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old)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
2024-10-07 교류/실천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Peace BAR Festival·미원평화상 수상자 발표
미원평화상 첫 수상 기관 ‘디 엘더스(The Elders)’ 선정
조인원 이사장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 열어가야”
‘세계평화의 날’ 발상지 경희학원은 평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 성찰적 전환 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기념식에서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 첫 수상자(기관)로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날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Facing Transformative Challenges: Thoughts on the Holistic Understanding of Our Times)’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문제의 실마리는 ‘정치’와 ‘민심’의 근간인 시민의식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을 열어가는 과업은 실존적 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지상명령(survival imperative)’일 것이다.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열어가는 역사의 한 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 전문 보기
경희학원,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 담아 ‘미원평화상’ 제정
경희학원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PBF를 개최한다. 올해는 9월 20일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 기념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세계평화 주간’을 선포하고 미래 세대, 석학,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The Future of Humanity, The Future of Planet Earth: In Search of Our Common Hope)’였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미원평화상 제정 경과보고 △미원평화상 기념 영상 “평화, 그 아름다운 원천을 찾아서” 상영 △수상자(기관) 발표 △수상자(기관) 소개 △감사패 수여(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 △기념사 △기념 음악 순으로 진행했다.
1981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는 인류 평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동서 양 진영은 세계평화의 해가 공표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986년 1월 1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신년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교환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을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경희학원은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구사회는 기후 위기, 핵전쟁 위협, 환경 파괴, 협력 정치 상실 등 중층·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지구적 난제들은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다. 진정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과제다. 조영식 박사는 보편적 우주 원리에 따라 지구공동체의 조화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미원평화상은 평화, 공존, 미래 희망에 대한 인류의 지속적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미원평화상 제정 의미를 설명한 후, 제1회 수상자(기관)를 발표했다.

디 엘더스,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제시
첫 수상의 영예는 ‘디 엘더스’에 돌아갔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한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설립 당시 “세계가 직면한 복합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 많고 독립적인 지도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디 엘더스는 안보상 위험에도 주요 분쟁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갈등 완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권력에 맞서 진실과 지혜를 피력하고, 글로벌 갈등과 과제에 대한 권위 있는 발언을 이어왔다. 보편적 인권과 공공 보건,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위협,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위험 등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에도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디 엘더스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그라사 마셸(Graça Machel) 여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부의장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르티 아티사리(Martti Ahtisaari) 전 핀란드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주교, 코피 아난(Kofi Annan)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 데니스 무퀘게(Denis Mukwege) 분쟁 관련 성폭력에 대한 글로벌 활동가,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전직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원평화상의 의미, 평화 추구 통한 문명 전환은 인류 공동의 의무”
