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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앞당길 리튬이온 멤리스터 소자 개발

2024-03-22 연구/산학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이홍섭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새로운 소자를 개발했다.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이홍섭 교수 연구팀 성과
고신뢰성 멤리스터 소자 기술 개발해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 앞당겨


초거대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인공지능 기술은 놀라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인공지능 모델은 점차 복잡해지며 필요한 연산량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선 연산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반도체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신뢰성 문제로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에 어려움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이홍섭 교수 연구팀이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새로운 소자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 학술지 (IF=17.1)에 2월 27일(화) 게재됐다. 이홍섭 교수는 “연구실 학생들과 밤낮없이 열심히 연구한 과정이 좋은 결과를 맺어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초거대 인공지능은 대량의 행렬곱(vector-matrix multiplication) 연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반도체가 필요하다. 현재 병렬처리에 특화된 GPU와 NPU를 사용해 대량의 행렬곱 연산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연산장치와 메모리가 물리적으로 분리돼 있어 데이터 병목현상에 의해 연산 지연이 발생하고 학습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뉴로모픽(Neuromorphic) 하드웨어 기술이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연산장치와 메모리가 하나의 소자에 집적된 반도체로 멤리스터 소자와 크로스바 어레이 구조를 이용해 행렬곱 연산을 매우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가장 효율적인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현재 멤리스터 소자의 낮은 신뢰성 문제가 상용화를 어렵게 하고 있다. 신뢰성은 부품, 소재, 제품, 시스템 등 모든 환경에서 고장 없이 일정기간 동안 최초의 품질과 성능을 유지하는 특성이다. 이홍섭 교수는 “뉴로모픽 하드웨어 구현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신뢰성 있는 멤리스터 소재 및 소자를 만드는 것”이라며 “기존 산소이온 기반 멤리스터 소자의 신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튬이온을 이용한 멤리스터 소자 개발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32x32 크로스바 어레이 소자의 광학현미경 이미지 및 소자 측정 사진 (좌), 알칼리 이온 멤리스터 소자구조 모식도 및 소자 단면에 대한 투과전자현미경 이미지, 크로스바 어레이 소자의 신뢰성 평가 데이터 (우)


리텐션 특성 및 신뢰성 개선,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에 보탬될 것
이홍섭 교수 연구팀은 신뢰성 문제 해결을 위해 리튬이온을 활용한 멤리스터 소자 공정을 개발했다. 기존 공정 단계에서는 귀금속 하부전극 아래 삽입되는 접착층 금속 물질이 멤리스터 증착공정에서 원치 않는 도핑을 야기한다. 이홍섭 교수는 “원치 않는 도핑을 막기 위해 확산방지 층을 사용하기보다 차라리 리튬금속 층을 삽입해 도핑하자는 아이디어를 도출했다”며 “귀금속 하부전극 아래 삽입된 리튬금속 층은 대기 산화로부터 보호되고, 박막공정 중 산화물 박막 내로 확산한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확산된 리튬은 멤리스터 소자와 전극 사이 계면에 리튬 저장소를 형성하고 이는 리텐션 특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새로 개발한 멤리스터 소자는 기존 산소이온 기반 소자 대비 약 10배 빠르고 동시에 높은 신뢰성을 보였다. 데이터를 유지하는 리텐션 특성의 경우 기존에 보고된 리튬이온 기반 멤리스터 소자 대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홍섭 교수 연구팀은 개발한 소자로 32 x 32 스케일의 크로스바 어레이 소자를 제작해 신뢰성과 성능검증을 완료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에너지 효율이 우수한 고속연산이 가능한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섭 교수는 “거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된 지 불과 1년이 지난 현재 AI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AI 모델이 발전하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연산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뉴로모픽 하드웨어는 인공지능 반도체 중 가장 진보한 콘셉트로 개발 기술을 활용해 성능 개선에 나선다면 상용화에 보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칼리 이온 멤리스터 소자의 아날로그 가중치 측정 결과 (상) 및 해당 소자 특성을 기반으로 한 DNN 학습 및 추론 정확도 시뮬레이션 결과 (하)


이홍섭 교수 연구실은 반도체 재료의 물성을 분석하는 한편 새로운 반도체 물질을 개발한다.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를 위해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홍섭 교수는 “산업계와 학계 모두 인공지능 반도체에 관심이 많은 만큼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 반도체 구현에 필요한 신소재 및 신소자 개발에 나서고 있다”며 연구실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표한 멤리스터 소자로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연산 동작을 검증할 계획이다. 이홍섭 교수는 “멤리스터 소자로 딥뉴럴 네트워크 알고리즘을 구동해 개발한 하드웨어가 실제 연산에 적용하면 어느 정도 성능이 나올지 확인할 계획”이라며 향후 연구 계획을 공유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연구재단, 경기도(GRRC)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이홍섭 교수 연구팀이 인공지능 반도체의 핵심소자인 고신뢰성 멤리스터 소자를 개발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보전자신소재공학과 이유민 학생, 유찬식 학생, 이홍섭 교수, 임병민 학생.



