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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

2024-10-07 교류/실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 기념식에서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Peace BAR Festival·미원평화상 수상자 발표
미원평화상 첫 수상 기관 ‘디 엘더스(The Elders)’ 선정
조인원 이사장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 열어가야”


‘세계평화의 날’ 발상지 경희학원은 평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 성찰적 전환 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기념식에서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 첫 수상자(기관)로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날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Facing Transformative Challenges: Thoughts on the Holistic Understanding of Our Times)’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문제의 실마리는 ‘정치’와 ‘민심’의 근간인 시민의식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을 열어가는 과업은 실존적 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지상명령(survival imperative)’일 것이다.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열어가는 역사의 한 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 전문 보기


경희학원,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 담아 ‘미원평화상’ 제정
경희학원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PBF를 개최한다. 올해는 9월 20일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 기념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세계평화 주간’을 선포하고 미래 세대, 석학,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The Future of Humanity, The Future of Planet Earth: In Search of Our Common Hope)’였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미원평화상 제정 경과보고 △미원평화상 기념 영상 “평화, 그 아름다운 원천을 찾아서” 상영 △수상자(기관) 발표 △수상자(기관) 소개 △감사패 수여(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 △기념사 △기념 음악 순으로 진행했다.


1981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는 인류 평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동서 양 진영은 세계평화의 해가 공표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986년 1월 1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신년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교환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을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경희학원은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구사회는 기후 위기, 핵전쟁 위협, 환경 파괴, 협력 정치 상실 등 중층·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지구적 난제들은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다. 진정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과제다. 조영식 박사는 보편적 우주 원리에 따라 지구공동체의 조화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미원평화상은 평화, 공존, 미래 희망에 대한 인류의 지속적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미원평화상 제정 의미를 설명한 후, 제1회 수상자(기관)를 발표했다.


경희학원은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고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제1회 수상자(기관)는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수상자 발표 후,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디 엘더스,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제시
첫 수상의 영예는 ‘디 엘더스’에 돌아갔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한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설립 당시 “세계가 직면한 복합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 많고 독립적인 지도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디 엘더스는 안보상 위험에도 주요 분쟁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갈등 완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권력에 맞서 진실과 지혜를 피력하고, 글로벌 갈등과 과제에 대한 권위 있는 발언을 이어왔다. 보편적 인권과 공공 보건,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위협,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위험 등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에도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디 엘더스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그라사 마셸(Graça Machel) 여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부의장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르티 아티사리(Martti Ahtisaari) 전 핀란드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주교, 코피 아난(Kofi Annan)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 데니스 무퀘게(Denis Mukwege) 분쟁 관련 성폭력에 대한 글로벌 활동가,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전직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 미원평화상 첫 수상자(기관)로 선정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미원평화상의 의미, 평화 추구 통한 문명 전환은 인류 공동의 의무”
디 엘더스에는 세계적 조각가 박은선(사범대학 미술교육과(현 미술대학) 83학번) 동문이 제작한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시상식은 1981년 11월 3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해 오는 11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미원평화상은 2년마다 수여하며,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선정위원회의 선정 과정을 거쳐 경희학원 이사회가 수상자를 심의·의결한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보코바 위원장과 함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 박영신 경희학원 고황석좌,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전 연세대 총장),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를 위원으로 두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놀라운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가 일구어 온 지구사회 평화를 위한 지혜와 용기, 헌신적 노력은 전환의 시대를 맞은 인류사회,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영감과 도전 의식을 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인류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과 ‘위기 대처’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


미원평화상은 2024년 경희학원이 제정했다. 경희국제재단이 2022년 제안하면서 제정 논의를 본격화했고, 경희학원은 경희국제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미원평화상 제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수상자(기관)에는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경희학원은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지구 행성을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특별 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 대처는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수사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과 폭력, 기아와 질병, 생태와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위기의 진실과 위기 대처의 긴급성을 알리고, ‘희망’ 아니면 ‘굴복’이라는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피력해 온 그는 올해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평화 문화 구축(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지난 세기 핵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 냈듯이 새로운 전환적 기류를 만들어 내야 할 때임을 역설한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원로 과학철학자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의 표현처럼 “진화 혹은 절멸”이라는 전례 없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몇 년간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지구 운명의 날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아이러니나 경멸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심을 느껴야 할 시간이다”라는 경고를 연이어 내놨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절박한 경고에도 국제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배출한 온난화 가스는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Th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추정에 따르면, 핵탄두 총량은 2021년 1만 3천여 기를 넘어섰다. 최근 몇 나라의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있었다. 지난 수십 년, 학계에서 회자하는 ‘거대한 머뭇거림(Great Dithering)’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와 핵 재앙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 왔다. 이들 문제는 이미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과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초대형 문제들이 이젠 지엽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섰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 핵과 함께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 과거 명칭 UFO)에 주목했다. UAP 존재 여부를 두고 두 차례 열린 미 하원 청문회, 인간 아닌 지적 존재(non-human Intelligence; NHI)와 우주선 역공학에 관한 증언, 미 상·하원이 합의한 UAP 정보 공개 법안(UAP Disclosure Act) 처리,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최고위 정보 당국 전직 수장들의 미확인 비행물체 인정 발언 등은 인류보다 앞선 고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UAP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천동지(a sea change)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서 조 이사장은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의 전환적 난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복합적 산물이다.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문제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의 현대사회가 세계를 바라보는 의식 문제다. 현실 인식 문제다. 그 문제의식이 문명사적 난제에 얽힌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 내적으로 연결된 물질과 자연·의식 세계의 유기적 관계를 깊이 헤아리는 노력, 문명사적 함의를 통합적으로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때만이 현대사회의 성장과 팽창의 역사와 함께 우리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계와 환원, 기계론적 인과론, 선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행사는 기념 음악으로 마무리됐다. 음악대학은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4중주, Op. 47(4악장)과 가곡 <I Believe>(Eric Levi 작사·작곡)를 공연했다.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해당 장르의 역사에서 새 흐름을 만들어낸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존의 틀을 깨는 슈만의 창조적 의식을 공유하면서 곡을 함께 감상했다.