디 엘더스에는 세계적 조각가 박은선(사범대학 미술교육과(현 미술대학) 83학번) 동문이 제작한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시상식은 1981년 11월 3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해 오는 11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미원평화상은 2년마다 수여하며,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선정위원회의 선정 과정을 거쳐 경희학원 이사회가 수상자를 심의·의결한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보코바 위원장과 함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 박영신 경희학원 고황석좌,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전 연세대 총장),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를 위원으로 두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놀라운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가 일구어 온 지구사회 평화를 위한 지혜와 용기, 헌신적 노력은 전환의 시대를 맞은 인류사회,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영감과 도전 의식을 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인류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과 ‘위기 대처’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지구 행성을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특별 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 대처는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수사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과 폭력, 기아와 질병, 생태와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위기의 진실과 위기 대처의 긴급성을 알리고, ‘희망’ 아니면 ‘굴복’이라는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피력해 온 그는 올해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평화 문화 구축(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지난 세기 핵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 냈듯이 새로운 전환적 기류를 만들어 내야 할 때임을 역설한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원로 과학철학자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의 표현처럼 “진화 혹은 절멸”이라는 전례 없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몇 년간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지구 운명의 날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아이러니나 경멸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심을 느껴야 할 시간이다”라는 경고를 연이어 내놨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절박한 경고에도 국제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배출한 온난화 가스는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Th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추정에 따르면, 핵탄두 총량은 2021년 1만 3천여 기를 넘어섰다. 최근 몇 나라의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있었다. 지난 수십 년, 학계에서 회자하는 ‘거대한 머뭇거림(Great Dithering)’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와 핵 재앙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 왔다. 이들 문제는 이미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과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초대형 문제들이 이젠 지엽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섰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 핵과 함께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 과거 명칭 UFO)에 주목했다. UAP 존재 여부를 두고 두 차례 열린 미 하원 청문회, 인간 아닌 지적 존재(non-human Intelligence; NHI)와 우주선 역공학에 관한 증언, 미 상·하원이 합의한 UAP 정보 공개 법안(UAP Disclosure Act) 처리,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최고위 정보 당국 전직 수장들의 미확인 비행물체 인정 발언 등은 인류보다 앞선 고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UAP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천동지(a sea change)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서 조 이사장은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의 전환적 난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복합적 산물이다.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문제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의 현대사회가 세계를 바라보는 의식 문제다. 현실 인식 문제다. 그 문제의식이 문명사적 난제에 얽힌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 내적으로 연결된 물질과 자연·의식 세계의 유기적 관계를 깊이 헤아리는 노력, 문명사적 함의를 통합적으로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때만이 현대사회의 성장과 팽창의 역사와 함께 우리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계와 환원, 기계론적 인과론, 선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전일사관(全一事觀),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 지닌다”