※ 관련 정보 보기
- 이홍섭 교수 연구자 정보
- 이홍섭 교수 홈페이지
- 논문 보기



글 김율립 yulrip@khu.ac.kr
사진 정병성 pr@khu.ac.kr

ⓒ 경희대학교 커뮤니케이션센터 communication@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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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 마음과 이별하고 나와 소중한 이를 살리는 법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 우울증, 트라우마, 불안, 자살 충동, 조현병...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고 싶지만, 정신과를 선뜻 방문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의 심리 처방전! 백종우 지음 | 150×220 | 264쪽 | 무선 19,000원 | 2024년 2월 28일 ISBN 978-89-8222-758-5 (03180) 책 소개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KBS1 <아침마당> 등 다양한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가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상처받은 마음을 회복하고 싶지만, 사람들의 편견이 두려워 정신과에 선뜻 문을 두드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를 출간했다. 25년 이상 환자들과 소통하며 얻은 깨달음과 공감, 삶의 경험을 녹여낸 책으로, 백종우 교수의 첫 단독 저서다. 단순히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심리서는 많지만, 정신과에 처음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저자가 진료하면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마음 처방전을 제시한다. 정신과를 방문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우울증에 대해 올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며, 저자의 실제 경험을 녹여낸 솔루션을 제시한다. 아픈 이들과 함께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에게 길잡이가 될 책이다. 조현병 환자가 누구도 제어할 수 없었던 청소년 발달장애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진 일, 치료의 의지를 다진 우울증 환자가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따라 죽은 사건,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교수와의 생전 일화, 동료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져 힘들어할 때 진료 중인 환자에게 오히려 위로받은 에피소드 등 저자가 임상에서 경험한 다양한 사례를 담았다. 정신과를 오래 다녔는데도 차도가 더뎌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담았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이 책은 ‘내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절실한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하는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출판사 리뷰 “당신이 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내 안의 상처를 마주하고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우울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법! 살아가면서 단 한 번도 우울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감기처럼 흔한 증상이다. 현 상황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나눌 누군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마음 기댈 곳이나 마음 나눌 사람 하나 없다면 더 힘들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자살 충동, 조현병, 공황장애 등으로 악화되며, 치료 시기를 놓치면 몇 년 이상 장기 치료해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우울증은 조기에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정신과를 방문하고 싶어도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치료받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마음의 병을 질환으로 인식하기보다 의지가 약하거나 성격이 예민해서 생기는 것으로 보는 시선, 정신과를 방문하면 기록이 남아 취업이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년 남성들은 남성의 성 역할에 대한 기대 때문에 상담을 받거나 정신과 문을 두드리기는커녕 자신의 속내를 주변 사람에게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 붙잡아 주길 바라며 생의 경계선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정과 직장 내 인간관계, 우울증, 트라우마 등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지만 정신과 문을 선뜻 두드리기 어렵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 괴롭다.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CBS TV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KBS1 <아침마당> 등 다양한 방송 매체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 중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첫 단독 저서다. 절친한 동료 의사였던 고 임세원 교수의 뜻을 이어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데 앞장서고 있는 백종우 교수는 오랜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지혜를 이 책에 녹여냈다. “진정한 나를 사랑할 수 있을까?” 상처 입은 나와 화해하고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하는 것은 사회적 관심과 연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가정과 직장 문제, 경제 상황 등 정신질환과 관련이 있는 사회환경적 상황에 주목해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실용적인 도움을 준다. 사회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청소년과 청년 우울증, 산후우울증, 중년 남성 우울증, 노인 우울증과 같이 생애주기별로 겪을 수 있는 우울증뿐 아니라 수면장애, 코로나, 경제 문제로 인한 우울증 등 다양한 우울증의 원인과 그 양상을 설명한다. 또한 소중한 사람을 잃은 마음의 상처, 왕따, 또는 재난으로 인한 트라우마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그로 인한 자살충동, 조현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어떻게 해야 극복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한다. 책에 나오는 ‘자가 진단 테스트’를 통해 나의 현재 마음 상태를 진단할 수 있으며, 정신과를 처음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부록으로 실어 정신과를 선뜻 방문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해를 도왔다. 