“전일사관(全一事觀),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 지닌다”
조 이사장은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대사회의 성장 신화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문명 진보가 깊어질수록 지구적 난제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의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야 할 때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고정불변의 의식은 인류와 자연 통사(通史)에 얽힌 복잡한 원인·결과의 상관관계를 포괄할 수 없다”면서 전일사관의 시대적 의미의 중요성을 공유해가는 것이 시대의 전환 국면을 만들어내는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전체는 하나다(All is one)’,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대명제에서 시작하는 전일사관은 고대 자연철학으로부터 오늘의 양자 과학, 유기체론, 일반체계론에 스며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양자 세계는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과 결맞음을 말한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인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희의 서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국제정세의 혼돈과 한국전쟁 시기에 출범한 경희는 비운의 전쟁사, 문명사를 헤쳐 갈 준거로 “주리(主理)”와 “주의(主意)”의 세계를 말했다. 주리의 세계는 대자연과 우주의 이치가 인간사를 형성해 가는 세계를 말한다. 주의의 세계는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내면에 쌓아 가는 의식과 의지의 세계다. 물질과 의식 세계의 ‘불가분성’. 그 이치를 토대로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전승화(全乘和)” 세계관을 구축했다.


조 이사장은 “전승화 철학의 근저엔 양자 과학의 상호 연결과 궁극적 결맞음의 세계관이 있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변환(變換) 이치와 조화를 이룬 보편의지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계를 ‘실존적 전일사관’, 혹은 ‘전일의 실존 세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의 시원에서 비롯된 원천 의식을 회고하는 마음. 전환적 기류의 미래를 오늘로 불러오는 일. 이를 근거로 내일의 활로를 열어가는 일. 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를 향한 세계 시민사회의 뜻과 의지, 열의와 실천이 더욱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강조하면서 기념사를 마쳤다. 그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갈등과 대립,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는 평화”를 비롯해 “소외와 불안의 정조(情調)를 추슬러 가는 평화”, “기후, 핵, UAP와 같은 실존적 위협, 존재론적 충격을 감내할 전환적 역사의 지평을 여는 평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인간 의식의 평화”를 포괄한다. 특히 시민 개개인이 열린 마음으로 상황의 제약과 한계를 마주하면서 의식과 실천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포괄적 평화를 수렴하는 것은 경희의 설립 서사인 ‘전일의 세계관’과 모든 ‘존재의 평화’를 지향하는 내면의 ‘성찰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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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I(범용인공지능)의 탄생을 코앞에 두고 과거 ‘무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시대를 말한 칸트의 경고가 현실로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문명의 기초를 놓은 계몽주의의 핵심은 이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정보화 사회는 인간 이성과 지식 확장을 넘어서, 현재는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성을 소외시키는 아이러니를 초래하고 있다. 오늘날 이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 모두가 불확실성과 위험에 처해 있기에, 계몽주의의 사상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기에 적합한 시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탈-진실(post-truth)’은 계몽주의의 합리성과 진리 추구의 가치를 위협하며, 반대로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연구 총서 5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인 계몽주의를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그것이 배제한 것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계몽주의를 재조명하는 일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과거의 유산에 대한 점검이며, 미래 문명을 위한 출발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사회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묻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여기 실린 9편의 글을 통해서 계몽주의와 관련하여 되돌아보아야 할 문제들과 현대에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할 가치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계몽주의 정신의 핵심과 비판적 계승을 다룬 9편의 글 제1부 계몽주의의 이념적 정초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 (이한구) 열린사회의 뿌리가 계몽주의에 있으며, 계몽적 기획의 발전 형태임을 비판적 이성, 자유주의, 인권이라는 세 가지 연결고리를 통해 논증한다. 또한 계몽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적 이성과 도구적 이성의 균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 (신중섭)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는 사익을 단순한 이기심이 아닌 인간 내면의 공감 능력과 도덕 감정을 기반으로 한 질서를 토대로 해석했다. 이는 복합적 자유주의 모델로, 오늘날의 정치철학과 경제윤리 논의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 (정용덕) 계몽주의가 근대국가 형성에 미친 사상적・제도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근대국가 형성의 특성을 영토 전역에 대한 합법적 폭력의 독점과 대외적 주권 확립, 행정의 관료제화, 국민 통합 이데올로기화로 일반화하며 이 모든 요소가 계몽주의 이념과 긴밀함을 설명한다. ∎〈계몽주의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 (강학순) 계몽주의의 현대적 갱신 가능성을 분석하고 ‘계몽 2.0’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의 필수 실천 과제로 생태적 감수성, 감정과 정서의 중요성, 제국주의적 잔재 성찰, 세계 시민성 등을 제시한다. 