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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

2024-10-07 교류/실천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 기념식에서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제43회 세계평화의 날 Peace BAR Festival·미원평화상 수상자 발표
미원평화상 첫 수상 기관 ‘디 엘더스(The Elders)’ 선정
조인원 이사장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 열어가야”


‘세계평화의 날’ 발상지 경희학원은 평화의 새 물결을 만들어 내기 위해 위기의 시대에 대처하는 성찰적 전환 의식과 실천의 지혜를 모아나가는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9월 20일(금) 열린 세계평화의 날 43주년 Peace BAR Festival(이하 PBF) 기념식에서 미원평화상(Miwon Peace Prize) 첫 수상자(기관)로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를 선정해 발표했다.


이날 조인원 경희학원 이사장은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Facing Transformative Challenges: Thoughts on the Holistic Understanding of Our Times)’를 통해 나날이 긴박해지고 있는 실존적 위협에도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지 않는 국제사회와 현실 정치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면서 시민의 관심과 행동을 촉구했다. 그는 “문제의 실마리는 ‘정치’와 ‘민심’의 근간인 시민의식에서 시작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이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 열린 전일의 관점에서 의식과 실천의 ‘지구적 지평’을 열어가는 과업은 실존적 위기에 처한 우리 모두의 ‘생존을 위한 지상명령(survival imperative)’일 것이다.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열어가는 역사의 한 축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조인원 이사장 기념사 ‘기로에 선 인류, 전일사관의 활로’ 전문 보기


경희학원,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 담아 ‘미원평화상’ 제정
경희학원은 매년 세계평화의 날을 기념해 PBF를 개최한다. 올해는 9월 20일 평화의 전당과 웹캐스트에서 온오프라인 동시 개최한 기념식을 시작으로 26일까지 ‘세계평화 주간’을 선포하고 미래 세대, 석학,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인류의 미래, 지구 행성의 미래 - 희망의 활로를 찾아서(The Future of Humanity, The Future of Planet Earth: In Search of Our Common Hope)’였다. 기념식은 △세계평화의 날·미원평화상 제정 경과보고 △미원평화상 기념 영상 “평화, 그 아름다운 원천을 찾아서” 상영 △수상자(기관) 발표 △수상자(기관) 소개 △감사패 수여(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 △기념사 △기념 음악 순으로 진행했다.


1981년 유엔이 제정한 세계평화의 날(9월 21일)과 세계평화의 해(1986년)는 인류 평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동서 양 진영은 세계평화의 해가 공표되면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 1986년 1월 1일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신년 평화 메시지(New Year’s Messages of President Reagan and General Secretary Gorbachev, January 1, 1986)를 교환했다. 이후 양국이 핵무기 폐기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일련의 군축 회담을 성공적으로 타결하면서 냉전체제의 긴장이 완화됐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평화의 날과 해는 냉전을 종식한 하나의 계기로 평가받는다. 유엔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을 최초로 제안한 사람이 경희학원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다.


경희학원은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면서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Irina Georgieva Bokova)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지구사회는 기후 위기, 핵전쟁 위협, 환경 파괴, 협력 정치 상실 등 중층·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지구적 난제들은 문명의 근간을 뒤흔든다. 진정한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은 지구인 모두의 과제다. 조영식 박사는 보편적 우주 원리에 따라 지구공동체의 조화와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헌신했다. 미원평화상은 평화, 공존, 미래 희망에 대한 인류의 지속적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며 미원평화상 제정 의미를 설명한 후, 제1회 수상자(기관)를 발표했다.


경희학원은 지구사회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문화세계의 창조’를 필생의 과업으로 삼았던 설립자 미원(美源) 조영식 박사의 공적을 기리고 평화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염원을 담아 미원평화상을 제정했다. 제1회 수상자(기관)는 영국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디 엘더스(The Elders)’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 위원장인 이리나 보코바 전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수상자 발표 후,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디 엘더스,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 전환 필요성 제시
첫 수상의 영예는 ‘디 엘더스’에 돌아갔다.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2007년 설립한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은 설립 당시 “세계가 직면한 복합 문제 해결을 위해 경험 많고 독립적인 지도자들의 협력”을 강조했다. 디 엘더스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며, 서로의 보편적 인간성과 지구,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공동 책임을 인식하는 세상’, ‘모든 인권이 보편적으로 존중받고, 빈곤이 사라지며, 사람들이 두려움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신의 진정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세상’을 비전으로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디 엘더스는 안보상 위험에도 주요 분쟁 지역을 직접 방문하며 갈등 완화와 평화 실현을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필요한 경우에는 권력에 맞서 진실과 지혜를 피력하고, 글로벌 갈등과 과제에 대한 권위 있는 발언을 이어왔다. 보편적 인권과 공공 보건, 기후 위기와 핵전쟁의 위협, 통제되지 않는 신기술의 위험 등 포괄적인 지구 평화를 위한 실천 패러다임의 전환 필요성에도 선도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디 엘더스는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 전 아일랜드 대통령이 의장을 맡고 있다. 만델라 대통령의 배우자인 그라사 마셸(Graça Machel) 여사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 부의장이다.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마르티 아티사리(Martti Ahtisaari) 전 핀란드 대통령, 데스몬드 투투(Desmond Tutu)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주교, 코피 아난(Kofi Annan) 전 유엔 사무총장, 지미 카터(Jimmy Carter) 전 미국 대통령, 데니스 무퀘게(Denis Mukwege) 분쟁 관련 성폭력에 대한 글로벌 활동가, 엘렌 존슨 설리프(Ellen Johnson Sirleaf) 전 라이베리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Juan Manuel Santos) 전 콜롬비아 대통령 등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외에도 전직 국가 원수나 정부 수반, 유엔 사무총장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디 엘더스는 세계 지도자들로 구성된 독립·비영리 단체다. 글로벌 문제 해결과 인권 증진, 평화 촉진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 미원평화상 첫 수상자(기관)로 선정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미원평화상의 의미, 평화 추구 통한 문명 전환은 인류 공동의 의무”
디 엘더스에는 세계적 조각가 박은선(사범대학 미술교육과(현 미술대학) 83학번) 동문이 제작한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시상식은 1981년 11월 30일 유엔총회에서 세계평화의 날과 해 제정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한 역사적 사실을 기념해 오는 11월 말 개최할 예정이다. 미원평화상은 2년마다 수여하며, 추천위원회의 후보 추천과 선정위원회의 선정 과정을 거쳐 경희학원 이사회가 수상자를 심의·의결한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는 보코바 위원장과 함께 나오미 오레스케스(Naomi Oreskes) 하버드대 과학사학과 석좌교수, 존 아이켄베리(G. John Ikenberry) 프린스턴대 국제정치학과 석좌교수, 아비 로브(Avi Loeb) 하버드대 천문학과 석좌교수, 박영신 경희학원 고황석좌, 김용학 SK텔레콤 이사회 의장(전 연세대 총장),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특임교수를 위원으로 두고 있다.