조 이사장은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대사회의 성장 신화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문명 진보가 깊어질수록 지구적 난제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의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야 할 때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고정불변의 의식은 인류와 자연 통사(通史)에 얽힌 복잡한 원인·결과의 상관관계를 포괄할 수 없다”면서 전일사관의 시대적 의미의 중요성을 공유해가는 것이 시대의 전환 국면을 만들어내는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전체는 하나다(All is one)’,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대명제에서 시작하는 전일사관은 고대 자연철학으로부터 오늘의 양자 과학, 유기체론, 일반체계론에 스며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양자 세계는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과 결맞음을 말한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인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희의 서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국제정세의 혼돈과 한국전쟁 시기에 출범한 경희는 비운의 전쟁사, 문명사를 헤쳐 갈 준거로 “주리(主理)”와 “주의(主意)”의 세계를 말했다. 주리의 세계는 대자연과 우주의 이치가 인간사를 형성해 가는 세계를 말한다. 주의의 세계는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내면에 쌓아 가는 의식과 의지의 세계다. 물질과 의식 세계의 ‘불가분성’. 그 이치를 토대로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전승화(全乘和)” 세계관을 구축했다.
조 이사장은 “전승화 철학의 근저엔 양자 과학의 상호 연결과 궁극적 결맞음의 세계관이 있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변환(變換) 이치와 조화를 이룬 보편의지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계를 ‘실존적 전일사관’, 혹은 ‘전일의 실존 세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의 시원에서 비롯된 원천 의식을 회고하는 마음. 전환적 기류의 미래를 오늘로 불러오는 일. 이를 근거로 내일의 활로를 열어가는 일. 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를 향한 세계 시민사회의 뜻과 의지, 열의와 실천이 더욱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강조하면서 기념사를 마쳤다. 그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갈등과 대립,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는 평화”를 비롯해 “소외와 불안의 정조(情調)를 추슬러 가는 평화”, “기후, 핵, UAP와 같은 실존적 위협, 존재론적 충격을 감내할 전환적 역사의 지평을 여는 평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인간 의식의 평화”를 포괄한다. 특히 시민 개개인이 열린 마음으로 상황의 제약과 한계를 마주하면서 의식과 실천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포괄적 평화를 수렴하는 것은 경희의 설립 서사인 ‘전일의 세계관’과 모든 ‘존재의 평화’를 지향하는 내면의 ‘성찰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
많이 본 기사
- 등록된 자료가 없습니다.
-
멀티미디어
-
-
신간 안내
-
인공지능의 뒷것들에 관한 이야기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김은성 지음 | 152*225 | 452쪽 | 무선 28,000원 | 2026년 9월 18일 ISBN 978-89-8222-840-7 (93300) ▣ 책 소개 사회-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순수한 인공지능’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통해 정치・권력・노동・환경을 다시 보다 이제 우리는 채용 과정에서 알고리즘의 선택을 기다리고, 복지 대상자를 데이터로 선별하며, 치안과 감염병 대응에 인공지능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한다. 우리는 점점 더 많은 판단을 인공지능에 위임하지만, 정작 인공지능이 무엇으로 만들어지고 어떤 사회적 조건 속에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묻지 않는다. 김은성의 신간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바로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가 말하는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란 인공지능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뜻이 아니다. “사회적・물질적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공지능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알고리즘 뒤에 있는 사람과 사회, 권력과 노동, 에너지와 환경을 함께 보아야 한다. 인공지능 뒤에는 데이터와 노동이 있다. 플랫폼과 자본, 국가와 제도가 있고, 다시 그 뒤에는 막대한 에너지와 물, 자원을 소비하는 물질적 인프라가 있다. 이 책에서는 인공지능이 어떻게 새로운 권력과 정치의 장을 재배치하는지, 플랫폼 자본과 감시의 메커니즘은 어떻게 작동하고,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을 만드는지 살핀다. 나아가 인공지능과 사회적 관계, 탈식민주의와 문화, 복지 불평등, 예측 치안과 안전, 팬데믹 대응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사회 곳곳에서 일으키는 변화와 긴장을 들여다본다. 우리가 마주하는 인공지능의 앞모습이 아니라, 그 뒤편에서 작동하는 수많은 관계와 조건, 즉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추적한다. 빛에 가려 미처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 시대의 그림자들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1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정치경제의 관계를 살핀다. 국가 권력과 플랫폼 자본에서부터 알고리즘 통치성과 인플루언서의 관심 권력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권력의 스펙트럼을 분석한다. 호혜와 신뢰에 기반한 도덕경제,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포착하는 신유물론적 관점까지 교차시키며 플랫폼 경제의 복잡한 지형을 보여준다. 또한 인공지능 자동화가 노동을 대체하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노동과 ‘그림자 노동’을 만드는지, 인간만이 가진 암묵지가 자동화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짚어본다. 2부에서는 인공지능이 우리의 사회적 관계와 문화, 복지에 미치는 영향을 탐색한다. 