우울증 같은 질환은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될 수 있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자살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는 개인의 문제만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을 넘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리와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마리 콜빈, 케빈 카터 같은 기자들, 국민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지키는 소방관 등 직업적 특성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돌봐줘야 한다. 가족이나 소중한 이를 자살로 잃은 자살생존자들의 고통 역시 마찬가지다. 조현병 역시 정기적으로 진료받으며 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충분히 관리가 가능함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조현병 환자라고 하면 예비 범죄자로 낙인을 찍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묻지 마 범죄나 진주 아파트 방화 및 흉기난동 사건의 비극은 조현병 환자가 사회에서 방치된 결과로,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강력 범죄의 발생 비율이 전체 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굉장히 낮다. 조현병을 앓는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라는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안전하게 도울 시스템을 갖춰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고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 사회는 변화된 사회에 맞는 정신질환에 대한 적절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정신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고 제대로 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경찰이나 119가 출동해도 응급 병상을 찾아 몇 시간씩 길에서 시간을 보내며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운이 좋아 병동에 입원하더라도 의사 한 명당 60명을 돌보는 환경에 가족을 맡겨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시스템적 한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10.29 참사(이태원), 세월호 참사, 천안함 폭침과 같이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인한 죽음이라면 더더욱 그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이후에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의 슬픔을 알아주는 가까운 이들과 함께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이를 추모하면서 마음의 빈자리를 채워 간다면 남겨진 이들은 이후에도 자신의 삶을 다시 이어갈 수 있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마음의 위기,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사회를 위한 희망의 솔루션 - 살인죄로 찾아온 조현병 환자가 누구도 제어할 수 없었던 청소년 발달장애 환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진정한 치유와 연대로 이어진 일화 - 치료의 의지를 새롭게 다지던 우울증 환자가 유명 연예인의 자살에 영향받아 따라 죽은 사건 - 우울증으로 어머니를 잃은 후 네덜란드의 자살 유가족을 위한 추모 행사에 감명을 받아 유가족이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스텔라재단 대표 조재훈 - 흉기를 든 조현병 환자에게서 간호사들을 대피시키다 숨졌음에도, 정신질환 환자에게 낙인이 찍히는 것을 원치 않은 고 임세원 교수와 유족. 허리 통증으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하고 자살예방을 위해 힘쓴 고인과의 에피소드 - 동료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졌을 때, 진료 중인 환자에게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받고 회복된 일화 우울증 하면 대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울증에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우울증은 뇌가 환자에게 기존 생활 방식을 바꿔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으로, 좀 더 나은 인생을 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영국의 정치가 윈스턴 처칠, 링컨 미국 대통령, 천재 수학자 존 내시 같은 사람들은 우울증과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큰 업적을 이뤘다. 우울감을 이해하고 잘 다룬다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나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어야 한다.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과 처방으로 마음이 치유되지만, 정신과 의사 역시 환자들을 통해서 위로받는다. 현실이 아무리 잔인하고 지옥 같아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 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만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건, 진료실의 정신과 의사이건 말이다. 백종우 교수는 진료하면서 만난 다양한 환자들의 사례를 통해 나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고 상처받은 나를 치유하는 마음 처방전을 제시한다. 정신과를 오래 다녔는데도 차도가 더뎌서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담았다. 환자들에게 위로받고 깨달음을 얻은 저자의 경험을 녹여낸 솔루션이 담긴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마음의 상처를 직시하고 부족한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된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주는 이 책은 자기 힘으로 치유에 이르는 길을 찾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차례 추천의 글 프롤로그: “네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잖아?” -우리 모두에게는 내 마음을 살펴주는 정신건강 주치의가 필요하다 1장 당신이 우울한 것은 지극히 정상이다 우울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입니다 당신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 정신과 의사도 우울증을 앓는다 불안과 공황으로 죽을 것 같은데 ‘보고’ ‘듣고’ ‘말하면’ 달라질 수 있다 자살이 ‘극단적 선택’이라는 말은 틀렸다 [체크포인트] 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 2장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환자는 가장 좋은 스승이다 꽃피우지 못하고 시드는 청춘들 산후우울증이 우리 사회에 보내는 신호 울고 싶지만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중년 남성 우울증 가난·질병·고독, 노년을 우울하게 만드는 삼중고 제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잠 못 드는 밤, 시름은 깊어가고 [체크포인트] 산후우울증 자가 진단 테스트 3장 트라우마, 산산조각이 된 마음 트라우마의 