2 한국 게임이 산업에 미친 영향과 흥행작 〈인조이〉가 게임 문화에서 차지하는 입지 / 겐기스 후사메딘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이야기의 이야기 / 한유희 PART 2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 / 야마나카 치에 저자 소개 ▣ 저자 안숭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장. 저서로 영화평론집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학술서 『SF, 포스트휴먼, 오토피아』, 시집 『소문과 빌런의 밤』 등이 있다. 백태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영화와 한류, 팬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역사가 아니다』 등이 있다. 앨프레드 로(Alfred Lo)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 및 한국학 박사과정 연구원. 공저로 『Annyeong? Korean 1 Workbook』, 『Fandom Language Learning』 등이 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공저로 『이해라는 오해에 관하여』, 『탈궤도의 문화읽기』,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 등이 있다. 라탄 쿠마 로이(Ratan Kumar Roy) 뉴델리 남아시아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 SIMEC 연구센터 센터장. 오스트레일리아 선샤인코스트 대학교 국제개발・사회적기업가정신・리더십센터의 겸임교수이자,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협력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세익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디지털콘텐츠, 한류, 대중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공저로 『영화란 무엇인가?』, 『2025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등이 있다. 주수영 프랑스 액스-마르세유 대학교 아시아학과 한국학 부교수. 연구로 「여성화된 판소리」, 「모든 것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곳, 춘향의 도시 남원」, 「한국전통극의 샤머니즘적 기원」 등이 있다. 조한기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금, 만화》 등에서 필진을 역임했다. 공저로 『유럽영화감독』, 『영화로 읽는 도시 이야기』 등이 있다. 정임숙 이탈리아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한국학 교수. 대학 부설 외국어교육연구소 부소장. 윤동주한국학연구소 소장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사업인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의 연구책임자로 2023년부터 한국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현재 게임・만화・영화평론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의 고정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공저로 『영화와 육체』 등이 있다. 겐기스 후사메딘(Genghis Husameddin) 게임 전문 매체 및 채널 ‘XboxEra’에서 활동하는 게임 평론가. Xbox 콘솔뿐 아니라, PC, 모바일, 가상현실(VR),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과 전반적인 게임산업을 폭넓게 다룬다. 한유희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만화평론과 문화평론을 쓰고 있다. 공저로 『우리는 왜 피로한가』, 『한국 만화 캐릭터 열전』 등이 있다. 야마나카 치에(Yamanaka Chie) 교토산업대학교 현대사회학부 교수. 사회학, 만화, 한국문화를 연구하며, 특히 한국 학습만화의 국제적 확산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 『학습만화가 그리는 인간과 세계』, 『한국 드라마의 상상력』 등이 있다. ▣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https://kcsc.khu.ac.kr)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K-콘텐츠의 문화 혼종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인문적으로 성찰합니다. K-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산업과 기술, 미디어와 플랫폼, 대중의 수용 문화 면에서 초국가적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한류와 K-컬처, K-콘텐츠 연구를 포괄하면서 동시대 스토리콘텐츠에 대한 현장 지향적 학술장을 순발력 있게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 책 내용 서언_누구나, 어디에서든 K-컬처를 호출해 모두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K’는 콘텐츠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라벨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적을 지칭하는 ‘정체성-명사’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호혜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누리는 ‘공진화성-동사’가 되어야 한다. 