제2부 계몽주의의 비판적 계승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 (정제기)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나타난 ‘탈진실(post-truth)’ 현상과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의 의미를 탐구한다. 칸트의 ‘스스로 생각하라’는 명제는 가짜 뉴스, 확증편향, 군중심리 조장 등으로 점철된 현대 정보 환경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 (김현구) 18세기 유럽 계몽주의로 유발된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우리는 근대 초입 일제의 식민 지배로 지적 전통이 단절・왜곡된 상태에서 서구의 근대 학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계몽주의가 배타적 ‘지배 논리’로 기능해서는 안 되며 ‘다원적 보편주의’로 나아가야 함을 논한다.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 (이한구) 칼 포퍼의 관점에서 역사주의를 역사개성주의와 역사법칙주의로 분류하고, 그 문제점을 분석한다. 결정론이나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역사적 닫힌 체계를 ‘역사적 열린 체계’로, 역사법칙을 ‘합리성의 원리’로 대체해야 함을 주장한다.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 (박정순) 존 롤즈의 자유주의 철학에서 핵심적인 ‘관용’ 개념을 분석하며 이 개념이 실제 다원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민주적 공존을 가능케 하는 실천적 이론임을 강조한다.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 (윤평중) 현대사회에서 비판적 계몽의 가능성을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공론장 이론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 이론이 전통 계몽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계몽 모델을 제시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차례 발간사 서문 제1부 계몽주의의 이념적 정초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 이한구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애덤 스미스를 중심으로/ 신중섭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일반적 특성을 중심으로/ 정용덕 계몽주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 강학순 제2부 계몽주의의 비판적 계승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 정제기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한국 사회과학의 한국화 논리/ 김현구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 이한구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 박정순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 윤평중 참고문헌 저자 · 이한구 경희대학교 석좌교수,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저서로 《역사주의와 반역사주의》 《지식의 성장》 《역사학의 철학》 《역사와 철학의 만남》 《문명의 융합》 등이 있다.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학과 명예교수, 한국과학철학회 회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을 역임. 저서로 《자유주의의 철학적 기초》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바로읽기》 《현대 문명의 전환》(공저) 등이 있다. · 정용덕 금강대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저서로 《공공갈등과 정책조정 리더십》 《거버넌스 제도의 합리적 선택》 《현대 국가의 행정학》 《신제도주의 연구》 등이 있다. · 강학순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특임연구원,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 하이데거학회 및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 《존재와 공간》 《하이데거의 숙고적 사유-계산적 사고를 넘어서》 《시간의 지평에서 존재를 논하다》 등이 있다. · 정제기 영남대학교 객원 교수,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 주요 연구로 〈칸트 종교철학에서 근본악과 최고선의 문제〉(2024), 〈탈진실 시대의 비판철학의 요청〉(2024), 역서로 《바울과 철학의 거장들》 등이 있다. · 김현구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국행정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 《한국 행정학의 한국화론》 등이 있다. · 박정순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인문예술대학 철학과 교수(정년퇴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연구원 특별연구원, 한국윤리학회 회장 역임, 한국철학회 세계 석학 초빙강좌 〈다산기념철학강좌〉 운영위원장 역임. 저서로 《정의론과 정치철학》 《윤리적 삶과 사회적 규범의 성찰》 《존 롤즈의 정의론: 전개와 변천》 등이 있다. · 윤평중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및 학술원장 역임. 저서로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과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론의 사회철학》 《논쟁과 담론》 등이 있다. 미래문명원(www.gafc.khu.ac.kr) 경희학원은 창학 이래 보다 나은 인류사회 건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문화세계의 창조”를 통해 ‘인류의 보편가치를 구현한다’는 취지 아래 사회운동과 평화운동에 주력하며 평화와 공영의 미래문명을 지향하는 전 지구적 사회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은 이와 같은 경희학원의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2005년 9월에 교책연구원으로 설립됐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며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통해 인간중심의 지구협력사회, 미래지향의 지구공동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 그 설립 취지입니다. 현대사회, 현대 문명이 남겨놓은 현대적 아포리아를 넘어 자유와 평등, 평화와 공영의 인류 보편가치가 함께 살아 숨쉬는 체계적인 연구, 교육, 실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류사회재건연구원(kihs.khu.ac.kr) 인류사회재건연구원경희대학교 교책연구원으로 1976년 3월에 설립되었습니다. 