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old)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
2024-10-07 교류/실천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Peace BAR Festival·미원평화상 수상자 발표
미원평화상 첫 수상 기관 ‘디 엘더스(The Elders)’ 선정
조인원 이사장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 열어가야”
‘세계평화의 날’ 발상지 경희학원은 평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 성찰적 전환 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기념식에서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 첫 수상자(기관)로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날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Facing Transformative Challenges: Thoughts on the Holistic Understanding of Our Times)’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문제의 실마리는 ‘정치’와 ‘민심’의 근간인 시민의식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을 열어가는 과업은 실존적 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지상명령(survival imperative)’일 것이다.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열어가는 역사의 한 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 전문 보기
경희학원,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 담아 ‘미원평화상’ 제정
경희학원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PBF를 개최한다. 올해는 9월 20일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 기념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세계평화 주간’을 선포하고 미래 세대, 석학,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The Future of Humanity, The Future of Planet Earth: In Search of Our Common Hope)’였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미원평화상 제정 경과보고 △미원평화상 기념 영상 “평화, 그 아름다운 원천을 찾아서” 상영 △수상자(기관) 발표 △수상자(기관) 소개 △감사패 수여(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 △기념사 △기념 음악 순으로 진행했다.
1981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는 인류 평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동서 양 진영은 세계평화의 해가 공표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986년 1월 1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신년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교환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을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경희학원은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구사회는 기후 위기, 핵전쟁 위협, 환경 파괴, 협력 정치 상실 등 중층·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지구적 난제들은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다. 진정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과제다. 조영식 박사는 보편적 우주 원리에 따라 지구공동체의 조화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미원평화상은 평화, 공존, 미래 희망에 대한 인류의 지속적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미원평화상 제정 의미를 설명한 후, 제1회 수상자(기관)를 발표했다.

디 엘더스,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제시
첫 수상의 영예는 ‘디 엘더스’에 돌아갔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한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설립 당시 “세계가 직면한 복합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 많고 독립적인 지도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디 엘더스는 안보상 위험에도 주요 분쟁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갈등 완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권력에 맞서 진실과 지혜를 피력하고, 글로벌 갈등과 과제에 대한 권위 있는 발언을 이어왔다. 보편적 인권과 공공 보건,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위협,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위험 등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에도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디 엘더스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그라사 마셸(Graça Machel) 여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부의장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르티 아티사리(Martti Ahtisaari) 전 핀란드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주교, 코피 아난(Kofi Annan)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 데니스 무퀘게(Denis Mukwege) 분쟁 관련 성폭력에 대한 글로벌 활동가,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전직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미원평화상의 의미, 평화 추구 통한 문명 전환은 인류 공동의 의무”