부디 2026년에는 2025년보다 K-콘텐츠의 ‘K’가 세계 곳곳에서 ‘움직이는 기표’로 더욱 뚜렷이 자리하길 바란다._[8쪽]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_아이돌은 감정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진하는 자기 착취의 수행자가 된다. 그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팬의 감정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관리해야 한다. 감정의 생산은 곧 감정의 소모이며, 이 무한한 순환 속에서 감정은 진정성의 증거가 아니라 산업의 재생산을 위한 연료가 된다. 헌트릭스의 무대는 이러한 감정노동의 형식을 극대화한 공간이다._[23쪽]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_이러한 성공은 동시에 모순을 내포한다. 미국에 설립된 〈오징어 게임〉 스튜디오, 다양한 굿즈, 넷플릭스의 게임쇼 스핀오프는 작품의 비평성이 점차 상품성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고발하던 서사는 이제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흡수되어, 높은 상품성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시리즈의 도덕적 긴장은 상업적 구경거리로 희석되었고, 초기의 심미성은 윤리적 성찰보다는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다._[78쪽]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_특히 후렴구 가사 “Gonna be golden”의 서사적 내용은 루미의 개인적 고난, 즉 악귀와 인간의 혼혈임을 감추며 살아왔던 그가 결국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빛의 자리’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성스러운 환생의 순간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환생과 승화의 과정이 ‘황금의 혼문(魂門)’을 완성시키면서, 공동체 전체가 악령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빛의 세계로 구원받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_[107쪽]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_〈흑백요리사〉의 미학은 기존 쿡방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클로즈업과 내레이션의 비중이 커지면서 ‘손의 기술’과 ‘요리사의 의도’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음악은 두 축으로 운용된다. 하나는 준비–조리–플레이팅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배경음악, 다른 하나는 조리 과정을 전면에 둔 미니멀한 사운드다. 전자는 ‘완성의 카타르시스’를, 후자는 ‘몰입의 긴장’을 강화한다. 이때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인터뷰는 요리 장면에 구체성을 더한다._[128쪽] 한국에서 가장 멀리_〈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시스템에 특정 변수를 입력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한 발짝 떨어진 관객의 시점에서 관람하는 게임을 만들려는 도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콘솔을 조종하되 그 결과를 관객으로서 관람하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시네마에 가까운 경험을 지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어는 조종가능한 캐릭터 ‘조이’의 삶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 개입의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된다._[166쪽]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_한국의 웹툰 지침서는 웹툰에서 상하가 갖는 의미 외에 오른쪽이 미래, 왼쪽이 과거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본의 페이지 만화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쪽인 왼쪽을 미래, 다 읽은 부분에 해당하는 오른쪽을 과거로 여겨온 감각을 한국 책의 페이지 진행 방향에 적용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이 그려질 때도 가로쓰기 문자를 읽는 시간 감각이 좌우의 시간 흐름으로 현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페이지 만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좌우가 나타내는 시간 감각과 시선의 흐름이 웹툰 독자보다 강할 것이다._[231쪽]

    • 장식과 근대 건축