핵전쟁, 기후위기, 문명충돌, 인간성 상실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 문명의 시대적 조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연구하여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것이 설립 목적입니다. 현재는 미래문명원의 연구 전담 산하기관으로 종합학술지 《OUGHTOPIA》를 발간하면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OUGHTOPIA’는 ought(當爲)와 topia(場所)의 합성어로서 ‘당위적 요청사회’를 의미합니다. 경희대학교 설립자인 故 조영식 박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요청되는 사회라는 뜻에서 ‘OUGHTOPIA’의 개념과 철학을 창안하였습니다. 문명연구 총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바라본 인류 문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문명연구 총서〉는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통신 혁명으로 발생한 문명의 변화와 문제점, 그 해결을 위한 방책에 이르기까지 문명전환 시기 논의해야 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한 문명연구 세미나의 결과물로 인류 문명에 대한 면밀한 해석과 문제점 진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 현대 문명의 전환 (문명연구 총서 1)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색 (문명연구 총서 2) ·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 (문명연구 총서 3) ·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문명연구 총서 4) ·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 (문명연구 총서 5) · 한국문명론 (문명연구 총서 6)_근간 책 내용 서문_계몽주의가 강조한 개인의 자율성과 보편적 이성은 오늘날 다양성과 차이의 문제를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채 경직된 기준이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생태철학 등은 기존 계몽 담론의 한계와 배제의 문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방향의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몽주의 정신,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권위를 비판하는 태도는 여전히 현대사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로 남아 있다._[12쪽]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_나는 계몽주의를 이성, 과학, 자유주의, 자연권, 진보의 핵심어들을 통해 설명했고, 열린사회 역시 존재론과 인식론, 사회윤리론을 통해 그 정체성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제 이들이 서로 연관된다는 것, 더욱 정확히는 열린사회의 이념이 계몽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는 일이 나의 과제이다. 나는 다음의 세 항목을 들어 이 문제에 답하려고 한다._[47쪽]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_애덤 스미스의 조화라는 개념을 귀족과 지주, 그 나머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애덤 스미스는 칼 마르크스 이후 사회철학의 중요한 의제가 된 빈부의 문제, 계급 대립의 문제는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 문제는 그가 살던 시대의 중요한 사회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모든 사람이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토대의 확보였다._[80쪽]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_그렇기는 해도 현실에서 근대국가의 행동은 대개 “강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관리된 동의의 형태”, 즉 강제와 동의가 혼재하는 상태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사회과학적 정설이다. 강제력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억압기구 외에 복지・교육 등의 사회 통합정책과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교육기구 등을 제도화한다._[99쪽] 계몽주의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_하버마스의 제자인 히스(J, Heath)도 제1계몽주의를 갱신하고, 현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계몽주의 2.0”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계몽주의 2.0은 현대사회에서 계몽주의 원칙을 새롭게 적용하고 발전시킨 개념을 가리킨다. …계몽주의 2.0은 이러한 원칙을 현대의 복잡한 사회 및 기술적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로운 과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_[136쪽]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_사용자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기준이 객관성이 아니라 선호도에 있다는 사실은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반향실 효과”를 불러일으켜 확증편향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반향실 효과는 종국에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필터 버블” 상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무분별한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생성되는 원인을, 더 나아가 그 가짜 뉴스를 아무런 반성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함의한다._[152쪽]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_서구 이론의 거센 파고 속에 우리의 학문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자구책이 토착화에 이어 한국화로 표출되었다. 서구 이론을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토착화가 소극적 자아준거화라면, 한국 현실을 토대로 독자적 이론을 형성하는 한국화는 적극적 자아준거화다. 