고통을 겪는 이들이 다시 살아가려면 자살유가족이 전하는 위로 잊을 수 없는 것과 잊어서는 안 되는 것 참혹한 현장을 신념으로 견뎌내는 이들 10·29 이태원 참사는 결코 끝나지 않았다 [체크포인트]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대해 아시나요? 4장 정신질환 치료의 장벽, 몰라서 또는 알고도 조현병, 오해는 가깝고 진실은 멀다 살인죄로 찾아온 조현병 환자가 보여준 희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된다-중증 정신질환자 가족의 삶 조현병으로 인한 범죄, 누구의 책임인가 정신과 의사를 너무 오래 만나온 분들에게 [체크포인트] 조현병 초기 증상, 어떻게 알아차릴 수 있을까? 5장 우리를 다시 살게 하는 것들 죽은 자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정신과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국민의 정신건강,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책임질 때다 함께 아파봤던 이들로부터 시작되는 공감과 치유 [체크포인트] 우울할 때 하면 좋은 활동 에필로그: 그렇게 삶은 계속된다 피어 스페셜리스트들의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 부록: 정신건강의학과를 처음 방문할 때 알아두면 좋은 정보 언제, 어떻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야 할까? 정신질환과 관련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자살 충동이 들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 지은이_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의학박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듀크대학교에서 방문교수를 지냈다. 트라우마 분야의 다학제 전문학회인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3대 회장, 보건복지부 중앙자살예방센터장과 중앙심리부검센터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회자살예방포럼 자문위원장, 2024년부터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신경정신의학 정책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고 임세원 교수, 서울대학교 김재원 교수와 함께 500만 명 이상이 수료한 한국자살예방협회의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 교육 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 개발간사로 일했으며, 해군과 소방관 버전의 개발 책임을 맡았다. 또한 한국형 재난 정신건강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우울증과 트라우마로 아파하는 사람들을 임상에서 만나면서 진료실 안에만 머물러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사회정신의학자로서 사회에 목소리를 내고자 했다. 중증 정신질환자와 가족, 사회적 재난 피해자, 천안함 생존 장병, 자살유가족을 만나 관련 연구와 정책 개발에 참여했고 자살 고위험군에 관한 사례관리 임상연구, 코로나 등 감염재난 정신건강 솔루션 개발, 인공지능을 통한 자살·자해 예방 등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동료 의사 고 임세원 교수의 꿈이었던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는 마음의 아픔을 겪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국민의 마음에 닿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믿고,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이사 등으로 이들과 함께하고 있다. 핵가족화로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사회는 마음건강을 챙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KBS1 <아침마당>, MBC <100분 토론> 등 방송 매체와 뉴스에 출연했으며, 서울신문에 칼럼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을 연재 중이다.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관한 논문 200여 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공저), 《내가 살린 환자, 나를 깨운 환자》(공저)가 있다. 추천의 글 살아가면서 가끔은 초심을 잃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는 소중한 순간들이 있다. 그들에게서 한결같이 보이는 모습은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더불어 일과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백종우 교수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이 책을 통한 백 교수의 따뜻하면서도 세심한 조언은 그래서 남다르다. 이웃집에 마음씨뿐 아니라 실력도 좋은 가까운 친구인 정신과 의사가 살고 있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마주칠 때마다 정겹게 인사 나누면서 평상시 고민을 질문할 수 있다. 그때마다 그는 언제나 웃으면서 친절하고 자세한 대답을 나에게 해준다. 그걸 모두 모아놓은 것 같은 책이 세상에 나왔다. - 김경일(인지심리학자) 정신과 의사는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다. 말을 걸고 귀 기울여 기어코 사람을 살려낸다. 그런 저자가 진료실을 나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간곡하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잘살기를 원하고, 더불어 살기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김민식(세명대학교 교수, 전 MBC 드라마 PD, 《외로움 수업》 저자) 이 책은 사람을 살리는 책이다.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기에 방치되기 쉽다. 방치된 상처는 이내 곪아서 썩어들어가고, 그 결과 마음의 질병이 된다. 마음의 질병은 때로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당신의 마음을 투명하게 비춰준다. 당신이 상처받았음을, 당신이 우울하다는 것을,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또한 세상에 나만 힘든 것이 아님을 알려주어 위로의 말을 전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당신이 힘든 이유는 이상해서가 아니다. 마음속에 방치된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의 마음과 마주했으면 좋겠다. 당신의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 당신은 다시 살아 나갈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 최설민(유튜브 심리학 분야 1위 ‘놀면서 배우는 심리학’ 운영자) 마음이 아픈 사람보다 마음이 아픈 지인이 있는 사람이 먼저 읽어야 할 책. 마음의 병은 특별한 병이 아니라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증상이다. 이야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만 있다면 많은 사람이 마음의 병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도 매우 효과적이지만, 마음이 아픈 지인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책이다. - 이시한(성신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유튜브 ‘시한책방’ 운영자) 백종우 교수의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는 처음 정신과 의사를 찾고 싶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수많은 사람의 길잡이가 되어줄 귀한 책이다. 