미원평화상 선정위원회와 경희학원 이사회는 디 엘더스가 지역 분쟁과 글로벌 과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평화를 위한 인내와 지혜, 그리고 끊임없는 노력을 펼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활동이 조영식 박사의 평화 철학에 부합하며, 디 엘더스의 경험·지혜·헌신에 기반한 활동과 노력이 미래 세대에게 본보기가 될 것으로 판단했다.


보코바 위원장은 “미원평화상을 계기로 평화의 추구를 통한 문명 전환이 한 개인이나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공동 의무임을 상기해야 한다. 이 상은 디 엘더스의 놀라운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에 기여하기 위해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조인원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디 엘더스가 일구어 온 지구사회 평화를 위한 지혜와 용기, 헌신적 노력은 전환의 시대를 맞은 인류사회, 특히 미래 세대에 큰 영감과 도전 의식을 주리라 생각한다”면서 인류가 마주한 ‘실존적 위협’과 ‘위기 대처’에 관한 생각을 공유했다.


미원평화상은 2024년 경희학원이 제정했다. 경희국제재단이 2022년 제안하면서 제정 논의를 본격화했고, 경희학원은 경희국제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미원평화상 제정을 위한 법적·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 수상자(기관)에는 ‘평화의 지구’ 본상 트로피와 부상으로 ‘세계평화 후원금’을 수여한다. 후원금은 미원평화상 후원재단의 성금으로 마련한다. 경희학원은 세계평화의 날 기념식에서 경희국제재단·미원평화상 후원재단에 감사패를 수여했다.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지구 행성을 두고 러시안룰렛을 하고 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 특별 연설에서 이같이 발언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 대처는 목숨을 건 위험한 도박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수사가 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전쟁과 폭력, 기아와 질병, 생태와 기후 위기 등 지구적 위기의 진실과 위기 대처의 긴급성을 알리고, ‘희망’ 아니면 ‘굴복’이라는 선택권이 우리에게 있다고 피력해 온 그는 올해 세계평화의 날 메시지에서도 ‘평화 문화 구축(Cultivating a Culture of Peace)’을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지난 세기 핵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상황에서 평화의 물결을 만들어 냈듯이 새로운 전환적 기류를 만들어 내야 할 때임을 역설한 것이다.


인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원로 과학철학자 어빈 라즐로(Ervin László)의 표현처럼 “진화 혹은 절멸”이라는 전례 없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국제사회는 지난 몇 년간 “기후 비상사태를 선포한다”, “지구 운명의 날을 말하는 것이 더 이상 아이러니나 경멸의 대상이 아니다”, “공포심을 느껴야 할 시간이다”라는 경고를 연이어 내놨다.


조 이사장은 “이러한 절박한 경고에도 국제사회는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인류가 배출한 온난화 가스는 여전히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The Federation of American Scientists)의 추정에 따르면, 핵탄두 총량은 2021년 1만 3천여 기를 넘어섰다. 최근 몇 나라의 핵무기 사용 불사 발언도 있었다. 지난 수십 년, 학계에서 회자하는 ‘거대한 머뭇거림(Great Dithering)’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후와 핵 재앙 가능성은 나날이 커져 왔다. 이들 문제는 이미 인류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상과 너무 멀게만 느껴졌던 초대형 문제들이 이젠 지엽적인 차원을 넘어섰다. 인류의 실존적 위협으로 다가섰다”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기후, 핵과 함께 UAP(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on, 과거 명칭 UFO)에 주목했다. UAP 존재 여부를 두고 두 차례 열린 미 하원 청문회, 인간 아닌 지적 존재(non-human Intelligence; NHI)와 우주선 역공학에 관한 증언, 미 상·하원이 합의한 UAP 정보 공개 법안(UAP Disclosure Act) 처리,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과 최고위 정보 당국 전직 수장들의 미확인 비행물체 인정 발언 등은 인류보다 앞선 고등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한다. 원로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는 UAP 관련 내용이 사실이라면, “경천동지(a sea change)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하면서 조 이사장은 인간 현실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시대의 전환적 난제는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복합적 산물이다. 배경은 서로 다르지만 이들 문제엔 공통점이 있다. 오늘의 현대사회가 세계를 바라보는 의식 문제다. 현실 인식 문제다. 그 문제의식이 문명사적 난제에 얽힌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지구적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실에 관한 더 많은 관심과 함께 사안을 깊이 들여다보는 노력, 내적으로 연결된 물질과 자연·의식 세계의 유기적 관계를 깊이 헤아리는 노력, 문명사적 함의를 통합적으로 살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럴 때만이 현대사회의 성장과 팽창의 역사와 함께 우리 삶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경계와 환원, 기계론적 인과론, 선형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행사는 기념 음악으로 마무리됐다. 음악대학은 로베르트 슈만의 피아노 4중주, Op. 47(4악장)과 가곡 <I Believe>(Eric Levi 작사·작곡)를 공연했다. 슈만의 피아노 4중주는 해당 장르의 역사에서 새 흐름을 만들어낸 곡으로 평가받고 있다. 참석자들은 기존의 틀을 깨는 슈만의 창조적 의식을 공유하면서 곡을 함께 감상했다.