한국화에는 가설적 맥락특화이론을 창출하는 ‘기본적 한국화’가 있는가 하면, 그 이론의 대외적 확산으로서 세계화를 지칭하는 ‘진정한 한국화’도 있다._[172쪽]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_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역사개성주의와 역사법칙주의는 각각 다른 극단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역사개성주의는 상대주의의 위험 속에서 보편성을 상실할 수 있으며, 반면 역사법칙주의는 법칙의 과도한 일반화로 인해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자율성을 무시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제 이러한 이론적 입장들을 현대 인식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그 철학적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있다._[211쪽]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_자유주의적 관용 정신의 확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롤즈도 인정하고 있듯이 근대의 고색창연한 종교적 관용의 문제와 철학적・도덕적 교설들 사이의 추상적인 갈등이 아니라 보다 현대적 갈등인 “인종, 민족 그리고 성(race, ethnicity, and gender)”의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될 것이다. …억압과 갈등을 인정하고 치유하는 “차이의 정치(politics of difference)”를 보다 활성화시켜야만 진정한 관용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_[242쪽]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_소통과 계몽을 가능케 하는 관용의 첫째 원칙으로 ‘나 또는 우리의 입장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내가 옳을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 논리로 틀릴 수도 있다. 또한 역으로 상대방이 틀릴 수도 있지만 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경청과 존중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_[266쪽]

    •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

      202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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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강희원 지음 | 152×225 | 280쪽 | 무선 | 19,000원 2025년 10월 10일 | ISBN 978-89-8222-810-0 (03300) 법철학자 강희원 교수의 신간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부제: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가 출간됐다. 이 책은 ‘nation’, ‘state’에 대한 언어학적 설명과 함께 고대의 영웅 숭배부터 중세의 성전(聖戰), 근대의 국가철학과 내셔널리즘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전쟁에서 목숨을 바치라는 ‘순국’을 합리화해 온 담론을 추적한다. 저자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순국의 의무가 강제된 역사적 · 철학적 맥락을 탐색하며 우리가 당연시하던 민족과 국가라는 가치들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를 통해 민족은 만들어진 신화이고, 평화를 위한 전쟁은 거짓말에 불과하며, 국가가 강요하는 죽음은 신성한 제의가 아니라 강제된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한다. 저자는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비폭력을 선택할 용기임을 강조한다.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는 법철학과 정치철학, 사회이론에 관심 있는 인문 교양 독자를 비롯해 평화와 인권에 관심 있는 독자,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고 삶의 평화를 설계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필독서이다. #국가 #민족 #전쟁 #순국 #평화 #비폭력 #반전(反戰) #민족주의비판 출판사 리뷰 어떻게 하면 평화로운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는가?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강요되는 ‘순국’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국내 최초의 책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비폭력을 선택할 용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군사적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은 곧 끝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두 국가 사이에 일촉즉발의 상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전쟁은 먼 이야기가 아니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은 우리나라는 남과 북이 반세기 넘게 극한의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병역의무가 있는 이 땅에서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적을 많이 죽일 수 있는지 연구하고 훈련하게 한다. 전쟁이 아니더라도 많은 이들이 군대 내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우리나라는 대량살상무기를 생산하고 수출하기까지 한다.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은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자신과 국가를 방어하기 위하여 적군의 생명을 파괴하는 일을 평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정당화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군대를 거부하고 국가를 위하여 죽지 않을 자유가 있는가? 순국자들을 추모하고 영웅시하는 일은 국가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은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전쟁은 인간의 본성인가? 인간의 집단적 질병인가? 국가권력자의 놀이인가? 평화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인가? 반인간적 욕구인가? 인간사회에서 평화란 전쟁과 전쟁 사이에 신기루와 같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기망(欺妄)의 현상인가? (22쪽) 《왜 국가를 위해 죽어야 하나》는 이런 의문에서 시작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전쟁을 멈춘 적은 없다. 그래서 전쟁이 인간의 본성인 것처럼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철저한 평화주의자인 저자는 전쟁은 인간의 의무도 운명도 아니라는 걸 증명해 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민족, 국가, 전쟁, 순국 등 우리가 당연시하던 언어와 가치들을 의문을 제기하고 그 개념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깊이 탐구한다. 저자는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찬양하는 죽음은 강제된 국가 폭력의 이데올로기이고,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악인 전쟁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순국’을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변화시킨 크리스트교 프랑크의 왕이 전개하는 전쟁을 회피하는 자들은 공동체로서 교회 전체, 가톨릭교의 교의(敎義), 성성(聖性)과 정의(正義), 그리고 성지로서의 왕국을 적대하는 자들이라고 천명되었다. 