      2025-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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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대 건축에서 장식의 억제는 곧 문화적 전환의 지표였다.” 장식과 근대 건축 20세기 초, 근대 건축에서 왜 장식을 억제하게 되었는가 220여 점의 사진과 설명으로 장식과 근대 건축의 관계를 생생하게 탐구하는 책 이관석 지음 | 152×225 | 296쪽 | 무선 | 24,000원 2025년 12월 24일 | ISBN 978-89-8222-817-9 (03600) 르코르뷔지에 연구자로 잘 알려진 이관석 경희대 교수의 신간 《장식과 근대 건축》이 출간됐다. 르코르뷔지에 건축과 현대 뮤지엄 건축을 주제로 다양한 저술 활동을 이어온 이관석 교수는, 그 저서가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 출판콘텐츠 등에 선정되었으며, 이러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대한건축학회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신간은 근대 건축에서 배제되어 온 ‘장식’을 통해 근대 건축의 본질과 정체성을 새롭게 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에 수록된 220여 점의 사진과 설명은 근대 건축과 장식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 출판사 리뷰 선사시대의 동굴벽화에서 고딕 성당 내부를 화려한 빛으로 물들였던 장미창과 스테인드글라스, 바로크와 로코코 건축에 이르기까지 장식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시대의 가치관과 신념, 문화적 상징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장식은 오랫동안 인간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러운 본능의 표현으로 여겨져 왔다. 그렇다면 왜 근대 건축가들에게 장식이 그토록 강하게 부정되었을까. 근대 건축 선구자들의 개혁적 움직임 이 책의 1부에서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근대 건축에서 장식이 축출되기에 이른 배경과 위기 상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시대의 흐름을 외면한 부정적인 아카데미즘에 매몰된 미학이 예술과 의식 전반에 끼친 해악과 과도하고 부적절한 장식의 문제, 이에 대응한 다양한 개혁적 움직임들을 분석한다. 저자는 예술수공예운동과 아르누보 등 역사주의와 모더니즘의 전환기에 등장한 새로운 예술 운동들의 성과와 한계를 검토하며, 무장식적인 근대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지닌 의미를 짚어내기도 한다. 아돌프 로스의 〈장식과 범죄〉(1908)가 장식 담론에 끼친 충격과 그 글의 진의를 여부도 살핀다. 새로운 시대를 희망했던 근대 건축의 선구자들에게 장식은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유물이자, 부르주아적 취향과 과시적 소비의 상징으로 인식되었다. 저자는 이러한 인식 속에서 장식 억제가 근대 건축가들에게 필연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보았다. 근대 건축에서 장식의 억제는 더 이성적이고 근대적인 표현 방식으로 나아가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장식이 사라진 자리를 채운 새로운 감각과 공간 경험 이 책의 2부에서는 장식에 맞선 근대 건축에 기능미와 단순미가 도래하는 과정을 살피며, 이와 관련된 예술가와 건축가의 개별적‧집단적 의식을 조명한다. 기계와 산업이 건축에 미친 영향, 독일공작연맹의 성과와 장식을 둘러싼 치열한 논쟁, 장식 축출에 결정적 역할을 한 바우하우스의 이념과 건축을 살피며, 인상주의에서 추상예술에 이르는 근대 회화의 실험들이 근대 건축에 미친 긍정적 영향도 분석한다. 데 스틸(De Stijl) 운동 주역들의 인식을 통해, 건축이 조형적 추상예술로 확장되고 공간이 열린 시스템으로 이해되는 과정을 짚어내기도 한다. 장식이 제거되고 추상화되어 가는 근대 건축에서도 형태, 비례, 재료, 색채, 공간 구성 등을 통해 감성적·문화적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는 과제는 여전히 유효했다. 과거의 장식을 반복할 수 없었던 근대 건축가들은 각기 나름의 방식으로 장식의 빈자리를 메우고자 했다. 이 책에서는 특히 미스 반데어로에와 르코르뷔지에라는 두 거장의 사례를 통해 전통적 장식이 사라진 이후에도 건축이 어떻게 의미와 감성을 조직해 왔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근대 건축에서 장식의 억제는 기능주의 윤리, 생산 방식, 사회적 이상 등이 교차한 결과였다. 저자는 건축을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자 사회 구성원의 생활양식과 정신을 물질적으로 구현하는 문화적 산물로 규정하며, 건축의 변화는 언제나 시대적 전환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책은 19세기 중반 이후 장식이 예술가와 건축가들에게 어떻게 이해되었고, 재료와 공간, 빛이라는 ‘건축 본질의 존엄성’ 앞에서 왜 부정되었는지, 장식을 거부하는 강력한 이데올로기로 인해 장식이 소거되어 가는 20세기 초반의 건축적 양상과 과정은 어떠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장식이 떠난 빈자리가 무엇으로 어떻게 채워졌는지에 주목하며,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건축가의 새로운 창조적 정신과 미학이었다고 강조한다. 건축에서 장식이 축출되는 이유와 과정을 고찰하는 이 책은 단순히 양식 변화에 대한 이해를 넘어 근대 건축의 사상적·문화적 전환을 통찰하게 한다. 