디 엘더스에는 세계적 조각가 박은선(사범대학 미술교육과(현 미술대학) 83학번) 동문이 제작한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시상식은 1981년 11월 3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해 오는 11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미원평화상은 2년마다 수여하며,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선정위원회의 선정 과정을 거쳐 경희학원 이사회가 수상자를 심의·의결한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보코바 위원장과 함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 박영신 경희학원 고황석좌,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전 연세대 총장),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를 위원으로 두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놀라운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가 일구어 온 지구사회 평화를 위한 지혜와 용기, 헌신적 노력은 전환의 시대를 맞은 인류사회,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영감과 도전 의식을 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인류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과 ‘위기 대처’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지구 행성을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특별 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 대처는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수사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과 폭력, 기아와 질병, 생태와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위기의 진실과 위기 대처의 긴급성을 알리고, ‘희망’ 아니면 ‘굴복’이라는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피력해 온 그는 올해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평화 문화 구축(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지난 세기 핵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 냈듯이 새로운 전환적 기류를 만들어 내야 할 때임을 역설한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원로 과학철학자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의 표현처럼 “진화 혹은 절멸”이라는 전례 없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몇 년간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지구 운명의 날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아이러니나 경멸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심을 느껴야 할 시간이다”라는 경고를 연이어 내놨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절박한 경고에도 국제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배출한 온난화 가스는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Th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추정에 따르면, 핵탄두 총량은 2021년 1만 3천여 기를 넘어섰다. 최근 몇 나라의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있었다. 지난 수십 년, 학계에서 회자하는 ‘거대한 머뭇거림(Great Dithering)’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와 핵 재앙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 왔다. 이들 문제는 이미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과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초대형 문제들이 이젠 지엽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섰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 핵과 함께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 과거 명칭 UFO)에 주목했다. UAP 존재 여부를 두고 두 차례 열린 미 하원 청문회, 인간 아닌 지적 존재(non-human Intelligence; NHI)와 우주선 역공학에 관한 증언, 미 상·하원이 합의한 UAP 정보 공개 법안(UAP Disclosure Act) 처리,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최고위 정보 당국 전직 수장들의 미확인 비행물체 인정 발언 등은 인류보다 앞선 고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UAP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천동지(a sea change)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서 조 이사장은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의 전환적 난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복합적 산물이다.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문제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의 현대사회가 세계를 바라보는 의식 문제다. 현실 인식 문제다. 그 문제의식이 문명사적 난제에 얽힌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 내적으로 연결된 물질과 자연·의식 세계의 유기적 관계를 깊이 헤아리는 노력, 문명사적 함의를 통합적으로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때만이 현대사회의 성장과 팽창의 역사와 함께 우리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계와 환원, 기계론적 인과론, 선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전일사관(全一事觀),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 지닌다”