여기에서 어용 신학자인 크리스트교 교부들은 “프랑크 왕국을 위한 전쟁”이 바로 “성지수호를 위한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선언하면서, 프랑크의 왕과 왕국을 위해서 죽는 것, 즉 순국을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승화시켰다. (68-69쪽) 저자에 따르면 순국과 순국 찬양의 역사는 기원전부터 있었으나, 그 의미와 성격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중세 유럽인들이 믿었던 크리스트교이다. “중세에 지상의 조국 개념은 크리스트교에 의해 천상의 조국 개념으로 대체되었고, 순국의 성격도 정치적 행위가 아닌 종교적 행위로 이해되었다.” 크리스트교도들은 ‘진정한 조국’인 천상의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을 ‘성인’이라 부르며 추앙했고,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까지 성지 팔레스티나와 예루살렘을 탈환하고자 감행한 십자군 전쟁이 처음의 의도와 달리 국왕과 조국을 방어하기 위한 명분으로 퇴색했지만, 전쟁에 참가한 “십자군 전사는 자신의 모든 죄가 사면되고, 천국으로 직행한다고 확신했다.” 크리스트교는 십자군 전쟁을 성지수호를 위한 성스러운 전쟁으로 승화시키고 이데올로기화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 대량살상과 파괴를 정당화한 이데올로기, 내셔널리즘 근대 이후 거대한 파괴와 대량살상은 내셔널리즘의 이름으로 자행되었다. 저자는 “내셔널리즘은 국가권력이 살육과 파괴라는 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였다고 말한다. 그 이데올로기는 국가권력의 범죄행위를 늘 정의(justice)로 포장해 왔다. 저자에 따르면 지배권력은 지방적 · 토착적 문화를 정복하거나 변형해서 획일적인 ‘국민문화’를 만들어 냈다. 내셔널리즘은 자기가 속한 네이션을 타자로부터 구별해서 의식하게 하고, 동지와 적을 나누어, ‘우리’라는 공동체 혹은 같은 영역에 속한 사람들 사이에 동질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자기희생까지 불사하는 애정을 환기시켰고, 이는 권력자를 위한 이데올로기로 작동했다. 저자는 우리에게 그토록 애정을 가지라고 주입하는 민족이란 지배자들에 의해 주입된 민족주의라는 환상을 통해서 생겨난다고 강조한다. 부르주아지가 장악한 근대 국가는 침략과 약탈을 통해 축적된 부를 ‘자본’으로 회전시켜, 자본을 무한히 확대 재생산하기 위해 ‘군대’를 동원했다. 자본이 더 많은 자기증식을 위해 자원과 시장을 찾는 과정에서 근대 국가는 다양한 방식의 ‘전쟁’을 수행하게 되었고, 고도로 발전한 ‘자본’의 매개 작용에 따라 국가와 국가 간의 무한경쟁에 따른 파시즘적 총력전을 수행하기도 했다. 네이션 스테이트의 응집력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개개인은 자기 생명보다 국가의 유지를 중시하고, 손에는 총을 들고, 중무장한 탱크를 몰며, 총알과 포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전장(戰場)으로 돌진해서 적국으로 지정된 다른 네이션 스테이트의 영토를 침공해 들어가 일말의 가책도 없이 그 터전을 파괴한다. 또한 그 구성원인 군인과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학살하고,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고통을 감내한다. 여기에서 ‘왜 인간은 그렇게까지 국가를 중시하는 것일까? 아니, 왜 인간이 그러한 국가를 필요로 하는가?’ 등의 근본적인 물음들이 제기된다. (192쪽) 이 책에서는 전쟁을 미화하고 찬양한 사상가들, 예컨대 휴고 그로티우스,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프리드리히 헤겔, 막스 셸러, 카를 슈미트 등의 전쟁 형이상학자들의 논리를 비판하기도 한다. 저자는 ‘전쟁을 통해 진보와 발전을 이룬다’, ‘전쟁의 과정을 거치면서 활력이 생겨난다’, ‘전쟁 이후에 평화와 인류의 가치가 정착된다’는 등 전쟁을 정당화하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지만, 이것이 전쟁 중에 죽은 자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묻는다. 전쟁은 민족의식을 고취하고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고 국가를 지지하게 만드는 정치의 방식이다. 내셔널리즘은 국가의 지배권력자가 자기들은 아무런 희생도 치르지 않으면서 계속 민중에게 죽음을 강요하고, 민중을 지배하고 선동하기 위해 만들어 낸 정치적·사회적·심리적 이데올로기일 뿐이다. 저자는 우리가 애착을 갖고 있는 ‘민족공동체’란 상상이며, “역사적‧문화적 구성물로서의 ‘민족’과 민족주의 담론이 가진 허구성에 대해서 냉정하고 엄중한 분석과 성찰이”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애국주의 현상과 순국에 관해 정신분석학적으로도 접근하는 저자는 “애국주의는 평소에 국가권력이 주도면밀하게 주입하는 온갖 상징조작에 의해서 개인들이 걸려 있는 집단적 최면현상”이며 “순국이란 애국주의의 극단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전쟁은 인간의 의무도 운명도 아니다.” 저자는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란 인류사에서 있었던 적이 없다.”고 말한다. “전쟁은 최대 최고의 악(惡)”일 뿐이다. 저자는 “국민의 피와 땀을 파괴하는 최악의 범죄”인 전쟁을 일으키는 주체가 바로 국가라고 비판한다. 그에 따르면, 국가는 국민에게 전쟁터에 나가 파괴와 살상을 행하라고 명령하는 존재이며, 자신의 목숨을 바치라고 강요하는 “잠재적 살상단체”이다. “군대는 그러한 국가의 잠재적인 살인 장치”일 뿐이다. 저자는 평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해도 전쟁은 “범죄행위에 불과하다”고 일갈하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고, 평화라는 목적은 평화적 수단에 의해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평화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꼭 성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란 인류사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없다. 피(blood)로는 피를 씻을 수 없다. 비폭력이 모든 정치적 · 도덕적 문제들의 해답이다. 전쟁이란 국가권력자들이 민족의 통일, 정의의 구현 또는 영토의 방위 등등 그럴싸한 미명하에 자행하는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전쟁은 정치(正治)로서 정치(政治)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권력자가 자신의 영락을 위해서 국민의 피와 땀을 파괴하는 최악의 범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의 평화를 위해 단호히 전쟁 수행의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 (260쪽) 저자는 국가를 위해 죽으라고 강요하고 강제하는 것은 살인의 교사이자 살인행위 자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전쟁이라는 절대악을 강요하는 국가권력을 위해 죽기를 거부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깨어 있어야 한다”고, “누구나 “아니오!”라고 자유롭게 말해야 하고 그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하자고 호소한다. “전쟁은 인간의 의무도 운명도 아니다.” 평화를 향한 진정한 용기란 전장으로 나가 살육과 파괴를 서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전쟁도 단호히 거부하는 것이다. 