“전일사관(全一事觀),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 지닌다”
조 이사장은 전일사관(全一事觀)이 이 시대의 위기 대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는 생각을 밝히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는 “현대사회의 성장 신화는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그러나 문명 진보가 깊어질수록 지구적 난제는 점점 더 치명적으로 다가서고 있다. 의식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야 할 때다. 실천적 지혜가 필요하다. 고정불변의 의식은 인류와 자연 통사(通史)에 얽힌 복잡한 원인·결과의 상관관계를 포괄할 수 없다”면서 전일사관의 시대적 의미의 중요성을 공유해가는 것이 시대의 전환 국면을 만들어내는 대안일 수 있다는 생각을 공유했다.


‘전체는 하나다(All is one)’, ‘모든 것은 연결돼 있다(Everything is connected)’는 대명제에서 시작하는 전일사관은 고대 자연철학으로부터 오늘의 양자 과학, 유기체론, 일반체계론에 스며있다. 최근 들어 관심이 커지고 있는 양자 세계는 중첩과 얽힘, 불확정성과 결맞음을 말한다. 모든 것의 시원에 관한 의미를 찾아 나서면서 인간 의식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경희의 서사는 그 연장선에 있다. 국제정세의 혼돈과 한국전쟁 시기에 출범한 경희는 비운의 전쟁사, 문명사를 헤쳐 갈 준거로 “주리(主理)”와 “주의(主意)”의 세계를 말했다. 주리의 세계는 대자연과 우주의 이치가 인간사를 형성해 가는 세계를 말한다. 주의의 세계는 인간이 세계와 상호작용하면서 스스로 내면에 쌓아 가는 의식과 의지의 세계다. 물질과 의식 세계의 ‘불가분성’. 그 이치를 토대로 더 나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전승화(全乘和)” 세계관을 구축했다.