버추얼 아이돌과 인공지능 애착, 문화 제국주의, 디지털 식민주의, 데이터 기반 복지 행정의 ‘자동화된 불평등’ 등을 통해 인공지능이 인간의 관계와 사회적 질서를 어떻게 다시 구성하는지를 살펴본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과 안전을 주제로, 인간이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한 인공지능 에이전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인-대리인 문제’와 복수의 인공지능이 상호작용하는 복잡계의 위험을 분석하고, 팬데믹 시기 한국의 디지털 역학과 예측 치안의 형성 과정을 통해 기술과 국가, 제도가 결합하는 구체적인 현장을 살펴본다. 마지막 4부에서는 인공지능을 작동시키는 가장 거대한 ‘뒷것’ 가운데 하나인 에너지와 환경에 주목한다. 인공지능은 저절로 작동하는 비물질적인 기술이 아니라 거대한 데이터센터와 에너지망, 물과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물리적 시스템이다. 대형언어모델의 확장과 함께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데이터 과학이 환경 감시와 정책 결정에 가져오는 가능성과 한계를 살펴보며 인공지능과 환경의 관계를 다시 묻고 있다.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결국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인공지능의 미래가 기술 자체에 의해 이미 결정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저자는 특정 사회이론 하나로 인공지능을 규정하기보다 과학기술학,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조직사회학, 후기구조주의, 행위자-연결망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관점을 교차시키며 인공지능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드러낸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한쪽의 답을 선택하기보다, 우리가 어떤 기술과 제도, 관계를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하는 것이 이 책이 제안하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 결과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인공지능의 미래를 예언하는 책이 아니라,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작동하고 있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지 질문하는 책이 된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찬반의 익숙한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인공지능의 ‘뒷것들’을 들여다볼 때 비로소 인공지능의 진짜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PART 1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 ∎ 〈인공지능 정치의 변검술〉 정치경제학 및 민주주의 이론에서부터 후기구조주의, 나아가 신유물론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학적 렌즈를 투영하여 인공지능 정치의 다면성을 조망한다. ∎ 〈인공지능 권력의 스펙트럼〉 인공지능을 매개로 작동하는 국가 및 플랫폼 자본의 도구주의적 권력을 조명하고, 인플루언서의 관심 권력을 분석한다. ∎〈플랫폼의 정치경제, 도덕경제, 그리고 신유물론 관점〉 플랫폼 경제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세 가지 이론적 축으로서 정치경제학, 도덕경제학, 그리고 신유물론을 깊이 있게 살펴본다. ∎〈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멀티모달 인공지능에 의해 이루어지는 데이터의 다양한 감각 양식으로의 전환을 ‘감각 번역’이라는 개념으로 분석한다. 감각 번역은 감시 자본주의를 더욱 강화하는 기제로, 이 장에서는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멀티모달 인공지능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인공지능 자동화, 암묵지, 플랫폼 노동〉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노동 환경의 변화를 암묵지와 플랫폼 노동의 특성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PART 2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 ∎ 〈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인공지능 애착에 대한 지배적 담론과 달리, 버추얼 아이돌 사례를 통해 기존과 다른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인공지능과 탈식민주의〉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의 확산은 영어권 중심 문화 제국주의를 강화하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비영어권 문화의 세계화를 촉진하는 양면성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인공지능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 〈데이터 과학과 복지 불평등〉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도입이 초래한 복지 체제의 재편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살펴본다. PART 3 인공지능과 안전 ∎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주인-대리인 문제들과 정상 사고의 가능성〉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주인-대리인 이론’을 통해 다각도로 해부한다. ∎ 〈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2014년 조류독감 위기 대응 시기부터 코로나19 역학조사 지원시스템의 완성에 이르기까지 한국형 디지털 역학을 만든 기술적・사회적・제도적 요인들을 살펴본다. ∎ 〈예측 치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예측 치안에 내재한 권력과 정치를 추적하는 비판적・역사적 접근, 인식 문화 연구, 예측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 연구를 두루 짚어본다. PART 4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 〈인공지능의 ‘뒷것’ 에너지〉 인공지능은 에너지 등 거대한 물리적 인프라구조에 의존하고 있다. 이 장은 인공지능 산업이 자원을 흡수하는 ‘추출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행위자-연결망 이론을 동원한다. ∎ 〈데이터 과학과 환경 정치의 미래〉 데이터 과학으로 인해 환경 정치는 재편되고 있다. 환경 센서 기술의 발달에 따른 ‘정밀 모니터링’에는 사회적 불평등 및 민주주의와 빅데이터 감시의 긴장이 존재하고 있다. ∎ 〈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데이터 과학이 지니는 한계와 가능성을 규명한다. 