평화를 이루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이 아니라 비폭력을 선택할 용기이다. 차례 프롤로그 이 글을 쓰게 된 이유 9 1장 인간과 국가 그리고 전쟁 19 1. 전쟁은 인간의 본성인가 21 2. 민족통일이란 구호에 대해 25 2장 근본적인 물음 31 1. 왜 국가를 위해서 죽어야 하나 33 2. 국가와 민족을 위해 죽지 않을 자유 38 3장 순국 찬양의 기원 45 1. 순국 찬양의 관습 47 2. 고대 그리스 ・ 로마 시대 순국의 의미 49 조국(patria)이라는 말 | 고대 그리스 · 로마 시대 순국자의 신격화 3. 유럽 중세시대의 전사(戰死) 54 4. 크리스트교에 의한 순국의 종교적 이데올로기화 59 4장 민족과 국가 그리고 민족국가 71 1. 언어가 만든 세계 73 헌법 언어로서 국가와 국민, 민족 | 번역어로서 민족, 국가, 민족국가 2. 국가 신화와 정치신학 89 신비체의 의미 | 국가의 이상화: 신비체로서 국가 3. 민족이라는 신화 106 민족, 상상의 공동체 | 지배권력의 부산물로서 민족 관념 4. 근대민족국가 118 근대국가의 기초로서 사회계약 | 근대국가로서 네이션 스테이트의 실체 5장 전쟁과 병역의무, 죽음과 파괴의 언설 143 1. 전쟁이란 무엇인가 145 2. 전쟁의 형이상학: 전쟁 찬양론자의 변명 151 정당한 전쟁론: 휴고 그로티우스 | 국가 주권의 절대성의 징표로서 전쟁: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 | 인륜의 보약으로서 전쟁: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민족의식의 각성제로서 전쟁: 막스 셸러 | 정치로서 전쟁: 카를 슈미트 3. 전쟁의무로서 병역의무의 형이상학 172 4. ‘평화를 위한 전쟁’이라는 거짓말 177 6장 국민에게 죽음을 강요하는 국가 189 1. 전쟁의 시대 191 2. 죽음의 이데올로기로서 ‘내셔널리즘’ 193 주입된 이데올로기로서 내셔널리즘: 기호와 상징을 조작하는 ‘국가(권력)’ | 내셔널리즘의 주박(呪縛) 3. 국가라는 이름의 전범 210 폭력 조직으로서 국가 | 최악의 범죄자로서 국가권력, 최대 최고 악(惡)으로서 전쟁 4. 호모 사케르로서 국민: 전쟁과 국가 그리고 개인 217 전쟁의 예외상태론: 주권 절대성의 징표로서 전쟁 | 제물(祭物)로서 국민 | 강제수용소로서 국가 5. 순국자의 정신분석 242 리비도적 동일화의 욕구로서 애국 | 리비도적 동일화의 극단으로서 순국 에필로그: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260 저자 후기 270 참고 문헌 275 지은이 강희원 경희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을 수료한 뒤 제24회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변호사로 활동하였다. 이후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경희대학교 법과대학 및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법철학, 법사회학, 민사소송법, 노동법, 법조윤리를 강의하였다. 현재는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자는 법의 문제를 인간, 국가, 사회, 종교, 정치, 언어 등과의 관계 속에서 탐구해 왔다. ‘법과 인간(법-인간)’, ‘법과 정치(법-정치)’, ‘법과 사회(법-사회)’, ‘법과 종교(법-종교)’, ‘법과 언어(법-언어)’와 같이 접속조사나 하이픈을 통해 법을 다양한 인문·사회적 맥락과 연결하는 ‘사이학(間學, betweenscience, Zwischenswissenschaft)’ 또는 ‘사회철학(間哲學, betweenphilosophy, Zwischensphilosophie)’을 추구해 왔다. 『노동법의 새로운 모색』, 『노동법 기초이론』, 『법철학 강의』 등의 저서를 집필했으며, R. C. 크반트의 『노동철학』과 니클라스 루만의 『법사회학』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또한 「한국의 법문화와 샤머니즘」, 「독일적 법사유와 한국법학의 반성」, 「역할법으로서 노동법」, 「태초의 노동계약 — 성경의 노동약정」, 「법과 폭력」, 「법의 녹색화와 녹색법학」, 「법에 대한 기호학적 접근」 등 12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책 속으로 ‘민족(民族, nation)’은 우리 실정헌법의 언어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헌법학이나 공법학의 논의 주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민족은 거의 논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는 법의 뿌리에까지 접근하는 법철학에서조차 마찬가지였다. -15쪽 이 책에서는 전시(戰時)에 인간으로서 국민이 ‘조국을 위해서 죽는다는 것(Pro Patria Mori)’, 즉 ‘순국’이 어떻게 강제되었고 또 어떻게 가능하게 되었나 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역사적 · 철학적 측면에서 깊게 성찰해 보고자 한다. -16쪽 전쟁은 인간의 본성인가? 인간의 집단적 질병인가? 국가권력자의 놀이인가? 평화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것인가? 반인간적 욕구인가? 인간사회에서 평화란 전쟁과 전쟁 사이에 신기루와 같이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기망(欺妄)의 현상인가? -22쪽 우리는 여기에서 근원적인 질문에 봉착한다. 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죽어야 하는가? 도대체 ‘국가’란 무엇이고 ‘민족’이란 무엇인가? ‘민족’은 반드시 ‘국가’를 가져야 하는가? ‘민족’과 ‘국가’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길은 없는가? -35쪽 한반도의 남쪽과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韓)’이라는 ‘민족’은 지배권력이 만들어 낸 역사적 · 문화적 구성물이 아니라, 마치 신화 속에만 존재하던 군주인 단군이 실제로 자식을 낳아 그 후손이 퍼져 형성된 ‘원초적인 혈연공동체’인 것처럼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상상 속의 ‘민족공동체’라는 관념에, 그것이 마치 본능의 일부인 것처럼 애착을 갖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이제 역사적 · 문화적 구성물로서의 ‘민족’과 민족주의 담론이 가진 허구성에 대해서 냉정하고 엄중한 분석과 성찰이 우리에게 요구되고 있다. 그러한 언설(言說)과 담론 혹은 신념은 누구를 위해서, 누구에 의해서 조작되었는가? 그것은 지배집단에 의해 주입된 정치적 · 문화적 마약(narcotics)이 아닌가? -42쪽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시민이 공동체를 위해서 전사하면 그 사자(死者)를 신격화했지만, 시민이 ‘조국을 위해서’ 죽는 것 자체는 시민계급의 자기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약간 중립적으로 말한다면, 누구라도 자신의 조국을 위해서 죽을 수 있도록 종교적 방향(芳香)과 의미에서 전사(戰死) 자체를 본격적으로 신성(神聖)으로 승화시켰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물론 그 후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시민적 사고(思考)가 여러 면에서 중세 유럽 사상의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54쪽 중세 유럽 사람들이 품고 있던 순국(殉國)의 의미와 성격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켰던 것은 크리스트교였다. -59쪽 프랑크의 왕이 전개하는 전쟁을 회피하는 자들은 공동체로서 교회 전체, 가톨릭교의 교의(敎義), 성성(聖性)과 정의(正義), 그리고 성지로서의 왕국을 적대하는 자들이라고 천명되었다. 