조 이사장은 “전승화 철학의 근저엔 양자 과학의 상호 연결과 궁극적 결맞음의 세계관이 있다.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우주의 변환(變換) 이치와 조화를 이룬 보편의지가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세계를 ‘실존적 전일사관’, 혹은 ‘전일의 실존 세계’라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주의 시원에서 비롯된 원천 의식을 회고하는 마음. 전환적 기류의 미래를 오늘로 불러오는 일. 이를 근거로 내일의 활로를 열어가는 일. 그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대다. 이를 향한 세계 시민사회의 뜻과 의지, 열의와 실천이 더욱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조 이사장은 이 시대가 요청하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을 강조하면서 기념사를 마쳤다. 그는 “새로운 평화의 과업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갈등과 대립, 전쟁과 폭력에서 벗어나는 평화”를 비롯해 “소외와 불안의 정조(情調)를 추슬러 가는 평화”, “기후, 핵, UAP와 같은 실존적 위협, 존재론적 충격을 감내할 전환적 역사의 지평을 여는 평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감싸 안는 인간 의식의 평화”를 포괄한다. 특히 시민 개개인이 열린 마음으로 상황의 제약과 한계를 마주하면서 의식과 실천의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포괄적 평화를 수렴하는 것은 경희의 설립 서사인 ‘전일의 세계관’과 모든 ‘존재의 평화’를 지향하는 내면의 ‘성찰 의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글 오은경 oek8524@khu.ac.kr
사진 이춘한 choons@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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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국적에서 벗어나 세계가 공진화하는 K-콘텐츠로” 안숭범 외 | 134*215 | 256쪽 | 무선 16,000원 | 2025년 12월 23일 ISBN 978-89-8222-821-6 (04600)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킨 한류의 나비효과! 이제 정체성을 넘어서 공진화로… 영화, 드라마, K-팝, 예능, 게임, 웹툰으로 살피는 K-콘텐츠의 안과 밖 2025년에 발표된 『한류실태조사보고서』와 『한류백서』에서 ‘여전한’ 한류의 세계적 인기와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다. 세계인이 한국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소환되는 이미지는 8년 연속으로 ‘K-팝’이었다. 그 뒤를 한식과 드라마가 이었다. 따라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K-팝과 K-팝 공연 문화, 팬덤 문화를 다루며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은 영리한 전략이었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동의한다는 응답이 함께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혐한・반한 정서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K-콘텐츠의 소비 수준과 추천 의향이 높은 지역일수록 피로감이 클 수 있다. 올해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는 국내외 평론가들을 중심으로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한류의 흐름을 살폈다. 2025년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영화, 드라마, 음악, 예능, 게임, 웹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영화), 〈오징어 게임〉(드라마), 헌트릭스의 ‘골든(Golden)’(K-팝), 〈흑백요리사〉(예능), 〈인조이(inZOI)〉(게임), 〈전지적 독자 시점〉(웹툰) 이렇게 여섯 작품을 대표작품으로 선정해 분석했다. 비평적 균형감을 확보할 수 있는 국내외 최고 수준 필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여섯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국내외 연구자, 평론가들이 모였다. 국내 필진은 이 책의 성격과 방향성을 정확히 공유하고 있는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 소속되어 있는 교수와 연구원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이들은 모두 해당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현장 평론가들이기도 하다. 백태현(영화), 이지혜(드라마), 김세익(음악), 조한기(예능), 이현재(게임), 한유희(만화・웹툰)가 참여했다. 해외 필진도 새롭게 꾸렸다. 영화는 앨프레드 로(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드라마는 라탄 쿠마 로이(인도, 남아시아대학교), 음악은 주수영(프랑스, 액스-마르세유대학교), 예능은 정임숙(이탈리아,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게임은 겐기스 후사메딘(XboxEra 게임 평론가), 웹툰은 야마나카 치에(일본, 교토산업대학교)가 맡았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K-콘텐츠’의 경계, 그 빛과 그림자 누구나, 어디에서든 K-컬처를 호출해 모두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K’는 콘텐츠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라벨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적을 지칭하는 ‘정체성-명사’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호혜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누리는 ‘공진화성-동사’가 되어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넷플릭스 TV 쇼 부문의 역사를 새로 쓴 것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 영화의 역사를 새롭게 썼다. 그렇게 ‘K’는 또다시 갱신되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제작과 유통 전 과정에서 사실상 한국, 한국인, 한국 자본이 소외되었다는 점을 ‘비극’이라 한탄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한류가 한반도 남단의 작은 언어권에 한정된 전유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은 오히려 반가운 일이다. 한류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한다면, 오히려 먼 곳의 열기보다 가까운 곳의 냉기를 더 세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과도한 작업량에 비해 보상이 충분히 따라주지 못하는 현실이 여전하다. K-콘텐츠 각 분야의 사정은 서로 다르지만, 창작자와 현장 스태프, 번역자 등의 노동시간과 보상 구조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2026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현재 K-콘텐츠의 빛과 그림자, ‘K’가 세계 곳곳에서 ‘움직이는 기표’로 자리하는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 국내외 평론가들이 톺아보는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 ∙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1.