조 이사장은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대사회의 성장 신화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문명 진보가 깊어질수록 지구적 난제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의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야 할 때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고정불변의 의식은 인류와 자연 통사(通史)에 얽힌 복잡한 원인·결과의 상관관계를 포괄할 수 없다”면서 전일사관의 시대적 의미의 중요성을 공유해가는 것이 시대의 전환 국면을 만들어내는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전체는 하나다(All is one)’,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대명제에서 시작하는 전일사관은 고대 자연철학으로부터 오늘의 양자 과학, 유기체론, 일반체계론에 스며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양자 세계는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과 결맞음을 말한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인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희의 서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국제정세의 혼돈과 한국전쟁 시기에 출범한 경희는 비운의 전쟁사, 문명사를 헤쳐 갈 준거로 “주리(主理)”와 “주의(主意)”의 세계를 말했다. 주리의 세계는 대자연과 우주의 이치가 인간사를 형성해 가는 세계를 말한다. 주의의 세계는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내면에 쌓아 가는 의식과 의지의 세계다. 물질과 의식 세계의 ‘불가분성’. 그 이치를 토대로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전승화(全乘和)” 세계관을 구축했다.
조 이사장은 “전승화 철학의 근저엔 양자 과학의 상호 연결과 궁극적 결맞음의 세계관이 있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변환(變換) 이치와 조화를 이룬 보편의지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계를 ‘실존적 전일사관’, 혹은 ‘전일의 실존 세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의 시원에서 비롯된 원천 의식을 회고하는 마음. 전환적 기류의 미래를 오늘로 불러오는 일. 이를 근거로 내일의 활로를 열어가는 일. 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를 향한 세계 시민사회의 뜻과 의지, 열의와 실천이 더욱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강조하면서 기념사를 마쳤다. 그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갈등과 대립,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는 평화”를 비롯해 “소외와 불안의 정조(情調)를 추슬러 가는 평화”, “기후, 핵, UAP와 같은 실존적 위협, 존재론적 충격을 감내할 전환적 역사의 지평을 여는 평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인간 의식의 평화”를 포괄한다. 특히 시민 개개인이 열린 마음으로 상황의 제약과 한계를 마주하면서 의식과 실천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포괄적 평화를 수렴하는 것은 경희의 설립 서사인 ‘전일의 세계관’과 모든 ‘존재의 평화’를 지향하는 내면의 ‘성찰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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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 집-궁전 르코르뷔지에 지음, 이관석 옮김 | 152×225 312쪽 | 무선 | 24,000원 2026년 7월 14일 | ISBN 978-89-8222-839-1 (03540) ▣ 책 소개 근대건축을 선도한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1928년에 발표한 선언적 저서 《집-궁전: 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Une Maison―Un Palais: À la recherche d'une unité architecturale)》가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되었다. 번역을 맡은 이관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저서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등으로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술도서에 세 차례 선정되는 등 다양한 저술 활동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건축학회 특별상을 수상한, 국내 르코르뷔지에 연구의 대표적 학자다. 르코르뷔지에가 이 책을 쓴 배경에는 1927년 제네바 국제연맹 청사 국제공모전이 있다. 건축 예술의 쇄신을 보여준 르코르뷔지에의 계획안은 377개 응모작 중 1등으로 추천되지만,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보수 아카데미의 조직적 음모에 밀려 공동 당선작으로 격하된다. 르코르뷔지에는 강연 형식을 빌린 이 책을 통해 국제적 논쟁이 된 야합의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자신의 작업에 담긴 건축적 의미와 가치를 당당히 증명한다. 