인과적 설명 부족으로 데이터과학은 의사결정의 합리적 근거로는 한계를 지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 정책 자원 배분 등의 영역에서는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 추천의 글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플랫폼 사회가 온다: 디지털 플랫폼의 도전과 사회질서의 재편』 저자) 위험은 평등하게 온다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위험은 개인적이고도 치명적인 파편이 되어 우리를 덮친다. 김은성의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바로 이 뼈아픈 역설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을 기술적이고 순수해 보이는 알고리즘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고, 주권이 걸린 데이터와 땀이 밴 노동, 격돌하는 정치와 이데올로기, 막대한 에너지와 훼손되는 환경이 뒤엉킨 ‘잡스러운’ 사회기술적 배치로 읽어낸다. 그는 이 책에서 다양한 이론적 자원을 잘 버무려서 입체적인 프레임워크로 빚어냈다. 감시자본주의와 데이터 식민주의부터 인공지능이 낳을 구조적 ‘정상 사고’, 그리고 데이터센터가 삼켜버리는 물과 전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이 다루는 넓이는 단연 독보적이다. 글로벌한 기술변화와 갈등에서부터 송파 세 모녀, 배달 라이더, 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등 가장 약한 이들의 삶과 첨단 기술이 부딪히는 마찰까지를 포착해 내는 미시-거시 연계의 폭도 인상적이다. 인공지능은 이미 우리 사회의 가장 낮은 곳까지 파고들어 우리의 삶을 흔들고 있다. 기술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이 전환의 시대에,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신뢰의 가치를 묻는 이 책은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이들에게 귀중한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인공지능 파놉티콘』 저자) 『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는 인공지능을 하나의 기술이나 알고리즘으로 환원하지 않고, 그것이 데이터와 노동, 플랫폼과 국가, 자본과 윤리, 인간과 비인간이 얽혀 만들어 내는 사회-기술적 실천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는 기술결정론적 낙관주의와 디스토피아적 비관주의라는 익숙한 대립을 넘어, 인공지능이 실제로 작동하는 현장과 그 속에서 형성되는 권력, 물질성, 역사성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현장에 근거한 이러한 접근은 다양한 행위자들의 관계 속에서 기술과 사회의 접점을 이해하는 과학기술학(STS)의 핵심 문제의식을 충실히 구현한다. 특히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미래를 예언의 대상으로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는 이미 결정된 운명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어떤 기술을 만들고 어떤 제도를 설계하며 어떤 관계를 구축하느냐에 따라 끊임없이 다시 쓰이는 사회적 산물이다. 따라서 상상력은 그저 현실을 벗어난 공상이 아닌, 현실을 변화시키는 실천의 출발점이다. 더 나은 인공지능을 상상하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설계하는 일과 다르지 않으며, 그 상상은 연구실과 기업, 정책과 시민사회, 그리고 우리의 일상적 실천 속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얻는다. 인공지능의 미래를 두려움이나 환상 속에서 소비하는 대신, 그것을 함께 만들고 책임지는 공동의 과제로 전환시키는 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바로 이 책의 가장 중요한 기여이다. 지금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한 인공지능을 더 깊게 이해하고 싶은 독자는 물론, 기술과 사회가 서로를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자신 있게 권한다. 정지범 (UNIST 지구환경도시건설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시대에 역설적으로 인간은 기계화되는가? 이러한 저자의 통찰처럼 ‘인간은 로봇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자신의 언어와 행동을 기계의 논리에 맞게 단순화하고 정형화’하고 있다. 저자는 인공지능과 인간, 인공지능과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며, 우리가 맞이할 미래를 되묻는다 ▣ 차례 서문 PART 1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 인공지능 정치의 변검술 인공지능 권력의 스펙트럼 플랫폼의 정치경제, 도덕경제, 그리고 신유물론 관점 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인공지능 자동화, 암묵지, 플랫폼 노동 PART 2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 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인공지능과 탈식민주의 데이터 과학과 복지 불평등 PART 3 인공지능과 안전 인공지능 에이전트의 주인-대리인 문제들과 정상 사고의 가능성 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예측 치안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PART 4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 인공지능의 ‘뒷것’ 에너지 데이터 과학과 환경 정치의 미래 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맺음말 미주 ▣ 저자 김은성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화학을 전공한 연구원이었으나, 인문사회과학을 더 좋아해 과학기술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경희대학교에 부임하기 전에는 화학 회사와 두 곳의 정부 정책 연구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그의 연구는 매우 다양하고 실험적이며 이론적 불가지론을 추구한다. 얼마나 멀리, 얼마나 다르게 갈 수 있는지 그의 지적 근육을 항상 시험한다. 2017년부터 인공지능과 사회의 관계를 공부해 왔으며, 현재 플랫폼 경제의 감각적 · 도덕적 아키텍처, 인공지능과 에너지의 공진화, 그리고 알고리즘 거버넌스의 주인-대리인 문제에 관해 연구하고 있다. 다른 저서로는『감각과 사물: 한국 사회를 읽는 새로운 코드』, 『정책과 사회』 등이 있다. ▣ 책 내용 서문_순수한 인공지능은 없다. 