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 (백태현)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는 한류가 글로벌 플랫폼 체제에 종속되는 구조적 역설이 자리한다. 이 영화의 성공은 세계 자본이 한류를 통해 자신의 체계를 재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2. 한국과 따로, 또 같이 만들어지다 (앨프레드 로)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생명력을 입증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한국성과 한국을 트랜스랭귀징과 트랜스컬처링의 실천을 통해 재구성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 1. 세계로 건너간 놀이 (이지혜) 우리가 사는 시대의 이야기는 작가의 손이 아닌 팬들의 손에 있다. 팬들은 챌린지와 밈을 통해 서사를 다시 쓰며, 플랫폼은 그 흔적을 수집해 또 다른 이야기의 형태로 되돌려준다. 2.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 (라탄 쿠마 로이)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도달 범위는 문화 세계화가 지닌 상상력의 가능성과 비판이 또 다른 형태의 오락으로 흡수되는 위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K-팝] 골든(Golden) 1. K의 로컬리티와 K-팝의 특성을 넘은 온전한 ‘메시지’ (김세익) K-팝의 라벨을 단 ‘골든’은 한국인들에게 이제 ‘K-콘텐츠’의 발신자가 아닌 수신자의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이는 사실상 K-컬처 개념 확장을 의미한다. 2.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 (주수영) ‘골든’은 우리 시대의 무가이다. ‘골든’의 무대는 개인의 슬픔을 춤과 오락으로 달래주는 현대의 굿판이 되고, 치유와 회복이 수행된다. [예능] 흑백요리사 1.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조한기) 〈흑백요리사〉의 연출은 ‘먹을 수 없는 요리의 체험’을 시청각의 밀도와 정보의 윤리로 보완한다. 이 프로그램의 시・청각적 문법은 단순한 연출 기법이 아니라, 공정성 서사를 구성하는 핵심 장치이다. 2. 맛과 권력의 드라마 (정임숙) 〈흑백요리사〉는 음식을 넘어선 극화를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은 부엌을 불평등이 수행되고 혼종성이 ‘맛보이며’, 외교가 실현되는 문화적 실험실로 재구성한다. [게임] 인조이(inZOI) 1. 한국에서 가장 멀리 (이현재) 〈인조이〉는 한국 게임산업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지는 등 초기 판매량 백만 장에도 아직 완전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된다. 2. 한국 게임이 산업에 미친 영향과 흥행작 〈인조이〉가 게임 문화에서 차지하는 입지 (겐기스 후사메딘) 심즈와 유사하면서도 차별성이 있는 게임인 〈인조이〉의 의의는 기술적 기반과 구현 규모 면에서 새로운 시도이자 새로운 방향성 제시이다.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1. 이야기의 이야기 (한유희) 이야기가 넘쳐나는 세계에서도 〈전지적 독자 시점〉은 기존 영웅 서사를 뒤집고 한국의 위인 이야기부터 전 세계의 신화와 설화를 뒤얽어 복잡하고 무너지지 않는 이야기를 쌓아올린다. 2.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 (야마나카 치에) 한국 웹툰이 일본에서 통용되기 위해서는 만화책은 물론 모바일 등 여러 매체에 적용되는 섬세한 재작업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을 여러 개별 장면의 예시를 통해 파헤치고 있다. ▣ 목차 서언/ 〈케이팝 데몬 헌터스〉로 말하는 한류의 현재/ 안숭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PART 1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 -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한류의 역설/ 백태현 PART 2 한국과 따로, 또 같이 만들어지다 - 초경계적(trans) 관점을 통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한국성’의 재해석/ 앨프레드 로 [드라마] 오징어 게임 PART 1 세계로 건너간 놀이 – 한국적 서사는 어떻게 세계인의 공감대를 만드는가>?/ 이지혜 PART 2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 – 문화 비판적 독해/ 라탄 쿠마 로이 [K-팝] 골든(Golden) PART 1 K의 로컬리티와 K-팝의 특성을 넘은 온전한 ‘메시지’ / 김세익 PART 2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 – 다시 만들어진 현대의 무가 / 주수영 • ‘골든(Golden)’의 세계적 흥행 기록 [예능] 흑백요리사 PART 1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의 아이러니/ 조한기 PART 2 맛과 권력의 드라마 – 불평등을 요리하는 〈흑백요리사〉/ 정임숙 [게임] 인조이(inZOI) PART 1 한국에서 가장 멀리 - 〈인조이〉라는 도전이 갖는 의미와 그 한계/ 이현재 PART 2 한국 게임이 산업에 미친 영향과 흥행작 〈인조이〉가 게임 문화에서 차지하는 입지 / 겐기스 후사메딘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이야기의 이야기 / 한유희 PART 2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 / 야마나카 치에 저자 소개 ▣ 저자 안숭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장. 저서로 영화평론집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학술서 『SF, 포스트휴먼, 오토피아』, 시집 『소문과 빌런의 밤』 등이 있다. 백태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영화와 한류, 팬덤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다. 공저로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는 역사가 아니다』 등이 있다. 앨프레드 로(Alfred Lo)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 및 한국학 박사과정 연구원. 공저로 『Annyeong? Korean 1 Workbook』, 『Fandom Language Learning』 등이 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이자 문화평론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공저로 『이해라는 오해에 관하여』, 『탈궤도의 문화읽기』,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 등이 있다. 라탄 쿠마 로이(Ratan Kumar Roy) 뉴델리 남아시아대학교 사회학과 조교수 & SIMEC 연구센터 센터장. 오스트레일리아 선샤인코스트 대학교 국제개발・사회적기업가정신・리더십센터의 겸임교수이자,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협력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김세익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 디지털콘텐츠, 한류, 대중문화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공저로 『영화란 무엇인가?』, 『2025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등이 있다. 