여기에서 어용 신학자인 크리스트교 교부들은 “프랑크 왕국을 위한 전쟁”이 바로 “성지수호를 위한 성스러운 전쟁”이라고 선언하면서, 프랑크의 왕과 왕국을 위해서 죽는 것, 즉 순국을 종교적 이데올로기로 승화시켰다. -68-69쪽 근대 이후 거대한 파괴와 대량의 살육이라는 무서운 악(惡)의 소굴이 내셔널리즘이다. 내셔널리즘은 국가권력이 살육과 파괴라는 악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이데올로기다. 그 이데올로기는 국가권력의 범죄행위를 늘 정의(justice)로 포장한다. -72쪽 근대 이후 서유럽에서 국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전쟁과 살육의 역사를 보면, 국가란 인간들의 사회적 본능의 일부로서 투쟁의 본능에 입각한 제도가 아닌가 싶다. 이런 의미에서 인간의 사회성이란 국가 권력이 내세우는 이상이나 이념과는 완전히 몰(沒)교섭적으로 작용하고, 발전하여 완성되어 가는 성질의 것이다. 국가라는 제도는 그러한 투쟁본능을 강제적으로 조직하는 힘의 발전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89쪽 중세 유럽에서는 ‘신비체(神祕體, Mysterium: a mysterious body)’가 피지배민, 즉 백성의 ‘도덕적 정치체’와 동일시되고, 그 후 국가와 동일화되었다. 그 결과 국가는 오늘날 법인격(法人格, legal person)이 인정되고 있는 주식회사 등 각종의 회사(會社) 등과 같은 법인(法人, corporate body)과 유사한 관념적인 신비체가 되고 그것을 위한 죽음은 신성한 고귀성(高貴性)을 가지게 되었다. 그 결과 조국을 위한 죽음은 이제 종교적인 관점에서 생각되기 시작했다. 즉 그것은 교회의 ‘신비체’와 같이 현실성을 가진 국가의 ‘신비체’를 위한 희생으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확실하게 존재했지만, 중세 초기에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던, 세속국가에 대한 윤리적 가치나 도덕적 감정의 회복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조국을 위해서 죽는다’라는 관념이 크리스트교로부터 이교화(異敎化) 및 이단화(異端化)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크리스트교적 차원으로 승화되었다는 의미다. -101-102쪽 역사적으로 보면, ‘네이션’의 문제는 결코 새롭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절실한 현실적인 문제로서 거론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민족문제’와 ‘민족운동’은 19세기 이래 20세기의 제국주의 시대를 관통해서 그 심각성을 더해갔다. ‘파시즘’으로 불리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의 경험도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최근에 ‘민족’의 문제가 새로이 적극적인 의미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현 단계의 세계사에서 ‘평화’가 매우 중요한 화두가 되어온 수년간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106쪽 유럽에서 네이션 스테이트의 형성과정은 유럽 자본주의의 발달과정과 일치한다. 서유럽에서 시작된 내셔널리즘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그것에 기초한 서유럽의 네이션 스테이트 내부에서 자본주의 발전과 함께 제국주의로 전개되었다. 근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국내 시장 형성의 요구는 네이션 스테이트의 토대가 되었다. 국내 자본주의 시장이 형성되려면 국가 구성원의 모든 계급을 신분적인 제한에서 해방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형식이 필요했다. 과거의 신분세습을 타파하기 위해서 민주주의적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었다. 그 때문에 봉건주의와 절대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나게 된다. 네이션 스테이트는 이러한 혁명의 결과로 생긴다. -126쪽 전쟁은 우리의 마음을 쥐어짜고 기쁘게 하거나 슬프게 한다. 우리는 출정자를 격려해 전장으로 보내고, 전사자의 공을 기리며, 개선자를 기쁘게 맞이한다. 이는 전쟁이 단순한 자연적 사실을 넘어 사회적 · 정치적 의의를 지니고, 우리의 정신에 울림을 주는 사건임을 의미한다. 그러한 전쟁의 의의나 정신에 대해 과학은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150쪽 현재 인류는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우리말 ‘민족국가’ 또는 ‘국민국가’로 번역되는 ‘네이션 스테이트’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전 인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들은 ‘네이션 스테이트’라는 테두리 안에서 상당한 물질적 번영을 이룩하고 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네이션 스테이트들은 그 테두리 밖에서는 ‘전쟁기계’로서 서로 각축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네이션 스테이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근현대, 특히 20세기 이후는 그야말로 대규모 전쟁의 시대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191쪽 네이션 스테이트의 응집력으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개개인은 자기 생명보다 국가의 유지를 중시하고, 손에는 총을 들고, 중무장한 탱크를 몰며, 총알과 포탄이 비 오듯이 쏟아지는 전장(戰場)으로 돌진해서 적국으로 지정된 다른 네이션 스테이트의 영토를 침공해 들어가 일말의 가책도 없이 그 터전을 파괴한다. 또한 그 구성원인 군인과 민간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대량 학살하고, 자신들에게 닥쳐오는 고통을 감내한다. 여기에서 ‘왜 인간은 그렇게까지 국가를 중시하는 것일까? 아니, 왜 인간이 그러한 국가를 필요로 하는가?’ 등의 근본적인 물음들이 제기된다. -192쪽 전쟁이란 국가권력 집단 간 정치권력의 쟁탈전일 뿐이다. 그들은 최악의 범죄자들이다. 권력자들은 자신들이 보기 싫은 놈을 배제하고 더 큰 정치권력을 얻고 싶은 욕망에서, 더 많은 사람을 지배하기 위해서 전쟁을 시작한다. 정치권력을 손아귀에 넣기 위해 정치인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 전쟁을 정당화하려 한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분쟁국의 군인들은 상대국 국민을 죽이고, 이들 가족은 갈라져 서로 교류할 수 없게 된다. 그들과 교류하는 자는 반역 또는 반국가세력으로 낙인찍힌다. -216쪽 우리가 평화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포기해야 할 것이 무엇이고, 또 꼭 성취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이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좋은 전쟁 또는 나쁜 평화란 인류사에서 지금까지 있었던 적이 없다. 피(blood)로는 피를 씻을 수 없다. 비폭력이 모든 정치적 · 도덕적 문제들의 해답이다. 전쟁이란 국가권력자들이 민족의 통일, 정의의 구현 또는 영토의 방위 등등 그럴싸한 미명하에 자행하는 범죄행위에 불과하다. 전쟁은 정치(正治)로서 정치(政治)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권력자가 자신의 영락을 위해서 국민의 피와 땀을 파괴하는 최악의 범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의 평화를 위해 단호히 전쟁 수행의 명령을 거부해야 한다. -26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