이는 오늘날과 미래의 건축 담론을 확장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 차례 들어가는 말 •5 1부 장식의 위기 19세기 말 의식의 위기 • 21 아카데미즘에 빠진 미학 • 22 역사적 절충주의의 창궐 • 27 과도하고 부적절한 장식에 던져진 의문과 예술수공예운동 • 41 장식의 과도함과 부적절성 • 42 예술가들의 장식에의 개입 • 47 아르누보, 역사주의와 모더니즘 사이 전환기의 장식 • 61 새로운 예술로서의 새로운 장식 • 62 유럽 대륙을 넘어선 아르누보 • 79 아르누보의 성취와 실패 • 85 아돌프 로스의 수필 〈장식과 범죄〉의 영향력과 진의 • 89 20세기 장식에의 치명타 • 90 장식에 남겨둔 여지 • 98 2부 장식과 근대 건축 장식과 기능미 • 107 기계 미학의 대두 • 108 과학적 합리주의와 새로운 건축 미학 • 108 기계에 대한 근대주의자들의 인식 • 114 독일공작연맹과 산업 미학의 혁신적 원칙들 • 120 예술과 산업, 수공예의 협력 • 121 무장식과 ‘장식 없는 장식’ • 125 바우하우스와 새로운 양식 • 141 예술과 기술, 새로운 통합 • 141 새로운 미학, ‘바우하우스 스타일’ • 144 바우하우스 정신이 반영된 건축 • 150 장식과 단순미 • 163 모더니즘의 혁신적 예술 • 164 세잔과 1890년대 회화 • 164 입체주의와 근대 건축 • 171 추상예술의 특성과 근대 건축 • 176 데 스틸과 질서, 엄격함, 순수성의 교훈 • 180 새로운 예술로서의 데 스틸 • 180 신조형주의와 데 스틸 건축 • 182 두 근대 건축 거장의 장식에 대한 태도 • 201 미스 반데어로에와 “Less is More” • 202 고전주의의 덕목을 지닌 개혁주의자 • 202 단순화로의 귀결 • 211 정밀한 디테일과 물성의 차이로 받쳐진 건축 • 217 물리적 구조와 현상적 구조의 일치 • 226 르코르뷔지에의 ‘감동으로서의 건축’ • 230 장식 교육을 넘어 깨달음으로 • 231 그림 그리기와 건축적 실천 • 239 장식과 기계 미학에 대한 인식 • 242 인간의 감성을 두드리는 요소들 • 251 나가는 말 • 272 미주 • 277 참고 문헌 • 288 사진 출처 • 294 ▣ 지은이_ 이관석李官錫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벨빌건축학교에서 투철한 근대건축 정신으로 무장한 앙리 시리아니가 리더인 교수들의 모임 그룹 우노(Groupe UNO)의 스튜디오에서 건축설계를 수학했고, 파리1-판테온소르본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근현대 건축사와 현대 뮤지엄 건축을 연구했다.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가이자 예술사학 박사로서 현재는 학생들과 건축을 교감하고 있다. 저서로 《빛을 따라 건축적 산책을 떠나다》, 《한국현대건축편력》, 《르코르뷔지에, 근대건축의 거장》,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정의》,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현대 뮤지엄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수업》, 《뮤지엄, 공간의 탐구》,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등이 있으며, 역서로 《건축을 향하여》, 《프레시지옹》, 《오늘날의 장식예술》, 《느림의 건축을 위하여》, 《작은 집》,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등이 있다. ▣ 책 속으로 장식이 과도하게 남용되고 사소한 수준으로 전락한 채 많은 건축물과 개별 예술품에 적용된 근원적인 이유는 1760년에서 1820년 사이에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었다. 이 혁명은 18세기 중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기술 혁신과 새로운 제조 공정으로의 전환을 촉발하며 사회와 경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6세기부터 18세기까지 장식은 고전주의 작품의 신화적 표현을 기반으로 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많은 시간과 진정성을 요구하는 장식은 가장 위대한 오래됨과 품위의 과정을 구현하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권력자와 부유층이 누리는 특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1830년 이후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사회적 부의 증가에 힘입어 중산층이 새롭게 부유한 계층으로 부상했다. 이렇게 등장한 부르주아 계층은 귀족의 삶을 모방코자 했으며, 장식을 높은 사회적 신분의 상징으로 여기며 열광했다. -43쪽 완벽한 장식에 대한 꿈은 오랫동안 지식인들 사이에서 지속됐는데, 그들은 실용 과학을 활용해 자연 현상을 연구함으로써 특정 물품을 보다 효과적으로 장식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은 결코 실현되지 않았다. 오히려, 중산층의 끊임없는 요구로 인해 과도한 장식이 결국 현상을 꿰뚫어 본 이들을 압도하게 됐다. 따라서 점점 만연해지는 장식을 억제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건강한 반작용, 즉 단순성을 주요 기준으로 삼는 것이었다. -47쪽 예술수공예운동과 함께 역사주의에서 20세기 기능주의로의 전환 시기에 일어난 아르누보는 낭만적이고 개인주의적이며 반(反)역사적인 예술운동으로, 1890년에서 1910년 사이의 짧은 기간 동안 유럽 전역에 들불처럼 번져나갔다가 급속히 사그라들었다. 아름다움의 추구를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으로 삼은 19세기 말의 유미주의(唯美主義, aestheticism)와 동행하며 회화, 조각, 일용품, 건축 등 순수예술부터 거주 환경까지 폭넓게 퍼져나갔다. -62쪽 19세기 시대 상황에 적합한 양식의 부재에 대한 반작용이기도 했던 아르누보는 이론적으로, 윤리적·정치적 관점에서 존 러스킨의 염원처럼 예술을 사회에 도입하고자 했다. 미술, 건축, 공예, 가구 디자인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된 예술을 추구해 실생활 속 예술을 실현함으로써 종합예술(Gesamtkunstwerk)의 실현도 꿈꿨다. 