주수영 프랑스 액스-마르세유 대학교 아시아학과 한국학 부교수. 연구로 「여성화된 판소리」, 「모든 것이 가능하고 불가능한 곳, 춘향의 도시 남원」, 「한국전통극의 샤머니즘적 기원」 등이 있다. 조한기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지금, 만화》 등에서 필진을 역임했다. 공저로 『유럽영화감독』, 『영화로 읽는 도시 이야기』 등이 있다. 정임숙 이탈리아 시에나 외국인 대학교 한국학 교수. 대학 부설 외국어교육연구소 부소장. 윤동주한국학연구소 소장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지원사업인 〈해외한국학씨앗형사업〉의 연구책임자로 2023년부터 한국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현재 게임・만화・영화평론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의 고정 필진으로 활동했으며, 공저로 『영화와 육체』 등이 있다. 겐기스 후사메딘(Genghis Husameddin) 게임 전문 매체 및 채널 ‘XboxEra’에서 활동하는 게임 평론가. Xbox 콘솔뿐 아니라, PC, 모바일, 가상현실(VR),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 다양한 플랫폼과 전반적인 게임산업을 폭넓게 다룬다. 한유희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연구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만화평론과 문화평론을 쓰고 있다. 공저로 『우리는 왜 피로한가』, 『한국 만화 캐릭터 열전』 등이 있다. 야마나카 치에(Yamanaka Chie) 교토산업대학교 현대사회학부 교수. 사회학, 만화, 한국문화를 연구하며, 특히 한국 학습만화의 국제적 확산에 관심이 있다. 저서로 『학습만화가 그리는 인간과 세계』, 『한국 드라마의 상상력』 등이 있다. ▣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https://kcsc.khu.ac.kr)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K-콘텐츠의 문화 혼종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인문적으로 성찰합니다. K-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산업과 기술, 미디어와 플랫폼, 대중의 수용 문화 면에서 초국가적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한류와 K-컬처, K-콘텐츠 연구를 포괄하면서 동시대 스토리콘텐츠에 대한 현장 지향적 학술장을 순발력 있게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 책 내용 서언_누구나, 어디에서든 K-컬처를 호출해 모두가 즐길 만한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다. 이제 ‘K’는 콘텐츠의 원산지를 증명하는 라벨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적을 지칭하는 ‘정체성-명사’에서 벗어나, 세계인이 호혜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누리는 ‘공진화성-동사’가 되어야 한다. 부디 2026년에는 2025년보다 K-콘텐츠의 ‘K’가 세계 곳곳에서 ‘움직이는 기표’로 더욱 뚜렷이 자리하길 바란다._[8쪽] 감정노동의 스펙터클과 플랫폼 자본의 무의식_아이돌은 감정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진하는 자기 착취의 수행자가 된다. 그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팬의 감정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갱신하고 관리해야 한다. 감정의 생산은 곧 감정의 소모이며, 이 무한한 순환 속에서 감정은 진정성의 증거가 아니라 산업의 재생산을 위한 연료가 된다. 헌트릭스의 무대는 이러한 감정노동의 형식을 극대화한 공간이다._[23쪽] 〈오징어 게임〉의 초국가적 문화 감성과 상업적 모순_이러한 성공은 동시에 모순을 내포한다. 미국에 설립된 〈오징어 게임〉 스튜디오, 다양한 굿즈, 넷플릭스의 게임쇼 스핀오프는 작품의 비평성이 점차 상품성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자본주의의 잔혹함을 고발하던 서사는 이제 자본주의 체제의 일부로 흡수되어, 높은 상품성을 지닌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그 결과 시리즈의 도덕적 긴장은 상업적 구경거리로 희석되었고, 초기의 심미성은 윤리적 성찰보다는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되었다._[78쪽] 개인의 상처에서 공동체의 울림으로_특히 후렴구 가사 “Gonna be golden”의 서사적 내용은 루미의 개인적 고난, 즉 악귀와 인간의 혼혈임을 감추며 살아왔던 그가 결국 당당하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빛의 자리’에서 노래하는 가수로 변모함을 의미한다. 이는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고 성스러운 환생의 순간을 맞이하는 장면으로 볼 수 있다. 개인의 환생과 승화의 과정이 ‘황금의 혼문(魂門)’을 완성시키면서, 공동체 전체가 악령의 세계로부터 벗어나 빛의 세계로 구원받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_[107쪽] 공정성은 어떻게 연출되는가_〈흑백요리사〉의 미학은 기존 쿡방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클로즈업과 내레이션의 비중이 커지면서 ‘손의 기술’과 ‘요리사의 의도’가 이야기의 중심으로 떠오른다. 음악은 두 축으로 운용된다. 하나는 준비–조리–플레이팅으로 이어지는 점진적으로 고조되는 배경음악, 다른 하나는 조리 과정을 전면에 둔 미니멀한 사운드다. 전자는 ‘완성의 카타르시스’를, 후자는 ‘몰입의 긴장’을 강화한다. 이때 심사위원과 참가자의 인터뷰는 요리 장면에 구체성을 더한다._[128쪽] 한국에서 가장 멀리_〈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시스템에 특정 변수를 입력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예상치 못한 상황’과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한 발짝 떨어진 관객의 시점에서 관람하는 게임을 만들려는 도전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인조이〉는 플레이어가 콘솔을 조종하되 그 결과를 관객으로서 관람하는, 일종의 인터랙티브 시네마에 가까운 경험을 지향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플레이어는 조종가능한 캐릭터 ‘조이’의 삶에 개입할 수 있지만, 그 개입의 결과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된다._[166쪽] 〈전지적 독자 시점〉을 국지적으로 바라보기_한국의 웹툰 지침서는 웹툰에서 상하가 갖는 의미 외에 오른쪽이 미래, 왼쪽이 과거를 연상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는 일본의 페이지 만화에서 페이지를 넘기는 쪽인 왼쪽을 미래, 다 읽은 부분에 해당하는 오른쪽을 과거로 여겨온 감각을 한국 책의 페이지 진행 방향에 적용한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웹툰이 그려질 때도 가로쓰기 문자를 읽는 시간 감각이 좌우의 시간 흐름으로 현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는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페이지 만화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좌우가 나타내는 시간 감각과 시선의 흐름이 웹툰 독자보다 강할 것이다._[231쪽]