이 말은 인공지능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뜻이 아니라, 사회-물질적 환경과 맥락으로부터 분리된 인공지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회적・물질적 흔적이 거세된 인공지능은 존재한 적도 없으며, 존재할 수도 없다. …인공지능은 가상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대형언어모델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 육중한 사회-물질적 네트워크는,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마법에 걸려 돼지가 된 채 음식을 허겁지겁 집어삼키던 치히로의 부모를 연상시킨다. 그 기괴한 식욕처럼, 인공지능은 지구의 물과 에너지, 천연자원을 끊임없이 고갈시키고 있다._[4-5쪽] 인공지능의 정치와 경제_미각, 후각, 촉각보다 시각과 청각을 우선시하는 근대적 감각 위계가 플랫폼 사회 내에서도 강화되고 있다. 인공지능 에너지 비용은 감각 양식에 따라 달라진다. 인공지능은 데이터 민주주의와 감각을 결합하여 기존의 지식정치를 넘어 새로운 감각 정치를 만든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관한 사회과학 연구의 ‘감각적 전환’이 요구된다. 감각과 정동 같은 신유물론적 개념들을 감시 자본주의 담론과 결합함으로써 플랫폼의 정치경제를 새롭게 이해할 수 있다._[플랫폼 정치경제의 감각적 전환과 이에 대한 도전/ 122쪽] 인공지능과 사회, 문화, 복지_아이돌은 오랫동안 대중에게 위로와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존재였으며, 버추얼 아이돌의 등장은 이러한 기능이 기술을 매개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버추얼 아이돌은 팬들에게 강한 몰입이나 책임을 요구하지 않으면서도, 일상에서 지속적인 정서적 동반자로 기능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친밀한 인간관계가 점점 더 높은 감정 노동과 위험을 수반하게 된 상황과 맞물려, 저위험, 저부담의 관계 형식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_[인공지능 애착과 사회적 관계의 변화/ 176쪽] 인공지능과 안전_전수 조사와 다수 데이터베이스 연계가 넘어야 할 데이터 프라이버시 쟁점 역시 제도적・문화적 기제를 통해 우회되었다. 제도적으로는 2015년 메르스 사태의 학습 효과로 개정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법률’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6년에 이미 역학적 목적을 위한 비동의성 개인정보 수집권을 명시하고 있었기에, 국가적 위기 국면에서 소모적인 신규 입법 논쟁을 거칠 필요가 없었다. 문화적으로는 공동체의 보건 안보를 위해 개인의 프라이버시의 희생을 용인한 대중적 수용성이 방파제가 되었다._[팬데믹과 한국 디지털 역학의 탄생/ 289쪽] 인공지능과 에너지 그리고 환경_환경 거버넌스에 데이터 과학이 접목되면서 데이터 기반 환경 거버넌스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다. 데이터 과학이 전례 없는 수많은 이점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술이 환경 규제 영역에서 정치적 갈등을 모두 소거하고, 오직 가치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술 관료적 의사결정이라는 이상을 실현해 줄 것이라는 지나친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데이터 과학과 전통 환경 과학이 서로 손을 잡는 협력적 문화를 조성하는 일이다._[데이터 과학과 증거 기반 환경 정책/ 396-397쪽] 맺음말_지금 세계에 불어닥친 인공지능의 광풍이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인류의 배에 돛을 달게 할 것인가? 새로운 재앙으로 나타날 것인가? …그 불안의 근원을 규명하고자 이 책은 다양한 사회과학 이론을 교차시키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보건, 치안, 환경, 에너지 등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다양한 맥락을 추적했다. 플랫폼의 정치와 경제를 보다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이미 널리 알려진 정치경제학과 후기구조주의뿐만 아니라 도덕경제학, 신유물론, 감각사회학을 동원했다._[400-401쪽]
-
사랑과 평화의 한반도 문학 경계를 넘는 상상력 오태호 지음 | 140×204mm 280쪽 | 무선 | 20,000원 2026년 8월 15일 발행 | ISBN 978-89-8222-828-5 (03810) ▣ 출판사 리뷰 남북한 문학을 동시에 조망한 최초의 한반도 문학 비평집 문학이라는 거울로, 분단을 넘어 사랑과 평화를 상상하다 김훈, 김연수, 장강명부터 북한의 백남룡, 『파친코』의 이민진까지 문학으로 남북의 현실과 욕망, 미래를 다원적으로 읽어내다 분단 이후 80여 년 동안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아왔다. 두 사회의 문학 역시 각자의 길을 걸어왔다. 그러나 문학은 서로 다른 현실을 비추는 동시에, 그 차이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 삶을 발견하게 하는 매개이기도 하다. 이 책은 2000년대 이후의 남한 문학과 북한 문학을 함께 다루는 한반도 문학 비평집이다. 저자는 등단 이후 남한 소설에 대한 현장비평을 지속하는 한편, 2000년대 초반부터 『조선문학』을 중심으로 북한 문학을 연구해 왔다. 남북한 문학을 각각 다루던 기존 연구와 달리 이 책에서는 두 문학을 동일한 비평의 장에 두고 체제에 따른 상상력의 차이와 공통점을 조망한다. 또한 남한 문학에서는 분단의 모순과 북한을 둘러싼 상상력을, 북한 문학에서는 사회주의 현실과 인민의 구체적 삶을 다룬 작품들을 조명함으로써 분단이라는 경계가 문학 속에서 어떻게 재구성되는지 보여준다. ◼ 분단의 과거에서 통일 이후의 미래까지, 문학으로 읽는 한반도 1부는 남한 소설을 통해 분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탐색한다. 김훈의 「명태와 고래」는 분단 시대의 그늘 속에서 살아간 월남민의 삶을 그리고,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는 1930년대 간도 항일운동을 배경으로 청춘의 사랑과 죽음을, 노희준의 『킬러리스트』는 전생의 기억을 통해 항일무장투쟁을 호출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분단 이전의 역사를 다시 불러오는 이 작품들은 오늘의 한반도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어떻게 소환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어 이현석의 「부태복」,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 이승민의 「연분희 애정사」 등은 탈북민의 체험, 남한 소설에 등장하는 북한 도시와 연애담을 통해 북한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양상을 포착한다. 나아가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을 통해 북한 체제 붕괴 이후의 디스토피아를 보여주고, 조해일의 「통일절 소묘」와 「통일절 소묘 2」를 통해 통일을 상상하는 서로 다른 시선을 비교하며, 김태용의 「옥미의 여름」과 박초이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을 통해 기억·정체성·주거 문제 등 통일 이후 한반도를 상상한다. ◼ 북한 문학에 나타난 사회주의 현실과 인민의 삶 2부는 북한 문학을 대상으로 북한 사회의 현실과 문학적 상상력을 살펴본다. 