그러나 실제로는 곧 반동적이고 부르주아적인 성격을 띠게 됐다. 인간을 기술의 부담에서 해방시키고자 하면서 기계를 악마의 발명품으로 간주했고, 자연과의 연결을 회복하고 수공예를 부활시켜 산업 시대에 적합한 장식미를 모색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아르누보가 선보인 비대칭적인 문과 창의 틀, 로지아(loggia), 말발굽 모양의 창문 등은 분명 독창적이었지만, 장식적 요소가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기능성과 실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스타일의 과잉과 높은 제작 단가는 오늘날에 봐도 우려스러울 정도다. -85쪽 아르누보 예술가들은 역사주의의 부흥에 저항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 언어를 찾으려고 했다. 이러한 미래지향적이고 혁명적인 태도는 이후 반(反)역사주의적인 근대 건축으로 나아가는 디딤돌이 됐다. 철과 유리의 미학적 가능성을 발견했고, 과거의 장식을 모방하지 않은 평면적인 장식 패턴이나 건물 모서리에 띠를 설치하는 방식으로 과거 건축의 음영 있는 치장이나 고질적인 무게감을 덜어낸 것은 후일 1920년대의 평탄한 표면의 가벼운 근대 건축이 도래하는 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러한 근대성에도 불구하고 아르누보가 수공예와 장식예술에 큰 비중을 둔 것이 문제였다. 아르누보도 예술수공예운동과 마찬가지로 수공예 중심의 고급 예술로서 제작 단가가 높아 대중적 확산에 실패한 것이다. 기계 생산과 대량생산이 중심이 된 근대 산업사회와의 조화에 실패하는 것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나라마다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다른 버전을 보였던 지리적 편차와 통일성 결여 또한 아르누보의 단명을 재촉했다. -86쪽 건축가의 세계관, 자연관, 종교관 등에 따른 사고방식은 그의 작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며, 작품에 반영된다. 건축 분야에서는 ‘수단’과 ‘목적’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하며, 무엇에 중점을 더 두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108쪽 모더니즘은 예술과 문학뿐만 아니라 동시대 문화 속에서 움직이는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작동했다. 예술비평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1909~1994)는 모더니즘의 본질이 근대 계몽주의를 정점에 올려놓았고 독일 관념 철학의 기반을 확립한 프로이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가 시작한 자기비판적 태도의 발전 혹은 과장이라고 여겼다. 즉, 모더니즘의 성격이 특정한 원칙을 전복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원칙의 포괄성을 더욱 완전하게 유지하기 위해 그것을 비판하는 특별한 방법을 도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164쪽 데 스틸의 이론은 어떤 이들에게는 형식적 어휘였고, 또 다른 이들에 게는 철학적·윤리적 사고방식이었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질서, 엄격함, 순수함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제공했다. 데 스틸은 평면성과 기하학적 형태, 단순한 재료에 대한 선호를 널리 퍼뜨렸으며, 장식 숭배를 해체함으로써 전후 건축의 길을 여는 데 크게 공헌했다. -199쪽 시대에 맞지 않는 장식에 대한 르코르뷔지에의 거부 이유는 그가 쓴 《오늘날의 장식예술》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제목이 〈기계의 교훈〉인 일곱 번째 장은 기계에 대한 그의 시각을 알려준다. 이 책이 발간된 1925년은 강한 장식적 성향을 지녔던 아르데코(Art Déco)가 번성했던 시기로, 파리에서 국제 장식예술 및 근대산업예술 박람회(Exposition internationale des arts décoratifs et industriels modernes)가 개최된 해였다. 르코르뷔지에는 방문객들에게 ‘장식된’ 물건들, 즉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진 장식적인 오브제들만을 선보여야 한다는 규정을 내세운 이 박람회의 프로그램을 “잘못된 조화, 날조, 속임수”라고 비판했다. -243쪽 르코르뷔지에에게 “건축은 원재료를 사용해 감동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었다. 이 관계는 앞서 본대로 우리의 감각을 두드리기 쉽고 우리의 시각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요소들의 적절한 배치를 통해 정신의 순수한 창조물인 질서를 실현함으로써 조형적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이때 창조된 관계들은 우리의 내부에 깊이 공명해 우리 세계의 척도와 일치되게 느껴지는 질서의 척도를 우리에게 제공하며, 우리의 마음과 이해의 각종 움직임을 결정하게 되고, 그때 아름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267쪽 이렇게 르코르뷔지에는 구태여 과거의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근대 건축의 정신을 지키면서도 존 러스킨이 장식의 본질 중 하나로 생각한 아름다운 감흥을 자아내는 데에, 개성에 대한 모든 열망을 충족시키는 데에 아무런 불편함도, 어떠한 부족함도 느끼지 않았다. -27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