    •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

      202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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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명연구 총서 5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 THE REORIENTATION OF MODERN CIVILIZATION AND THE ENLIGHTENMENT 이한구・김현구・정용덕 편 152*225 | 284쪽 | 무선 22,000원 | 2025년 10월 30일 ISBN 978-89-8222-813-1 (94300) ISBN 978-89-8222-662-5 (set) 합리성을 위협하는 디지털 시대의 탈진실 현상 계몽주의의 현대적 재해석은 가능한가? 21세기 문제의식과 계몽주의 정신을 연결하는 ‘문명연구 총서’ 제5권!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짜 뉴스와 정보들은 AI 기술과 결합해 이제 진실과 거짓을 판별하기 힘든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AGI(범용인공지능)의 탄생을 코앞에 두고 과거 ‘무지를 선택하는 사람들’의 시대를 말한 칸트의 경고가 현실로 도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대문명의 기초를 놓은 계몽주의의 핵심은 이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과 정보화 사회는 인간 이성과 지식 확장을 넘어서, 현재는 오히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성을 소외시키는 아이러니를 초래하고 있다. 오늘날 이성과 진보에 대한 믿음 모두가 불확실성과 위험에 처해 있기에, 계몽주의의 사상적 유산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하기에 적합한 시점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탈-진실(post-truth)’은 계몽주의의 합리성과 진리 추구의 가치를 위협하며, 반대로 그 중요성을 더욱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명연구 총서 5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과제’인 계몽주의를 현대적 맥락 속에서 재해석하고, 그것이 배제한 것들을 포용하는 방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다. 계몽주의를 재조명하는 일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과거의 유산에 대한 점검이며, 미래 문명을 위한 출발점이다. 오늘날 우리가 무엇을 믿고,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사회를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다시 묻고, 다시 설계해야 한다. 여기 실린 9편의 글을 통해서 계몽주의와 관련하여 되돌아보아야 할 문제들과 현대에 비판적으로 계승해야 할 가치의 기준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계몽주의 정신의 핵심과 비판적 계승을 다룬 9편의 글 제1부 계몽주의의 이념적 정초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 (이한구) 열린사회의 뿌리가 계몽주의에 있으며, 계몽적 기획의 발전 형태임을 비판적 이성, 자유주의, 인권이라는 세 가지 연결고리를 통해 논증한다. 또한 계몽주의의 부정적인 측면을 비판적 이성과 도구적 이성의 균형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 (신중섭)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는 사익을 단순한 이기심이 아닌 인간 내면의 공감 능력과 도덕 감정을 기반으로 한 질서를 토대로 해석했다. 이는 복합적 자유주의 모델로, 오늘날의 정치철학과 경제윤리 논의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 (정용덕) 계몽주의가 근대국가 형성에 미친 사상적・제도적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찰한다. 근대국가 형성의 특성을 영토 전역에 대한 합법적 폭력의 독점과 대외적 주권 확립, 행정의 관료제화, 국민 통합 이데올로기화로 일반화하며 이 모든 요소가 계몽주의 이념과 긴밀함을 설명한다. ∎〈계몽주의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 (강학순) 계몽주의의 현대적 갱신 가능성을 분석하고 ‘계몽 2.0’ 개념을 제시한다. 이 개념의 필수 실천 과제로 생태적 감수성, 감정과 정서의 중요성, 제국주의적 잔재 성찰, 세계 시민성 등을 제시한다. 제2부 계몽주의의 비판적 계승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 (정제기)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나타난 ‘탈진실(post-truth)’ 현상과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의 의미를 탐구한다. 칸트의 ‘스스로 생각하라’는 명제는 가짜 뉴스, 확증편향, 군중심리 조장 등으로 점철된 현대 정보 환경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 (김현구) 18세기 유럽 계몽주의로 유발된 서구 중심의 보편주의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우리는 근대 초입 일제의 식민 지배로 지적 전통이 단절・왜곡된 상태에서 서구의 근대 학문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계몽주의가 배타적 ‘지배 논리’로 기능해서는 안 되며 ‘다원적 보편주의’로 나아가야 함을 논한다.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 (이한구) 칼 포퍼의 관점에서 역사주의를 역사개성주의와 역사법칙주의로 분류하고, 그 문제점을 분석한다. 결정론이나 전체주의를 거부하고 역사적 닫힌 체계를 ‘역사적 열린 체계’로, 역사법칙을 ‘합리성의 원리’로 대체해야 함을 주장한다.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 (박정순) 존 롤즈의 자유주의 철학에서 핵심적인 ‘관용’ 개념을 분석하며 이 개념이 실제 다원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하고 민주적 공존을 가능케 하는 실천적 이론임을 강조한다.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 (윤평중) 현대사회에서 비판적 계몽의 가능성을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공론장 이론에서 찾는다. 저자는 이 이론이 전통 계몽주의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계승하며 21세기에 적합한 새로운 계몽 모델을 제시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차례 발간사 서문 제1부 계몽주의의 이념적 정초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 이한구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애덤 스미스를 중심으로/ 신중섭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일반적 특성을 중심으로/ 정용덕 계몽주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 강학순 제2부 계몽주의의 비판적 계승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 정제기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한국 사회과학의 한국화 논리/ 김현구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 이한구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 박정순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 윤평중 참고문헌 저자 · 이한구 경희대학교 석좌교수, 인류사회재건연구원장,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저서로 《역사주의와 반역사주의》 《지식의 성장》 《역사학의 철학》 《역사와 철학의 만남》 《문명의 융합》 등이 있다. · 신중섭 강원대학교 윤리교육학과 명예교수, 한국과학철학회 회장,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위원을 역임. 저서로 《자유주의의 철학적 기초》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바로읽기》 《현대 문명의 전환》(공저) 등이 있다. · 정용덕 금강대학교 총장,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명예교수. 저서로 《공공갈등과 정책조정 리더십》 《거버넌스 제도의 합리적 선택》 《현대 국가의 행정학》 《신제도주의 연구》 등이 있다. · 강학순 경희대학교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특임연구원, 안양대학교 명예교수. 한국 하이데거학회 및 한국기독교철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 《존재와 공간》 《하이데거의 숙고적 사유-계산적 사고를 넘어서》 《시간의 지평에서 존재를 논하다》 등이 있다. · 정제기 영남대학교 객원 교수, 인문학&신학연구소 에라스무스 연구원. 주요 연구로 〈칸트 종교철학에서 근본악과 최고선의 문제〉(2024), 〈탈진실 시대의 비판철학의 요청〉(2024), 역서로 《바울과 철학의 거장들》 등이 있다. · 김현구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국정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한국행정학회 회장 역임. 저서로 《한국 행정학의 한국화론》 등이 있다. · 박정순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인문예술대학 철학과 교수(정년퇴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연구원 특별연구원, 한국윤리학회 회장 역임, 한국철학회 세계 석학 초빙강좌 〈다산기념철학강좌〉 운영위원장 역임. 