첫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지만 문 앞에서 주저하는 많은 사람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따뜻한 책이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높을 수 있는 진료실의 문턱을 스스로 낮춰주는 배려심이 묻어나는 책이다. 한국의 지인들로부터 자기 자신, 혹은 사랑하는 사람의 정신건강을 걱정하는 내용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 그럴 때마다 미국에서 일하는 정신과 의사로서 어떤 식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앞으로는 주저 없이 이 책을 먼저 소개해줄 것이다. 우울, 불안, 트라우마, 조현병, 자살 위기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고려해볼 만한 많은 상황에 대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우리의 마음을 안심시켜준다. 명의는 병을 넘어 사람을 치유한다고 했다. 이 말만큼 백종우 교수를 잘 설명하는 말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직접 발로 뛰며 수십 년간의 진료 경험을 녹여낸 이 책 또한 마음의 적색 신호가 켜진 많은 사람이 치유되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나종호(예일대학교 정신의학과 교수,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저자) 초등학생 때 ‘전과’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선생님의 친절한 설명이 전과 한 권에 다 들어 있는 게 신기했었다. 이 책은 마음이 아픈 사람들, 마음을 치료하는 사람들에게 전과가 되어준다. 내가 못 하고 있는 숙제들을 묵묵히 해주고 계신 백종우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 윤홍균(‘윤홍균 정신건강의학과 의원’ 원장, 《자존감 수업》 저자) 자녀 문제로 괴로워하는 교회 집사님께 정신과 의사 진료를 권했다가 인간관계가 끊긴 적이 있다. 내가 일찍이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를 읽었다면 인간관계가 끊기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책을 읽은 후 나도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싶어졌다. 건강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 이정모(펭귄각종과학관장, 전 국립과천과학관장) “기다렸습니다.” 이게 내 첫말이었다. 너무도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자신을 감추고 들키지 않으려 위장하며 사는 것 같은 요즘이다. 그러나 이제는 알아야만 한다. 피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와 부딪쳐야 한다. 감춰진 내 안에 망가져 뒤엉킨 모습을 이 책에서 찾아내고 알아내야 한다. 숨통 같은 책이 나왔다. 내 안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느 페이지에선가 나와서 진정한 나를 만나게 한다. 이 책은 눈으로만 읽는 책이 아니다. 가슴으로 읽어 내 마음을 만져주는 책이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내 안의 정신적인 문제를 만져주는 책. 정말 고맙다. - 이성미(방송인) 내가 백종우 교수와 정신건강 분야에서 함께하게 된 것은 2019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으로 일하면서부터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국격에 걸맞지 않게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에게 지나친 편견과 차별을 하고 있다. 그 편견은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한반도에서 풍토병처럼 고착되어 뿌리를 잘라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그 어려움 속에서도 내가 만난 백종우 교수는 때로는 따뜻함으로, 때로는 단호함으로 뚜벅뚜벅 차별과 편견에 맞서서 정도를 걸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인간 백종우 교수의 따뜻함이 묻어 있는 소중한 귀결이기에, 책을 읽는 모든 이의 마음에 큰 감동의 종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 윤석준(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장, 전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장) 책 속으로 미국에서 연수할 때 흥미로운 일이 하나 있었다. 취업 면접을 앞둔 대학생들이 병원에 우울증 진단서를 받겠다고 온 것이다. 너무 의아한 일이라 그게 취업 면접을 하는 데 도대체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그들의 대답인즉 우울증을 겪었는데 그것을 치료하고 극복했다는 점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인간은 누구나 취약한 시기를 겪을 수 있음을 인정해주고 그것을 발판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한 이야기에 박수를 쳐주는 사회적 풍토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무척 부러웠다. -35쪽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현실이 아무리 잔인하고 지옥 같아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지지해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우리는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그 한 사람이 온라인에서 만나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건, 진료실의 정신과 의사이건 말이다. -39~40쪽 이튿날에는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같은 학년 여학생을 흉기로 찌른 후 근처 아파트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고, 그 사흘 뒤에는 한 여중생이 아파트 고층에서 투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죽음들로 인해 가장 고통받을 사람은 사망한 이들의 부모와 형제자매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들은 사회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한다. -55쪽 가장 친한 동료를 잃은 슬픔을 위로한 이들은 오히려 환자들이었다.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한 환자들이 내 손을 잡고 진심으로 가슴 아파했다. 임세원 교수가 보던 환자들까지 찾아와 그분 덕분에 자신이 치유됐던 순간을 말해주면서 나를 위로해주었다. “선생님, 저도 살인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외래진료 중 한 조현병 환자가 울먹거리며 얘기했다. “아닙니다. 문제는 조현병 자체가 아니에요. 이를 둘러싼 시스템이 부족한 거예요.” 나는 그의 손을 맞잡고 대답했다. -172쪽 갑작스럽게 발현한 환각과 환청 등의 증세로 긴급하게 병원으로 전화 연락이 와서 내가 “지금 바로 응급실로 와서 입원하라”고 조언했던 환자 가족이 있었다. 긴 고민 끝에 가족은 이렇게 답했다. “선생님, 오늘은 가족이 옆에서 밤새 잘 지키고 따뜻한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난 뒤 내일 병원에 갈게요.” 가족의 바람은 안타깝게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초발 정신증이 의심됐던 그 환자는 그날 결국 자살로 사망하고 말았다. 