백남룡의 『벗』을 통해 이혼 위기의 가정을 매개로 한 사회주의 일상을 조명하고, 렴예성의 「사랑하노라」, 리명선의 「보답」, 리철의 「더 높이 더 빨리」, 곽금철의 「선보는 날」 등을 통해 세계 일류를 지향하는 욕망, 사랑과 연정, 과학기술과 결혼 등 북한 주민들의 구체적인 일상 감정을 담아낸다. 또한 김하늘의 「들꽃의 서정」, 서청송의 「기폭에 빛나는 별」, 주설웅의 「소나무」, 김동호의 「밝은 빛」, 송혜경의 「인재」 등을 분석하며 북한의 ‘주체사실주의’와 ‘수령형상문학’이 변모하는 양상을 살펴본다. 지도자의 인민 사랑, 세계적 기술과 상품에 대한 욕망, 과학기술 발전에 대한 관심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이 작품들을, 저자는 단순한 체제 선전물로 치부하지 않고 그것이 생산·소비되는 사회적 현실과 그 안에 숨겨진 인간적 욕망까지 깊이 있게 읽어낸다. ◼ 한반도 문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시선 3부는 남북한 문학을 직접 비교하거나 한반도 문제의 외연을 확장하는 작품들을 다룬다. 남북한 소설에 나타난 사랑과 가족의 풍경을 비교하고, ‘뿌리’ 개념(최종하 「깊은 뿌리」와 김숨 「뿌리 이야기」), 부자 관계와 혈연(홍남수 「세대의 임무」와 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을 대조하며 체제에 따른 욕망과 감정의 차이를 분석한다. 그런가 하면 반디의 『고발』을 통해 북한 사회의 억압적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요나스 요나손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과 이민진의 『파친코』 등 외부의 시선으로 한반도 문제를 조망할 때 새롭게 드러나는 풍경을 탐색한다. ◼ 다원적 상상력과 한반도의 평화 남북한 문학을 함께 읽는 것은 서로 다른 현실을 인정하면서 차이 너머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일이다. 이 책은 정치적 통일이라는 최종 목표에 앞서, 평화가 지속될 수 있는 조건과 서로를 이해하는 관계 형성을 문학적 상상력으로 타진한다. 이는 ‘하나의 민족, 두 개의 국가’라는 상상에서부터 ‘두 개의 민족, 여러 개의 지역’이라는 상상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정답으로 수렴되지 않는 다원적 사유를 향한다. 문학은 눈에 보이는 현실 재현을 넘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삶과 관계를 그리게 해준다. 서로 다른 체제 속 인물들이 나누는 사랑, 욕망, 두려움을 읽는 일은 서로를 추상적인 ‘남’과 ‘북’이 아닌 구체적인 ‘인간’으로 마주하게 한다. 남북 관계가 다시 단절과 대립으로 치닫는 지금, 서로의 문학을 읽는 행위는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에 대한 응답이 될 것이다. “문학은 상상력을 통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상상력은 눈에 보이는 것을 넘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분단 극복과 민족 통일을 지향하며 한반도의 평화 체제를 모색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 일방적인 체제와 이념에 가로막히지 않도록, 남북의 이상과 욕망이 상충되더라도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통해 더 나은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머리말 중에서 ▣ 차례 머리말 • 5 1부 과거와 미래를 현재화하는 응시 - 남한 작품론 10편 1. 과거의 응시 - 분단 시대의 그늘, ‘월남민 어부’의 생멸 - 김훈의 「명태와 고래」(2022)론 • 25 - 청춘의 사랑과 죽음으로 그려낸 1930년대 간도 항일운동의 음화 -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2008)론 • 33 - 전생 판타지의 기억으로 소환된 1930년대 항일무장투쟁 - 노희준의 『킬러리스트』(2006)론 • 45 2. 과거와 현재의 대화 - 코로나 시대의 징후적 상상력, 탈북 의사의 체험적 육감 – 이현석의 「부태복」(2018)론 • 57 - 평양과 개성이 남한 소설에 소환되는 방식 -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2019)론 • 65 - 반전 서사로 상상하는 북한 연애담의 양면적 진실 – 이승민의 「연분희 애정사」(2018)론 • 72 3. 미래의 예찰 - ‘북한 체제의 붕괴’ 이후 한반도의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다 -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2009)과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2016)론 • 83 - ‘통일절’을 상상하는 두 가지 방식 - 조해일의 「통일절 소묘」(1971)와 「통일절 소묘2」(2017)론 • 94 - ‘사진 한 장’으로 확인하는 과거 이미지와 현재적 실존 사이의 자기동일성 탐색 - 김태용의 「옥미의 여름」(2018)론 • 103 - 주거 문제를 둘러싼 디스토피아적 통일 한반도의 미래상 - 박초이의 「강제퇴거명령서-2039년 평성」(2019)론 • 112 2부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생동감과 ‘수령형상화’의 현재성 사이 – 북한 작품론 10편 1.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생동감 - 이혼 위기 가정을 매개로 형상화한 사회주의 사회의 진솔한 내면 풍경 - 백남룡의 『벗』(1988)론 • 125 - 세계 일류 지향과 연정의 감각화 – 렴예성의 「사랑하노라」(2018)론 • 135 - 세계 일등주의의 표방과 북한문학의 생동감 - 리명선의 단막희곡 「보답」(2018)론 • 144 - 지구 밖 우주비행선에서의 음식물 제조 실험 성공담 - 리철의 과학환상단편소설 「더 높이 더 빨리」(2020)론 • 152 - ‘신상 구두와 신랑감의 첫선’을 보이는 ‘선보는 날’의 중의성 – 곽금철의 「선보는 날」(2020)론 • 161 2. ‘수령형상화’의 현재성 - ‘탈북민 서사’를 활용한 지도자의 광폭정치와 인민 사랑 - 김하늘의 「들꽃의 서정」(2014)론 • 173 - 체육인 식료품 제조에서 드러나는 세계화의 욕망 – 서청송의 「기폭에 빛나는 별」(2019)론 • 182 - 국내산 가방 증산을 통한 북한식 미래관과 후대관 강조 - 주설웅의 「소나무」(2019)론 • 192 - 세계적 기술의 국내 도입을 통한 인민 사랑의 실현 - 김동호의 「밝은 빛」(2019)론 • 201 - 청년 과학자의 연구 신념에 대한 지도자의 배려와 믿음 – 송혜경의 「인재」(2020)론 • 209 3부 한반도 문제의 외연 확장 - 남북한 문학 비교 및 탈한반도 작품론 6편 1. ‘사랑, 뿌리, 혈연’ 소재의 한반도식 이중주 - 한반도 문학에 드러난 사랑의 이중주 - ‘헌신성의 강조와 일탈의 욕망’ 사이 • 223 - 한반도에서의 서로 다른 뿌리 이야기 - 최종하의 「깊은 뿌리」(2012)와 김숨의 「뿌리 이야기」(2014)론 • 234 - ‘부자 관계’의 동일성과 차이 - 홍남수의 「세대의 임무」(2015)와 정용준의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2015)론 • 242 2. ‘북한 문제’를 활용한 ‘탈북 문학’의 외연 - 북한 사회의 억압적 체제와 통제된 현실에 대한 비판 - 반디의 『고발』(2017)론 • 255 - ‘북핵’을 풍자의 소재로 삼은 스웨덴의 베스트셀러 소설 - 요나스 요나손의 『핵을 들고 도망친 101세 노인』(2019)론 • 264 - 역사의 뒤안길에서 확인하는 개인과 가족의 생명력 – 이민진의 『파친코』(2017)론 • 271 ▣ 지은이 오태호 1970년 서울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불연속적 서사, 중첩의 울림”)으로 등단했다. 2004년 “황석영 소설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성신여대 전임연구원과 계간 『시인시각』, 웹진 『문화다』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한국문학평론가협회)’과 2024년 ‘우수논문상(한국문예창작학회)’을 수상했으며, 평론집으로 『오래된 서사』, 『여백의 시학』, 『환상통을 앓다』, 『허공의 지도』, 『공명하는 마음들』, 『풍경의 그림자들』 등을 출간했다. 