저서로 《정의론과 정치철학》 《윤리적 삶과 사회적 규범의 성찰》 《존 롤즈의 정의론: 전개와 변천》 등이 있다. · 윤평중 한신대학교 철학과 교수, 한신대학교 대학원장 및 학술원장 역임. 저서로 《푸코와 하버마스를 넘어서》 《포스트모더니즘의 철학과 포스트마르크스주의》 《담론이론의 사회철학》 《논쟁과 담론》 등이 있다. 미래문명원(www.gafc.khu.ac.kr) 경희학원은 창학 이래 보다 나은 인류사회 건설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문화세계의 창조”를 통해 ‘인류의 보편가치를 구현한다’는 취지 아래 사회운동과 평화운동에 주력하며 평화와 공영의 미래문명을 지향하는 전 지구적 사회운동을 전개해 왔습니다.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은 이와 같은 경희학원의 학문과 평화의 전통을 이어받아 2005년 9월에 교책연구원으로 설립됐습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며 인간과 공동체에 대한 새로운 기획을 통해 인간중심의 지구협력사회, 미래지향의 지구공동사회를 이룩하자는 것이 그 설립 취지입니다. 현대사회, 현대 문명이 남겨놓은 현대적 아포리아를 넘어 자유와 평등, 평화와 공영의 인류 보편가치가 함께 살아 숨쉬는 체계적인 연구, 교육, 실천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류사회재건연구원(kihs.khu.ac.kr) 인류사회재건연구원경희대학교 교책연구원으로 1976년 3월에 설립되었습니다. 핵전쟁, 기후위기, 문명충돌, 인간성 상실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현대 문명의 시대적 조류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연구하여 보다 나은 인류의 미래를 구상하고 건설하는 것이 설립 목적입니다. 현재는 미래문명원의 연구 전담 산하기관으로 종합학술지 《OUGHTOPIA》를 발간하면서, 〈인류문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탐구〉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OUGHTOPIA’는 ought(當爲)와 topia(場所)의 합성어로서 ‘당위적 요청사회’를 의미합니다. 경희대학교 설립자인 故 조영식 박사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당위적으로 요청되는 사회라는 뜻에서 ‘OUGHTOPIA’의 개념과 철학을 창안하였습니다. 문명연구 총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바라본 인류 문명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문명연구 총서〉는 산업혁명에 이은 정보통신 혁명으로 발생한 문명의 변화와 문제점, 그 해결을 위한 방책에 이르기까지 문명전환 시기 논의해야 할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진행한 문명연구 세미나의 결과물로 인류 문명에 대한 면밀한 해석과 문제점 진단,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 현대 문명의 전환 (문명연구 총서 1) ·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새로운 모색 (문명연구 총서 2) · 과학기술 문명에 대한 성찰 (문명연구 총서 3) · 인공지능과 포스트휴먼 (문명연구 총서 4) · 계몽주의와 근대문명의 재조명 (문명연구 총서 5) · 한국문명론 (문명연구 총서 6)_근간 책 내용 서문_계몽주의가 강조한 개인의 자율성과 보편적 이성은 오늘날 다양성과 차이의 문제를 충분히 포용하지 못한 채 경직된 기준이 되기도 한다.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생태철학 등은 기존 계몽 담론의 한계와 배제의 문제를 비판하며 새로운 방향의 사유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에도 계몽주의 정신, 즉 질문하고 성찰하며 권위를 비판하는 태도는 여전히 현대사회가 지향해야 할 핵심 가치로 남아 있다._[12쪽] 계몽주의와 열린사회의 이념적 기초_나는 계몽주의를 이성, 과학, 자유주의, 자연권, 진보의 핵심어들을 통해 설명했고, 열린사회 역시 존재론과 인식론, 사회윤리론을 통해 그 정체성을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제 이들이 서로 연관된다는 것, 더욱 정확히는 열린사회의 이념이 계몽주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논증하는 일이 나의 과제이다. 나는 다음의 세 항목을 들어 이 문제에 답하려고 한다._[47쪽]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사익_애덤 스미스의 조화라는 개념을 귀족과 지주, 그 나머지 사람들과의 관계를 규정하는 개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애덤 스미스는 칼 마르크스 이후 사회철학의 중요한 의제가 된 빈부의 문제, 계급 대립의 문제는 관심의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 문제는 그가 살던 시대의 중요한 사회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문제 삼은 것은 모든 사람이 기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경제적 토대의 확보였다._[80쪽] 계몽과 근대국가 형성_그렇기는 해도 현실에서 근대국가의 행동은 대개 “강제에 의해 뒷받침되는 관리된 동의의 형태”, 즉 강제와 동의가 혼재하는 상태에서 구현되고 있다는 것이 사회과학적 정설이다. 강제력을 행사하면서 동시에 그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모양새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가는 강제력을 행사하기 위한 억압기구 외에 복지・교육 등의 사회 통합정책과 그것을 지원하기 위한 복지・교육기구 등을 제도화한다._[99쪽] 계몽주의의 갱신을 위한 선결과제 고찰_하버마스의 제자인 히스(J, Heath)도 제1계몽주의를 갱신하고, 현대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계몽주의 2.0”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계몽주의 2.0은 현대사회에서 계몽주의 원칙을 새롭게 적용하고 발전시킨 개념을 가리킨다. …계몽주의 2.0은 이러한 원칙을 현대의 복잡한 사회 및 기술적 환경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로운 과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_[136쪽] 탈진실 시대와 칸트의 계몽주의 정신_사용자에게 뉴스를 제공하는 기준이 객관성이 아니라 선호도에 있다는 사실은 결국 사용자로 하여금 “반향실 효과”를 불러일으켜 확증편향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반향실 효과는 종국에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사는 “필터 버블” 상태를 야기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무분별한 가짜 뉴스가 대량으로 생성되는 원인을, 더 나아가 그 가짜 뉴스를 아무런 반성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함의한다._[152쪽] 계몽사상의 서구보편주의를 넘어서_서구 이론의 거센 파고 속에 우리의 학문적 정체성 확립을 위한 자구책이 토착화에 이어 한국화로 표출되었다. 서구 이론을 한국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토착화가 소극적 자아준거화라면, 한국 현실을 토대로 독자적 이론을 형성하는 한국화는 적극적 자아준거화다. 한국화에는 가설적 맥락특화이론을 창출하는 ‘기본적 한국화’가 있는가 하면, 그 이론의 대외적 확산으로서 세계화를 지칭하는 ‘진정한 한국화’도 있다._[172쪽] 칼 포퍼의 역사주의 비판_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역사개성주의와 역사법칙주의는 각각 다른 극단의 문제점을 드러낸다. 역사개성주의는 상대주의의 위험 속에서 보편성을 상실할 수 있으며, 반면 역사법칙주의는 법칙의 과도한 일반화로 인해 인간 사회의 복잡성과 자율성을 무시할 위험을 내포한다. 이제 이러한 이론적 입장들을 현대 인식론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그 철학적 타당성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데 있다._[211쪽]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관용론_자유주의적 관용 정신의 확장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롤즈도 인정하고 있듯이 근대의 고색창연한 종교적 관용의 문제와 철학적・도덕적 교설들 사이의 추상적인 갈등이 아니라 보다 현대적 갈등인 “인종, 민족 그리고 성(race, ethnicity, and gender)”의 문제들을 다루는 것이 될 것이다. …억압과 갈등을 인정하고 치유하는 “차이의 정치(politics of difference)”를 보다 활성화시켜야만 진정한 관용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_[242쪽] 하버마스의 소통 이성과 비판적 계몽_소통과 계몽을 가능케 하는 관용의 첫째 원칙으로 ‘나 또는 우리의 입장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오류를 범할 수도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대화하고 실천해야 한다. 내가 옳을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 논리로 틀릴 수도 있다. 또한 역으로 상대방이 틀릴 수도 있지만 옳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경청과 존중은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_[2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