가족이 느꼈을 참담한 심정은 차마 글로 표현할 수도 없을 것이다. -174~175쪽 대한정신장애인가족협회 조순득 회장과의 진심 어린 만남은 정신질환자에 의한 사고로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정신질환자에 대한 원망을 누그러뜨리고 새로운 변화를 향해 한 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유가족 중 한 분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조현병 환자가 왜 밉노. 그 사람들도 아픈 사람이다. 방치돼 있었던 기 잘못이지. 약만 먹으면 괜찮았을 사람이 범죄자가 되고, 그 사람 가족까지 죄인이 되는 기고. 안인득도, 안인득 형도 피해자다.” -175쪽 이 책의 제목은 ‘처음 만나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오히려 정신과 의사를 너무 오래, 자주 만나서 이제는 좀 그만 만났으면 하는 분들도 적지 않다. 그런 분들 중 다수는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을 끊으려고 하면 정신질환이 악화하거나 재발하는 경험을 한 분들이다. 이런 경우는 현대의학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다. 당뇨와 고혈압처럼 정신과 치료도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185쪽 기본적으로 환자와 보호자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환자의 병을 낫게 하기 힘든 상황도 분명 있다. 이럴 땐 환자와 보호자 옆에 버팀목처럼 있어 주는 것이 최선이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곁에서 이들을 지지해주고 함께하는 동안 기적 같은 일들이 찾아오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포기하지 않는다면 어떤 미래가 올지 인간인 우리는 알 수 없다. 이것이 25년간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과 함께하면서 얻은 교훈이다. -189쪽

    •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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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 “지금 한류가 머무르는 곳은 어디인가?” 한류, 한류문화 어떻게 읽어야 할까? 안숭범 외 | 134*215 | 208쪽 | 무선 16,000원 | 2024년 2월 25일 ISBN 978-89-8222-773-8 (04600)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영화, 드라마, 음악, 예능, 웹툰, 게임) 최고의 작품은?” 동시대 K-콘텐츠를 통한 글로벌 대화의 장 국내외 평론가들이 영화, 드라마, K-팝, 예능, 게임, 웹툰으로 살피는 K-콘텐츠의 안과 밖 BTS에 이어 뉴진스 등 차세대 K-팝 주자들의 약진과 더불어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 〈더 글로리〉 같은 K-콘텐츠 열풍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샤넬, 디올 등 유명 패션 브랜드는 물론이고 코카콜라의 한글 로고 사용, 맥도날드의 뉴진스 버거 출시 등 글로벌 기업들도 K-팝스타와 한류에 주목하고 있다. 한류 20년,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에서는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을 통해 한류 현상을 주도하는 K-콘텐츠를 대상으로, 작지만 흥미로운 ‘글로컬’ 담론장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연구소 내에서 2023년 문화콘텐츠 여섯 개 분야(영화, 드라마, 음악, 예능, 웹툰, 게임)에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영화), 〈더 글로리〉(드라마), 뉴진스의 〈Get Up〉(K-팝), 〈피지컬: 100〉(예능), 〈데이브 더 다이버〉(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웹툰)이라는 여섯 작품을 대표작품으로 선정해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분석했다. - 작품의 독창적인 개성과 주제의식, 핵심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 내용과 형식, 장르 면에서 한국적 특수성, 세계적인 보편성을 지니고 있는가? - 동시대의 정서, 의식, 시대정신 등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가? - 해당 분야의 최신 트렌드와 어떻게 조응하는가? 작품들의 선정 과정에서는 국내외 전문가의 평가와 평단의 반응을 살피고, 국내외 해당 콘텐츠산업 시장에서 판매 수익, 시청률, 관객 수, 조회 수, 동시 접속자 수 등 계량이 가능한 정량적 지표를 조사하였다. 상업적 성취와 인기도, 문화콘텐츠로서 독창성, 경쟁력, 예술성과 대중성의 조화라는 점도 중요한 기준으로 두었다. 최고 수준의 국내외 평론가로 구성된 필진 이 책의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영화, 드라마, K-팝, 예능, 게임, 웹툰 여섯 개 분야마다 최고 수준의 국내외 평론가들로 필진을 구성한 점이다. 국내 평론가로는 문화콘텐츠 각 분야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안숭범(영화), 강유정(드라마), 서영호(K-팝), 지승학(예능), 이승제(게임), 김소원(웹툰) 등이 참여했다. 또한 국외 평론가로는 일본, 브라질, 미국, 영국 등에 거주하며 해외 유명 매체의 기자 및 평론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 온 사토 유우(영화), 일레인 게리니(드라마), 켄트 A. 오노(K-팝), 안톤 비텔(예능), 크리스티안 돈란(게임), 하기하라 유카리(웹툰) 등이 참여해 선정된 작품의 메시지, 한국적 특수성과 세계적 보편성, 시대정신, 트렌드 등을 읽어내며 K-콘텐츠를 읽는 한국 ‘안과 밖의 시선’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의 첫 총서 시리즈 ‘상상유목 대중총서’ 『2024 K-콘텐츠: 한류를 읽는 안과 밖의 시선』은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기획 총서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 ‘상상유목 대중총서’의 첫 번째 권이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2021년 6월 경희대학교 대학부설로 설립되었다. 곧이어 교육부 산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진흥사업단이 지원하는 ‘K학술확산연구소 사업’에 선정되어 2021년부터 5년간 ‘K-콘텐츠의 태동과 역동: 한류 문화유전자로서 한국어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일환으로 연구소에서는 사업 기간 대중 및 학술 총서 시리즈 총 4종(아포리아 학술총서, 아우라 학술총서, 지평전환 비평총서, 상상유목 대중총서)을 출간하고 있으며, 특히 ‘상상유목 대중총서’로는 문화콘텐츠 분야 핵심 이슈에 대한 신뢰할 만한 지식을 생산하고, 기획과 창작, 제도와 정책, 산업과 기술, 수용과 해석에 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고자 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소장 안숭범 교수는 출간에 앞서 “여기에 실린 글들이 한류에 관한 국내팬과 해외팬, 제작·기획자와 소비·향유자, 평론가와 대중의 대화 공간에 자주 소환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1. 괴물은 어디에서 출현하는가 (안숭범)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통해 ‘아파트’로 상징되는 차별, 배제, 혐오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영화 속 아파트의 붕괴에서 탄생한 괴물은 부동산 공화국에서 길잃은 한국인의 초상과 다르지 않다. 2. 한국 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사토 유우) 〈쉬리〉(1999) 이후 일본에서는 한국 영화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주제의식 등 여러 영화와의 비교를 통해서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위치를 짚어본다. [드라마] 더 글로리 1. 