편저로 『동백꽃』, 『황석영』, 『이선희 소설 선집』, 『개마고원』, 『오영수 작품집』, 『조용만 작품집』, 『구상 시선』, 『정공채 시선』, 『계용묵 수필선집』, 『김기진 평론선집』, 『한효 평론선집』, 『북녘 마을의 사람 사는 풍경』, 『폐허에서 살아남기』 등이 있으며, 연구서로 『문학으로 읽는 북한』과 『한반도의 평화문학을 상상하다』, 『인공지능과 문예 창작』을 상재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 본문 중에서 『밤은 노래한다』는 일제 강점기의 청년들이 낭만적인 사랑과 꿈을 이어가기 어려운 시대적 현실을 포착한다. 그리고 그 엄혹한 고난 앞에서 펼쳐진 치열한 고투를 ‘밤의 노래’로 상징화하여 형상화한다. 1930년대처럼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과 전쟁으로 인해 현실적 고난이 이어지는 한 ‘김연수식 밤의 노래’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4쪽 ‘부루마불적 상상력’이란 모든 땅을 투자 개념으로 환원하여 자본의 논리로 영토를 확장하는 재산 증식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북한에도 자본주의적 ‘장마당’이 열리는 현실에 입각해 본다면 북한의 주택 역시 투자의 대상으로 호출될 수도 있을 것이다. 윤고은의 「부루마불에 평양이 있다면」은 이렇듯 북한을 매력적인 투자 공간으로 사유하는 남한의 2010년대식 욕망을 보여준다. ―71쪽 북한 텍스트에도 청춘 남녀의 연애담이 존재한다. 하지만 남한 텍스트에 익숙하게 드러나듯 ‘금기와 위반의 충동’이 아니라, 북한식 연애담은 개인의 사적 욕망에 앞서는 사회의 공적 담론의 성취가 핵심이다. 남대현의 『청춘송가』(1987)나 백남룡의 『벗』(1988) 등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청춘 남녀들은 다양한 내적 갈등을 내비치지만, 결과적으로 사적 욕망을 극복하여 성실하고 헌신적인 공산주의적 인간형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79쪽 누군가에게는 문학 작품 속 한반도의 평화통일이 절망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허구적 텍스트 속에서의 가상 통일이 늘 낭만적 미래를 현재화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일에 대한 상상의 물적 토대가 근거 없는 사상누각이 아니라 남북한의 구체적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면 문제는 자못 더욱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응준의 『국가의 사생활』(2009)과 장강명의 『우리의 소원은 전쟁』(2016)이 ‘뜨거운 감자’인 이유는 한반도의 분단 체제를 직시하면서 암울한 미래를 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83쪽 백남룡은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김정은의 ‘불멸의 여정’을 다룬 장편소설 『부흥』(2020)에 이르기까지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북한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서 그 명망을 이어오고 있다. 1990년대 이래로 ‘수령형상문학’ 중심의 장편소설을 창작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남룡은 북한 사회주의 체제가 요구하는 ‘주체문학’의 전범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백남룡 문학의 세계성’은 김일성 가계의 위대성을 찬양하는 ‘불멸의 역사’와 ‘불멸의 향도’, ‘불멸의 여정’ 등의 장편소설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초기 단편소설과 중편소설에서 주목했던 세대론적 갈등을 통해 제기되는 노동자 문제, 교육 문제, 가정과 사회의 불화 가능성 등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134쪽 리철의 단편소설 「더 높이 더 빨리」(『조선문학』, 2020. 5)는 북한 사회의 미래 지향을 보여주는 북한의 과학환상단편소설이다. 북한에서 ‘과학환상문학’은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전되고 현재에는 실현될 수 없는 최첨단 기술수단들이 련이어 개발될 미래의 생활을 묘사하는 특수한 문학”(황정상)으로 정의되면서 ‘미래의 생활’을 선제적으로 상상하는 텍스트를 말한다. 따라서 리철의 텍스트는 우회적으로나마 코로나 시기 봉쇄 정책으로 일관했던 북한 사회의 일단을 ‘과학환상’의 이름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152쪽 최근 북한 문학에서 강조되는 키워드 중의 하나는 세계화 시대의 욕망을 보여주는 ‘세계 일등의 지향’이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국내 1등을 넘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세계 1등을 거머쥐는 노력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서청송의 단편소설 「기폭에 빛나는 별」(『조선문학』, 2019. 1)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경기 우승자인 정성옥 선수의 이야기와 2015년 동아시아경기대회 여자축구대회 우승 이야기가 나오면서 고난의 행군 시기 이래로 체육인들에게 영양 식료품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던 안타까운 북한 사회의 현실을 그린 작품이다. ―182쪽 남한 문학은 질문하고 탐색한다. 반면에 북한 문학은 답변하고 가르친다. 남한 문학은 뿌리 뽑힌 현대인의 ‘존재의 뿌리’를 응시하며 인생을 성찰한다. 반면에 북한 문학은 모든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의 등식 속에 ‘김일성 수령의 가계’라는 체제의 뿌리로 환원한다. 그러므로 남한 문학은 존재의 뿌리에 대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산하고, 북한 문학은 체제의 뿌리로 문학적 상상력을 경직되게 수렴한다. ‘심근성 뿌리 같은 남한 소설’과 ‘천근성 뿌리 같은 북한 소설’은 존재태가 서로 다른 문학적 뿌리의 두 가지 양상을 보여준다. ―241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