흑백 사진과 건축 도면, 스케치와 드로잉, 신문 기사와 청원서 등을 함께 수록한 이 책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적 사유와 실천이 담긴 중요한 자료집이기도 하다. ▣ 출판사 리뷰 근대건축을 선도한 르코르뷔지에의 감춰진 명저, 국내 최초 완역 보수 아카데미의 음모에 맞선 르코르뷔지에의 가장 뜨거운 변론 ◼ 건축 기득권의 허영을 깨부순 선언, “집은 궁전이고, 궁전은 집이다” 이 책의 제목 ‘집-궁전’을 처음 접하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평범한 개인이 몸을 누이는 소박한 공간과 절대 권력이 누리는 화려한 공간을 나란히 연결한 저자의 의도가 쉽게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도발적인 제목이야말로 르코르뷔지에의 핵심 건축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 이 책의 원제 Une Maison-Un Palais를 직역하면 ‘한 채의 집-하나의 궁전’ 정도로 옮길 수 있다. 이를 더 자연스럽게 풀어 보면, ‘집이자 궁전’, ‘집 그러나 궁전 같은 곳’ 정도가 된다. 르코르뷔지에에게 집은 궁전과 다른 게 아니었다. 집과 궁전 모두 정신과 마음이 빚어낸 하나의 종합적 산물이며, 역사를 흉내 내거나 유행을 좇지 않고 직관과 이성이 함께 작동해 완성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고 본 것이다. 최대의 경제성과 최대의 강도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집은 곧 궁전이 될 수 있었다. 르코르뷔지에가 말하는 ‘기념비성’ 역시 규모나 재료의 비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형태들이 조화로운 법칙 속에 배열되는 데서 비롯된다. 그는 전통적·관습적 건축만을 고수하는 보수 아카데미가 만들어낸 건축을 천박한 허영의 산물로 간주하며, 그것은 기계 문명의 시대에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고 일갈한다. 책의 부제 ‘건축의 통일성을 찾아서’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랑스어 ‘palais’는 궁전뿐 아니라 국가기관의 청사를 뜻하기도 한다. 르코르뷔지에는 국제연맹 청사를 소수 권력자를 위한 권위의 공간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린 ‘집’으로 새롭게 제안했다. 진정한 고귀함을 상징하는 궁전의 정신을 세계인을 위한 집에 담아내겠다는 르코르뷔지에의 의도가 집과 궁전이란 두 단어를 같은 무게로 나란히 세운 제목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집은 하나의 궁전이다. … 궁전은 하나의 집이다. 나에게 남은 과제는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 우리는 집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통일성의 원리라는 절박함 속에서, 궁전은 집이 될 것이다.” ―본문 중에서 ◼ 새로운 건축을 향한 도전, “건축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르코르뷔지에는 이 책에서 공모전 심사 과정의 불투명성과 시대에 뒤떨어진 절충주의 건축을 우대한 부당함을 지적하는 한편, 새로운 국제 질서를 상징하는 건물이라면 마땅히 현대의 기술과 합리성, 기능성과 위생, 표준화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국가의 전통 양식이 아닌 보편적·국제적 건축, 그것이 르코르뷔지에가 국제연맹 청사에 요구한 시대정신이었다. 당시 르코르뷔지에는 슈투트가르트의 바이센호프 시범주택단지에 주택을 지으면서 필로티, 자유로운 평면, 자유로운 입면, 수평 띠창, 옥상정원으로 요약되는 ‘새로운 건축의 다섯 가지 요점’을 발표하며 건축가로서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이 원칙들은 국제연맹 청사 계획안에도 그대로 적용되었고, 그는 아카데미의 형식 대신 동선·음향·시야·조명·냉난방 등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분석해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을 취했다. 르코르뷔지에는 “분류된 기둥, 필라스터, 박공, 처마 장식” 같은 아카데미의 형식들을 거짓된 것, 나아가 “위험한 시체”라 단언하며 이를 전면 거부했다. 그가 내세우는 미학, 즉 “선의 서정성, 구성의 시적 질서, 자연에 대한 헌신, 정직하고 대담한 건설, 빛의 충만한 확산, 기생적 요소의 차단, 배정된 예산을 정확히 지키는 근본적 성실성”은 양식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이며, 한 개인의 정신적 태도의 발현이었다. 이로써 르코르뷔지에는 ‘궁전’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위선과 타락으로부터 건축을 책임과 정직함의 문제로 되돌려 놓았다. 결과적으로 르코르뷔지에는 국제연맹 청사에 이어 국제연합 본부, 유네스코 본부까지 세계 평화를 상징하는 건축 공모전에서 연이어 선정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그는 자신의 건축적 신념, 즉 기능과 미학, 구조와 기술, 장소성과 문화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원칙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 르코르뷔지에의 사유와 실천을 담은 생생한 기록 이 책은 1928년 출간 이후 프랑스어와 일본어로만 소개되었을 뿐, 영역본조차 나오지 않은 채 오랫동안 묻혀 있었다. 보수적 건축 집단과 공모전 집행부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내용 때문이었다. 이는 르코르뷔지에의 다른 저서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가 프랑스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판한 장 때문에 영역본 출간이 9년이나 미뤄지고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던 사정과도 겹친다. 화려한 성취 이면에 가려진, 시대와 불화했던 르코르뷔지에의 또 다른 얼굴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글로 설명된 원칙과 이미지로 증명된 실증이 나란히 놓이면서, 독자는 르코르뷔지에가 국제연맹 청사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건축적 통일성을 문장과 도면 양쪽에서 동시에 체감하게 된다. 