공공의 판타지, 유예된 복수의 서사 전략 (강유정) 〈더 글로리〉 성공에는 학교폭력 피해자 주인공 문동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다. 학교폭력에 대한 공분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정의 실현 서사를 추동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2. 〈더 글로리〉, 가장 한국적인 복수 서사 (일레인 게리니) K-복수 서사는 박찬욱 감독의 여러 작품과 〈아가씨〉, 〈달콤한 인생〉 등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더 글로리〉를 통해 이러한 한국적 복수 서사의 원형을 살핀다. [K-팝] 뉴진스, 《Get Up》 1. 케이팝과 팝 사이, 뉴진스가 세상을 끌어안는 법 (서영호) 음악 내외적으로 기존 케이팝 트렌드나 문법에서 탈피한 뉴진스의 여러 면모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K-팝 정의와 그 향방을 논한다. 2. 뉴진스, K팝의 세계화 속 전략적 영향력 행사 (켄트 A. 오노) K-팝 신예 뉴진스의 행보를 다각도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K-팝 스타들이 기업 간 계약 및 관련 상품의 마케팅 등으로 소프트파워 정치 전략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능] 피지컬: 100 1. 〈피지컬: 100〉에서 완벽한 몸의 실재(physical) 다시 읽기 (지승학) 역사 속에서 인간이 추구하는 몸은 계속 변해왔다. 〈피지컬: 100〉을 통해 보이는 현대사회의 완벽하고 우월한 몸의 추구 뒤 그림자에는 불안과 자본이 존재한다. 2. 승 혹은 패,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안톤 비텔) 리얼리티쇼인 〈피지컬: 100〉의 참가자들은 완벽의 신화를 향한 적자생존을 경험한다. 경쟁과 오락이 결합된 프로그램들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1. 넥슨과 민트로켓 그리고 〈데이브 더 다이버〉 (이승제) 민트로켓이라는 서브브랜드로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출시한 넥슨. 가볍고 산뜻한 이 게임이 과도한 과금이라는 K-게임의 오명을 씻을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2. 〈데이브 더 다이버〉, 깊이와 복합성의 아름다운 조화 (크리스티안 돈란) 메타크리틱 90점, 머스트플레이에 선정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장점을 장르, 재미, 캐릭터 등 여러 방향에서 조명한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1. 생계형 헌터의 영웅서사, 〈나 혼자만 레벨업〉 (김소원)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고, 애니메이션과 드라마 제작까지 이어지고 있는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이를 통해 웹툰 산업의 인기와 변화를 들여다본다. 2. 〈나 혼자만 레벨업〉을 통해 보는 일본의 웹툰 현황 (하기하라 유카리) 일본과 한국의 웹툰은 과금제와 대사 진행 방향 등이 다르다. 둘 사이의 차이점과 발전 가능성 등을 알아본다. 목차 서언 동시대 K-콘텐츠를 통한 대화의 장을 기대하며/ 안숭범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PART 1 괴물은 어디에서 출현하는가 - 부동산 공화국의 지옥도와 ‘황궁아파트 레짐’/ 안숭범 PART 2 한국 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비롯된 리얼리티와 불평등이 만연한 세계의 보편성/ 사토 유우 ·웹툰 〈유쾌한 왕따〉 vs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드라마] 더 글로리 PART 1 공공의 판타지, 유예된 복수의 서사 전략/ 강유정 PART 2 〈더 글로리〉, 가장 한국적인 복수 서사/ 일레인 게리니 ·현실에 〈더 글로리〉가 미친 영향 [K-팝] 뉴진스, 《Get Up》 PART 1 케이팝과 팝 사이, 뉴진스가 세상을 끌어안는 법/ 서영호 PART 2 뉴진스, K팝의 세계화 속 전략적 영향력 행사/ 켄트 A. 오노 [예능] 피지컬: 100 PART 1 〈피지컬: 100〉에서 완벽한 몸의 실재(physical) 다시 읽기/ 지승학 PART 2 승 혹은 패, 넷플릭스의 〈피지컬: 100〉 - 생존과 영생의 그리스 신화를 위한 다윈의 투쟁/ 안톤 비텔 ·〈피지컬: 100〉의 인기 비결은?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PART 1 넥슨과 민트로켓 그리고 〈데이브 더 다이버〉/ 이승제 PART 2 〈데이브 더 다이버〉, 깊이와 복합성의 아름다운 조화/ 크리스티안 돈란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PART 1 생계형 헌터의 영웅서사, 〈나 혼자만 레벨업〉이 투영하는 것들/ 김소원 PART 2 〈나 혼자만 레벨업〉을 통해 보는 일본의 웹툰 현황/ 하기하라 유카리 저자 소개 저자 안숭범 경희대학교 국어국문과 교수. 저서로 영화평론집 『환멸의 밤과 인간의 새벽』, 학술서 『SF, 포스트휴먼, 오토피아』, 시집 『소문과 빌런의 밤』 등이 있다. 사토 유우(佐藤結) 기자, 영화평론가. 공저로 『한국영화로 배우는 한국의 사회와 역사』, 『작가주의 한국영화』, 역서로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등이 있다. 강유정 강남대학교 글로벌문화학부 교수, 영화평론가. 《경향신문》에 〈강유정의 영화로 세상읽기〉를 연재하고 있으며, KBS 라디오 〈강유정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 중이다. 일레인 게리니(Elaine Guerini) 기자, 영화평론가. 브라질 주요 언론사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영국 영화 잡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의 브라질 특파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가족의 모든 것(All in the Family)』, 『백스테이지(Backstage)』 등이 있다. 서영호 경희대학교 포스트모던음악학과 겸임교수, 대중음악평론가. 저서로 『유튜브 시대에 문화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앨범으로 〈Punch Drunk Love〉(2012), 〈작은 마음〉(2016) 등이 있다. 켄트 A. 오노(Kent A. Ono) 미국 유타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좌교수. 최근 암마르 후세인과 함께 『국제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비판적 소개(Critical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Communication)』(2023)를 출간했다. 지승학 고려대학교 응용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영화평론가,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홍보이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시네마 크리티크〉에 고정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저서로 『영화로 읽는 도시 이야기』(공저) 등이 있다. 안톤 비텔(Anton Bitel) 옥스퍼드대학교 크라이스트 처치 전임강사, 장르영화 전문 영화평론가. 《사이트 앤 사운드》, 《리틀 화이트 라이즈》, 《BFI》 등에 정기적으로 기사를 연재하고, 이외에도 다양한 매체에 글과 영상 에세이를 기고하고 있다. 이승제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커뮤니케이션학과 BK21Four 박사후연구원. 경희대학교와 건국대학교에서 디지털 인문학 및 게임 분과를 강의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돈란(Christioan Donlan) 기자, 게임평론가. 《유로게이머》의 기획 기사 및 칼럼 분야 편집자. 영국의 비디오게임 전문지 《에지 매거진》과 예술, 문화, 정치 등을 다루는 《바이스》에서 일했다. 저서로 『지도 없는 마음』 등이 있다. 김소원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만화연구가. 