글과 사진, 도면, 스케치 등이 어우러진 이 구성 자체가 ‘집-궁전’이라는 제목이 말하는 조화의 정신을 책의 물성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부록에 실린 기사 내용과 르코르뷔지에와 경쟁했던 이들의 계획안, 청원서, 성명서 등은 당시 분위기와 상황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이관석 교수는 <옮긴이의 말>에서 “건축의 본질에 충실해야 하는 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없는 과제”라고 강조하며, “깊은 이해와 비판적 사고가 약화되고, 본질보다 자극적인 형식과 스타일에 집중하며, 경험의 균질화로 다양성이 줄어드는 시각 위주”의 세태 속에서 건축의 고전(古典)인 이 책이 깊이 사유하는 훈련의 기준점이 되어줄 것이라고 역설했다. 건축의 본질과 시대정신을 치열하게 탐구하며 새로운 건축의 탄생을 선언한 르코르뷔지에의 사유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그의 건축 철학을 가장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안내서이다. ▣ 차례 1부 명제 7 2부 설명 96 3부(부록) 아카데미의 목소리 190 저승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210 국제연맹의 길 215 옮긴이의 말 290 미주 300 ▣ 지은이 _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본명은 샤를에두아르 잔느레이다. 1887년 스위스의 작은 도시 라쇼드퐁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미술학교를 다녔다. 1917년에 파리에 정착해 1965년에 78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크고 작은 건축·도시작품을 계획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 작품이 실현되었다. 2016년에 사부아 저택, 마르세유의 위니테 다비타시옹, 롱샹 성당, 라투레트 수도원을 포함한 그의 건축 작품 1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건축을 향하여》, 《도시계획》, 《오늘날의 장식예술》, 《프레시지옹》, 《빛나는 도시》, 《모듈러》, 8권의 《작품전집》 등을 비롯해 50여 권의 저서를 남겼다. 회화와 조각 작품도 많이 남겼으며, 《타임》에서 선정한 ‘20세기를 빛낸 100인’ 가운데 유일한 건축가다. ▣ 옮긴이 _ 이관석 경희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벨빌건축학교에서 투철한 근대건축 정신으로 무장한 앙리 시리아니가 리더인 교수들의 모임 그룹 우노(Groupe UNO)의 스튜디오에서 건축설계를 수학했고, 파리1-판테온소르본대학교 박사과정에서 근현대 건축사와 현대 뮤지엄 건축을 연구했다.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가이자 예술사학 박사로서 현재는 학생들과 건축을 교감하고 있다. 저서로 《빛을 따라 건축적 산책을 떠나다》, 《한국현대건축편력》, 《르코르뷔지에, 근대건축의 거장》,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정의》,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현대 뮤지엄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수업》, 《뮤지엄, 공간의 탐구》,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자연광과 지속가능성》, 《장식과 근대 건축》 등이 있으며, 역서로 《건축을 향하여》, 《프레시지옹》, 《오늘날의 장식예술》, 《느림의 건축을 위하여》, 《작은 집》, 《대성당들이 희었을 때》 등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이 건축의 순간은 더 이상 기계 이전 시대를 맹목적으로 답습하는 보수적 아카데미의 썩어가는, 시체 냄새 풍기는 생산물 속에 존재하지 않는다. 건축은 시대정신의 산물이다. 건축은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에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8쪽 집이 하나의 유형이라는 단언은 지금 이 혼란의 시대에 반드시 짚고 넘어갈 가치가 있다. 19세기와 20세기의 연속적이고 수많으며 빠르고 때로는 번개 같은 발견들이 사회의 기초를 뒤흔들고, 우리의 이성과 감수성을 교란시켰다. 그 결과, 죽은 것과 살아있는 것, 굳어진 공식과 가장 대담한 전망들이 뒤엉킨 불협화음의 결산이 우리 앞에 놓였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신이 우리에게 왔다. 그것은 우리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각과 과거에 대한 연구로부터 비롯됐다.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고,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인간이 출현했다는 것이다. ―46쪽 기계주의의 돌풍 아래, 지금까지 통용되어 온 모든 수단이 무너져 내리자, 더 이상 과거의 궁전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됐다. 게다가 최근 수십 년간 아카데미들이 산출해 낸 궁전은, 궁전이라는 말의 의미를 끔찍하게 더럽혔다. 궁전은 더 이상 고귀함의 상징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로지 천박한 허영의 이미지에 지나지 않았다. 궁전은 어떤 건전한 정신, 어떤 순결한 영혼에게도 합당하지 않았다. 궁전은 이미 부패해 구더기들이 들끓는 썩은 스튜와 같았다. 기계주의 시대의 우리 인간의 위장은, 그렇게 부패 직전의 음식을 더는 소화할 수 없다. ―64쪽 예산은 낭비되고, 과시를 위해 돈은 창밖으로 던져졌다. 건축이라는 진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단지 하나의 유행, 형식적인 정신놀음, 한때 생명을 불어넣었던 정당한 활력과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없는 서정적인 형상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여기 인간 정신의 가장 비열한 상태인 거짓, 허영, 과장이 드러난다. ―65쪽 우리는 과거로부터 힘을 얻었다. 왜냐하면 과거는 우리에게, 지속적인 명료함과 균형의 조건 속에서 집은 하나의 유형임을, 그 유형이 순수할 때 진정한 건축의 저장인 건축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며, 궁전의 존엄에까지 이룰 수 있음을 증명해 주었기 때문이다. ―78쪽 집은 하나의 궁전이다. (…) 궁전은 하나의 집이다. 나에게 남은 과제는 그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내가 여러분께 말씀드릴 제네바의 궁전은 나라들의 집, 곧 국제 사회의 행정의 집이다. 그것은 하나의 유기체이며, 특정한 목적을 향한 기계다. 그것은 거주를 위한 기계다. ―88쪽 집은 궁전이다. 이것이 지금 진행 중인 논의다. 우리는 집을 궁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통일성의 원리라는 절박함 속에서, 궁전은 집이 될 것이다. 국제연맹 청사 건립을 위한 국제 설계공모전은 거대한 실험의 기회였다. ―90쪽 오늘날 우리 시대는 무엇보다도 빛을 필요로 한다. 이제 정주하는 존재가 된 우리는 빛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과업의 문턱에서 우리는 우리 안에서나 주위에서나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현대적인 행동 프로그램이며, 특히 국제연맹 프로그램 그자체다. ―112쪽 우리는 어떤 아카데미 공식도 쓰지 않았다. 분류된 기둥, 필라스터, 박공, 처마 장식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 요소들은 모두 거짓이기 때문이다. 그 거짓을, 국제연맹 고등사무국과 이 건축 문제에 관여한 대사들은 건축의 살이라 부르지만, 나는 그것을 시체, 위험한 살이라 부른다. ―188쪽 선들의 서정성, 구성의 시적 질서, 자연에 대한 헌신적 행위, 건축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하게 품위 있는 자세로 맞서는 것, 정직하고 대담하게 건설하는 행위, 빛을 구석구석까지 퍼뜨리는 행위, 모든 기생적 요소의 길을 차단하는 행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정직한 사람의 가장 근본적인 성실성, 즉 배정된 예산에 정확히 맞는 비용으로 건물을 설계하는 것(세 배, 네 배가 아니라! 오, 조약과 법을 수호하는 국제연맹이여!)—이러한 미학은 아카데미즘의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윤리의 표현이다. 그것은 한 개인의 정신적 상태의 표현이며, 개인적 태도의 발현이다. ―188쪽 이 공모전 사건의 초기부터 관여한 한 인물은 이렇게 말했다. “이 공모전은 처음부터 짜여 있었다. 아카데미가 실행자로 내정되어 있었으며, 공모전은 단지 허울이었다. 게다가 국가적 야망이 거칠게 표출되자, 정치적 이해를 충족시키려 네 건축가를 타협안으로 정한 것이다. 선택된 것은 공모안이 아니라, 특정 국가와 아카데미 건축가들이었다. (공모전이라는 희극은 337명의 참가자에게 2,000만 프랑 이상을 허비하게 했다!)” 세계 언론은 이 술책을 가리켜 “청사 스캔들”이라고 불렀다. ―219~2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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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명작이 주는 감동과 울림의 문장 수업 이병수 지음 | 140*200 240쪽 | 무선 | 18,000원 | 2026년 7월 10일 ISBN 978-89-8222-830-8 (03800) ▣ 책 소개 오셀로, 안티고네, 마담 보바리, 죄와 벌, 동물농장, 신곡,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의심하고, 질투하고, 욕망하는 존재인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 삶을 채우는 고전 읽기 두 번째 수업! 지적이고 아름다운 문장으로 풀어가는 영미 유럽 명작 고전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의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다. 『동사 수업』으로 독자들에게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전한 이병수 교수가 이번에는 『문장 수업』으로 돌아왔다. 『문장 수업』은 셰익스피어의 『오셀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단테의 『신곡』,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인류의 지적 유산으로 남은 18편의 고전 명작을 통해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을 탐색하는 책이다. ‘선택하다’, ‘신뢰하다’ ‘고백하다’ ‘복수하다’ ‘질투하다’ ‘실성하다’ ‘창조하다’와 같은 동사를 키워드로 삼아 고전 속 문장을 새롭게 읽어낸다. 전작 『동사 수업』이 인간의 밝고 긍정적인 면을 조명했다면, 『문장 수업』은 인간 내면의 불안과 욕망, 질투와 후회, 죄의식과 구원 등 복잡하고 어두운 감정까지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독자를 이끈다. 저자 이병수 교수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문학 철학 언어를 넘나드는 강의를 진행해 왔으며,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신곡』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장미의 이름』 등 50여 편의 고전 명작을 해설한 강의로 수년간 독자와 수강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어 왔다. 이 책을 쓴 주된 이유도 수업을 듣고 그 감동을 책으로 읽고자 하는 여러 수강생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읽는다는 것은 우주를 해석하는 일이다” 저자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문학의 주된 질문은 ‘인간은 왜 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에 어떻게 사유하는 인간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그는 이런 질문에 “전공이나 취업 등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지 말고 백 권 정도의 고전 명작을 읽으세요”라고 답한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정보를 대신 생산하는 시대일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더 깊은 사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고전 명작 속 문장들을 통해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위해 선택하고 사랑하며 견뎌야 하는지를 묻는다. 