저서로 『만화웹툰작가 평론선(김진/무적핑크/이빈/강경옥 편)』, 『시대가 그려낸 소녀-한·일 순정만화의 역사』 등이 있다. 하기하라 유카리(萩原由加里) 테이쿄대학교 문학부 일본문화학과 전임강사. 저서로 『마사오카 겐조와 그 시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아버지」의 전쟁 전과 후』, 편저로는 『〈인어공주의 왕관〉 그림 콘티집』 등이 있다. 역자김소원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만화연구가. 저서로 『만화웹툰작가 평론선(김진/무적핑크/이빈/강경옥 편)』, 『시대가 그려낸 소녀-한·일 순정만화의 역사』 등이 있다. 한혜민 한국외국어대학교 KFL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홍콩이공대학교에서 전임강사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쳤다. 저서로 『외국인을 위한 참 쉬운 한글 배우기』(공저) 등이 있다.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https://kcsc.khu.ac.kr) 경희대학교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K-콘텐츠의 문화 혼종성을 파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인문적으로 성찰합니다. K-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제도, 산업과 기술, 미디어와 플랫폼, 대중의 수용 문화 면에서 초국가적 맥락을 확인해야 합니다. K-컬처·스토리콘텐츠연구소는 한류와 K-컬처, K-콘텐츠 연구를 포괄하면서 동시대 스토리콘텐츠에 대한 현장 지향적 학술장을 순발력 있게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책 내용 서언_이 책은 동시대를 대표하는 K-콘텐츠에 대한 비평서다. 트렌드 교체 속도를 생각하면, 이 책에서 언급된 콘텐츠들도 먼 기억 속으로 점차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대 가장 유의미했던 콘텐츠들에 대한 비평 담론이 연속된다면, 한류라는 도도한 흐름의 깊이와 방향을 점쳐볼 수 있으리라 믿는다._[13쪽] 괴물은 어디에서 출현하는가?_이 사실은 입주민이 아닌 사람을 쫓아내야 한다는 근거로 쉬이 비약한다. 황궁아파트 자가 입주가 특권적 보상이거나 차별적 성취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부동산 공화국 신화가 만들어낸 괴물의 형상 중 하나다. ‘몫이 없는 자’를 타자화하는 것으로 우월적인 자기 신분을 확인받아야 하겠다는 태도는 지금 한국사회에 편재한다. 안과 밖 사이에 물리적 방벽과 의식적 ‘빗금’을 만드는 흑백의 세계에서 연민과 동정은 불합리한 것으로 정죄된다._[30쪽] 한국 영화의 진화를 보여주는 〈콘크리트 유토피아〉_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2013)나 〈기생충〉(2019) 등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렇게 한국의 현대사회를 풍자하는 작품들은 꾸준히 만들어져 왔다. 그러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생한 자화상과 세계적 사회 현상의 축소판이 훌륭히 오버랩된다는 점에서 참신하다. 생명의 위기에 직면한 ‘보통’ 사람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타인에게 잔혹해질 수 있는가 또한 계산된 리듬과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스토리텔링으로 다채롭게 그려진다._[46-47쪽] 공공의 판타지, 유예된 복수의 서사 전략_〈더 글로리〉에 재현된 폭력의 수위와 학교폭력의 해결 과정은 그 자체로 논쟁적이었다. 논란은 재현된 폭력이 특정한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적시성보다,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의해 공정의 잣대가 상대적으로 움직이는, 사회적 불공정의 개연성에 집중되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오래된 유행어처럼 가진 것 없음이 피해자, 을에 대한 차별과 외면의 구조화를 가져왔음이 〈더 글로리〉에서는 여러 장면을 통해 구체화된다._[60쪽] 〈더 글로리〉, 가장 한국적인 복수 서사_한국의 영상 콘텐츠들은 잔혹한 세련미가 가미된 복수 서사를 다루는 데 능숙하다. 적어도 한국식 복수 레퍼토리를 사랑하는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억울한 개인들이 얼마나 정의를 갈망하는지 보여준다. 악마는 보통 치밀한 면이 있어 선이 악을 이기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영혼을 조금씩 갉아먹는다._[69쪽] 케이팝과 팝 사이, 뉴진스가 세상을 끌어안는 법_여기서 뉴진스는 케이팝 산업의 누적된 노하우 중 일부를 취하고 일부를 과감히 거부함으로써 로컬적 특수성을 줄이고 조금 더 글로벌 보편의 팝으로 나아갔다. 뉴진스가 탈피한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콘텐츠 중심인 음악 자체의 지향점 변화에 있으며 이것은 상술한 음악 미학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다음으로, 이들은 복잡하고 거창한 세계관 설정 같은 것을 버렸다._[92쪽] 뉴진스, K-팝의 세계화 속 전략적 영향력 행사_뉴진스라는 그룹과 각 멤버는 모두 인플루언서로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블랙핑크 멤버들도 패션 산업과 같이 더 넓은 마케팅 환경 속에서 수직적으로 통합된 적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수직적 통합은 자본주의 마케팅의 산물이기는 하다. 하지만 뉴진스의 패션 산업에서 즉각적이고 분명한 크로스 마케팅은 K-팝이 음악과 뮤직비디오의 유통을 광범위하게 촉진했을 뿐 아니라, K-팝 전반을 통해 패션 산업 역시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는 과정에 있음을 뜻한다._[102쪽] 〈피지컬: 100〉에서 완벽한 몸의 실재 다시 읽기_실제로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토르소를 깨는 장면에는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 환희와 결핍의 기제가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기 토르소를 깨야 하는 순간 참가자들은 너나없이 멈칫한다. 그것은 환희와 결핍이 같은 강도로 격렬하게 충돌할 때 불거지는 회상의 순간이기도 하다. 그 회상의 찰나는 마치 항상성을 이루려는 생리학적 작동법과 같아서 부지불식간에 일어나는 균형이 경험된다._[127쪽] 넥슨과 민트로켓 그리고 〈데이브 더 다이버〉_바다가 항상 편안하고 아름다운 공간인 것은 아니다. 밤의 블루홀과 깊은 심해는 한낮의 블루홀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풍기며 미지의 영역을 탐사하는 분위기도 잘 살아 있다. 최근 장르문법이 어느 정도 고착화된 어드벤처 게임이 감각적인 사운드와 독창적인 아트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발전 중임을 감안한다면,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도록 아트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역시 탁월한 안목이다._[148쪽] 생계형 헌터의 영웅서사_‘나 혼자만’이라는 제목을 본다면 마치 주인공이 자신만을 위해 만들어진 치트키를 활용해 슈퍼히어로로 활약할 것 같지만, 작품 속에서 주인공에게만 주어진 능력은 만능 치트키와는 거리가 멀다. 그 능력은 마치 참고서처럼 주인공이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일퀘스트를 수행할 때 예습을 좀 더 열심히 하도록 돕는 정도이다. 따라서 주인공의 레벨업은 결국 스스로의 노력으로 이룬 것이 된다._[127쪽] 〈나 혼자만 레벨업〉을 통해 보는 일본의 웹툰 현황_일본에서도 가로 스크롤 만화는 독자를 위해 특별히 표시를 넣어 스크롤 방향을 안내한다. 사실 왼쪽으로 넘길지 아니면 오른쪽으로 넘길지는, 단순히 독자가 스크롤로 읽는 것에 익숙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떠나, 각 지역의 문자 문화와 깊이 연관된 문제이다. 스크롤 만화가 세계 각국으로 퍼져나가면서 각 문자 문화권에서 읽는 방향의 조율이 필요해졌다._[195쪽]