또한 작품의 배경과 작가의 삶, 핵심 문장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석을 통해 독자들이 고전을 자신의 삶으로 끌어올 수 있도록 돕는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는 ‘읽는다는 것은 우주를 해석하는 일이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우주는 우리가 읽어야 할 책이고, 읽기는 우주의 삼라만상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문장 수업』은 더 넓은 세계를 이해하고 더 품위 있는 인간으로 성장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가장 지적이고 아름다운 고전 읽기의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 차례 들어가는 말 Ⅰ 선택 기다리다, -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 거부하다, - 알베르 카뮈, 『페스트』 선택하다, - 소포클레스, 『안티고네』 복수하다, - 오노레 드 발자크, 『고리오 영감』 Ⅱ 신뢰 의심하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질투하다, -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욕망하다, -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 믿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Ⅲ 고백 고백하다,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정화하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연옥 편) 숭배하다, -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Ⅳ 고난 굶주리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실성하다, - 유진 오닐, 『밤으로의 긴 여로』 죽다, -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구원받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천국 편) Ⅴ 창조 읽다, -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경탄하다, - 버지니아 울프, 『등대로』 창조하다 - 제임스 조이스, 『젊은 예술가의 초상』 • 번역/인용문 출처 표기 ▣ 지은이 : 이병수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수로 재직하며, 필수 교과목 가운데 하나인 ‘인간의 가치 탐색’을 중심으로 문학, 철학, 언어를 아우르는 강의와 연구를 진행해 왔다. 프랑스 Montpellier III 대학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서양의 문예에 대한 다수의 연구논문을 썼다. 주로 고전과 유럽 문명 강의로 이름을 알렸으며, 이 외에도 시니어 인문대학 특강은 삶의 지평을 높이는 인문학 강의로 평가받고 있다. 수원선경도서관 등에서 50편이 넘는 고전 명작에 대한 강의를 수년간 인기리에 진행했다. 저서로 『동사 수업』, 역서와 공저로 『행복은 어디에 있나요』, 『드라큘라』, 『청춘은 책의 날개 위에 꽃핀다』 등이 있다. 『동사 수업』과 『문장 수업』은 ‘고전’에 대한 사색의 글이다. ▣ 책 내용 들어가는 말_나는 종종 학생들에게 진심을 담아 호기롭게 말한다. “전공이나 취업 등을 위해서만 시간을 쓰지 말고 백 권 정도의 고전 명작을 읽으세요. 그러면 여러분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렇다. 고전 명작을 읽는 일은 완전히 다른 인간이 되는 최고의 방법이다. 그것도 현재의 나보다 월등히 품위 있고 지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탁월한 방법이다._이병수(저자) 선택_선택은 가치판단이다.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를 실현하는 일이다. 여기 두 여인이 삶과 죽음을 가르는 선택 앞으로 서로를 눈물로 위로하는 장면이 있다. 그녀들은 기구한 운명을 안고 태어난 자매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언니 안티고네는 죽음의 길을 선택하고, 동생 이스메네는 목숨을 구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언니는 왜 죽음을 불사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된 걸까?_[선택하다, 40쪽] 신뢰_플로베르는 불륜이라는 통속적인 소재를 축으로 삼아 순수하면서도 정열적인 엠마를 내세워 인간의 행복과 불행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또한 과대망상, 자기 환상을 뜻하는 보바리즘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게 만든 이 소설은 육체와 정신이 빚어내는 욕망의 본질에 대해 해부하고 있다. …욕망은 현실을 왜곡한다. 결혼한 후 엠마가 불행하다고 느끼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_[욕망하다, 91-92쪽] 고백_아름다움은 그의 일생에서 최고의 가치다. 그는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두 가지를 숭배했다. 젊음과 예술이었다. …도리언은 훤칠하고 백옥같이 고운 피부와 붉은 입술, 날카로운 콧날을 가진 젊은이로 누구나 흠모하는 외모를 가졌다. 이십 대의 청년임에도 십 대처럼 순수해 보이는 도리언은 여인들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찬탄의 대상이었다. _[숭배하다, 140-141쪽] 고난_아버지와 아들은 술에 취해 있고,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엄마 메리는 솜씨 서툰 여학생이 연주하는 것처럼 쇼팽의 왈츠 곡을 연주하다가 갑자기 가족들이 있는 거실의 문간으로 나온다. 그런 모습을 보며 큰아들 제이미가 외친다. ‘오필리어 등장!’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사랑 때문에 미친 사람이 되고, 결국 물에 빠져 익사하는 비극적인 인물 오필리어에 자기 어머니를 비유한 것이다._[실성하다, 170쪽] 창조_바이올린이나 기타, 피리처럼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악기들은 속이 다 비어 있다. 울림의 현상인 공명(共鳴)은 특정한 진동수에서 커다란 진폭으로 소리가 나는 것을 말한다. 그 울림의 소리는 빈 공간에서만 발생한다. 나의 몸과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생각이 많으면 사고의 속도가 느리고 질서를 잃게 된다. 머릿속이 복잡하여 번뇌에 시달리게 되면 몸의 감각도 무뎌진다. 그러므로 의식이 혼돈을 겪고 있을 때는 마음의 울림을 느끼기 어렵다. 감탄의 탄성은 몸과 마음이 비워져 가벼워질 때 발생하는 울림의 현상이다._[경탄하다, 218-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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